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뷰오브북스 0호
홍성욱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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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으로 어떠한 필요가 존재할 때 그 필요를 보고 느낄 뿐만 아니라, 그 필요를 채우기 위해 자신이 직접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은 참 멋진 일이다. 서울리뷰오브북스의 편집위원들은 이러한 일을 해냈고, 독자들은 텀블벅에서 펀딩이 진행될 때부터 기대하고 기다리던 매거진을 드디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는 독자가 이 매거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세 가지로 제시한다. 

1. 책이 담은 내용을 넘어 책이 갖는 의미를 조망할 수 있다. 

2.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잡힌 시각과 입체적인 관점을 키울 수 있다. 

3. 책을 읽고 질문하는 법을 알게 된다. 


  편집위원의 명단을 살펴보면, 실제로 이러한 부분을 기대하게 된다. 이 매거진의 편집위원들은 위의 항목에서 제시하는 문제들을 다룰만한 역량과 자원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편집위원의 구성이 이 매거진의 성격을 결정하며, 이 매거진의 수준을 보증하고 있다. 


  물론, 이번호는 창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간된 0호이기 때문에, 일부 오탈자도 발견되고 편집 디자인 등 몇 가지 면에서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수록된 글들이 서울리뷰오브북스가 지향하는 방향성에 맞게 작성된 것으로 판단되어서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단순히 도서의 요약이나 그럴싸한 문장들의 수사가 아니라, 연구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사유를 여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의미 있는 도서들을 중심으로 각 분야 연구자들의 관점이 있는 사유를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서울리뷰오브북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도서의 출판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누구나 자신의 책을 출판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쏟아지는 책들 중에서 정말 가치 있는 책을 분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독자는 자칫하면 별 볼 일 없는 책에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서평지의 발행은 정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직 완성도 면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지만, 의미 있는 시작을 해냈다는 점에서 장래를 더욱 기대하며 별점은 만점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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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8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8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업무가 가능하려면, 집 안의 서재를 작은 도서관으로 만들어 두어야 한다. 특히, 전공서적들의 경우에는 책을 세부적인 분야에 따라서 분류하고 정리해 두어야 한다. 이렇게 정리를 해두면, 연구를 진행하는 중에 필요한 내용을 쉽게 찾아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분야의 책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해당 연구 주제에 관하여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책과 내용을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필요한 책이라면 당장 읽지 못하더라도 일단 구입을 해서 서재에 정리해 두어야 한다. 특정한 주제의 연구를 시작하거나 진행할 때, 그에 관련된 기본서가 서재에 최소한 한두 권쯤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필요한 책인데 절판이 되어서 그 책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서재에 있는 모든 책은 완독을 위한 책이 아니다. 연구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서재의 책들은 필요한 내용을 언제든지 찾아보고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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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 2021-01-13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쁜 책장이네요~ 저도 더 여유있는 저만의 공간을 갖고 시간을 내서 이렇게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라파엘 2021-01-13 23:10   좋아요 2 | URL
책사랑님의 책장 또한 그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독서를 멈추지는 않았으니 알라딘의 플래티넘 등급은 언제나 유지중이었으나, 서재에 글을 적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집중해야 할 일이 있어서 서재와 북플을 사용하지 않는 동안 개인적으로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나의 성씨에 좋아하는 시인의 이름을 붙여서 안단테를 닉네임으로 사용했는데, 최근에 라파엘로 닉네임을 변경하였다. 2019년도에 명동성당에서 영세를 받으며 라파엘이라는 세례명을 지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개신교에 속해서 제자훈련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하였지만, 많은 경험과 깊은 고민을 통해 이제는 천주교에 속해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개신교와 천주교는 모두 기독교로 분류되는 종교이기 때문에, 이것이 개종이라고 할 만한 사건은 아닌 듯 하다. 나는 언제나 그리스도인이다. 


  대학원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하고 2020년도에 박사학위를 취득함으로써 한 사람의 연구자가 되었다. 배우는 것도 더디고 성장하는 것도 느린 사람이지만, 그래도 마음에 정한 일을 꾸준히 하면서 그 결과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내가 전공하는 분야에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라며 진실되게 노력하고 있다. 


