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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OST 포함, 3disc) [알라딘 특가]
김용화 감독, 김아중 외 출연 / 팬텀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는데 때를 놓쳤다. 보고 온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았고 주진모 멋있더라!를 연발했었다.
하핫, 초반 십분 내에 나도 똑같은 반응을 보이더라..;;;;
내용은 정말 만화 같다.(원작이 만화긴 하다. ^^;;)
뚱뚱하고 못 생긴 강한나는 아미라는 쭉쭉빵빵 가수의 립싱크를 대신 불러주는 목소리 역할을 한다. 그리고 아미를 프로듀싱하는 상준을 짝사랑하고 있다. 낮에는 숨은 가수로 활동하고 밤에는 폰섹스 알바를 뛰면서 치매 아버지의 뒷바라지를 하며 씩씩하게 사는 한나는 언젠가 상준이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라며 짝사랑을 키워간다.
하지만, 아미의 견제로 인해 자신이 상준과 그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한나는 죽기를 결심해 보지만, 그것도 쉽지 않고, 그 길로 성형외과로 달려가 다시 태어날 것을 기도한다.
그녀가 돈 한푼 내지 않고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모두 뜯어고치는 코믹한 과정은 작품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그녀는 궁상도 협박도 너무나 귀여웠다. ^^
사실 난 포스터만 보았을 때 저 두사람이 동일인물일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특수분장의 힘이란..;;;; 분장하는데 4시간, 다시 제거하는데 한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김아중이 촬영하면서 꽤 고생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다시 '태어난'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우는 것도, 심지어 땀을 흘리는 것도 아름다웠다. 교통사고를 내도 그녀의 '미모'로 통하지 않을 게 없었다. 그녀가 예뻐지고 날씬해지고 난 다음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다분히 과장적이지만, 그 재미가 나쁘지 않다. 그리고 여자인 내가 보아도, 정말... 예뻤다!
여전히 상준의 곁을 맴돌던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가수 '제니'로 재포장 된다. 그녀의 노래 실력이야 워낙에 수준급이었고, 거기에 미모가 보태지자 그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이제 그녀는 남의 노래를 대신 불러주는 얼굴 없는 가수 한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그녀의 마음이 같이 편해지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아빠를 가까이서 돌볼 수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타임 때에도 혹시나 코수술한 것이 들통날까 봐, 또 가슴이, 엉덩이가.... 그녀의 아킬레스건은 곳곳에 있다.
자신이 진짜가 아니라 '가공된', '가짜'라는 생각은 그녀의 마음 속에도 이미 지배적으로 자리해 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무엇이 진짜인지 헤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불안한 마음을 '왕년'에 잘 나가던 자칭 가수 아미가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미는 주구장창 자신은 시트콤 연기자가 아니라 가수라고 주장을 하지만, 왜 그렇게 그녀가 가수에 집착하는 지 작품은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 과거 백댄서 출신이었던 그녀는 단지 무대 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필요했던 것일까? 한 번 단맛을 보았던 그녀는 다시 그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제니를 가짜라고 몰아세우는 자신은 그 이상의 '가짜'라는 것을 아미는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국 연예계의 씁쓸한 현실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중요한 건 노래 실력이 아니고 미모라는 것. 미모가 받쳐지면(그게 만들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노래는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고, 그럴 수 있다고 믿는 현상 말이다. 초반에 한나가 무대가 무너져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되었을 때 상준은 기막힌 타이밍에 기막힌 특수효과로 관객의 눈을 현혹시키고 위기를 무마시킨다. 그 빠른 순발력에 감탄이 나오면서 동시에 그런 눈가리고 아웅이 먹히는 이 나라의 가요계가 한심했다. (영화가 과장되었다 할지라도, 현실과 젼혀 괴리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중요한 메시지도 하나 있었다. 제니의 첫 무대 때 상준이 했던 말! 어차피 노래로 승부할 거라는 것!
중요한 것은 노래였고, 또 중요한 것은 진심이 담긴 마음임을, 영화는 자연스럽게 이어가지만, 그런 밝은 엔딩이 초반의 그 '강한나'에게도 생길 수 있었을까. 과연 상준은 '내 여자만 아니면 돼!'라는 룰을 깨고 한나의 외사랑을 받아주었을까.
영화는 심각함을 거부하지만, 심각한 외모 지상주의의 진짜 이야기가 아니 떠오를 수는 없었다. 영화가 끝날 때 노벨상도 받을 만큼 유명해진 그 성형외과에 찾아온 이가 한나의 친구라는 사실이 심각한 현실 속 이야기를 뒷받침 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영화는 오락 영화로서 많은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제공한다. 화려한 무대가 그랬고, 귀에 들러 붙는 음악들이 그랬다. 가수 데뷔도 고려했다는 김아중의 노래 실력은 제법이었고, 대종상 연기 대상을 받은 연기력도 거저 먹은 것은 아님을 보여주었다. 주진모가 멋있었던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
원작 만화를 보지 못해서 결말도 같은 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간에... 대체 왜 제목은 '미녀는 괴로워'일까? 뚱보는 괴로워는 너무 비호감 제목이어서? 미녀는 행복해~는 너무 짜증나서? ....;;;;
그리고 진짜 과장된 것 하나! 신인가수 제니의 첫 콘서트를 연 곳이 올림픽 체조경기장이었는데 아무리 볼거리를 강조해도 그렇지, 그 넓은 체조경기장을 무대로 한 것은 많이 오버였다. 그만큼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경기장'이라는 것도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