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저녁에 약속이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먼저 보고 영풍문고에 들렸다가 약속장소로 가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집에서 나올 때 시간이 빠듯했다. 부랴부랴 버스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서 내렸는데....
헉.. . 한정거장 먼저 내렸다..ㅠ.ㅠ
다시 뒤에 온 버스 타고 지하철로 환승!
10분 정도의 여유를 남기고 시너스 센트럴에 도착했는데 무인발급기에서 표가 안 찾아지는 것이다. 예매내역이 없다는 것.
황당했다. 그래서 창구로 가서 출력이 안 된다고 조회해 달라고 했더니 몇 시 영화냔다. 그래서 3시 반이요! 했더니, 아포칼립토 자기네는 3시 반 게 없다는 거다.
그 순간 아뿔싸.... 내가 단성사에서 예매를 했나보다... 싶었다. 종로3가에서 영화보고 3호선 타고 쭈욱 내려갈 생각이었나 보다... 했던 것.
하여간 직원의 도움으로 인터파크에서 예매 내역을 조회하는데 컴이 어찌나 좋던지 두 번 다운되어주시고...;;;;;
암튼, 예매내역을 확인한 순간 뒤로 넘어갔다. 내가 예매한 곳은 "대한극장"이었던 것...
럴수럴수럴수, 이런 망신이....T^T
고맙습니다!하고는 부랴부랴 뛰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대한극장에 도착하니 20분이 좀 지나 있었다.

헥헥... 내가 입장했을 때 주인공의 부족이 공격을 받는 장면이 시작되었는데, 대체 쟈들이 왜 싸우는지 나는 도대체 알 수가 없다는 거지...ㅡ.ㅜ
처음엔 이해가 안 가서 몰입이 안 되었지만, 보다보니 엄청 흡인력이 있는 것이다.
이들이 약탈을 당하고 산재물로 바쳐지는 등 눈뜨고 못 볼 잔인한 장면이 많았건만, 그럼에도 영화에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난 마야 문명에 대해서 나온다길래 에스파냐 약탈자에게 난도질 당하는 그런 영화? 라고 짐작했는데 전혀 뜻밖이었다.
어느 순간 표범발의 싸움에 응원하며 그의 운명을 더 이상 시험하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내게서 나왔다. 우물 속에서 그를 기다리는 만삭의 아내와 어린 아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일도 엄청 긴장된 순간이었다. 그녀가 만삭의 몸이라는 것이 그들의 운명에 희망을 던져주는 일일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그 희망이 절대적으로 희망일 수 없다는 암시도 던져 준다.
캐스팅은 철저히 오디션을 통해서 했다고 했는데, 주인공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 아들까지... 어쩜 그리 한 세트로 이쁘던지...;;;;;

다 보고 나서, 멜깁슨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때도 그랬지만 그의 철저한 고증 정신은 거의 결벽에 가까웠는데, 호불호를 떠나서 그의 영화가 대단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내가 앞에 놓친 내용들이 영화의 전체를 이해하는 데에 큰 방해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DVD로 나오면 다시 한 번 봐야겠다. 마야인들이 걸치고 있는 장신구와 몸에 장식한 온갖 문신, 옷차림, 그들의 무기 등등 놀라운 것들이 참으로 많았다.
어느 순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왜 저렇게 살지? 라고 판단하는 스스로가 놀랍고 무서웠다. 로빈슨과 방드르디를 읽을 때의 다짐을 그새 잊었던가...;;;;
참으로 잔인한 것이 인간인데, 저 마야인들의 폭력이, 과연 지금 인간이 퍼붓고 있는 폭력보다 더 잔인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니, 그렇다라는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인간은, 왜 그렇게 싸우며 사는 것일까...
그나저나... 나는 왜 맨날 이모양일까...흑흑...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