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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꼬마 선녀 번개 꼬마 선녀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진태람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2월
평점 :
잊고 있었는데, 내가 읽고 싶다고 리스트에 올려놓은 작품이었다. 어느 착한 분께 선물로 받고 아껴두었다가 오늘 읽었다. 소설가 한강씨가 글을 썼는데 동화책도 이리 잘 쓰는 줄 미처 몰랐다. 워낙 문재가 있었으니 당연한 것이었을까?
자라면서 천둥 소리와 번개 소리에 깜짝 깜짝 놀랄 일이 많지 않았다. 아주 가끔은 있었기도 했지만, 평소에 이들을 무서워한다고 여겨보질 않았다. 그렇지만 기억이 안 나서 그렇지 어릴 때는 천둥 번개 소리에 으앙 하고 울었을 법도 하다. 사실, 그게 아이답다는 생각을 한다. ^^
이 책은, 그런 아이들에게 천둥 번개에 관한 재미난 옛 이야기를 해주듯 진행된다.
하늘 나라 꼬마 선녀 둘이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서 말썽을 피운다. 거추장스런 날개옷을 벗어버리고 치렁치렁 땋은 머리도 풀어내고 지상 세계를 향해 모험을 떠나다가 출발하기도 전에 잡혀버린 두 아이.
할머니 선녀님은 두 아이에게 세상 구경을 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주는 대신 조건도 거신다. 일감을 한아름 안겨주신 것.
꼬마 선녀 둘은 짧은 치마로 갈아입고 머리도 편하게 질끈 동여메고 열흘 밤낮을 쉬지 않고 구름을 만들었다. 그 결과 지상 세계로 갈 수 있게 된 것.
그런데 먹구름이 끼어서 밑이 보이질 않자 다시 지루함이 도진다.
심심해진 꼬마 선녀들은 할머니 선녀님이 주신 상자를 열어 은색 창을 갖고 놀았다. 그러다가 실수로 은색 창을 떨어뜨렸는데, 세상에! 번쩍 하고 번개가 치더니 세상이 밝아지는 게 아닌가. 혹시나 하고 하늘빛 북과 북채를 두들겨 보니 우르릉 쾅쾅 소리가 울렸다. 두 꼬마 선녀는 출렁이는 먹구름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깔깔깔 웃었다. 이들이 바로 번개 꼬마 선녀, 천둥 꼬마 선녀인 것이다.
흙냄새가 묻어날 것 같은 토속적인 그림체가 정겹고, 흔히 알고 있는 선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굳이 무시하지 않은 채 재미나고 예쁜 이야기를 잘 접목시킨 솜씨가 일품이다. 여름 장마철 천둥 번개라도 칠라치면 두 꼬마 선녀들을 떠올리며 배시시 웃고 말 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