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사진
페터 슈테판 지음, 이영아 옮김 / 예담 / 2006년 8월
품절


아르메니아인 대학살(1915. 오스만제국)

"10월 6일 런던. 전 주미 영국 대사 비스카운트 브라이스는 오늘 상원에서, 여러 소식통에 의하면 5월 이후 살해당한 아르메니아인의 숫자 80만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그 국가 전체가 파괴되었으며, '그토록 사악하고 그토록 대규모로 행해진' 범죄는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오르한 파묵이 인정했던 바로 그 학살...)

폐허가 된 드레스덴(1945.2. 독일 드레스덴)

1945년 2월 13일 밤과 14일 사이.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에서 일어난 가장 끔찍한 폭격의 표적물이 되었다. 폭격과 그 때문에 일어난 화재 폭풍으로 2만 5.0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그들 중에는 동쪽에서 이동 중인 피난민도 있었다.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귀중한 예술품을 지닌 그 도시의 중심부는 단 몇 시간 만에 깨진 돌 조각으로 스러지고 말았다.

(부수는 것은 순식간이지. 수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문명일지라도. )

히로시마 원폭 투하(1945.8.6 일본 히로시마)

이 사진은 새롭게 개발된 무기의 파괴적인 힘을 보여준다. 점차 싹트고 있던 냉전의 기운 속에서 이 이미지는 소련에 미국과 그 연합국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경고 역할을 했다. 이 사진은 폭격기의 시점에서 찍혔다. 그렇지 않으면 버섯구름이 보일 수 없을 텐데, 그 모습이 전 세계의 신문에 실린 이 사진에 담겨 있다. 이 사진으로 원자폭탄을 구체적인 실체로 느끼게 되기 전까지 히로시마의 초토화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그 아래에서 벌어질 참상을 감히 짐작을 할 수 있었을까?)

불타는 십자가(1948.3.2 미국 조지아 주 라이츠빌)

조지아 주 KKK단의 거대한 용, 곧 지도자인 새뮤얼 그린 박사와 흰옷에 두건을 뒤집어쓴 300명 정도의 인종차별 조직 회원이 조지아 주 라이츠빌의 법원 잔디밭에서 4.5미터 높이의 십자가를 불태웠다. 이 의식은 해리 S.트루먼 대통령의 인종 통합 노력에 대항하기 위한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그 다음 날 치를 민주당 예비 선거에서 몇백 명에 이르는 흑인 투표자의 참여를 막는 데 목적이 있었고, 그 목적은 성공을 거두었다.

(추리소설에서 보던 그 이름, 사진으로 보니 더 실감나고 더 공포스럽다.)

한국전쟁(1951.2. 한국)

미군 사진사가 찍었을 이 사진은 너무나 전원적인 한국의 시골에 미군이 잔인하게 공격을 퍼부어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사진에서 군사적 표적으로 여길 만한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 산과 강이 펼쳐진 풍경 속으로 수백 개의 폭탄이 비 오듯 쏟아져 내린다. 고요하게 정지된 이 이미지를 보면 그 밑에서 벌어지고 있을 죽음과 파멸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북한 쪽은, 석기 시대로 돌아갔다고 그들이 말했다지.)

엘지바스베 2세 대관식(1953.6.2 영국 런던)

파리에 살고 있던 윈저 공 역시 텔레비전으로 대관식을 지켜보았다. 왕권을 버리고 미국인 이혼녀 윌리스 심슨과 결혼해 영국을 뒤흔들어놓은 선왕 에드워드 8세는 대관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그가 왕위를 포기한 후 그의 동생이 조지 6세로 즉위했으며, 얼마 후인 1952년 2월 6일 조지가 죽자 그의 장녀 엘리자베스가 여왕 자리에 올랐다.

(사진을 어찌나 못 찍어 주었던지 여왕이 잘 안 보이네..ㅠ.ㅠ)

티베트 죄수들의 강제 이송(1959.3. 티베트 라싸)

마오쩌둥은 티베트의 암도와 캄 지역에 인민해방군을 파견함으로써 히틀러, 스탈린, 폴 포트 등과 함께 대학살, 테러 범법자들의 불명예스러운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1949년 티베트 합병으로 100만 명이 넘게 희생되었고, 그 중 10만 명은 고문을 받다가 죽었다. 티베트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중국의 '지방'으로 강탈당한 티베트 동부와, 965년에 '티베트 자치지역'으로 망명되었지만 실은 베이징에 의해 통치된 나머지 3분의 1 지역의 주민은 혹독한 독재정치에 시달렸다.

