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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하는 물고기의 상상 - 오늘을 행복하게 하는 36가지 상상
케스투티스 카스파라비키우스 지음, 원지명 옮김 / 예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책의 장르를 정하기가 어렵다. 동화? 우화? 잠언???
암튼. 독특한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든 사물에 눈과 코와 팔다리를 모두 만들어주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들의 이야기는 일견 사소하기도 하고 때로 깊은 교훈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림은 독특하고 재미있지만 예쁘다라고 설명하기는 어렵고, 글은 몹시 쉽게 진행되며 때로 유치한 전개를 보여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오른쪽 페이지에 짤막하게 나와 있는 글귀들은 대체로 의미심장하다.
맘에 들었던 한 주제로 "책 먹는 암소의 고뇌"라는 제목이 있다.
다른 소와는 달리 풀을 먹지 않는 암소가 있었는데, 그녀가 즐겨 먹는 것은 책 속의 글자들이다. 책을 부지런히 먹는 그녀는 대단히 학구적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펼쳐놓고 산해진미에 행복해 하다가, 깜짝 놀랄 만한 문장을 발견한다.
"당신이 먹은 글자들로 인해 언젠가 당신은 목이 메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라는 문장이었다.
'아! 이게 바로 지식인의 고뇌로구나.'
그녀는 마침내 풀을 먹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짧은 문구가 두둥! 적혀 있다.
'지식은 소화 불량에 걸릴 수 있지만, 지혜는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습니다.'
전개방식이 대체로 이렇다. 에피소드마다 즐거움을 주는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스타일은 이렇다. 아주 가볍게, 빠르게 읽을 수 있으며, 때로 진지하게 곱씹어 볼 수 있는 맛과 멋도 가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