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 미국 단편소설의 코드 - 예술 감상을 위한 미학 세미나
한동원 지음 / 미술문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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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 단편 소설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들과 작품들에 관한 분석과 해석을 통해 미국 단편 소설 문학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고찰하는 문학비평서적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10명의 대표적인 미국 단편 소설 작가들(에드가 앨런 포, 샬롯 퍼킨스, 셔우드 앤더슨,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플래너리 오코너, 조이스 캐럴 오츠, 킨케이드, 팀 오브라이언, 데이비드 월리스)을 선정하여, 각 작가마다 대표적인 작품에 대해 4가지 항목(요약, 배경지식(setup), 분석, 해석)의 형식을 사용하여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강의와 저술 활동 중인 한동원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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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 단편 소설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들에 대해 인문학적 배경 지식과 문학적 양식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형식을 사용해 분석비평을 통해 미국 단편 소설 문학의 장르적 특징들을 도출해낸다는 점이다: 문학적 지식 뿐만 아니라 미국의 역사와 문화와 관련된 배경 지식까지도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가장 큰 특징적인 요소인 그로테스크함을 중심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크다:

그로테스크(grotesque)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묘하고 이상하고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만드는 것을 가리키는데, 그로테스크 문학은 주로 단편 소설 분야에서 활발하게 발전한다.


이 책에서는 미국 소설 문학에서 특히 미국 단편 소설 문학의 특징적 요소로 자리잡은 그로테스크 소설 문학의 변천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문체나 스타일, 형식 같은 문학적 특징 뿐만 아니라 그로테스크를 제공하는 원인이 되는 소재와 작용 효과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작품 분석에서 드러내고 있다:



그로테스크 소재가 단지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것뿐만 아니라 당시 시대상에 비해 일반적이지 않고 매우 드문 행위 등으로 범위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9세기 여성성 능력인 부드러움과 공감 능력; 산업 혁명 이후 달라진 사회 경제 체제 속에 부딪치는 전통적 관습과 새로운 방식의 충돌; 외부에 존재하는 물리적인 사물의 형태가 아닌 인간의 정신과 심리에서 작용하는 내부적 갈등과 불안; 금기시되었던 동성애나 미성년의 성애; 페미니즘 적인 여성 해방 운동; 전쟁 같은 집단 기억과 상상의 정치화 등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 미국 단편 소설 문학의 흥미로운 점은 소위 대가로 알려진 작가들의 문학적 공헌이나 중요성이 시대적 배경 속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조명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추리소설의 시초로 알려진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 양식 구조와 스타일이 가지는 선진적인 양상이라든가, 헤밍웨이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답답함의 근원이 생략이라는 스타일에 기인한다든가, 포크너의 작품 구조가 시간 순서나 서사적 구조가 논리적 전개에 맞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미국 단편 소설 문학의 특징적인 색다른 매력들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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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미술관 - 문학과 역사가 깃든 독일 미술 산책
류신 지음 / 미술문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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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일 미술 사조의 흐름을 대표적인 화가와 작품들을 소개하고 문학과 역사에 기반한 작품들의 내용 해설을 통해 독일 미술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보여주는 교양미술사 서적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독일의 신성로마제국 시대인 10세기부터 20세기 현대까지의 독일 미술사를 통시적 관점에서 크게 4개 구간으로 나누어 시간순서대로 미술사조의 흐름을 주요 작가와 대표작품들을 통해 기술한다: 10세기~16세기초까지 중세 로마네스크, 고딕, 16~17세기 중세 르네상스, 18세기 신고전주의, 19세기 초기 낭만주의, 19세기 초중반 비데마이어, 19세기 중반 이후 사실주의, 19세기 후반 인상주의, 19세기 말 유겐트슈틸(아르누보), 전원분리파, 인상주의, 20세기 초반 표현주의, 20세기 중반 이후 아방가르드 예술까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중앙대학교 독일유럽학과 류신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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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독일 미술하면 떠오르는 화가나 작품은 르네상스 풍속화가 피터 브뤼헬, 괴테 초상화로 유명한 요한 티슈바인,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개선문 정도가 떠오를 정도로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이 책의 특징은 독일 미술의 화가들의 시대적 배경과 함께 미술 작품과 미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물 소재나 문구와 관련된 상징이나 의미 관련 해설을 문학이나 미학적인 관점에 기반하여 서 서술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파악한 독일 미술의 흥미로운 특색이 몇 가지가 있다:


독일 미술 사조도 미술사의 통시적 관점에서 유럽의 미술 사조와 보폭을 맞춰 유행 사조가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이탈리아, 덴마크, 벨기에, 프랑스 등의 외국의 선진 미술 기법과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외국 유학과 외국 예술계에서의 작업과 교류 활동을 활발하게 했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아마도 유럽 예술계에서 독일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선진 예술 국가들보다 뒤처진 입장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된다.


