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 서사시 범우고전선 10
N.K. 샌다스 지음, 이현주 옮김 / 범우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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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 때부터 고전에 대한 나의 관념은 '보다 어릴 때'에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리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시점이지만 대체로 어릴 때....로 청소년기나 그 이전에 읽어야 좋다고 나는 줄곧 생각해 왔다.

이유는, 그때가 지나면 잘 안 읽혀질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은, 내게 있어서 진짜로 적용되었다.  100% 보장은 아니지만, 흔히 '고전'이라고 분류되는 책들은 어려서 재밌게 읽었는데 좀 더 커서는 재밌게 읽혀지기도 어렵지만 끝까지 읽는 것도 어려웠다. 

그런 의미로, '신화' 역시 좀 더 어릴 때 '익혀'두는 게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물들을 빼곡히 기억하며 재미 있어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를 나이 먹어서 읽게 되면 그 무수한 인물들을 다 기억해 내기도 어렵고, 거기서 파생된, 혹은 연루된 여러 문학/문화적 접근에 있어서 연결 고리를 못 읽어내어 놓치는 것들이 많을 수 있다. 

그래서 신화/설화/서사시 등등도 가급적 어려서 접근을 미리 해두는 게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꽤 어릴 적부터 자주 접해서 재밌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집트 신화를 한 차례 읽었는데 익숙치 않은 이름과 문화에 역시 재미는 조금 떨어졌다.  훨씬 나이 들어 우리나라 신화에 관해서 읽었을 때에는 그 가치는 둘째 치더라도 너무 재미가 없는 것이다.

이제, 최초의 서사시라 할 수 있는 '갈기메시 서사시'를 읽게 되었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재밌게, 그리고 빨리 읽었는데 그 내재된 의미 파악을 제대로 했냐고 묻는다면 대략 난감하다...;;;;  그만큼 '몰입'과 '집중'이 잘 되지 않은 까닭이다.

1/3 이상이 이 책의 해설인데 해석 부분을 보면서 '그랬단 말야?'라고 중얼중얼거리며 다시 읽어야 되는 게 아닐까....를 고심했다.ㅠ.ㅠ

길가메시라는 우룩의 왕, 어느 영웅의 이야기.  그가 사랑했던 친구 엔키두의 이야기, 그들의 모험담. 그들의 죽음이 이 서사시의 구조이다.  개인적으로는 엔키두가 더 영웅답게 살고 죽었다고 느끼는데 길가메시 역시 '신'보다는 '인간'적인 영웅이었다.

만화나 동화와 같이 좀 더 쉬운 매체로 접근하고 이어서 이 책으로 보았다면 보다 잘 이해가 되었을 터인데, 안타깝게도 나의 수준이 미치질 못해서 작품에 더 가까이 다가가질 못했다. 생각해 보면, 이 책의 내용은 기원전 3,000년 경의 이야기인데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5천년 전의 이야기이다.  그러니 현대적 감각의 재미를 추구한다면 어불성설일 것이다.  신화는 신화의 목소리로, 서사시는 서사시의 목소리로 듣고 귀기울여야 할 테니 말이다.

어쨌든, 이제 길가메시를 묻는 질문에 황당하게도 '오이디푸스?'라고 대답하는 일은 없어졌다.  누구 얘기? 얼마 전 나의 실수담.ㅡ.ㅡ;;;;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이 책을 선물해 준 덕분에 모처럼 공부할 수 있게 해준 어느 맘 좋은 지기님께 감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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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2-2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쉬은 것 아닌데, 읽으실 때 느낌 어떠하셨는지요.

바람돌이 2006-12-29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은 가는데 아직도 못읽고 있다죠. 전 청소년판으로 한 번 볼까 싶어요. 차력도장에 이번에 선정도서던데.... 우리나라의 독서풍토도 많이 편향돼 있죠? 신화라면 그저 그리스 로마 신화 천지니.... 그래도 이런 책들이 자꾸 나와주니 반갑네요.

마노아 2006-12-29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전 공부하는 기분으로 읽었는데 먼저 즐기지를 못해서 아쉬웠어요. 내공이 부족했답니다ㅠ.ㅠ
바람돌이님! 차력도장 선정도서예요? 오옷, 이런 우연이^^ 좀 더 다양한 접근을 해야 하는데 못해서 스스로에게 아쉬워요. 더 노력해야겠어요^^

딸기 2007-06-01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마노아, 난 길가메시의 나라, 우루크를 가보았단다. ^^

마노아 2007-06-01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아~ 정말 좋았겠어요. 아웅 부러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