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지난 금요일에 친구와 '더퀸'을 보고 왔다.

사실 내가 시사회에 신청한 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얼떨결에 보고 온 셈.

영국 여왕과 다이애나비 등을 소재로 했다기에 호기심이 생긴 것은 사실.

포스터의 문구는 꽤 화려했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위대한 감동 실화

세상 앞엔 여왕이며

왕세자 앞엔 어머니이며

그리고 한 여인이다

그렇다면 뚜껑을 열었을 땐 어땠을까?



영화는 토니 블레어 수상의 투표 하루 전부터 시작한다.  당신이 주인이라는 시종의 말처럼 여왕은 권위와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는데, 이튿날 수상을 대면할 때에도 그 꼿꼿함은 변하지 않는다.

토니 블레어 역을 맡은 배우를, 내내 아마데우스 역을 맡은 배우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시간 차를 생각하면 결코 같은 인물일 수 없는데도 말이다.  여왕과, 여왕의 남편과, 찰스 왕세자, 토니 블레어 총리 등등 실제 인물들과 몹시 닮은 배우들을 갖다 놓은 것은 사실이다.  재밌게도. ^^

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다이애나비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이다.  왕실과 그녀의 불화야 익히 아는 바.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여왕 일가는 윌리엄과 해리 두 손자를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런던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고, 아무런 소견도, 위로의 말도 없었다.  이에 국민 감정은 악화되고 왕실 폐지론까지 들먹이게 된다.

토니 블레어가 왕실과 국민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극적인 화해를 이끌어낸다는 게 내용인데, 뭐랄까...

영화가 재미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를 모르겠다.  주제라고 한다면 여왕의 자존심은 지켜져야 한다 정도? (..;;;;;)

그녀가 지키고자 하는 자존심과 왕실의 위엄이라는 것이 별로 설득적이지 않고 상당히 오버한다는 기분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영국 왕실을 사랑하는 사람이나 흥미로워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놀랐던 것은,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남편과, 그녀의 어머니를 영화 속에서 보았다는 것.  10년 전이어서 여왕의 어머니가 지금도 살아 계신 지는 모르겠지만, 여태 관심이 없었던 나는 여왕에게 남편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아주 멋진 사슴이 등장하는데 사냥을 당해서 처참하게 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사슴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다이애나비?  좀 모호하다.  사슴이 무사하길 바랬던 여왕이, 사슴을 사냥한 것을 축하한다고 말한 장면이 의미심장하기도 하고..;;;;

하여간, 기회가 생겨서 보고 오기는 했는데, 기대했던 것에는 많이 못 미쳤다.  개봉 성적도 별로일 거라고 짐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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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2-1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얼굴이 닮았어요,,,어찌 뽑았을까,,,
다이애너비 쪽으로 포커스를 맞춰주면 더 잼날꺼 같은대....

프레이야 2007-02-1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슴사냥과 다이애너비의 죽음이 대비되는 건가요...
씁쓸합니다.

마노아 2007-02-1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다이애나비는 생전 모습의 화면을 겹쳐 사용했어요. 만약 왜 죽었는가를 미스터리 쪽으로 몰았다면 재미는 있겠지만 너무 상업적이라 비난을 받지 않을까 짐작되더라구요. 혼자 상상이었지만요^^;;
배혜경님, 영지 안의 사냥터에 있는 사슴이라 언제고 잡힐 가능성이 있는 사슴이었는데, 그래도 무사하길 바랬던 사슴이 그렇게 죽은 것을 보고 여왕은 가슴이 무너져 내려요. 그래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못하죠. 맘에 없는 말로 '축하한다'고 인사하니까요. 정말 다시 생각해 보아도 사슴은 다이애나비를 표현할 걸로 봐야 할 듯 해요. 씁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