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스파이 1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20세기 미소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며 활동하던 각 국의 정보국 비밀 요원들의 치열한 첩보 전쟁의 현장을 묘사한 작품이다.


저자는 20세기 최고의 스파이 소설 작가로 유명한 전직 영국 정보국 요원 출신 존 르 카레이다.


작품의 배경과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80년대 중반 오스트리아 빈 주재 영국 대사관의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매그너스와 매리 핌 부부는 외교관 부부들과의 파티 중에 매그너스의 아버지 릭 핌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고 매그너스는 부친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영국 런던으로 향한다. 영국 외교관 신분인 매그너스 핌과 부인 핌의 본업은 모두 영국 정보부 소속 요원이었다.


그러나 부친 장례식에 참석한다던 매그너스는 영국 정보부와의 연락이 두절되고 런던에서부터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문제는 매그너스가 동부 유럽의 공산 국가에서 활약중인 영국 첩보 요원 목록 등의 정보를 가지고 사라진 데에 있다.


매그너스가 종적을 감춘 뒤, 매그너스의 직속 상관이자 매리의 상관이기도 한 정보부의 존 브러더후드는 매그너스를 찾기 위해 구성된 정보부 운영위원회에서 발언권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자 독자적으로 매그너스 주변 인물에 대한 탐문 수사를 벌이기 시작한다.


매그너스의 아들인 톰 핌에게서 최근에 다녀온 그리스 여름 휴가에서 매그너스와 어떤 독일인 남자가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존은 매그너스의 과거 시절부터의 행적으로 더듬어가기 시작한다.


한편, 갑자기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해버린 매그너스는 영국 남부 데번 주의 해변가 마을의 한 하숙집에 들어가서 한 편의 회고록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청년 시절을 포함하여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 과정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던 중이다. 그러다 갑자기 라디오를 켜고 체코 방송국의 체코어 뉴스를 듣고 숨겨진 암호문으로 전달된 행방불명 된 사람을 찾는다는 메시지를 해석해낸다.


영국 외교관인 매그너스는 왜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시골 마을에 피신하여 자서전을 쓰는 걸까? 매그너스가 만났다던 독일인은 누구이며 매그너스를 찾는다는 체코어 암호문 뉴스 방송은 또 무엇인가? 과연 매그너스는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


이 소설은 첩보 소설 문학이라는 장르를 한 차원 더 높이 끌어 올린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작가 존 르 카레가 자전적 경험에 기반하여 쓴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저자는 스파이라는 직업의 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첩보 요원들의 작업 방식이나 생활 방식을 생생하게 드러내 보인다: 항상 누군가로부터 감시와 도청을 당하며 동시에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철저하게 위장된 거짓의 삶을 살아야 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과 정신적 고통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가지는 장점이자 위대한 점은, 소설 상의 이야기 구조나 전개 방식에서 느껴지는 독창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진정한 문학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아름답고 멋진 문장의 표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존 르 카레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빛이 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의 과거와 허구적 상상력을 결합시키면서도 전형적인 영국 문학 특유의 속성들(위트, 유머, 반어법, 은유, 직유, 간접적 묘사)을 지키는 서술 방식도 저자만의 독특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일반적인 첩보 소설의 차원을 넘어 한 편의 아름다운 문학 작품을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륜선 타고 온 포크, 대동여지도 들고 조선을 기록하다 -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의 실존 인물 '조지 포크'의 조선 탐사 일기
조지 클레이튼 포크 지음, 사무엘 홀리 엮음, 조법종 외 옮김 / 알파미디어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조선 후기 개화기 시대 1880년대 조선의 미국 무관으로 부임한 조지 클레이튼 포크 미국 해군이 기록한 조선 남부 지방의 여행기를 정리하고 해설한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조지 클레이튼 포크가 1884 11 1일부터 12 14일까지 44일 동안의 여행 일지의 일자별 기록, 역자가 생각하는 여행기의 의미, 포크의 일지에 대한 편자자의 해설을 담고 있다.


