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앓는 아이들
문경보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구판절판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그거 사양하겠슴네다. 기도후원은 제가 감사하게 받겠슴네다. 하지만 돈은 받기 싫슴네다. ........................제가 돈이 많아지면 북에서 온 다른 친구들과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슴네다. 없을 땐 서로 이해하면서 살지만 누구는 잘 살고, 누구는 없이 살면 괜히 불편해짐네다. 적어도 지금 제 상황에선 그렇단 말임네다.
...........................
선생님도 잘 아시겠지만 배고프면 말입니다.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자기가 사람인 것도 잊어버리게 된단 말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당신들도 사람이오!하고 이야기하고 싶슴네다. 그때 많이 도와주시라요.-40쪽

용서는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하는 거지. 상대방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인데 하는 용서는 그저 네 맘이 편해지기 위한 걸지도 몰라. 그렇다면 어머니를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너 자신의 슬픔을 밖으로 드러내는 게 좋지 않을까? 괴로운 맘을 숨김없이 겉으로 표현하고 답답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60쪽

제가 오늘 안으로 찾아서 다시 집에 데려다놓을게요. 담임선생은 그런 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요. 어머니 그거 아시죠. 그놈이 아직 어려서 그렇다는 거. 어머니 마음 다 알아주려면 아직도 많이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거. 덩치는 크지만 아직 어린아이란 거. 저보다 어머니가 더 잘 아시죠? 그리고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한빈이가 마음이 여린 친구 아닙니까? 그러니까 집에 오면 어머니께서 다 용서해 주세요. 어머니나 학교 선생이나 다 그렇게 손해 보고 이해하고 요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지 않습니까? -64쪽

아람아! 실패는 말야, 더 큰 걸 얻기 위해 미리 투자하는 잔돈 같은 거야. 실패는 말야,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이야. 실패는 말야. 성공보다 한 수 위에 있는 거야.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넌 지금, 마지막 실패를 한 게 아니라, 앞으로 네가 만날 수많은 실패들 중 하나를 미리 한 번 '경험' 해보았을 ㅃ누인라는 거야.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첫 패를 열어보고 결과를 판단하는 건 너답지 않다. 그리고 내 말 잘 들어라. 미리 도망칠 궁리하지 마라. 그건 네 안에 있는 너에게 정말 큰 죄를 짓는 거야.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데, 상황도 꽤 괜찮은데, 왜 자꾸 쉽고 편한 길로 도망을 가려 하니!
아람아!
네가 메일에 쓴 것처럼 '길이 끊어져' 보이는 건 네가 자꾸 아래를 내려다 봐서 그렇다. 그래! 분명 땅의 길은 끊어졌을지 모른다. 죽음의 강만 자꾸 보이고, 그 강물 위에 네 눈물이 자꾸 떨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말야. 하늘을 보아라. 그리고 다시 한 번 네가 선 땅을 보아라. 네가 지금 절벽 위에 서 있는 게 아니라, 도약대 위에 서 있다는 걸 깨닫기 바란다. 나에게는 힘껏 발을 구른, 네 심장에서 저 하늘로 날아갈 날개가 돋아나는 것이 보인단다.-78-79쪽

선생님. 중학교 이후 지금까지 사람들은 제 잘못만 지적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제가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해.... 저는 사실은 졸업 후가 너무 막막했거든요. 그냥 군대에 가버릴 수도 있는데, 그럼 늙은 어머니 혼자서 너무 고생하실 거 같았구요. 선생님 저 물리치료사 될래요. 꼭 될래요. 진태도 돌봐주고 무엇보다 우리 어머니 돌봐드릴래요. 선생님, 고맙습니다.-110쪽

잠자리에 들면서 나는 기도를 했다. 남규와 남규의 어머니가 서로 구속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유를 선물하는 아름다운 존재로 거듭나게 해달라고 진심으로 기도했다. 그들이 서로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게 하려고 조바심 내는 존재가 아니라,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존재로 거듭나게 해달라고 참마음으로 기도했다.-162쪽

민국아. 사람이 말야. 마음마저 가난해지면 정말 세상 살기 빡빡해진다. 자존심은 참 소중한 거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건 너에게 솔직한 사람이 되는 거야. 젊을 때는 도움이 필요하면 떳떳하게 다른 사람에게 요구해도 괜찮아. 나중에 더 많은 걸로 더 많은 사람에게 갚으면 되잖아.-176-178쪽

넌 지금 삶을 즐기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해. 체육 점수를 따기 위해 늦도록 운동장에서 슛 연습만 하는 게 아니라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즐겁게 축구를 할 수는 없니? 쉬는시간에 공부만 하지 말고 매점에 가서 아이들과 빵 한 조각이라도 나눠 먹으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할 수는 없겠니? 너 자신에게 자유를 선물할 수는 없을까?잠깐 멈춰서 심호흡을 해. 그리고 주변을 둘러봐. 그러면 즐거운 일들이 많을 거야. 그런 걸 네 스스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184쪽

함께하는 존재들은 부족하기에 함께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부족한 존재들이라는 것. 아픔도 내가 함께 안고 가야 하는 것임을 받아들인 순간, 죽음에 이르는 병인 외로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음을 깨달은 재서. 이제 그 아이와 나는 당뇨를 벗 삼아 외로운 삶의 소용돌이 가운데 빠져나가는 법을 연습할 것이다. 함께할 것이다.-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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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06-25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저 물리치료사 될래요. 꼭 될래요. 진태도 돌봐주고 무엇보다 우리 어머니 돌봐드릴래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저는 이런 단순한 문장에서 마음이 무너져요. 이 책, 그 때 말씀하신 그 책인가요? 뒷표지에 마노아님...

마노아 2007-06-25 00:25   좋아요 0 | URL
진심이 담겨 있어서 이 투박한 문장에도 마음이 움직여지나봐요. 이 책 맞아요. 제 이름이 실렸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