  작년 한 해를 의미있게 잘 마무리하고, 새해의 첫 날을 맞이하여 서재에 오랜만에 글을 적어보고 싶었다. 물론, 앞으로 내가 노력하고 주로 작성해야 할 글은 연구논문이기 때문에, 아마도 서재에 글을 적는 일이 많지는 않을 듯 하다. 그래도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간간이 리뷰와 페이퍼를 작성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북플에서 독보적 기능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올해부터는 독보적 활동을 하며 해당 기능을 잘 사용할 생각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 있든지, 독서는 평생 지속할 일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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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1-01-01 1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파엘님, 얼마 전 친구가 되어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파엘 2021-01-01 22:31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인간이 된다는 것 로완 윌리엄스 신앙의 기초 3부작
로완 윌리엄스 지음, 이철민 옮김 / 복있는사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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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자리 잡고 있는 동시에 관계적이고, 수용적인 동시에 창조적이고 내러티브적이며, 말하는 동시에 말해지는 것, 보는 동시에 보여지는 것과 관련이 있고, 상징을 만들어 낸다는 입장은, 종교인 전체가 당연시하는 우주 모델과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조화로운 동반 관계에 있습니다. 신학자들이 보기에 이것은 창조세계 자체의 본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우주 속에 유한한 일련의 체계로 존재하는 모든 것이 지금과 같은 이유는, 모든 것이 근본적 지능이나 정보의 소통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라는 생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수용력과 협력, 한계 혹은 불완전에 관한 감각, 상징과 상징의 투명성은 인간의 담론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데, 이를 일반적으로 ‘신성함‘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 P42

우리가 사람들이나 개인에게 인격적 존엄이나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관계를 맺는 가운데 다른 사람의 실존 안에서 현존하거나 의미를 갖는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관계의 선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는 것은, 그 모든 것으로부터 소위 ‘인격‘이라는 추상적 요소를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지금 사람들이 타자의 경험과 열망, 자아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듯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살아가는 능력은 인격이라는 실재에 관한 이 심오한 신비가 지닌 함의의 일부입니다. - P55

인격이란 흥미롭게 또한 불가피하게 혼성적인 실재라는 이해입니다. 물질세계에 뿌리내려 있고, 시간의 경과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면에서 물질적이지만, 동시에 신비롭게 자신의 환경에 반응하여 다른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정해진 의제를 뛰어넘어 주변을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받고 주는 데, 의존적인 동시에 독립적이 되는 데 몰두하는 데, 그것이 바로 관계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기계도 아니고 자족적인 영혼도 아닙니다. 누군가가 내게 말하고 주목하기 때문에 나는 한 인격이고, 누군가가 내게 말하고 주목하고 나를 사랑함으로써 나는 현실의 존재가 됩니다. 이것은 신성함과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질문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과 관련해서 내가 볼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이 항상 존재한다는 저 편만하고 신비롭고 영속적인 인식으로 우리를 돌아가게 합니다. - P68

지금까지 내가 강조해 온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몸이 습관을 익힐 때 너무 많은 사물과 부딪치지 않고 환경 속을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관점에서 우리의 수많은 습관 형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느끼고 감지하고 참여하는 습관을 익히는 것은 지적 성장의 핵심입니다. 그와는 별도로 중요한 사실은 마음이 몸 자체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는 것입니다. 진정 우리가 몸을 지닌 채 마음에 대해 배운다고 한다면, 몸이라는 개념 자체에 이미 마음에 관한 요소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 다시 말해, 우리의 앎이란 육체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또한 협력적이고 상상적입니다. - P84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어려움이 우리로 하여금 시간을 들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더 많은 시간을 들일수록, 우리의 발견은 습관이나 숙련으로 바뀔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우리가 무언가에 시간을 덜 들일수록, 우리는 더 쉽게 해결하고 정리하고 이해하게 되지만, 그것의 가치와 의미는 떨어질 것입니다. - P92

따라서 우리는 자기 자신의 기원이 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자아 창조자가 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애써 노력할 필요 없이, 우리를 존재하게 하고 또 존재 속에서 우리를 붙들어 주는 인정의 차원이 있습니다. - P103

