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6 - 예종.성종실록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6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예종과 성종이 묶여있지만, 예종은 재위 기간이 워낙 짧았기에 스쳐 지나가듯 넘어갈 거라고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짧은 족적 속에 그가 이룬, 혹은 이루고자 한 것들이 많았다.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많은 부분이 달라졌을 터인데... 하는 안타까움을 남겨주었다. 

그의 뒤를 이은 성종.  원래대로라면 왕위 계승 서열 3위에 불과한 인물이지만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일약 군주가 되어버린 운 좋은 임금이었다. 어려서 왕이 되어 수렴청정 기간을 거쳐 친정을 하게 되었는데 그는 절대로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군주 수업을 마쳤다.  실상, 그가 왕이 될 때의 배경은 공신들의 세력이 너무 컸던 탓에 섣불리 덤비거나 서둘러 왕권을 강화하려 했다면 임금이라 할지라도 꺾으려 드는 자가 많았을 것이다.  그러한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고 성숙하게, 그리고 현명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또 하나 의외였던 것은, 정희왕후 윤씨가 대왕대비로서 취했던 행동들이다.  사사로이는 "손자를 위하여"가 되겠지만, 그녀의 행동 패턴은 매우 모범적이었고 바람직했다.  성종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은 앞장 서서 총대를 매주었고, 성종의 바람막이가 되기도 했고 올곧은 지지 세력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래서 불교가 비판을 받았을 때에 오히려 그녀보다도 인수대비 한씨가 더 적극적으로 지지를 보여줄 때는 가히 충격이었다고 하겠다.

성종은 전반적으로 모범 군주였다.  다만 그 모범의 정도가 지나쳐서, 때로 대간의 활동이 너무 오버하는 모습을 보일 때에도 적극적인 부정의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과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죽게 된 결정적 요인은 종기에서 시작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세종에게서 수양대군이 나왔던 것처럼, 학자 군주 성종에게서 연산군이 나온 것은 아이러니하다.  백성 사랑하기를 유교적 질서에 맞게 잘 실천한 성종이지만, 자식 사랑에는 별로 앞장서지 못한 듯 하다.

아무래도 실록의 기록이다 보니까 폐비 윤씨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서술이 이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편에서는 적절한 대사와 캐릭터들의 표정이 압권이었는데 사진 찍으려고 표시해둔 부분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엄청 재밌게 읽었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밴드 붙이고 나온 연산군의 반항기 어린 표정이 웃겼고, "그렇다고 나를 다굴해?"라고 중얼거리던 임사홍의 표정도 압권이었다.  폐비 윤씨의 "안냐세여?"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의미있는 내용들을 참으로 재밌게, 즐겁게 읽었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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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27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대사와 캐릭터..? 역사서가 아니었습니까? (휘둥그레~)

홍수맘 2007-03-2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제발 유혹을 자제해 주셔요. ㅜ.ㅜ

마노아 2007-03-27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역사서는 맞지만 만화로 쓰여진 거라서 캐릭터가 살아 있어요^^
홍수맘님, 어쩜 좋아요. 이 책 9권까지 나와 있답니다. 이제 6권까지 읽었어요^^;;;;

비로그인 2007-03-2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 겉표지는 '엄청 지루할 것 같은' 역사서같은데...
그렇다면, 조만간에 볼 것 같군요. (웃음)

마노아 2007-03-27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만화'라고 하니까 확실히 끌리죠. 조금 있다가 포토 리뷰 올릴 참이에요. 그림도 살펴 보세요^^

비로그인 2007-03-28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포토 리뷰 !! (반짝) 기대하겠습니다. (웃음)

마노아 2007-03-2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이미 보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