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소화시켜야 해요~

와작와작 꿀꺽 책 먹는 아이 - 올리버 제퍼스의 특별한 선물 ㅣ 그림책 도서관 33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유경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3월

헨리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다.  책은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한글자를 먹어보고, 한문장을 먹어보고 한 페이지를 먹어보고.... 급기야는 책 한권을 통째로 삼켜버렸다.

헨리의 책 먹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그리고 책 속의 정보와 지식은 모두 헨리의 머리 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헨리는 엄청 똑똑해진다.  어깨 으쓱할 만했다.

하지만, 넘치는 것은 모자람 못한 법!  헨리는 배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너무 한꺼번에 많이 삼킨 책들이 배 안에서 모두 엉켜버린 것.  끙끙 앓게 되는 헨리.

게다가 부작용도 생겼다.  머리 속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가다 보니까 정보들이 모두 섞여버린 것.  이제 헨리는 말도 제대로 못하기 시작한다.  머리 속이 자꾸 죽어가고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은 우울함에 헨리는 울고 싶다.

가만히 좋아하던 책을 들여다 보던 헨리.  이번엔 책을 먹는 대신 읽기 시작했다.  한글자, 한문장, 한 페이지, 한 권... 그렇게 읽다 보니 새로운 재미에 눈을 뜨고 만다.  게다가 자신이 점점 똑똑해지는 느낌도 들기 시작한다.  책을 통째로 삼키던 때와 비교할 때 시간은 걸리겠지만, 적어도 전처럼 책들이 헨리의 안에서 엉킬 것 같지는 않다.

책먹는 여우가 같이 떠오르는데, 헨리의 발견과 깨달음이 내게도 신선하다.  우리의 독서습관을 한 번 들여다볼 기회를 주고, 우리의 교육 풍토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 이런 것들이 먼저 떠오른다.  진정한 지식, 지혜의 보고로서의 책을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훈련도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책의 그림이 참 독특한데, '바탕그림'이 재밌다.  영자 신문이나 설계도면, 모눈종이, 수학도식, 유화그림에 빛바랜 사진, 편지지, 사전의 어느 부분등 독특한 배경이 그림처럼 사진처럼 깔려 있다.

책의 맨 뒷 표지 모서리는 구름모양의 홈이 파여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독특함^^

책에는 독서 노트로 쓸 수 있는 포스터와 스티커가 들어있는데, 아이와 함께 어떤 바람직한 독서습관을 기를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해줄 듯 싶다.

6월 들어서 통 책을 잘 못 읽고 있는 나야말로 좀 필요한 독서플랜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