핵심은 이것입니다. 진단이 있고, 교육이 있습니다. 우리가 환경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인식할 가능성, 그리고 그 반응을 지적으로 재형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P107

시간은 단지 순환적인 것도 아니고 선형적인 것도 아닙니다. 시간은 움직이고, 여러분은 변합니다. 그와 함께 시간의 경과 속에서 습득한 이해를 재발견하고 확장하기 위해 여러분은 무언가로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더해져, 습득의 궤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한 강하게 압박해야 하는 한정 상품이 시간이라는 생각은 완전히 사라지고 맙니다. 시간은 복합적이고 풍요로운 선물입니다. 시간은 우리가 성장하고 전진할 뿐만 아니라, 건설적으로 되돌아가 우리 자신에게 재공급해주는-말 그대로 근원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매개체입니다. - P108

무기력하지 않은 의존, 자기비판에 일조하는 자유, 제의에서의 인내심과 해석력, 그리고 죽음 앞에서 불안의 제거,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 혹은 전부가 부재할 때, 인간 공동체 안의 역기능과 개인 안의 역기능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즉 모든 형태의 의존에 맞서 반항하는 사람들, 자신에 대한 의문 혹은 자기비판 개념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 시간을 채워져야만 하는 어떤 것으로 대하려고 하는 사람들, 자신의 유한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입니다. - P112

"현재 지구촌 시장의 관행은 어떤 종류의 인간을 전제하고, 또 어떤 종류의 인간을 양성하는가?" 덧붙여, "그는 우리가 객차에서 함께 만나고 싶은 그런 사람인가?" 그런데 이 질문은 모든 종교적 관행이나 습관, 체제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어떤 종류의 인간의 얼굴이 드러나고 있는가? 이 상황에서, 이 언어를 통해, 어떤 종류의 인간성이 교육되고 양성되고 개발되고 있는가? - P115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는, 침묵이 우리에게 엄습하는 그 순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맞닥뜨리는 그 순간을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인식입니다. - P128

우리는 침묵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저 거기 있기 위해 말을 이용하고, 호흡을 이용하고, 우리의 자세를 이용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하나님 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 더 온전한 인간이 되어 갑니다. 그 이유는 하늘의 특별한 경륜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위한 하나님이 되시고, 우리 인간은 하나님을 위해 인간다워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깨달으면 온갖 기쁨과 성취가 가능해집니다. - P142

그분의 말씀은 성령의 은사 적분에 우리가 새로운 부류의 존재가 될 뿐 아니라 인간을 새롭게 보고 다르게 들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오순절 바람과 불로 우리를 덮으실 때,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예수의 생명을 주십니다. 그분은 인간이 정말로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예수의 능력에 버금가는 것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까다롭고 비루한 인간 세계의 조각들, 유익하지 않은 조각들을 걸러내지 않는 용기를 우리에게 주십니다. 우리의 눈과 우리의 귀와 우리의 마음을 열어 인간다움의 총체적 의미를 깨닫게 하십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거친 진리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어떤 존재가 되는 대신, 저 방대한 인간 경험에 더 많이 열리고 더 많이 개방되어야 합니다. (...) 우리는 이 아픔을 그리스도 안으로 또한 성부의 심장 속으로 가져갈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 아픔은 치유될 수 있습니다. 변화될 수 있습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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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된다는 것 - 그리스도인 삶의 본질 로완 윌리엄스 신앙의 기초 3부작
로완 윌리엄스 지음, 김기철 옮김 / 복있는사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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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자로 세움받은 목적은 지식을 받아 적고는 돌아가서 그것에 관해 생각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제자로 사는 사람은 변화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삼으며, 그 결과 전체 세상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게 됩니다. - P28

