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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안 포르슬린드 지음, 최선경 옮김 / 고려원북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자랄 적만 해도 한 집에 아이가 셋 이상인 집이 꽤 있었지만 요사이에는 한 집에 아이가 거의 하나이고 많아봐야 둘이다. 나이차가 확 나면 모를까 어중간하게 차이가 나면 큰 아이가 아직 아이일 때 더 아가인 둘째가 태어나기에 마찰이 빚어질 때가 많다. 이 책도 그런 집의 누나의 시각에서 쓰여졌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여 자신의 영역을 침범해 들어온 동생이라는 존재. 모두의 사랑과 관심을 빼앗아 가고 누나는 완전히 찬밥이 되어버린다. 나도 예쁘다며 안아줄라 치면 넌 어려서 안 된다고 거절 당하기 일쑤. 빽빽 시끄럽게 울기만 하고 똥만 싸고, 도대체가 예쁠 게 없는데 심통이 날 만하다. 동생이라는 것 필요없다고,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외쳐버린다. 그런 아이의 반항, 투정, 선전포고(?)에 엄마의 반응은 뜻밖에도 따사로운 것이었다. 화를 내지도 않고 야단을 치지도 않고, 오히려 아이를 꼬옥 품어 안아준 것. 그 따뜻한 품 속에서 아이의 마음이 풀어진다. 엄마와 아빠도 달라졌다. 비록 누나이긴 하지만 큰 아이 역시 아직 작고 어리다는 것을, 그래서 보살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누나는 어린 동생과 놀아주는 일을 맡아서 한다. 말썽 많고 화도 나게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기도 하는 이 어린 친구를 누나 역시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린 동생에게는 누나가 하는 일이 모두 대단해 보이고 훌륭해보일 뿐이다. 그래서 따라하고 곁에 찰싹 달라붙는다. 이젠 아마 누나가 동생이 귀찮아질 지도 모른다. ^^
아이의 관점에서, 또 부모가 해야할 노릇까지, 책은 지극히 현실적인 마음을 반영하며 진행해 나간다. 그런 형제가 없더라도, 혹은 그런 부모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언니가 이 책을 요청한 것은 아무래도 둘째가 태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을 큰조카 때문일 것이다. 말썽 많은 여섯 살 조카에게 이 책을 읽어주며 동생이 생긴 후 느끼게 된 아이의 솔직한 감정을 물어보아야겠다. 아마도 이 책의 주인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크게 걱정이 되지도 않는다. 자연스레 동생의 가장 큰 아군이 되어줄 거라 믿어지니까.
동생이 생기면서 2등으로 밀린 것 같다고 여기고 있을 세상의 아직 어린 언니 오빠 누나 형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서로가 더 좋은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는 생각의 바탕을 제공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