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33가지 조언
록산 게이 외 지음, 만줄라 마틴 엮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미국 현대 문학 분야에서 현재 활동중인 33명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직업과 생계 수단으로서의 금전 소득에 대한 현실적인 경험담을 실은 책이다. 책의 형식은 작가가 자신이 경험한 작가 생활에 대해 스스로 직접 작성한 경험담 형식의 글과 편집자와의 인터뷰 형식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작가들의 장르는 문학이다: 소설, , 에세이와 리뷰. 책의 내용의 주제는 단 한가지. 전업작가가 되면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가와 관련되어 있다. 글을 쓴다는 작업과 작업의 결과물에 대한 금전적 보상 사이의 관계에 대해, 현재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 해석되는 정당성과 역사적 기원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놀랍게도 공히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작가들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이다. 어찌 보면, 작가라는 직업이 글을 쓰는 일을 한다는 것뿐이지,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직업으로서의 사회적 기능은 동일하다는 점에서 당연한 부분이지만, 명백하게 금전적 밝히는 태도가 아직까지 한국의 정서상으로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다. 각자 매우 다양한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작가의 길로 들어 섰지만, 이것이 모두들 일관되게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온라인 매체(컬럼, 리뷰 등)이나 개인 블로그처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작가로서 경력을 시작할 수 있고 전자 책이 등장하는 출판 환경도 달라졌다는 점도 점점 출판 시장의 상업적 대중성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은 하나같이 작가로서 출판 계약의 성사 여부와 책의 성공 여부에만 집중하지, 내용에 대한 책임감이나 자아성찰적 겸손함 같은 것들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 작가 자신이 출간한 책은 가치가 높은 작품인데, 자신과 출판 계약을 맺지 않는 출판사가 있다면 출판사가 잘못된 것이고, 자신의 책이 팔리지 않는다면 독자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있다는 것이다. 문학이라는 장르적 특수성 때문인지 그리고 오로지 작가의 예술적 창작의 자유만을 최우선으로 삼는 미국 사회의 가치관 때문인지 몰라도, 당당한 작가로서의 자신감이 지나친 거부감으로 다가오는 면도 있다(아마도, 동양적인 정서로는 문학적인 글을 쓴다는 것이 글을 읽어 줄 대상을 정해두고 쓴다기 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정서나 흥취를 예술적인 차원에서 표현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내용이 우리에게 냉정하게 들릴지라도 우리가 받아들이고 명심해야 할 조언들이 있다: 모든 문학 작품은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상업적인 목적을 갖는 창작물이며, 전업 작가의 세계는 치열한 정글과 같은 세계이며, 단순히 노력과 열정만으로는 지탱해나갈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특히, ‘돈에 개의치 말고 좋아하는 분야에서 가능한 한 많이 글을 써보라는 식의 충고는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현실을 속이는 추악한 사기라는 솔직한 인터뷰 고백이 마음 깊이 와 닿았다.
개인적인 생각은 결국 직업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작가라는 직업에도 통용되는 명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제발 재능 있는 사람만이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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