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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전두환 - 전2권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밤은 심각한 것보다 가벼운 책을 보고 싶었지만, 어쩐지 책상 위에 책들이 자꾸 손짓하는 것 같아서 에잇!하며 집어들었다. 워낙 압축을 잘해 놓은지라 쉴 틈 없이 쭈욱 읽어내려간 뒤 다시 또 심난해서 한숨 푹푹 쉬었다.
영화 '디워'에 관한 논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데, 경남 합천의 '일해공원' 사건이 지금보다 더 뜨거운 이슈를 낳았던 것 같지 않아서 언짢았다. 아니 그보다, 이 책의 주인공(..;;;;)인 그 인간과 한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게 쪽팔려서 기분이 더러워졌다. 통장에 29만원만 넣어놓고도 자손 대대로 부귀영화 누리며 살 이 인간은, 지금도 충분히 장수하고 있지만 아마 앞으로도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살 것 같아서 정말, 기분 엿같았다.
리뷰 말미에 적을 말을 흥분한 나머지 키보드 두드리자마자 털어놨다. 벌써 흥분하면 안되는데...;;;;(때마침 밑줄긋기 다시 에러놔 주시고..ㅠ.ㅠ)
한 번 잘못 끼운 단추는 아무리 정성들여 채워넣어도 결국 풀러서 다시 채워야 한다. 전두환의 탄생을 지켜보자니 박정의가 꼬리처럼 물리고, 박정희를 쳐다보자니 이승만이 걸리고 그 위에 친일파도 턱하니 얹힌다. 아마 현대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냉수2리터씩은 노상 끼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끙...)
2권짜리 책인데, 1권은 전두환이 정권을 잡는 과정과 화려한 휴가로 통하는 광주학살과, 위풍당당한 청와대 입성까지를 그리고 있다. 2권은 장충체육관을 통해서 두차례나 대통령이 되고 그 사이사이 국민들을 얼마나 농락하며 지냈는가, 정치쇼와 이벤트를 얼마나 휘황찬란하게 했는가, 양념처럼 미국은 어떻게 뒤에서 조정을 했는가, 여기에 이합집산을 한 정치인들의 모습과, 노태우에게 정권을 무사히(!) 이양시킨 신들린 솜씨까지 보여준다.
얼마나 신문 사회면을 장식한 사건들이 많았던지 요즈음 뉴스 보면서 경악하던 수준 비슷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조작된 언론에 휘둘리는 무수한 국민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까. 밟을수록 더 질기게 일어선 민주화 투쟁은 뜨겁게 불붙었고 마침내 대통령직선제라는 열매를 거두었다. 그러나 죽쒀서 개줬다고나 할까... 계산 빠른 정치가들에 의해 국민들은 또 다시 쓴 고배를 마셔야 했다.
노태우와 손잡아서 정권을 보장받은 김영삼. 그가 전두환과 노태우를 청문회에 세웠다고 해서 그의 원죄가 사라질까? 전두환을 1년 몇개월 만에 사형수에서 석방시켜준 김대중은, 정말 그래야 했던 것일까? 지강헌의 말처럼 누구는 학살을 하고도 당당하게(!) 살아남는데 500만원 훔치고 7년형에 17년 보호감호라니.... 진짜 너무한 거 아닌가. 김영삼은 광주사건을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고 했는데, 제대로 밝혀져야 역사도 심판을 할 것이 아닌가. (라고 나 중3때 도덕 선생님이 급흥분하시며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 대통령을 어떻게 뽑는가가 온 국민의 관심을 모으며 민주화를 열망하던 때가 불과 20년 전인데, 오늘날의 상황을 보면 참 세월이 무상하다. 만약 국민들에게 짜증세례를 퍼부어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만들어 관심을 끊게 만드는 것이 그들 정치인의 목표였다면 꽤나 성공한 게 아닐까 싶다.
전교조분들이 교단을 떠날 때에, 다시 돌아온 학교가 이런 모습일 거라고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책을 읽고 나서 갑갑함에 우울함이 솟는다. 그럼에도, 누구든 꼭 읽으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만화 박정희와 이어서 읽으면 더 좋다.(이 책 사면 그 책 같이 준다.)
함께 보내준 온라인 영화 이용권은 월정액 사용으로 끊어주면서 월정액 사용 영화가 모두 사라진 사이트와 구동이 되어 잠시 분노를 느꼈지만...;;;; 아무렴 이 책의 주인공과 그 무리들에 대한 분노에 비할까...
나야말로 냉수 좀 마시고 열 좀 식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