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생일날을 기념하며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

종일 손님이 없더니 막판에 손님이 몰려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초반 십분은 잘린 채 들어갔다. (앞부분 못 본 영화가 왜 이리 많은 게냐..ㅡ.ㅡ;;;;)

내전으로 솔로몬의 가족이 이산 가족이 되는 장면부터 볼 수 있었다.

영화는, 어떤 장르라도 다 갖다 붙여도 좋을 만큼 여러 성격을 갖고 있었다.  휴머니즘과 감동으로 무장했지만 스릴러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고, 다이아몬드를 잡기까지의 여정은 거의 어드벤쳐물이었고, 그 과정에서 소개되는 그들의 처절한 희생과 난무하는 피는 호러물이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실제로 있었던 '피의 다이아몬드'라는 소재는 역사극에 가까운 전개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을 보여주었고, 뷰티풀 마인드의 제니퍼 코넬리가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열혈 기자로 투혼을 보여주었다.  아일랜드의 디지몬 혼수는 가족을 되찾으려는 뜨거운 부성애를 보여주며 눈물 어린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를 보면서 줄곧 떠올랐던 것은 성경 구절 하나였다.  평소 결코 홀리하지 않은 나이건만, 내내 머리 속을 떠다니던 구절은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에 이르느니..."였다. 

그들이 혈안이 되어 찾고자 했던 다이아가 100캐럿이라 할지라도, 죽은 뒤에 그 다이아가 무슨 소용이라고, 목숨 걸고 거기에 집착했을까...



처절한 유년기를 거쳐 용병으로서 아프리카에 던져진 삶을 살았던 대니 아처는, 평생을 살았던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진면목을 극단의 상황에서야 깨닫는다. 

다이아를 발견한 장본인인 솔로몬은 "백인들이야 다이아 때문에 싸운다지만 우린 왜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일까..." 라고 중얼거린다.  오래오래 곱씹어 볼 대목이었다.  우린 무엇을 위해, 무엇을 얻고자 서로 싸우는 것일까...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닐 테니...

너무 가엾고, 너무 잔인한, 너무 서러운 사람들이 그 속에는 넘치도록 있었다.  정말로 미안한 얘기지만, 늘 나를 답답하게 하고 많이 울게 했던 나의 삶과 환경과 조건을, 영화 보는 동안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영화의 약발이 떨어지면 또 다시 투덜거리고 원망이 치솟을 테지만, 그래도 얼마간은 감사하며 기쁨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한다.

디카프리오의 영화는, 언제나 보고 나서 후회가 없었다.  과거 아이돌 스타에 가까웠던 그는 이제 누가 뭐라해도 명실상공 연기파 배우로서 날개를 단 듯 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을 당시 호리호리 여리여리 했던 몸은 근육을 키워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데, 한편으론 아쉽지만....;;;; 몸 사리지 않는 연기 투혼을 보여주고 있으니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대로 늙어간다면 나중에 알 파치노나 잭 니콜슨 같은 성격파 배우로 또 다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떠올려 보니, 그가 나왔던 영화에서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 경우가 많았다.  다음엔 영화 속에서도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냥, 나의 사소한 바람이다. ^^

영화 엔딩 때 나오는 아프리카 음악이 참 좋았더랬다.  제작 노트를 보니 촬영지의 환경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내전 장면을 찍을 때 어린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또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들을 주민들이 떠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제작진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 모은 기금이 올바른 곳에,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어 새로운 희망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18세 관람가이던데, 잔인한 장면 때문인 듯 싶다.  영화의 메시지는 너무 좋아서, 부모 동반이라면 청소년들에게도 보여주면 좋을 듯 하다.  나중에 출시되면 소장해야 할 듯!

디카프리오가 조금 급하게 개심(?)하는 게 약간 아쉬운데, 그래도 별 다섯은 주고 싶다.  모처럼 좋은 영화 보아서 너무 기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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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01-2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게 보셨군요. 스릴러, 호러영화라는 님의 평이 조금 주춤하게 합니다.
별 다섯개라니 땡기기도 하공.. 헤헤~~~ 편안한 주말 되시길^*^

마노아 2007-01-2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섭거나 그런건 아닌데 긴장을 놓을 수가 없거든요. 저 무서운 영화 못 봐요^^;;;
헤헷,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뜨거워서 참 좋은 영화라 느꼈어요. 세실님도 행복한 주말 시간 보내셔요^^

마노아 2007-01-21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아이콘 귀엽죠^^ㅋㅋㅋ 아, 그런데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어요? 와우~! 좋은 결과 있었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