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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신문 3 - 프랑스혁명에서 현대까지 ㅣ 세계사 신문 3
세계사신문편찬위원회 엮음 / 사계절 / 1999년 8월
평점 :
생각해 보면,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오는 역사책들은 대단히 '기획성'이 짙었다. 철저한 사전 계획 하에 책이 쓰여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특정 인물을 내세우기 보다 신문사 편찬 위원회의 이름을 앞세우는 게 전형이 되었다. 그게 지극히 상업적으로 보인다던지 탐탁치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건 일종의 전략이고 스타일일 뿐.
역사신문의 성공에 이어 만들어진 세계사 신문도 그런 기획에 충실했다. 총 3권으로 분류된 세계사 신문은 시대별로 잘라서 묶어주는 작업을 하였는데, 통사적으로 접근하지만, 각 장에서 섹션별로 주제를 묶고 구성하는 것은 미시사의 경계도 적절히 들어가 있다. 전체를 관망하여 또 세부적으로 파고드는 작업은, 한편에선 두마리의 토끼를 잡기도 하고 또 한 편에서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신문"의 스타일을 빌려 역사를 서술하기 때문에 항상 '현재'의 입장에서 말을 한다. '과거'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 오늘의 입장에서 얘기를 하는 것이다. 이미 지나온, 역사적 사건이 되어버린 일을 지금 당장 벌어지는 것처럼 묘사를 하고 있으니 현장성이 살아나는 것은 당연하다. 주제가 세계사인지라 주요 내용은 온통 전 세계의 역사이지만, 오른쪽 맨 위 구석에는 같은 시간 한국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전하고 있다. 두 시대를 적나라하게 비교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동시대성은 유지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다양한 구성이다. 신문도 구성 자체가 사설도 있고 만평도 있고, 토론도 있고, 독자 투고도 있고, 칼럼도 있고... 다양한 내용을 담은 것처럼, 이 세계사 신문은 그 같은 형식을 빌어 역사적 사건을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큰 사건은 호외처럼 보도하고, 판단과 입장이 필요한 내용은 사설과 칼럼을 쓰고, 그밖에 소소한 사건이나 발견, 스캔들 등은 광고처럼, 해외 토픽처럼 조각 소식을 전한다.
1호 2면... 이런 식으로 섹션이 갈라져 있어서 기사가 하나로 묶여있지 않고 여러 페이지에 걸쳐 분포하고 있는 것은 때로 집중도를 떨어뜨리게도 하지만, 그 역시 하나의 중요한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다고 보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을 프랑스 사람의 입장에서, 유럽인의 입장에서, 미국인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이고,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입장에서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장'을 따로 준비해 주는 것이다.
게다가 신문처럼 표제가 있고 작은 제목이 있고, 그림이 들어가고 사진이 포함되는 등 공간을 분할해서 '절약'하는 효과도 뛰어나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페이지에 내용이 많이 들어가서 읽는 데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원래 신문도 얇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작정하고 읽으려면 엄청 오래 걸리지 않는가.... 그래서 또 필연적으로 지루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흔히 보이듯 너무 "정치사" 위주로 흐르지 않고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적 사건을 조명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어 만족도가 높다.
1편부터 차례대로 보았어야 했는데, 띄엄띄엄 보느라 막상 제대로 다 읽은 것은 3편이 되어버렸다. 1권과 2권은 읽느라 지쳤으니 천천히 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