저자는 미국 해군 소속 조지 클레이튼 포크 대위이고, 포크가 남긴 일지를 사무엘 홀리 교수가 정리하여 편집하고 조법종 박사가 번역을 맡았다.


---


이 책을 통해 역사책에서 글로만 배웠던 사실들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1880년대 중반 개화기 시기임에도 서양 문명과 문화에 거부감이 팽배했던 조선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의 배경임을 알게 된다:


1880년대 개화기 당시 혼란스런 조선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인 거주지 구역이 있는 부산 왜관이 아닌 지방에도 일본식 문화가 어느 정도 전파되어 있어서 일본식 음식이 제공되기도 하고, 이미 일본어 구사 능력을 갖춘 고위 공무원 현감도 있고 서양 문물의 개방의 필요성도 느끼지만 점진적인 개방 속도를 원하는 완고한 현감도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저자의 여행 경로를 역자가 직접 답사하여 관련 지리 정보를 재현하고 해설하는 점도 흥미롭다.


아무래도 여행 말미 갑신정변 소식이 지방까지 전해져 충주에서부터 포크 일행이 곤경에 처하는 시점부터 긴장감 넘치는 탈출기로 변해버리는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의 드라마처럼 갑자기 위기에 빠지게 되고 가까스로 벗어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가마를 끄는 보교꾼과 일꾼 일부가 도망치고, 흥분한 군중들에게 왜놈으로 몰리기도 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겨우 서울 근방까지 도달하여 조선 정부의 관리들을 만나면서 무사히 서울의 공사관으로 귀환하게 된다.


뜬금없이 여행 일지에 남긴 금전 관계 기록에서는 최후의 상황까지 고려했던 포크의 비장한 심정이 그대로 전달된다.


갑신정변의 생생한 사태를 당시 관리들의 증언을 통해 알 수 있게 된 것도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역사책에서도 배우지 못했던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되고 숨어 있는 교훈들을 깨닫게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말년에 지은 후기 작품에 속하는 10편의 단편 소설을 모은 소설집이다.


10편의 소설들은 모두 1880년대 이후 톨스토이가 기독교 교리에 기반하여 우화 성격으로 작성한 작품들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있다; 두 노인;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끌 수가 없다; 촛불; 대자; 바보 이반; 사람에게는 얼마만한 땅이 필요한가; 노동과 죽음과 질병; 세 가지 질문.


---


개인적으로 과거에 읽었던 톨스토이의 작품으로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이 책에 실린 단편 소설들은 완전히 내 예상이나 기대를 벗어났다.


정말 동일한 사람이 쓴 작품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완전히 다른 성격과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충격과 놀라움이 크다

19세기 제정 러시아의 상류 사회의 화려함과 허황된 모습과 인물들을 그려냈던 작가가 쓴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로지 기독교 성서에서 말하는 교리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흡사 기독교 우화인 천로역정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특이한 점은, 인간의 원죄와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 최후의 심판처럼 기존의 기독교 우화에서 담고 있는 전통적인 기독교 사상을 설파하고 강조하기 보다는 우리의 일상적 생활 속에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이웃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봉사, 인내의 실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있다의 제화공 마르띤이나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끌 수가 없다의 농부 이반은, 자기 주변의 이웃과 다툼이 충돌이 생기지만, 결국 싸움을 그만 두고 서로를 용서하고 지내는 것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 오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심지어 바보 이반의 경우 농부 이반은 악마의 군인들로부터 침탈을 당했음에도 폭력적인 저항으로 나서지 않고 평화적 무저항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묘사하기도 한다.


