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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먹으며 ㅣ 낮은산 어린이 7
이오덕 지음, 신가영 그림 / 낮은산 / 2004년 6월
평점 :

제목만큼이나 구수한 느낌이 나는 책장이었다. 빛바랜 느낌의 갈색 책장에서는 세월의 주름이 담긴 듯 보였고, 어딘가 떨어져 나간 듯한 느낌의 제목의 글씨체도 꼭 오래된 사진첩의 글씨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동시를 써달라는 요청에 내놓게 되었다는 이 시는, '할아버지들의 세계'를 어린아이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고 싶었다는 이오덕 선생님의 마음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 시골 큰댁의 옛날 부엌의 정경을 기억하는 나는, 선생님께서 어린시절 어머니께서 삶아서 젓가락에 찍어주시던 감자의 맛깔스런 향내와 따스한 김이 올라오는 그 풍경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선생님께서 동무들과 함께 구워먹기도 한 모래쑥 향기 듬뿍 밴 감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자라는 구황작물이 출출할 때 얼마만큼의 반가운 야식이 될 수 있는 지는 알 수 있는 나이니까.

그렇지만, 내게도 감자는 이제 평범한 식품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오늘도 점심 메뉴에는 닭찜에 얹어서 감자가 같이 나왔지만, 이제 감자는 아껴먹을 만큼 맛좋은 간식이 아니라 그저 흔해진 반찬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선생님께서 추억하는 그 따스한 감촉의 정겨운 맛은 기억과 상상의 언저리에 앉아 있다. 어른들만큼이나 바쁘게 살아가는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입맛에는 더더욱 먼 식품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어쩐지, 무언가 소중한 것 하나를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시간 지나 자연스레 잊혀지기도 하는 것이 추억이기도 하지만, 추억조차 될 수 없는 세대를 살아가는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읽혀지고 싶었던 선생님의 시는, 이제 아이들 대신 어른들이 추억을 되살리는 빛바랜 시가 된 듯 하다. 어쩐지 섭섭하고, 어쩐지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