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 SE - [할인행사]
스티븐 달드리 감독, 제이미 벨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메피스토님의 페이퍼에서 이 영화가 유독 눈에 띄어, 언제고 보리라! 결심했는데 그 때가 잘 오지 않았다.  중3 학생들이 시험이 끝나고 진도도 모두 마친 지금, 그 적시가 오고 말았다.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시험 끝난 뒤 가장 앙탈 없이 곱게(?) 수업을 들은 반에서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다른 반은 역사스페셜과 인물현대사였다...;;;;)

처음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느라 진도가 엄청 느렸지만, 나중에는 시간을 다 쏟아서 영화를 보았는데, 점차 학생들도 영화에 빠져드는 게 보인다.  얼마나 남았어요?  어떻게 되어요? 라는 초조한 질문들도 받았다.  (나도 아직 모르거든. 처음 보는 거야~)

영국의 광산촌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한참 파업에 동참하고 있던 아버지와 형을 둔 11세 소년 빌리 엘리어트를 주인공으로 한다.  권투를 배우던 소년은 우연한 기회에 같은 체육관을 사용하던 발레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자신에게 맞는 것은 권투가 아니라 발레/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소년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아이의 생각에(게다가 그곳 어른들의 생각에) 남자가 발레를 한다는 것은 곧 '호모'가 되는 거라고 생각한 것.

아이는 고민하고 거부도 하지만, 춤을 추고 싶은 자신의 욕구에 솔직해진다.  아버지 몰래 발레를 배우러 다녔지만 끝내 들통나고, 아버지는 분노한다.  당장 생계도 어려운 마당에 아이를 권투를 시키고 있는데 그 아이가 발레를 하겠다고 설치고 다니는 것은 배신이라고 여긴 것.

그 다음 진행은 대체로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순서를 밟는다.  몰래몰래 연습을 하는 아이, 아이의 재능을 더 키우기 위해서 국립발레학교에 지원하라고 하는 선생님, 가족의 반대 등등...

빌리가 발레를 제대로 배울 수 있게 되는 계기는 극적으로 제시된다.  한밤중에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친구 녀석에게 춤을 보여주던 빌리는 아버지에게 그 광경을 목격당하고, 얼어붙는다.  그러나 다음 순간, 용기가 꿈틀댄다.  빌리는 반항이라도 하듯 아버지 앞에서 발을 굴러 맘껏 춤을 펼쳐 보인다.  형식도 없고 정해진 순서도 없이 그저 마음 속에 내키는 대로 뿜어내는 그 역동적인 에너지 앞에서 아버지는 도망치고 만다.  그리고, 파업을 철회한다.

여기서, 마을 사람들의 온갖 손가락질을 받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용납할 수 없는 큰아들(빌리의 형), 아버지가 탄 버스로 쏟아지는 계란 폭탄 등등....

어찌나 심각하고 또 긴장되는 지, 나뿐 아니라 학생들까지도 집중에 또 집중해서 영화에 몰입했다.  아버지는, 돈이 필요했다.  자신의 아들이... 이제 11살에 불과한 저 꿈나무가 사실은 천재일 수도 있는데, 그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자신이 힘없는 광부여서 그 꿈을 잘라내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버지는 신념을 저버린다.  어쩌면, 신념을 저버릴 핑계가 도착한 것일 지도 모른다.  수개월 째 이어지는 파업에 생계 유지마저 힘들었고, 유혹의 손길은 너무 컸다.  거기에 제대로 된 핑계가 도착했는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 어느 누가 그 아버지를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아버지가 오열할 때, 나도 같이 울고 싶었다.  뜨겁게, 서럽게, 같이 울고 싶었다.  이 영화가 실화(영국 광산 노동자들의 파업)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더 극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을 것이다.

발레를 사랑하게 된 한 소년의 성장영화로 볼 수 있는 이 영화는, 그 이상의 메시지를 모두에게 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자가 되고 싶어했던 빌리의 친구 마이클, 누나의 옷을 입고, 빌리가 작별의 입맞춤을 해주었을 때 숨을 멈추었던 그 아이... 뒤에 다시 한번 등장한다.  변해진 모습이란...;;;;

그리고 이 영화의 압권이었던 엔딩씬... 그 누구라도 그 순간에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토록 멋지고 아름다운 도약이라니...  두고두고 최고의 엔딩씬으로 기억될 것 같다.  (두근두근두근......)

발레 공연을 직접 본 것은 몇 차례 되지 않지만, 처음 보게 되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남성 댄서의 그 역동성이었다.  의상이 쬐매 민망하긴 했지만, 그걸 무시한다면 반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무대였다.  그때 내가 처음 본 발레리노는 그 무렵 국제대회를 휩쓸었던 스타이기도 했는데, 당시엔 몰랐다.  (손가락만 펼쳐도 가슴이 왈랑거렸지....>_<)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음악'이나 '춤'과 같은 예술을 소재로 한 영화들에게서 진한 감동을 받을 때가 많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그럴 때도 있지만, 그것이 픽션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진정성, 땀의 무게, 노력의 보상 등,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치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빌리 엘리어트... 실제 배우는 6세에 댄스를 시작해서 영화 출연 당시 13세였다고 하는데, 그 후로도 계속 춤을 추었는지 모르겠다.  많이,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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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1-3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마지막에 나온 발레극은 "메튜본의 백조의 호수"랍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두번 공연했고 엄청난 인기였었지요..
그리고 마지막 도약하는 발레리노는 "아담쿠퍼"라는 꽤 유명한 발레리노
라는군요..^^

BRINY 2006-11-3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빌리 엘리어트 보고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보러갔잖아요~~ 정말 인상깊은 엔딩이었어요!!

마노아 2006-11-30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깃털 보고서 백조의 호수이겠거니 했어요. 메피님 옛 페이퍼 찾아보았는데, 님에게서 두번 왈칵! 만들었던 부분이 저랑 똑같더라구요. 안 그래도 방금 아담 쿠퍼 검색해 보던 참이었죠^^;;
브라이님~ 진작에 봤음 우리나라에 왔을 때 보는 건데요..ㅠ.ㅠ 또 올 테죠? 너무 근사했어요.(>_<)

marine 2006-12-04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영화였어요 빌리의 성장기도 재밌지만, 영국 광부들의 암울한 현실을 잘 보여준 영화였던 것 같아요 사회 현실과 한 소년의 성장기를 잘 결합한 세련된 영화였죠

마노아 2006-12-04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아주 수작이더라구요. 음악도 참 좋았고... 극장에서 보았음 더 감동적이었을 텐데..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