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무삭제판) [드림믹스 36종 할인] - [초특가판]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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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라는 제목으로 검색을 하니 무수한 타이틀이 뜬다.  하긴, 흔한 제목이긴 했다.  오래 전에, 내가 중고등학생일 때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는 연필로 스케치한 듯한 그 느낌이 좋고 사진 속 여자가 예뻐서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청순한 얼굴의 그녀가 왜 관람등급 빨강색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거의 이십여년 가까이 지나서 영화를 보게 된 셈이다.  영화 속 배경은 1920년대의 베트남으로 프랑스 점령기 때이다.  프랑스인이지만 아버지 사망 후 토지관리 직원에게 속아 전 재산을 날린 엄마는 절망과 체념 속에서 살고 계셨고, 큰오빠는 아편에 쩔어 동생들의 증오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남동생은 지나치게 나약하고 유약했고, 그런 현실 속에서 일상을 탈출하고픈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다. 

방학은 사덱에서 식구들과 지내지만 학기가 시작되면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돌아온다.  그 길목에서 그 남자를 만났다.  중국인 최대 갑부의 아들로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32세의 젊은 청년.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사이임을, 둘은 처음부터 알고서 시작했다.  설레임과 호기심, 본능과 관능에 충실한 사랑이었지만, 언제나 끝을 보면서 달려가는 두 사람.

무삭제 판인지라 확실히 적나라한 성애 묘사가 있어 조금 충격적이었다.  이십 여년 전 개봉작일 때는 저게 모두 삭제였겠지.. 하는 짐작이 모두 갈 만큼.  그렇지만 그런 씬들보다는 오히려 자동차 유리창에 키스하는 모습이라던가, 등골의 패인 라인, 땀 등이 더 에로틱하게 보였다.

가족들은 소녀를 몰아세우기도 하고 욕도 하고 손가락질도 했지만, 결국 그녀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욕망을 채워간다.  망나니 오빠는 아편으로 인한 빚을 갚고 그곳을 떠나고 엄마는 그녀가 내미는 돈을 거절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있지만 선뜻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을 창녀로서 대해줄 것을 원했던 소녀.  청년은 아버지를 설득해 보려는 노력을 기울여 보았지만 역부족이었고, 예정되어진 정략혼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의 연은 끊어져야 했다.

배를 타고 떠나면서 갑판 위의 소녀는 부두 가의 한 귀퉁이에 숨어서, 그것도 자동차 안에서 그녀를 배웅하는 청년을 알아본다.  그것이 마지막 만남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한 번 소식을 전할 기회가 오지만 이제 남은 것은 아련한 추억뿐이다.  그제서야 청년은 그 시절 사랑했었노라고 힘겨운 고백을 전한다.  아무 것도 돌릴 수 없는 시간이 존재하지만, 한때 소녀였었던 그녀는, 아프게나마 행복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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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4-08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 보았을때 양가휘의 애절함에 어찌나 마음졸이고 안타까웠는지.

마노아 2007-04-0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린 움직임과 흔들리는 시선 등이 애절한 감정을 더 증폭시켜주더라구요. 크흑...

김지현 2007-06-0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이 멋지네요..예전에 숨죽여봤던 기억이 새록...살까말까..^^;;

마노아 2007-06-0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다고 해주시니 감사해요^^ 다시 보게 되면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