(서남공정은 이렇게 진행되었다. 동북공정은 얼마쯤 와 있는가?)

체 게바라 (1960.3.6. 쿠바 아바나)

피델 카스트로가 아바나에서 열린 한 추도식에서 연설을 한다. 쿠바 정부의 지도부가 연단에 모여 있고, 그들 중에는 국립은행 총재이자 미래의 산업부 장관인 체 게바라도 있다. <레볼루시온>의 기자 알베르토 코르다는 그 자리에서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정치인 초상 사진을 우연히 찍게 된다.

(눈빛이 형형하다. 체 게바라 평전도 읽어야 하는데....;;;)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1963.3.28 미국 워싱턴 D.C)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 색깔이 아니라 인격으로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꾸어야 할 꿈. 여전히 진행 중인 꿈...)

바르샤바 게토 기념비 앞의 빌리 브란트(1970.12.12. 폴란드 바르샤바)

비굴한 모습은 아니다. 그 독일 수상은 엎드리지 않았다. 사실 이는 독일의 새로운 민족적 자존심을 보여주는 이미지다. 빌리 브란트는 그 겸손함에도 당당해 보이며, 그의 행동을 지켜보는 모든 이에게 나치 시대의 횡포를 자인하는 국가적 성숙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동방정책을 펼친 공적으로 1970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독일사 수업 시간에 내 과제의 주제였던 바로 이 사진. 얼마나 뜨겁고 감동적이었던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1986.4~5월. 소련 우크라이나)

빈의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그 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자 수를 31명으로 기록했는데, 모두 소방관과 공장 노동자들이다. 그 사고 이후 주민 수천 명이 갑상선암으로 죽어가고 우크라이나의 암 발병률(300만 명)이 전에 없이 높아졌지만 IAEA는 아직까지도 그 숫자를 계속 고집하고 있다. 1991년의 IAEA의 약식 성명문은 이렇게 밝혔다. "방사능 오염에 의한 직접적인 건강상의 결함은 없다."

그 재난으로 국제 반핵운동은 힘을 얻었지만, 핵 원자력의 대폭적 철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 사고로 에너지 정책을 바꾼 나라는 오스트리아밖에 없다.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읽고 있는데, 먹먹하다...)

액슨 벨디즈호의 석유 유출(1989.3. 미국 알래스카)

이 참사의 진정한 원인은, 해양 유조선의 60퍼센트가 그렇듯, 엑슨 밸디즈호는 이중 선체를 갖추지 않았다. 겨우 25밀리미터 두께의 강철이 석유 유출을 막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 회사 엑슨사는 그 사고 이후 10년이 지난 뒤에도 이중 선체 선박을 하나도 주문하지 않았다. 1999년 말 발행된 보고서는 프린스 윌리엄 해협의 생태계가 '건강하고 튼튼하며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명시했다.

(썩어빠진 양심들. 저 시커먼 바다를 보고도 가책조차 없었겠지.)

그린피스가 셸사에 맞서다(1995.6.16 영국 북해)

이 사진에서, 오일 슬리커를 입고 작은 고무보트를 탄 여섯 명이 녹슨 강철 거인과 맞서고 있다. 여기, 다윗이 골리앗에게 맞서서 결국 석유 거인의 무릎을 꿇렸다.

(작은 힘을 모아모아 기적을 일으켰다.)

왕가의 결혼(1981.7.29 영국 런던)

이 사진에서 왕세자의 딱딱한 자세와 다이애나 비의 풍부한 감성이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신랄하고 공개적인 싸움으로 끝나버린 이 결혼의 나쁜 징조였다. 그러나 한동안 이들의 결혼은 그 동화 같은 매력을 유지했다.

(밝은 사진을 올리고 싶어서 골랐지만, 엔딩을 생각하니 밝은 사진이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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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2-16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세기 중요 사건,중요 인물들이 많이 등장했네요.
한국 전쟁 사진은 평정심을 유지할 수 가 없네요.

마노아 2006-12-16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활자로만 볼 때는 우리 역사가 가장 아파보였는데, 이렇게 사진을 보니까 어느 하나 아프지 않은 게 없더라구요. 어찌나 전쟁이 많던지..ㅠ.ㅠ

짱꿀라 2006-12-17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체게바라 설명과 사진도 있네요.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를....

마노아 2006-12-17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부리 너무 멋있죠. ^^ 산타님도 즐거운 주말 시간 보내셔요~

전호인 2006-12-17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들리고 있답니다. ^*^

마노아 2006-12-17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직한 현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