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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화학 - 화학의 역사가 세상의 근원을 바꿨다! ㅣ 세상을 바꾼 과학
원정현 지음 / 리베르스쿨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화학의 역사를 따라 주요한 화학적 이론들이 성립되는
과정과 화학자들의 활약들을 소개하고 시대별로 지나온 과학적인 방법론과 가치관들의 변천 과정을 기술한 과학사 서적이다. 본래 이 책은 ‘세상을 바꾼 과학’이라는
과학사 시리즈 4권중에 화학 편에 해당한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물질 구성에 대한 탐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화학 분야의 발전 과정을 주요 7개 성과물로 나누어
구성하고 있다: 물질이론과 원소; 실험과 근대 과학; 연소와 기체; 주기율표; 분자
구조; 원자 모형; 핵반응과 원자폭탄.
근본 물질에 대한 탐구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되어
이슬람을 거쳐 중세 시대와 르네상스 시기를 지나 17세기부터 근대 과학으로 이어지게 되는 흐름을 갖게
되는데, 여기에서 드러나는 역사적 사건들의 전개가 아이러니함이 참 흥미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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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되었지만
고대 그리스를 거쳐 이슬람 문화가 이어 받아 중세 서유럽으로 전파하게 되었는데, 이집트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단절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유럽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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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하면 현재의 이미지는 사기꾼과 속임수를 떠올리는데, 이슬람과 중세시대에는 영적 수행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서 연구되었다는 것과 연금술사들이 개발하여 사용했던 도구, 물질, 실험 기술들이 근대 화학자들에게 공헌을 했다는 것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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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비단 화학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과 공학에서 학술적 지식을 수립하는 체계적인 방식인 논문 발표와 심사 형태가 로버트 보일(robert boyl)
로 대표되는 17세기 실험 화학자들이 만든 실험지식의 생산, 검증, 유포 과정에서 유래되었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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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화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라부아지에는 실험을 단순히
정(正)방향뿐만 아니라 역(逆)방향으로도 실행해 자신의 이론과 가설을 증명하려 했었다는 점은 과학자로서의 치열한 정신이나 자세를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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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산소 발견자를 누구로 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점이 놀라웠다. 왜냐하면, 발견
시점이냐, 발견 사실 공표 시점이냐, 발견 사실을 담은 정식
논문 출판물 발행 시점이냐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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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가드로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분자론’을 주창했지만, 화학
분야의 비주류 과학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했다는 점은 왠지 씁쓸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과학계에서 200년 전에 벌어졌던 행태가 지금 현재에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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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의 개발 이후에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는 점은 올바른 사회 현상으로 봐야 하지만, 과학자의 윤리 의식도 매우 중요함을
일깨우게 하는 지적이다.
화학적인 이론이나 원리에 대해 기본적인 설명을 쉽게 하고 있어서 전반적인 화학 개념들을 쉽게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중간마다 사진과 그림을 통해 요약하여 추가적으로 제공해주고 있는데, 이것이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단순히 화학의 이론이나 원리에 대한 소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이론과 모델이 가진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화학자들이 고민한 끝에 화학적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과학의 발달과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가
상호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화학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좋은
과학의 발전 역사와 철학에 관한 입문서로 충분해 보인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