예수꼐서 계신 곳에 있다는 말은 예수께서 찾으시고 지키시는 사람들의 무리 안에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께서는 소외된 사람, 멸시당하는 사람, 불행한 사람, 자기혐오에 빠진 사람,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들의 무리를 선택하시며, 그래서 여러분도 그 무리에 들게 됩니다. 만일 여러분이 예수께서 계신 곳에 있기를 원하고 또 간헐적인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 제자도를 실천한다면, 당연히 여러분은 그분이 계신 그 인간 무리에 속하게 됩니다. 이 사실은 또 제자도가 우리의 무리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예수의 무리를 선택하는 일과 관계가 있다는 점을 다시 깨우쳐 줍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예수의 무리를 위해 우리가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P37

제자가 된다는 것은 예수의 무리 안에 속하고, 평정과 집중력과 기대감을 배우며, 예수께서 가시는 곳으로 가서 그분이 품어 주신 사람들의 무리 안에 속하는 것을 뜻합니다. 제자가 된다는 것은 또 행위가 발생하고 관계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며, 아버지의 행위가 아들을 통해 이루어졌듯이 그리스도의 행위가 우리를 통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을 뜻합니다. - P44

만일 여러분이 ‘행동 없는 관상‘이나 ‘관상 없는 행동‘을 생각한다면, 인간의 삶에 실로 열매를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삶을 파괴할 만한 선언문을 작성하는 셈이라는 점입니다. 관상과 행동을 묶어야 합니다. 관상은 변혁적 행동의 진정한 근거를 향해 마음을 여는 일입니다. 그래야 둘이 서로 대립하는 교착 상태에 빠지지 않게 됩니다. 기도와 행동을 가르친 위대한 스승들은 이 둘을 아주 탁월하게 하나로 묶었습니다. - P45

이제 한 가지 도전 앞에 섭니다 어둔 밤이 지성을 휘감은 시대에 우리는 신앙을 신뢰할 수 있는 관계라는 면에서 새롭게 이해하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과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나아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그런 관계를 세상에서 구체화하고 나누도록 부름받았습니다. - P57

소망은 단지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소망이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의 관계 속에서 연결되고, 그 결과 하늘에 계신 증인 곧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는 그 증인으로 말미암아 기억의 혼란-우리는 누구였고 나는 누구였나? 지금 우리는 누구이며 나는 누구인가?-이 견딜 만하게 된다는 확신입니다. 이 사실에서 교회에게는 엄청난 인내라는 특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혼돈과 불확실성에 휩쓸려 있는 현실 인간에 대한 인내, 많은 것들이 불확실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환경 속에서의 인내, 우리 각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자라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인정하는 인내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가 온전히 자라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소망과 인내는 하나로 엮여 있습니다. 인내를 배운 교회만이 효과적으로 소망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 P61

우리를 떠나가지 않으시는 신뢰할 만한 존재, 우리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시고 한결같은 눈길로 응시하시는 존재, 우리가 누구인지를 영원토록 흔들림 없이 증언하시는 분, 그 존재가 바로 사랑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헤아리고 이해하고 붙잡으며, 무엇보다도 우리를 환영합니다. 우리는 영원한 기쁨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그 사랑이 우리의 마음과 정신 속에 깊이 뿌리내리게 되면, 교회의 근본적 실체가 무엇이고 교회가 구현해야 할 모습이 어떤 것인지가 분명히 드러나게 됩니다. 그때 교회는 시공간 속에 자리 잡아 사람들로 하여금 영원한 사랑을 경험하게 해주는 자리가 되고, 그 어떤 것도 문밖으로 내침받지 않는 곳이 되며, 또 시종일관 많은 일을 요구하는 세상, 곧 주고 거래하고 베풀며 그 자리에서 변화를 이루라고 요구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받아들이는 자리가 됩니다. - P65

용서는 서로 간에 생명의 양식과 진리의 양식을 주고받는 일입니다. 용서는 상대방의 인간성에 해를 끼치고 그 존엄성을 부정했던 사람들이 이제 서로 양식을 먹여 주고 상대방의 존엄성을 키워 주는 관계로 회복되게 해주는 길입니다. 용서를 다른 사람에게 행사하는 권력인 양 생각하는 것은 용서를 심각하게 왜곡한 것입니다. - P76