예술은 역사의 산물이라는 명제에 역시 독일도 해당된다는 듯이 역사적 사건에 독일 미술 사조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 맞이한 빈 체제에서 만들어낸 정치 무관심과 이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소시민 취향의 비더마이어 양식이나 19세기 후반기부터 진행된 산업 혁명으로 20세기 초 예술과 일상의 삶이 결합되어 생활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유겐트슈틸 운동이 모더니즘 디자인을 이끈 바우하우스학교로 이어진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된 독일 미술 화가를 꼽자면 낭만주의 거장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와 보르프스베데 분리파의 하인리히 포겔러, 독일 인상파의 한스 발루셰크가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독일 미술의 역사를 문학과 역사, 미학의 관점에 기반하여 서술함으로써 독일 미술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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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시점으로 보는 영화감상법 - 매불쇼 영화 콤비 두 남자의 진검승부
전찬일.라이너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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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명의 영화 평론가가 영화 전반에 걸쳐 나눈 이야기들을 담은 대담집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크게 4개 부분의 테마 범주로 나누어 영화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영화를 보는 감상법(영화를 보다); 영화를 분석하는 방식(영화를 분석하다); 영화의 장르 이야기(영화를 분류하다); 21세기 한국 영화와 영화 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영화를 예측하다).

저자는 영화평론가 전찬일, 라이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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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론가만큼 2중적인 평가를 받는 직업은 없을 것이다. 영화 제작 관련 종사자들로부터 전혀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이 기본이며 오히려 적대적인 기생충 같은 취급을 받으며, 대중적인 지명도를 얻는 것은 극강의 난이도가 높으면서도 궁극적으로 보수가 매우 낮은 말 그대로 극한직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특징은 비단 영화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소위 평론가로 활동하는 사람들과 직업이 가지는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레스토랑과 음식의 맛에 대한 평가로 유명한 미슐랭 가이드의 평가단은 철저한 비공개 원칙이 세워진 것에는 평가단을 대상으로 격분적으로 저질러지는 테러로부터 평가단의 생명을 구하고자 마련된 안전 장치이자 제도라는 역사적 배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2명의 영화 평론가는 특이한 조합으로 재미있는 관점과 논점들을 다양하게 펼쳐 보여준다: 30년 이상의 베테랑 평론가와 7년 남짓의 신진 평론가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차이가 영화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받아 들이는 시각과 방식이 매우 다르다: 어쩔 수 없는 세대 차이로 인한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경험에서의 결코 접점이 생길 수 없는 간격은 그대로 드러난다.

이것이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각자의 생각과 주장을 말 그대로 펼쳐 놓을 뿐, 정리하거나 통일하려 하지 않고, 다만 동의와 부동의만 할 뿐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대담이나 토론은 대화의 참여자가 하나의 주제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동등한 수준으로 양쪽 모두가 공유되고 있지 않는 경우라면, 즉 정확한 사실에 대해 서로 이해나 인지가 안된다면, 단순히 일방적 의견 개진일 뿐 더 이상의 의미는 없어진다.

심지어 두 평론가가 모두 동의하는 부분조차도 동의하지 못하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다: 우선 이들이 생각하는 영화의 본질이나,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정의나 차이가 무엇인지에 관한 인식이 공유되고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라이너의 경험이나 방식이 자유롭지만 자의적이라는 점에 있다: 예를 들면, ‘영화 한 편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보면 평론가 수준의 안목이 생길 수 있다라든지, 한국 영화 산업의 발전이 사회 체제와 대중들의 상호 작용이 어떤 방식에 의해 이루어져 왔는지에 대한 현실적 감각의 결여는 신파가 일제가 남긴 잔재로써 1950년대부터 영화제작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소비되어 왔다라는 식의 한국 사회의 역사적 몰이해가 단절적인 파편적 인식으로 표현된다.

