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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의 정원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3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이복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별 다섯을 너끈히 줄 수 있는 좋은 동화책을 많이 만났다. 그렇지만 이 책은 별 다섯가지고는 모자라다. 거기에 갑절은 더 주고 싶은, 그런 아름다운 동화책이었다.
이 책의 배경은 1935년도에서 그 이듬해로 넘어가는 즈음이다.
리디아는 부모님의 형편이 어려워져서 외삼촌 댁에 잠시 맡겨지게 되는데, 떠나기 전, 그리고 도착해서, 다시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을 '편지' 형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리디아는 원예를 즐기는 소녀다. 할머니로부터 꽃가꾸기를 제대로 배웠고, 외삼촌 댁에 가서도 온 동네를 다 꽃천지로 바꿔놓는 부지런한 소녀다.
리디아는 빵가게를 하시는 짐외삼촌의 무뚝뚝함을 환한 미소로 바꾸고 싶은 자그마한 소망을 갖는다. 진심은 통한다고, 리디아의 노력은 아름답게 결실을 맺는데...
시드는 꽃보다 다른 선물이 더 멋지다고 생각하는 나같이 계산적인 사람도 리디아의 꽃선물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날마다 바친 땀과 노력과 소망의 끝에는 황폐했던 옥상을 꽃으로 온통 뒤덮인 낙원이 도착해 있었다.
짐 외삼촌은 좀처럼 웃지 않으시는 분이지만, 그 경직된 표정 뒤에 숨어있는 감동의 숨결에 보는 이의 마음이 짠해지고 만다.
글도 너무 훌륭하지만, 그림의 공로도 빼먹을 수 없다. 초반에 리디아가 외롭고 초조한 마음으로 삼촌 집에 올 때에는 역사의 풍경이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리디아가 삼촌의 따스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황량한 역사가 아니라 찬란한 빛이 가득한 역사가 그녀를 배웅해 준다.
여백을 살릴 곳은 여백을 실어주고, 꽃이든 마음이든 채울 것이 필요할 때에는 거침 없이 화면을 꽉꽉 메워버린 작가의 솜씨에 빙그레 웃는다.
동일 작가의 '도서관'도 곧 구입해야겠다. 그 책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어서 벌써 웃음이 나온다.
상받은 책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칼데콧' 상의 명성에 걸맞는 정말 멋진 책이었다. 책을 만들어준 사람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