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쿨루스 6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첫장을 열면 온통 까맣게 덮인 색깔 위로 하얀색 글씨가 대각선으로 놓여 있다.

"나는, 너다"

주인공 나코시가 호문쿨루스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문장이다.

지난 이야기에 이어 기호 소녀가 계속 나온다.  소녀와 나코시의 접촉은 소녀의 완승이다.  책의 내용만을 가지고서는 아직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모래처럼 보였던 기호 소녀는 생살이 돋은 사람으로 돌아갔지만 나코시의 왼팔은 여전히 로봇의 강철 팔로 싸여 있고, 소녀에게서 옮아버려 왼쪽 다리는 기호로 무장되어 있었다.

실수로 물에 빠진 나코시는 물 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기억의 잔재들 속을 유영했고, 또 다시 엄마의 자궁 속 태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에게 있어 현실에서 도망치는 일종의 도피처가 되는 것인지, 다른 더 큰 이유가 있는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이야기에선 그가 노숙자의 생활로 접어들기 전 모습이 잠깐 나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대단(?)했었던 샐러리맨이었나 보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문란한 생활을 했었던 것도 아마도 맞을 듯.

생명보험 회사에서 인간의 가치를 값으로 환산하는 일을 했다던 그는, 노숙자들 사이에서 한 남자의 현재 값어치를 계산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보통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값어치를 값으로 매긴다는 것에 심정적으로 반발감이 들지만, 자신의 값어치에 대해서 자신만만하게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의 땀방울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모처럼 빌딩숲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누워버린 나코시.  그의 과거와 그의 머리 속, 그리고 마음 속은 여전히 멀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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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3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초에 - 인간이 인간의 값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오만이며, 성립되지 않는 공식입니다.
그러므로 '나코시'가 계산한 점수는 틀린 것이며 그에 따라 땀방울을 흘리는 사람 또한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 필요는 없는거죠. 문제는 '자존감' 입니다.
스스로가 자신의 값을 어떻게 매기냐에 따라 '나코시'의 발언에 보이는 반응이 다르겠죠.
스스로를 높게 매기고 자긍심, 자애심이 강한 사람은 '나코시'의 말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테니까요. '사회적 약자'라는 기준은 역시 권력과 경제적인 잣대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모든 권력과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음에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 채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들이야말로 '영혼의 영양실조'에 걸린 '기아' 아닙니까.

누군가, 마노아님을 무시하면 - 빙그레 미소지으며 고개를 흔들어 보십시오.
당황하고 무안해지는 것은 상대방일겁니다. (웃음)

마노아 2007-04-2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원래 오만한 존재 아니었던가요? 여러번 지적하셨던 것 같은데^^
사회적 약자라는 말을 쓸 때 대개는 정치 경제적 잣대를 이야기하겠죠. 엄청난 부와 권력을 지닌 사람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사람이 행복하기 어려운 사회인 것도 맞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모두의 책임일 뿐이지요. 영혼의 영양실조와 마찬가지로 육신의 영양실조도 가엾기는 마찬가지예요.
아무튼, 자긍심과 자애심은 모두 필요한 덕목이에요. 기왕이면 나와 남에게 모두 평등하게 말입니다. ^^

비로그인 2007-04-2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제가 지적했던 것입니다만...(뜨끔)
예...이번엔, 제가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습니다. (웃음)

마노아 2007-04-2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권에는 왜 리뷰 안 쓰셨어요? 기대했는데..^^

비로그인 2007-04-23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하나의 이야기가 7권까지 이어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하나만 쓰면 될 것 같았습니다. (긁적) 음.....배고픕니다.......(꼬룩꼬룩~)

마노아 2007-04-23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 7권 읽으려구요^^;;;
식사는 하셨어요? 전 고생했어요ㅠ.ㅠ

비로그인 2007-04-23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왜 고생을 하셨습니까?

마노아 2007-04-2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아셨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