두 노인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불안이나 걱정, 타인과의 비교와 콤플렉스, 동정과 지원 등에 대해 어디까지 그리고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왜 톨스토이는 이토록 기독교 교리의 내용뿐만 아니라 실천성을 강조한 것일까

역자도 해제에서 밝혔듯이 아마도 19세기 말기 개혁이 요구되던 제정 러시아 사회의 혼탁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톨스토이가 이처럼 철저히 기독교 교리에 충실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을 썼지만, 동방정교회로부터 파문 당하고 배척당했다는 사실은 종교의 역할과 신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한편으로 요즘처럼 사회적 활동에 제약을 받는 시기에 큰 위로와 격려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탁 위의 중국사 - 한 상 가득 펼쳐진 오천 년 미식의 역사
장징 지음, 장은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중 음식 문화사에 관한 논쟁이 진행중인 지금 시국에 읽어야 할 적절한 주제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탁 위의 중국사 - 한 상 가득 펼쳐진 오천 년 미식의 역사
장징 지음, 장은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중국의 고문헌과 고고학적 연구 사실에 기반하여 중국 역사 속에서 나타나는 중국 음식 문화가 시대 별로 변천해온 모습을 서술한 책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춘추전국시대부터 현대의 중화인민공화국까지 대략 2,500년의 시기 동안 각각의 왕조 시대에 작성된 문헌들의 내용을 중심으로 고고학적 발굴 사실과 함께 당시 유행하던 음식과 식재료, 식사 도구와 식사 문화 등에 대해, 7개 단원에 걸쳐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 메이지 대학 교수인 중국인 문화학자 장징이다.


---


중국 음식 문화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주제 면에서 시의 적절한 면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김치음식의 기원에 대한 논란이 발생한 가운데 음식 관련 주제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음식의 기원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음식의 기원이 중요한가? 음식의 발달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과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음식이 얼마나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


음식에 대한 기원이나 유래를 정확하게 판정을 내리기에는 구체적인 증거, 역시 문헌이나 고고학적 발굴 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입증 자체가 매우 힘들다.


특히, 음식 재료가 유통될 수 있는 물리적 거리의 한계로 인해 주로 산지를 중심으로 지역적 특색 음식이 발달할 수 밖에 없는 점과 사회 계층 구조 상 소수의 지배 계층과 다수의 피지배 계층의 생활적인 습관과 풍습에 따라 혼합되고 융합되어 달라진다는 점에서 음식문화가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특징에 종속된다는 사실은 연원을 따지기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오히려 다양한 지역적인 특색과 전통적인 식습관으로 인해 재료나 음식의 원형과 변형이 발생한 모습을 비교해보고 당시의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 유익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비단 중국 음식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음식 문화에 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의 시대 별로 지역마다 전통적인 음식을 만드는 방법과 사용하는 도구, 먹고 보관하는 방법과 절차, 음식에 들어가는 다양한 재료들의 유래나 특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바로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이다.


저자가 내리는 중국 음식 문화의 특성은 한마디로 혼합성이다: 중국 한()족과 주변 이민족들의 음식 문화가 뒤섞여 오늘날의 음식 문화를 만들어 냈으며, 오히려 대부분의 한족(,,명 시대) 전통은 현대 중국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가진 독특한 배경은 현재 중국인들이 오늘날의 중국 요리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나 싶다

저자는 1950년대 중국 본토에서 태어나 60~70년대 벌어진 문화대혁명 시기를 직접 겪고 개혁개방 이후 일본에서 유학한 세대이다. 이미 1949년 중국 본토가 공산화되면서 대만과 홍콩으로 빠져나가 버리고 남은 나머지 중국의 전통 문화 유산조차 문화혁명 시기에 절단되어 파괴되어 버린 이후에 온전한 원형을 찾고자 하는 저자의 접근 방식에서 마치 외국인으로서의 관찰자 시선이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춘추시대부터 발간된 문헌 상의 내용으로 전통 음식에 대해 추적해가지만 현재의 중국인의 식습관의 배경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제조법이나 이름만 존재하는 음식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한국과 일본에 남아 있는 한족과 유사한 음식 문화의 모습에서 문화적인 공유라는 특성이 나라의 국경과 시대를 넘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중국의 전통 요리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