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낑낑백서⑫] ‘육아’ 무개념 아빠들
[한겨레 2007-03-13 11:27]    

[한겨레] “친구들 만나 밥먹고, 영화보고, 수다떨고…얼마 만의 외출이었는지 몰라요. 남편이 오전부터 애를 봐준다고 해서 저녁 7씨쯤 돌아왔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종일 밥은 안먹이고 과자와 사탕·초콜릿만 먹였더라고요. 아이 데리고 놀이터라도 다녀오라고 했는데, 저녁까지 부스스한 머리에 속옷 바람 그대로고, 아이 장난감은 온통 널부러져 있고, 분명 평소처럼 하루종일 티브이만 봤을 거예요. 남편한테 화를 냈더니, 자기도 피곤한데 종일 힘들었다면서 오히려 신경질을 내더라구요.”(3살 아이 엄마 김시연씨)

“아이가 낑낑거리며 배고파하는 것 같아서 식당 한 쪽에서 젖을 물리려고 했더니, 남편이 기겁을 하며 집에 가서 먹이자는 거예요. 아무리 구석에서 뒤돌아 먹인다고 하더라도 사람들 왔다갔다 하는데 어떻게 그러냐고. 정말 기가 막혀서, 그 길로 아이 데리고 집으로 와버렸어요. 또 하루는 밤에 아이가 열이 높아 응급실에 가자고 했더니 ‘내일 가면 안되겠냐’고 하질않나. 아이랑 둘이 있으려 하질 않아요. 내 남편이 그런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 때문에, 한동안 우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12개월 아이 엄마 조혜령씨)

육아 ‘무개념’ 아빠들, 아이랑 보내는 시간 턱없이 부족

한국사회엔 여전히 아이돌보기가 두려운 아빠들이 있다. 아이 키우는 일은 여전히 내 몫이 아니라고 ‘믿는’ 아빠들도 적지 않다. 육아에 적극적인 젊은 아빠들이 늘고 있지만, 그들 역시 어떻게 아이를 돌봐야 하는지 제대로 배울 기회도 없고 아이와 지낼 시간도 많지 않다.

지난해 일본국립여성회관은 한국과 일본·미국·타이·프랑스·스웨덴 등 6개국 12살 이하 자녀를 둔 부모 1천명을 상대로 가정교육 현황을 조사했다. 결과를 보면, 한국의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2.8시간으로 6개국 가운데 꼴찌였다. 일본이 3.1시간으로 그 뒤를 이었고, 타이가 5.9시간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엄마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한국과 일본이 각각 7.1시간, 7.5시간으로 6개국 가운데 선두권이었다. 육아제도의 모범이라 여겨지는 스웨덴은 하루평균 아빠가 4.6시간, 엄마가 5.8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004년 조사한 성인들의 생활시간조사 결과에서도, 자녀가 있는 성인들의 하루 평균 육아시간은 남성이 1시간6분, 여성이 2시간35분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2005년 여성가족부 실태조사(2925가구 대상)에서는 아이 목욕을 시키는 아빠가 10.1%, 병원 데려가는 아빠는 4.3%에 그쳤다. 2005년 신생아는 43만8천명인데, 육아휴직을 한 아빠는 208명뿐이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와 친해지기 쉽지 않다. 어쩌다 아이를 돌보려 해도, 그땐 아이와 무얼해야 하는지 몰라 쩔쩔맬 수밖에 없다.

제도적 뒷받침 절실, 아빠 스스로 ‘돌봄’ 훈련 미리 해야

‘좋은 아빠들’이 많아지기 위해선 제도와 인식전환 모두 필요하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한국청년연합회(www.kyc.or.kr)는 지난해부터 남성들의 육아휴직 1개월을 의무화하고, 휴직 기간동안 급여를 100%로 올리자는 내용을 뼈대로 한 육아휴직할당제(파파쿼터제) 도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가족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조사대상 남성들의 74%가 남성 육아휴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과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 등 여야의원 23명은 지난해 9월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의원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청년연합회는 오는 4월 말부터 1박2일짜리 ‘아이 키우는 아버지 학교’를 마련해 전국 주요도시를 돌며 ‘인식전환’에도 힘을 쓸 계획이다. 육아에 관심을 갖는 아빠들이 많아져야 제도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학을 전공한다는 독자 이아무개씨가 <한겨레>에 보낸 편지에서도 이런 진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14개월 된 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가 기어다니기 전엔 남편도 아이를 잘 돌보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걷기 시작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 되자, 화를 참지를 못하고 아이나 저한테 불같이 화를 내더군요. 살기까지 느껴지는 남편을 보면서 어른들도 부모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부모로서 제대로 된 인격을 갖추고 아이를 키워야 아이의 미래도 밝을텐데, 우리 사회는 부모됨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런 철학 없이 아이만 낳으라고 권장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남편과 제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사실 걱정스럽습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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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3-1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 얘기 같지가 않다. 털푸덕...;;;

느티나무 2007-03-13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왜, 남 얘기 같지 않다고 하시는지요?ㅋㅋ 제가 정말 남 얘기 같지 않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데요 ^^

마노아 2007-03-1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형부 얘기하는 것 같구요. 제 얘기하는 것 같아서요. 저도 조카 혼자 보라고 하면 겁나거든요. 자신 없구요^^;; 미안하단 얘기였어요^^ㅎㅎㅎ

진/우맘 2007-03-1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얘기같지 않다......3 ㅡ,,ㅡ

마노아 2007-03-1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주부들의 마음일 테죠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