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세움 감정 시리즈 - 전2권 세트 아이세움 감정 시리즈
조은수.허은실 지음, 홍기한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어른도 때로는 자신의 감정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모를 때가 있는데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때로 슬프고 때로 기쁠 때, 그 감정의 변화가 놀랍고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이 책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그 지극한 감정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돕고 있다.

책의 구성이 신선하다.  옛날 어느 나라에 아리따운 공주 하나, 웃지를 않네... 임금님은 웃지 않는 공주를 웃기는 사람을 사위로 맞겠다고 선포했지.  한 바보가 성으로 찾아왔는데 꽁무니에 사람이 줄줄줄 매달려 있었어.  그걸 보고 공주님은 깔깔깔 웃기 시작했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의 한 대목이다.(황금 거위는 출연하지 않았다.)  이제 공주와 결혼하게 되었다고 생각한 바보.  그러나 공주가 퇴짜를 놓는다.  이유는 바보같이 헤헤 웃기만 한다고... 슬픔이라는 감정을 모르는 바보는 마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공주는 바보에게 슬픔이 뭔지 가르쳐 주기로 했다.

그렇게, 슬픔을 찾아가는 여행이 시작된다.  '슬픔'이 어떤 감정인지.... 슬픔에 관한 표현들에는 어떤 말들이 있는지...슬픔을 표현한 그림을 보여주고, 슬픔을 상징하는 색깔에 대해서도 배우고, 슬플 때 나타나는 행동변화, 그리고 몸에서 바뀌는 변화들에 대해서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차분하게 말해주고 있지만 그림은 몹시 해학적이고 우스워서 지루할 새가 없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메모하듯 알려주는데, 그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지혜로운 조언도 이어진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동화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눈의 나라"의 가장 하일라이트 부분이다.  게르다가 카이를 찾아내어 자신의 눈물로 얼어붙은 카이의 심장을 녹여내는 그 장면.  이 부분의 주제는 바로 "눈물"이다.

이제 책은, 눈물이 무엇인지, 눈물에 대한 '보고서'까지 작성해 가며 우리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인간만이 흘린다는 눈물, 그 눈물의 역할, 소중함에 대해서 우리는 배울 수가 있다.  눈물은 어린애들만 흘릴 수 있는 게 아니고 여자만 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그리고 눈물이 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역할들에 대해서도 책은 설명해 준다.

그 다음 우리가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되는 감정은 '죽음'에 대한 슬픔이다.  테베 왕국의 니오베라는 왕비가 일곱 아들과 일곱 딸을 가지고 레토 여신을 자극한, 그리하여 받은 형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냥 얘기를 해주어도 좋겠지만,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동화나 신화 등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여섯 살 조카를 위한 책으로 구입한 것이지만, 사실 여섯 살 조카에게는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초등학교는 입학한 어린 친구들에게 좋은 책일 듯.

아무튼,  이제 책은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슬픔 중 하나인 '죽음'에 대해서 표현해 준다.  그 커다란 상실감, 그 끝없을 것 같은 고통에 대해서 차분하고도 다정한 말투로 설명해 준다.  이 내용이 나오는 부분의 그림은 색채 마저도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그러나 그 무거움이 오래가지 않는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는 밝은 톤의 배경과 색깔들로 우리의 기분을 상기시킨다.  그리운 마음을 표현하며 그 아픈 마음을 달래는 법에 대한 특강(?)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리고 이제 책은 우리가 늘 소망하는 아름다운 감정, '기쁨'에 대해서 묘사한다.  기쁠 때 우리가 갖게 되는 감정의 변화, 기쁠 때 사용하는 표현들, 명화를 통해서 보는 기쁜 감정, 신체의 변화 등등이 뒤따라 온다.  또 어떨 때에 기쁜 마음을 갖는지, 동물원이 연상되는 하얀 조각 구름을 보고 누워 있는 공주와 바보의 소풍씬도 참 재밌는 풍경이었다.

그 다음엔 생떽쥐베리의 실화를 이야기해 주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웃음'에 대해서 묘사해 주었다.  때로 웃음은 사람의 운명도 바꿀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  웃음은 우리 몸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재미난 그림을 통해 리얼하게 설명해 주는데, 과학적 근거를 통해서 설명을 해 주니 더 귀에 팍팍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웃음에 관련된 표현, 속담, 재미난 이야기 등을 소개해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명화 속의 웃음, 동전의 양면과 같은 미소와 눈물을 재미나게 표현해 주었다.

마지막 부분에는 "내 마음 들여다 보기"란 코너를 통해서 질의응답으로 자신의 마음을 점검해 보는 공간이 있다.  부모님과 함께 읽어 보고, 진지한 생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마무리 단계다.  이 책은 빨리 읽혀지지 않을 것이다.  곱씹어 보고 되새겨볼 내용이 많아서이다.  출렁출렁대는 감정의 물결.  기쁨과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호응하고, 이겨내는지 열심히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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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3-20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리뷰 덕분에 그냥 지르기로 했어요. ㅎㅎㅎ

마노아 2007-03-20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좋더라구요. 잘 고르셨어요^^ 아이들이 좋아할 거예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