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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천국 1
서현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서현주 작가를 좋아하지만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용은 궁금해서 1.2권은 헌책방을 통해서 구입하고는 오래도록 보지 않았다. 오늘 무심코(이렇게 집은 책들이 의외로 반응이 더 좋다^^;;) 집어 읽다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두메산골에서 올라온 고1 여학생, 그 여학생에게 갑자기 나타난 초능력, 그로 인해 가입하게 된 M의 클럽(이때 M은 돌연변이를 의미하나 보다.). 그리고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70년대부터 초능력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정부가 그들을 법을 통해 관리하고, 그들이 지켜야 하는 룰이 있으며, 또 일반인과의 반목 등등. 어쩌면 소재는 특이하다고는 해도 아주 특별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평범해질 법한 이야기도 특별한 작가 손에서 특별한 이야기로 거듭난다.
난 서현주 작가의 그림체를 크게 선호하진 않지만, 어떨 때는 아릿한 느낌을 주는 표정을 그려내곤 해서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기도 한다. 위 그림은 그 반대 경우인데, 어찌나 깜찍한 캐릭터를 보여주었는지 내가 다 자랑하고 싶은 느낌이었다.
주인공 아령은 환영을 보는 능력이 있는데, 악다구니를 쓰며 못되게 구는 여학생도, 실은 저렇게 앙증맞은 꼬마의 마음을 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1권에서 가장 안쓰러웠던 인물은 텐이다. 그의 세가지 능력이 숫자 10과 관련이 되어 있어서 별명이 텐이 되었는데, 녀석의 언발란스한 표정과 정반대로 보여지는 천사 날개. 그의 숨은 이야기가 참 안쓰러웠다.
진심과 다른 말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제 마음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 아닐 수 없다.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본 저 표정. 아령이라도 읽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뭔가 인연이 이어져 있을 테지.
초능력에 대해선 누구나 다 관심이 많을 것 같다. 난 지금도 가끔 꿈속에서 내가 멋진 초능력자가 되어서 지구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능력을 펼치곤 하는데, 어릴 적에 끼적이던 습작 노트에는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도 곧잘 쓰곤 했었다. 나 역시도 초능력자와 일반인 사이에는 위화감이 있다고 가정하고 쓰곤 했는데, 이 작품 속 설정도 그런 케이스이다. 꼭 초능력이라고 표현하지 않더라도 뭔가 특별한 힘/지위를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진정한 의미의 '화해'를 그리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참 어색한 일인 것 같다. 지금 세상으로 친다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태생적인 불화같은 느낌이랄까.
제목은 '천국'이라고 적혀 있지만 당장에 보여진 바로는 지옥에 온 바와 같이 고난 투성이다. 진심은 잘 전달되지 않고 세상의 오해와 질시는 뜨겁기만 하다. 그렇지만, 진실된... 그리고 진심어린 마음은 꼭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 속 아령의 뜨거운 포옹을 통해 텐이 알아버리는 마음처럼...
당장 세상은 가시밭길이어도, 마음과 마음이 통할 때에 저렇게 꽃이 만발한 낙원이 펼쳐지기도 할 것이다.
심각한 느낌으로 쓰긴 했는데, 사실 읽을 때는 엄청 깔깔거리며 즐거워 했다. 2권을 어여 읽고 3.4권은 빨리 주문해야겠다. 이제 서현주 작가의 책도 읽기 전에 구입해버리는 리스트가 될 듯 싶다. 반가운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