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익태기자]#사례1 1986년 1월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했다. 외벽 이음새 설계를 미터가 아닌 인치로 설계해 틈새가 벌어졌고, 이 틈새로 흘러나온 액체수소 연료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사례 2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제한속도가 마일로 표시된 미국 도로를 달리던 운전자들이 킬로미터를 쓰는 캐나다 도로에 들어서면서 무심코 과속을 하다 사고를 낸다.

혼용된 단위를 사용하면서 발생한 외국의 대표적 사고들이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2001년 6월 국내 항공사 화물기가 중국 공황에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고도단위는 미터인데 부조종사가 피트로 순간적으로 착각해 무리하게 하강을 시도해 생긴 일이다.

◆7월부터 '평·돈·근' 못쓴다 =정부가 지난해 예고했던 대로 오는 7월부터 비(非)법정계량단위 사용을 단속하기로 했다. 소비자 보호 및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더 이상 미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이상인 300조원의 거래가 계량에 의해 일어난다. 만일 1%의 계량오차만 있어도 연간 약 3조원의 부정확한 거래가 일어나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비법정단위는 품목과 지역에 따라 기준이 달라 소비자 혼란도 초래한다.

예컨대 똑같은 한 평이라도 토지는 3.3㎡이지만 유리는 0.09㎡다. 1근은 관습에 따라 야채는 200g, 과일은 400g, 고추·고기는 600g으로 제각기 다르다. 1마지기 역시 경기 지역은 495㎡, 충청 지역 660㎡, 강원 지역 990㎡로 다 다르다.

아직도 수많은 식당에서 'g' 대신 부정확한 '0인분'으로 고기를 팔고 있다. 금반지 반돈(1.875g)을 계량한 저울은 적어도 소숫점 4째 자리까지 표기돼야 하는데 전국 금은방 15%가 이런 저울을 갖고 있지 않다. 나머지 금액이나 금에 대한 손해 부분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아야 한다. 연간 금제품 판매액이 2조4000억원임을 감안하면 32억원의 손실금액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도량형 표준 작업에 착수함에 따라 7월부터는 토지·아파트·건물 등의 넓이는 '평' 대신 반드시 제곱미터(㎡)를, 금·은 등 귀금속과 육류·곡물·과일 등의 무게는 '근' 대신 그램(g)이나 킬로그램(kg)을 써야 한다. 법정 계량단위를 쓰지 않는 업소나 기업에는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평·돈·근과의 마지막 전쟁=정부가 생활에 익숙한 계량 단위를 바꾸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1961년에 '계량에 관한 벌률'을 제정해 국제계량단위인 미터법을 법정계량단위로 채택했다. 일제시대에 들어왔던 관·근·돈·평·리 등의 척관단위 사용이 금지됐다. 단 등기부등본이 토지·건물을 평으로 기재하고 있어 '평'은 제외됐다.

1983년에는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이 ㎡ 단위로 모두 정비돼 평 단위 사용도 금지됐다. 위반시 처벌조항이 있었지만, 실제로 처벌받은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 2000∼2001년에도 미터법에 의한 법정 계량단위 사용을 강제하는 방안을 재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건축업자와 금은방 주인들이 반발이 심했다. 지도·단속 주체인 지방자치단체 역시 소극적이었고, 언론 역시 혼란의 이유를 들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계량오차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다. 당장은 불편해도 언젠가는 한번 치뤄야 할 홍역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미터법 단일표기를 추진, 국제적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랑단위 어떻게 바뀌나=법정 계량 단위는 길이·넓이·부피·무게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넓이의 경우 '평'이나 '마지기' 등을 사용하면 안된다. 건설업체들은 신규주택분양 광고시 '30평 아파트' '30평형 아파트' 등의 광고 대신 100㎡(10m×10m)로 표기해야 한다. '100㎡(30평 아파트)' 등의 병행 표기도 금지된다. '30형'도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유사 단위로 사용이 금지된다.

무게의 경우 '돈'을 쓰면 안된다. 금은방에서는 '3.75g'으로 판매해야 한다. 품질보증서에 '3.75g(한 돈, 혹은 1돈)' 등의 병행 표기도 금지된다. 정육점이나 음식점에서 '한 근에 얼마' 대신 '100g에 얼마' 등으로 바꿔야 한다. '몇 인분' 등의 방식으로는 판매할 수는 있다. 단 '1인분은 100g' 혹은 '1인분은 200g' 등으로 무게를 분명히 표기해야 한다.

산업자원부는 일단 비법정 계량단위 가운데 가장 사용 빈도가 높고 '평'과 '돈'에 단속을 집중키로 했다. 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과거 경험상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또 부동산중개업소와 금은방 등 생계형 영세상인들의 경우 단속하지 않고 계도하고, 대기업 및 공기업을 우선 단속하기로 했다.

아울러 병행 표기는 금지하되 광고물 아래에 ㎡를 평으로 환산한 주(註)를 다는 것은 허용키로 했다. 예컨대 '평'의 병행 표기는 금지되지만 건설업체가 광고 전단지에 단위 환산표를 넣거나 '100㎡는 과거 30평에 해당합니다'는 문구를 넣는 것은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골프나 볼링 등에서 쓰이는 야드,파운드 등의 비법정 계량 단위는 국제적 관례임을 감안해 당분간 병행 표기를 허용한다는 의미다.

산자부와 지자체와 함께 건설업체가 광고나 홍보 전단지 등에 '평'을 쓰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 실수나 부주의에 의한 사용을 감안, 1차 적발시에는 주의 조치,2차 적발 때는 경고, 3차 적발 때는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과태료는 건당 50만원 한도다.

김익태기자 ep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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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07-06-22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뭐 평돈근도 어렵지만...바뀐 버전도 더 어려워요 -ㅁ-;
병행표기도 금지해버리다니; 그러 대체 어떻게 파악하라는 건지 -_ㅠ

마노아 2007-06-22 21:18   좋아요 0 | URL
무지 혼란이 올 것 같은데, 그래도 필요한 작업 같아요. 서울시내 버스 개편 작업할 때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왔지만 시간 지나니 익숙해지던걸요. 그 과정이 필요하겠죠^^;;;

비로그인 2007-06-2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

마노아 2007-06-22 22:43   좋아요 0 | URL
호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