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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태어나던 날에
데브라 프레이저 지음, 신여명 옮김 / 두레아이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가장 유명했던 문장이 있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 준다네"
나의 간절한 소망에 무려 '온 우주'씩이나 나를 도와주려고 한다는 그 말, 얼마나 근사하고 멋지고 또 위안이 되는 지 몰랐다. 내가 세상에 나와서 아무 존재감 없이 사는 게 아니라, 온 우주의 지지를 받으며 꿈을 이뤄가고 있다는 것, 아직 꿈의 실현은 저 멀리에 있더라도 불끈불끈 힘이 솟도록 만들어 주는 응원의 메시지. 그 문장이, 이 책을 읽는 순간 다시 메아리치는 듯 했다.
네가 테어나던 날에...
이 동물에게서 저 동물에게도 너의 탄생 소식이 전해졌단다. 순록도 제비갈매기도, 혹등고래도, 태평양연어도, 또 제왕나비도 바다거북이도, 뱀장어도, 정원솔새도... 모두모두 소식을 전하느라 바빴더랬지. 그렇게 이 놀랍고 신비로운 소식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어.
네가 막 태어나려던 그 순간, 태양과 달과 지구, 그리고 그 안에 모든 생명체는 제 자리를 지키며 바삐 움직였지. 터의 탄생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였어.
뿐만 아니지. 네가 태어나던 그날에, 동그란 지구가 옹쪽으로 몸을 돌리자 밤이 지나가고 눈부신 아침이 찾아왔지. 지구의 중력은 네가 떠다니지 않게 힘차게 땅으로 끌어당겼고, 태양은 그 찬란한 빛을 비추어 나의 하늘을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책임지고 밝혀주었단다.
달은 또 어땠고... 고요한 다맃은 너의 창가로 찾아와 네 얼굴을 아름답게 비쳐주었지. 북극 하늘 아득히 높은 곳에는 북극성이 꼼짝도 않은 채 한 자리를 지키고는 너의 탄생을 축하해 주었어.
달님은 바닷물을 끌어당겼고, 바닷가를 씻어내린 파도는, 훗날 모래밭에 너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게 해줄 거야. 나무들은 풍부한 산소를 만들어 내어서 네가 숨을 쉴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공기들은 어머니 지구 위에 사는 모든 생명들을 보이지 않는 손길로 보호해 주었지.
이 모든 것들은 네가 태어나던 날에 벌어진 일들이야. 너의 탄생을 온 우주가, 지구가, 하늘과 바다와 나무와 공기가, 지구의 모든 동물들이 또 식물들이, 그리고 너의 탄생을 지켜본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어.
너는 그렇게 사랑 받으며 태어난 아이지. 네가 행복하게, 아름답게, 건강하게 자라서 살아갈 이유이기도 하지. 그리고 그 사랑을 네가 또 전달하며 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지. 네가, 우리가, 이 지구가, 그리고 온 우주가 서로로 인해 의미가 있어지고 더 소중해지는 존재들인 것을......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이었는지 모른다. 얼마나 기쁘고 감사하고 또 마음을 부유하게 만들어 주었는지 모른다. 이 책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며 전해주는 책이라고 했다. 그래서 책의 맨 앞부분에는 사랑하는___________에게... 라고 적혀 있어 이름을 적어 넣을 수도 있다. 4-6세 용이지만 어느 연령대의 사람이라도 기꺼이 들어 마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이가 어리다면 천체의 운행과 자연질서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알지 못하겠지만, 너를 위해서, 너를 축하하기 위해서,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 세상이 아름답게 존재한다고 말해주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책의 뒤에 "너를 둘러싸고 있는 더 많은 세상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붙어 있는 부록을 공부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앞서 등장했던 동식물, 태양과 달과 지구, 바다, 나무 등등의 움직이는 원리를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의 그림들은 정교하기 보다는 투박한 느낌의 덩어리로 모여 있다. 콜라쥬 기법으로 작성되었는데, 종이를 오려서 붙인 듯한 느낌이 자연미와 인공미의 조화를 느끼게 한다. 그림에서 딱 하나 아쉬운 것은 색감이 좀 탁하다는 것. 좀 더 채도가 높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약간 어두운 느낌을 주어서 딱 하나 옥의 티다. 그렇지만 메시지가 너무 강렬하고 아름다워서 별 다섯으로도 모자란 느낌이다. 출산을 앞둔, 혹은 출산 직후의, 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에게 주저 없이 선물하기에 딱 좋다. 이 책을 만든 '두레아이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좋은 책 한 권과의 만남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