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함께 연극 '바보'를 보게 되었다. 원작을 볼 당시 영화를 마구 고대했는데, 전혀 뜻하지 않게 연극을 먼저 보게 된 셈.
상상 나눔 씨어터는 생각보다 큰 규모였고, 짐작만큼 불편한 좌석이었다. 초반엔 약간 추웠는데 공연이 진행되어감에 따라 열기로 인해 더 이상 춥다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출연인물은 많지 않았지만, 두 명의 배우가 일인 다역을 해냈기에 많은 사람이 출연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 바보 승룡이. 배우는 키가 크고 무대는 작고, 거의 맨 앞에서 보게 된 나로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앵글.
만화에서처럼 사랑스러운 맛은 없었어도 참 열연했다는 생각이 든다. 땀을 어찌나 많이 흘리시는지... 닦아주고 싶더라니까.
지호 역을 맡으신 분. 왜 안경을 끼고 나왔을까 했는데, 지금 보니 원작의 지호가 안경을 썼더랬다. 기억이 안 났더란 말이쥐..;;;;
의외로 코믹을 잘 소화해 내셨다. 영어 대사는 좀 아니었지만.^^
원작의 상수보다 백만 배는 잘 생겼다. 감정 선이 크게 변하지 않는 캐릭터인데 적절하게 잘 묘사한 듯. 재주 넘기도 하셨는데 위태로웠다...;;;;
희영역의 배우. 가장 많은 옷을 소화하셨다지. ^^ 그 빨간 구두 나도 신어보고 싶더라...;;;
지인 역을 맡았다. 이미지가 원작의 승룡이 동생과 가자 흡사했다. 어찌나 가벼우신지 승룡이가 번쩍 안아 들고 뛰더라. (부러웠다..;;;)
토성 관리인, 카페 사장, 상수 후배, 지인이 친구 등등 일인 다역 소화. 토성 소개할 때 랩으로 구성했는데 혀 꼬일까 봐 내가 다 걱정이 되더라.
카페 죽돌이 김사장님, 지호 아버지, 동사무소 직원 역으로 분함.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어찌나 웃겨주시던지... 중간에 콧수염 한쪽이 떨어졌는데 그거 무마하는 과정에서 중간 박수도 받으셨지.^^
연극 시작할 때 퀴즈 내고서 "순정만화"와 "그 남자 그 여자" 티켓도 준다. 답은 아주 쉽다.
"강풀" 하나와 "가을 엔터테인먼트"
그치만 못 받았다. 순발력이 떨어져서. 흑흑..ㅠ.ㅠ
순정만화는 작년인가 연극으로 보았는데 연극의 장점을 잘 활용해서 아주 재밌게 보았었다.
이번 이야기는 원작이 워낙에 슬프기 때문에 즐겁게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좋은 연극임에는 틀림 없었다.
모처럼의 연극, 기분 좋은 데이트. 다음 주에는 영화 "향수"를 같이 보기로 했다.
한 장은 초대권으로, 한 장은 알라딘 할인 쿠폰으로 소화할 예정. 근데 좌석 붙여주려나?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