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중간고사 시험 결과 1등한 반과 꼴찌를 한 반과의 평균 점수 차가 13점이 났다.  10점 이상 격차가 벌어지면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둘 다 내가 들어가는 수업이었고, 사회 과목과 함께 시험을 본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사유서는 내가 쓰게 되었다.

처음 써보는 것이기도 했고, 뭐라 써야 할지 막막했다.  똑같은 동일한 수업을 했는데 점수 격차가 많이 난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1등한 반은 일단 꼴찌한 반보다 학생수가 3명 적다. 꼴찌를 한 반에는 특수반 학생이 두명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영향을 더 받을 수 있다.  수업 분위기도 확연히 다르고, 반 구성원도 다르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결정적인 이유를 내가 딱 댈 수가 없었고, 내가 할 말은 더더욱 없었다.

다른 선생님은 내게 귀띔 하기를, 1등한 반을 설렁설렁 가르치라 하신다. 그렇지 않고는 기말고사 때 또 벌어질 거라고.

난감한 일이다.  부러 안 중요한 얘기만 한다든지, 대충 가르친다든지 하는 일은 역차별일 뿐 아니라, 대단히 본질에서 벗어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는 또한 교사의 의무와도 관련된, 또 자존심과도 관련된 일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사실 답은 간단한 것일 게다.  내가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부진한 반에서 만회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 애쓰는 것.  똑같은 수업일지라도 소화가 더디 된다면, 더 잘게 부수어 소화하기 쉽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어렵다고 아니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마땅해 해야할 일이다.

이 책은, 참 투박했다.  글이 워낙 오래 전에 쓰여진 것이기도 했지만, 작가가 그런 스타일을 추구해서일지도 모르지만, 대단히 거칠게 읽혀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행간에 놓여진 '진심'만은 진하게 읽혀진다.  신참내기 젊은 선생님의 고군분투기가 눈물 겹고, 그 선생님이 알아가고 또 마음을 얻어가는 처리장 주변의 가난한 아이들의 당찬 모습이 눈에 밟힌다.

체면과 형식에 얽매여 말로만 '교육'을 외치는 학교 관계자, 공무원들도 책속에는 보이고, 치열한 삶의 압박으로 자존심과 양심을 버렸지만, 다시금 되찾기 위해서 애쓰는 우리네 소시민의 삶도 이곳에서 보았다.

나는, 읽기 전에 이미 각오한 일이지만 많이 부끄러웠다.  나는 고작해야 학생들의 성적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고민하지만, 그 학생들의 개개인을 돌아보는, 그 마음 속을 헤아리는 참 마음을 가진 교사가 되어보질 못했다.  그건 담임을 맡고 있지 않아서도 아니고, 내게 '마음'이 부족해서였던 것이다. 

내 속엔 늘 내가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었고,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밥벌이가 더 중요했고, 내 근심과 걱정에 더 치여서 다른 것이 헤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었다.  내게 찾아오는 아이를 막은 적은 없지만, 내가 먼저 자청해서 다가선 적도 없다. 

나는 수업을 재밌게 해주는 '교사'가 되어본 적은 있지만, 아이들의 삶 속에서 '先生'이 되어 있었던 적은 드물었다.  아니, 어쩌면 전무할 지도 모르겠다.  짧은 경력에, 덜 여문 인격에 목표가 너무 거창한 것은 아닌가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기도 하지만, 이내 더 부끄러워질 뿐이다.

이래서 사람들은 '초심'을 이야기하나 보다.  처음 마음을 잊지 않는 사람은 한 번 주저앉아도 다시 일어서는 데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을 것이다.  첫 마음과 첫 감격을 다시 떠올려 본다.  내가 학창시절에 기대었던 선생님들, 사랑했던 선생님들을 다시 떠올려 본다.  또 내가 되고팠던 선생님의 모습을 다시 그려본다.

데쓰조처럼 파리를 키우는 학생을, 나의 잣대와 기준으로 지저분하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고다니 선생님처럼 함께 파리를 연구하고 아이의 재능을 다독여 주는 그런 선생님.  그것이 '각오'만으로 당장에 실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씩 그 격차를 줄여가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일 것이다. 

마음이 가까와지면 '성적차이'도 줄어들 지는 아직 모르겠다.  1등반을 더 예뻐한 것도 아니므로.  아무튼, 마음의 거리와 성적의 거리를 좁혀 가는 것이 내게 주어진 과제다.  혹시 아는가.  열심히 과제를 풀어가다 보면, 먼 훗날 내게도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고 추억하며 이런 글을 쓰는 제자가 하나 나올 지도...^^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팽이 2007-05-28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고민이 뜨거워져가는 봄의 내리막에서
서늘한 한 줄기의 바람이 되어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학급간 성적 격차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너무 평균적인 것을 지향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선생님의 마음씀(꼴찌반 아이들에게 더욱 정성껏 가르쳐야지 하는)이 좋습니다.
아이들과의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는 것.. 마음에 새깁니다.

마노아 2007-05-28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부끄럽고 고맙습니다. ^^ 성적 격차가 있을 수도 있는 건데, 10점 이상은 허용을 해주질 않네요^^;;;(반편성을 좀 더 섞어주던가^^ㅎㅎㅎ) 마음의 거리 좁히기. 저도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아자아자!!!(>_<)

마늘빵 2007-05-29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노아 2007-05-29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