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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 6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첫장을 열면 온통 까맣게 덮인 색깔 위로 하얀색 글씨가 대각선으로 놓여 있다.
"나는, 너다"
주인공 나코시가 호문쿨루스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문장이다.
지난 이야기에 이어 기호 소녀가 계속 나온다. 소녀와 나코시의 접촉은 소녀의 완승이다. 책의 내용만을 가지고서는 아직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모래처럼 보였던 기호 소녀는 생살이 돋은 사람으로 돌아갔지만 나코시의 왼팔은 여전히 로봇의 강철 팔로 싸여 있고, 소녀에게서 옮아버려 왼쪽 다리는 기호로 무장되어 있었다.
실수로 물에 빠진 나코시는 물 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기억의 잔재들 속을 유영했고, 또 다시 엄마의 자궁 속 태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에게 있어 현실에서 도망치는 일종의 도피처가 되는 것인지, 다른 더 큰 이유가 있는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이야기에선 그가 노숙자의 생활로 접어들기 전 모습이 잠깐 나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대단(?)했었던 샐러리맨이었나 보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문란한 생활을 했었던 것도 아마도 맞을 듯.
생명보험 회사에서 인간의 가치를 값으로 환산하는 일을 했다던 그는, 노숙자들 사이에서 한 남자의 현재 값어치를 계산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보통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값어치를 값으로 매긴다는 것에 심정적으로 반발감이 들지만, 자신의 값어치에 대해서 자신만만하게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의 땀방울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모처럼 빌딩숲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누워버린 나코시. 그의 과거와 그의 머리 속, 그리고 마음 속은 여전히 멀게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