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 된다는 것 - 그리스도인 삶의 본질 로완 윌리엄스 신앙의 기초 3부작
로완 윌리엄스 지음, 김기철 옮김 / 복있는사람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자로 세움받은 목적은 지식을 받아 적고는 돌아가서 그것에 관해 생각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제자로 사는 사람은 변화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삼으며, 그 결과 전체 세상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게 됩니다. - P28

예수꼐서 계신 곳에 있다는 말은 예수께서 찾으시고 지키시는 사람들의 무리 안에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께서는 소외된 사람, 멸시당하는 사람, 불행한 사람, 자기혐오에 빠진 사람,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들의 무리를 선택하시며, 그래서 여러분도 그 무리에 들게 됩니다. 만일 여러분이 예수께서 계신 곳에 있기를 원하고 또 간헐적인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 제자도를 실천한다면, 당연히 여러분은 그분이 계신 그 인간 무리에 속하게 됩니다. 이 사실은 또 제자도가 우리의 무리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예수의 무리를 선택하는 일과 관계가 있다는 점을 다시 깨우쳐 줍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예수의 무리를 위해 우리가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P37

제자가 된다는 것은 예수의 무리 안에 속하고, 평정과 집중력과 기대감을 배우며, 예수께서 가시는 곳으로 가서 그분이 품어 주신 사람들의 무리 안에 속하는 것을 뜻합니다. 제자가 된다는 것은 또 행위가 발생하고 관계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며, 아버지의 행위가 아들을 통해 이루어졌듯이 그리스도의 행위가 우리를 통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을 뜻합니다. - P44

만일 여러분이 ‘행동 없는 관상‘이나 ‘관상 없는 행동‘을 생각한다면, 인간의 삶에 실로 열매를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삶을 파괴할 만한 선언문을 작성하는 셈이라는 점입니다. 관상과 행동을 묶어야 합니다. 관상은 변혁적 행동의 진정한 근거를 향해 마음을 여는 일입니다. 그래야 둘이 서로 대립하는 교착 상태에 빠지지 않게 됩니다. 기도와 행동을 가르친 위대한 스승들은 이 둘을 아주 탁월하게 하나로 묶었습니다. - P45

이제 한 가지 도전 앞에 섭니다 어둔 밤이 지성을 휘감은 시대에 우리는 신앙을 신뢰할 수 있는 관계라는 면에서 새롭게 이해하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과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나아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그런 관계를 세상에서 구체화하고 나누도록 부름받았습니다. - P57

소망은 단지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소망이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의 관계 속에서 연결되고, 그 결과 하늘에 계신 증인 곧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는 그 증인으로 말미암아 기억의 혼란-우리는 누구였고 나는 누구였나? 지금 우리는 누구이며 나는 누구인가?-이 견딜 만하게 된다는 확신입니다. 이 사실에서 교회에게는 엄청난 인내라는 특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혼돈과 불확실성에 휩쓸려 있는 현실 인간에 대한 인내, 많은 것들이 불확실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환경 속에서의 인내, 우리 각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자라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인정하는 인내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가 온전히 자라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소망과 인내는 하나로 엮여 있습니다. 인내를 배운 교회만이 효과적으로 소망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 P61

우리를 떠나가지 않으시는 신뢰할 만한 존재, 우리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시고 한결같은 눈길로 응시하시는 존재, 우리가 누구인지를 영원토록 흔들림 없이 증언하시는 분, 그 존재가 바로 사랑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헤아리고 이해하고 붙잡으며, 무엇보다도 우리를 환영합니다. 우리는 영원한 기쁨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그 사랑이 우리의 마음과 정신 속에 깊이 뿌리내리게 되면, 교회의 근본적 실체가 무엇이고 교회가 구현해야 할 모습이 어떤 것인지가 분명히 드러나게 됩니다. 그때 교회는 시공간 속에 자리 잡아 사람들로 하여금 영원한 사랑을 경험하게 해주는 자리가 되고, 그 어떤 것도 문밖으로 내침받지 않는 곳이 되며, 또 시종일관 많은 일을 요구하는 세상, 곧 주고 거래하고 베풀며 그 자리에서 변화를 이루라고 요구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받아들이는 자리가 됩니다. - P65

용서는 서로 간에 생명의 양식과 진리의 양식을 주고받는 일입니다. 용서는 상대방의 인간성에 해를 끼치고 그 존엄성을 부정했던 사람들이 이제 서로 양식을 먹여 주고 상대방의 존엄성을 키워 주는 관계로 회복되게 해주는 길입니다. 용서를 다른 사람에게 행사하는 권력인 양 생각하는 것은 용서를 심각하게 왜곡한 것입니다. - P76