거룩함이란 예외적이고 특별난 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거룩함은 여러분이 어느 정도나 선한지를 따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거룩함은 세상을 확장하고 그 세상 속에 참여하는 일과 관계있습니다. 거룩한 사람은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문제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어려운 과제에 맞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또 그런 문제들 한가운데서 여러분으로 하여금 사물과 사람들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이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참 간단하면서도 극히 어려운 일로 정리가 됩니다. 즉 거룩한 사람은 아무리 자신을 성취하는 일에 몰두한다고 해도 지나칠 정도로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을 쏟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거룩한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그들을 보지 말고 그들을 둘러싼 세상을 보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게 합니다. - P92

우리는 거룩함의 길로 나설 때 아주 간단한 두 가지 일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간단하다‘는 말은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하나는 바라보기 곧 예수를 바라보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바라보며 복음을 바라보고 그것이 의미하는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탐구하기 곧 인간이 사는 곳이 어떤 곳이고 그들이 처한 곤경이 무엇이며 그들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일은 무엇이고 그들이 좀 더 인간답게 살도록 우리가 도울 일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일입니다. 예수님을 바라보며 우리 사는 세상을 탐구하는 이 두 가지는 거룩함을 이루어 가는 일에서 토대로 삼을 만한 유일한 지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97

무엇을 도덕적 사회의 기초로 제시해야 할까요? 여기서 나는 그러한 기초를 다지는 데 필요한 것으로, 그리스도교 신앙과 제자도의 두 가지 원리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인간이 모두 하나님께 동등한 가치가 있으며, 또 서로에게 의존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참된 정의와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지켜 내려고 할 때, 이 두 가지 원리가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 P107

우리 앞에 있는 것, 곧 세상을 이루는 인간과 물적 자원들은 신비한 방식으로 하나님과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과 물질로 이루어진 세상을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그러한 마음으로 교류한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기본 태도를 표명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세상의 형편이나 상황이 어떠하든지 희망을 품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에 자신을 개방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태도는 인간과 물질 세상을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대로 세워 가는 일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이타적 견해이며, 또 다른 사람의 삶도 하나님께서 정하신 대로 성숙하지 않는다면 나 역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자기중심적 견해입니다. - P113

이렇게 진정한 공동체의 형식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그리스도교가 공적 영역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전혀 다른 관점, 곧 사리를 추구하는 집단으로서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리스도교는 국가와 법의 대화 상대자가 되며 이른바 ‘비판적 지지자‘의 역할을 합니다. 또 국가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의 근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일반적 사회 도덕의 천박함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리스도교는 국가를 향해 자신이 대변하는 공동체인 하나님 나라를 본받아 변화되라고 요구합니다. 그리스도교는 정치를 통해 이 땅 위에 하나님 나라를 이룰 수 있다는 그릇된 주장을 펴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이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세워 가는 공동의 삶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약속을 좀 더 구체화하고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합니다. - P118

자기인식과 평정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평정을 유지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 이름을 불러 주시는 것을 더 잘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신비로운 순간에 우리는 우리를 지으셨고 지금도 매 순간 우리를 지으시는 하나님의 행위와 말씀에 연결됩니다. - P130

우리로 하여금 흔들림 없이 제자의 삶을 감당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기인식과 평정, 성장, 기쁨입니다. 이 네 가지는 제자도의 삶을 받쳐 주는 기본 요소들로, 교회와 세상과 우리 내부에서 우리를 압박해 영적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모든 문제에 맞서 싸우게 해주는 것들입니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얼마나 깊이 알기를 원할까요? 우리가 평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무엇입니까? 차분하면서도 힘차게 계속 달려 나갈 각오가 되었습니까? 또 그 결과로 충만해지고 넘쳐나는 기쁨을 맞을 준비가 되었습니까? 어떻게든 우리 스스로 이런 물음들을 계속 물을 수만 있다면, 성공을 보장하는 비결을 손에 쥐지는 못한다 해도 적어도 하나님께서 우리 삶에 들어오시고 거하시도록 문을 열어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이끄시는 곳이 어디든 그분과 함께하려는 열망을 하나님께 아뢰며, 그렇게 살아가는 중에 제자가 된다는 것에 관해 놀라운 사실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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