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가미 2 - 출정 전야
마세 모토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면 작가는 머리가 대단히 비상할 지도 모르겠다.  작품의 충격적인 설정으로 인해 1편에서 혼란을 겪고 있을 독자를 배려했음인지, 2편에서는 그 말도 안 되는 오만한 법률 아래에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숭고한 삶과 또 사랑의 한 자락을 보여주었다.  그리하여서 독자로 하여금 반발을 누그러뜨리게 하고,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좀 더 들어보라고 제대로 판을 벌려주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런 계산이 없다고 할지라도, 작품은 끝까지 지켜볼 생각이다.  이미 사 두었고^^;;;; 어떻게 더 진행될 지도 몹시 궁금하고, 그리고 작품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은 있으니까.

이번 편에서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디렉터로서 성공하기 위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밑바닥에서부터 뒤돌아보지 않고 숨가쁘게 달려온 한 청년, 그리고 그런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 연인의 이야기.  디렉터 지망생은 약물 중독자였다.  약효는 증명되어 있지 않지만 멈춰있는 심장으로도 한 시간을 더 버티게 해줄 만큼의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약이었고, 주인공은 그 마력을 거부할 수 없었다.  간신히 약물의 힘으로 버티고 있을 무렵 일거리가 맡겨졌고, 이제 꿈을 이룰 수 있는 단계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 극적인 순간에 사랑하는 연인에게 '이키가미', 즉 사망예고장이 도착했다.  남은 시간은 24시간이 채 되지 않았고, 지방에서 촬영중이던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가 연인의 곁을 지키든 못 지키든 그녀는 떠나게 되어 있다.  어차피 떠날 그녀에 대한 예의와 마음을 보여주는 대가로 그는 꿈을 접어야 한다.  자, 이제 그는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을까?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설령, 그녀를 포기하고 꿈의 끝자락을 잡는다 할지라도 과연 그 꿈은 성공한 꿈이며, 또 그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작품은 여기에서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그의 선택의 끝, 또 그가 믿었던 한자락의 희망이 그들에게 어떤 힘을 미치는 가는 작품을 통해서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한 청년 헬퍼에게 이키가미가 도착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마땅히 잘 하는 것도 없었고, 누구에게든 칭찬 한마디 못 듣고 늘 주눅들어 있던 청년은, 자신에게 남겨진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할까.  그가 뿌린 24시간은 과연 24시간 만큼의 가치만 갖고 있는 것일까.

청년이 요양센터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일으키는 과정은 짜안하게 다가온다.  그들이 일으킨, 그들이 수행한 전쟁의 무시무시함과는 또 다르게, 가야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의 고단한 삶이 느껴지고, 무엇에든 기대어서 일으키고자 하는 힘겨운 삶의 의지가 아프게 박힌다.

이키가미를 배달하는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게 된 전체 테두리의 주인공은 혼돈 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엿보려고 했지만, 그 기대조차도 무책임한 회피임을 은연중 깨닫게 된다.  어쩌면 그는 이키가미를 배달하러 가는 도중에 연체시킨 비디오 테잎을 돌려줄 만큼 무뎌져 가고 더 도망치려는 자신과 계속해서 만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가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어떤 '마음' 한 조각이 다음 이야기에서도 기대되어진다. 

이 무시무시한 국가 통제 시스템 속에서도 아름답게 맞춰지는 삶이라는 모자이크.  무수한 원망과 절망의 무게에 비한다면 한 줌 모래만큼 하찮은 비중을 차지할 지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아름답다고 말해야 되겠지.  비록, 만족은 할 수 없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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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5-12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근사한 리뷰에요

마노아 2007-05-12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