거룩함이란 예외적이고 특별난 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거룩함은 여러분이 어느 정도나 선한지를 따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거룩함은 세상을 확장하고 그 세상 속에 참여하는 일과 관계있습니다. 거룩한 사람은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문제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어려운 과제에 맞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또 그런 문제들 한가운데서 여러분으로 하여금 사물과 사람들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이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참 간단하면서도 극히 어려운 일로 정리가 됩니다. 즉 거룩한 사람은 아무리 자신을 성취하는 일에 몰두한다고 해도 지나칠 정도로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을 쏟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거룩한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그들을 보지 말고 그들을 둘러싼 세상을 보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게 합니다. - P92

우리는 거룩함의 길로 나설 때 아주 간단한 두 가지 일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간단하다‘는 말은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하나는 바라보기 곧 예수를 바라보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바라보며 복음을 바라보고 그것이 의미하는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탐구하기 곧 인간이 사는 곳이 어떤 곳이고 그들이 처한 곤경이 무엇이며 그들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일은 무엇이고 그들이 좀 더 인간답게 살도록 우리가 도울 일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일입니다. 예수님을 바라보며 우리 사는 세상을 탐구하는 이 두 가지는 거룩함을 이루어 가는 일에서 토대로 삼을 만한 유일한 지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97

무엇을 도덕적 사회의 기초로 제시해야 할까요? 여기서 나는 그러한 기초를 다지는 데 필요한 것으로, 그리스도교 신앙과 제자도의 두 가지 원리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인간이 모두 하나님께 동등한 가치가 있으며, 또 서로에게 의존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참된 정의와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지켜 내려고 할 때, 이 두 가지 원리가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 P107

우리 앞에 있는 것, 곧 세상을 이루는 인간과 물적 자원들은 신비한 방식으로 하나님과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과 물질로 이루어진 세상을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그러한 마음으로 교류한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기본 태도를 표명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세상의 형편이나 상황이 어떠하든지 희망을 품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에 자신을 개방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태도는 인간과 물질 세상을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대로 세워 가는 일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이타적 견해이며, 또 다른 사람의 삶도 하나님께서 정하신 대로 성숙하지 않는다면 나 역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자기중심적 견해입니다. - P113

이렇게 진정한 공동체의 형식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그리스도교가 공적 영역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전혀 다른 관점, 곧 사리를 추구하는 집단으로서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리스도교는 국가와 법의 대화 상대자가 되며 이른바 ‘비판적 지지자‘의 역할을 합니다. 또 국가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의 근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일반적 사회 도덕의 천박함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리스도교는 국가를 향해 자신이 대변하는 공동체인 하나님 나라를 본받아 변화되라고 요구합니다. 그리스도교는 정치를 통해 이 땅 위에 하나님 나라를 이룰 수 있다는 그릇된 주장을 펴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이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세워 가는 공동의 삶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약속을 좀 더 구체화하고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합니다. - P118

자기인식과 평정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평정을 유지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 이름을 불러 주시는 것을 더 잘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신비로운 순간에 우리는 우리를 지으셨고 지금도 매 순간 우리를 지으시는 하나님의 행위와 말씀에 연결됩니다. - P130

우리로 하여금 흔들림 없이 제자의 삶을 감당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기인식과 평정, 성장, 기쁨입니다. 이 네 가지는 제자도의 삶을 받쳐 주는 기본 요소들로, 교회와 세상과 우리 내부에서 우리를 압박해 영적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모든 문제에 맞서 싸우게 해주는 것들입니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얼마나 깊이 알기를 원할까요? 우리가 평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무엇입니까? 차분하면서도 힘차게 계속 달려 나갈 각오가 되었습니까? 또 그 결과로 충만해지고 넘쳐나는 기쁨을 맞을 준비가 되었습니까? 어떻게든 우리 스스로 이런 물음들을 계속 물을 수만 있다면, 성공을 보장하는 비결을 손에 쥐지는 못한다 해도 적어도 하나님께서 우리 삶에 들어오시고 거하시도록 문을 열어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이끄시는 곳이 어디든 그분과 함께하려는 열망을 하나님께 아뢰며, 그렇게 살아가는 중에 제자가 된다는 것에 관해 놀라운 사실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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