특히 애니매이션 분야에서 일본 종속적힌 한국의 애니매이션 업계 상황이 일본 만화의 수준이 문학적으로 높았다는 평가는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다. 한국 만화 업계의 과거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베가본드는 일본 역사소설계의 베스트셀러 국민 작가 요시카와 에이지의 작품 미야모토 무사시’(이미 수차례 영화와 만화화된 작품)을 만화로 옮긴 것으로 오히려 영화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만화계는 이현세 작가가 1990년대말에도 검열을 통해 삭제와 수정, 고발이 이루어지던 시대였는데 동일한 수준의 환경으로 한일 양국의 만화 작품의 수준을 논의한다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영화 평론가가 일반 대중과 비교해 영화를 어떻게 보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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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뉴욕 - 최고의 뉴욕 여행을 위한 가장 완벽한 가이드북 프렌즈 뉴욕, 2025~2026년 개정판 프렌즈 Friends
이주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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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해외 여행 가이드북 전문 출판사 중앙북스에서 출간하는 [프렌즈] 시리즈의 뉴욕 2025~26 최신 개정판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7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뉴욕 여행을 즐기기 위한 주요 정보들을 그룹 별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뉴욕의 대표적인 여행 테마[뉴욕을 즐기는 법], 뉴욕의 음식과 식당[맛있는 뉴욕], 뉴욕에서 쇼핑 품목과 쇼핑 장소[뉴욕의 쇼핑], 뉴욕에 관한 역사와 배경 지식[뉴욕 알아가기], 뉴욕의 교통 정보[뉴욕 들어가기], 뉴욕의 지역별 여행 정보, 여행 준비.

뉴욕의 지역별 여행 정보는 뉴욕 시의 5개 행정 구역(맨해튼, 브롱크스, 퀸스, 브루클린, 스테이튼 아일랜드)으로 나누고, 특히 맨해튼을 12개 구역으로 나누어, 각 영역마다 주요 관광 명소와 식당 위치를 간단한 지도에 표시하고 특징적인 설명과 쇼핑 아이템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부록으로 뉴욕 맵북이 함께 제공된다.


저자는 여행 전문 작가 이주은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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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전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한 도시이고 방문 관광 선호도가 높은 인기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워낙 인기가 높은 탓도 있겠지만 뉴욕을 여행하는 것이 난이도가 높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뉴욕 여행을 처음 가는 초보자나 뉴욕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은 여행자에게는 보다 상세하고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상당히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우선, 뉴욕이 왜 그렇게 여행하기가 어려운지에 관한 질문의 답을 바로 얻을 수 있다: 바로 비싼 물가와 불편한 대중교통, 그리고 낯설기 만한 팁 문화가 원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왠만한 중간 수준의 식당이나 중간 수준의 호텔을 이용한다고 해도 높은 환율 때문이 아니더라도 뉴욕의 물가가 비싼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다행히도 이 책에서는 저자가 제안하는 가성비 높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여행 팁이 포함되어 있으니 위안이 될 만한 부분이다.


뉴욕은 무엇이 유명하고 무엇부터 봐야 할까?

문제는 유명한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선택의 고민이 깊다는 데 있다. 이 역시도 저자가 제안하는 7개 테마 여행 코스 중에서 고르면 선택하기가 쉬워진다: 개인적으로 미술관과 건축물 투어가 인상적이다.


음식은 말할 것도 없이 파인 다이닝부터 디저트나 패스트푸드까지 온갖 종류 별로 다양한 음식과 레스토랑이 소개되기 때문에 적당한 예산을 가늠해볼 수 있다.

쇼핑도 브루클린의 독특한 빈티지숍뿐만 아니라 뉴욕 인근 아웃렛몰도 교통 정보도 안내되어 있어 도전해볼만 하다는 생각도 해보고, 시간이 허락되면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을 감상하거나 블루노트 재즈클럽에서 재즈 음악 공연을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맨해튼 소호 지역의 부티크 거리를 구석구석 걸어 다니며 작은 화랑이나 건물을 구경하는 재미는 어떨까 떠올려 보는 상상도 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보면, 매력적인 뉴욕을 짜임새 있게 여행하기를 원하는 여행자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 들어있는 여행 안내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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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 이성 개념의 변천사
헤르베르트 슈네델바흐 지음, 나종석 옮김 / 북캠퍼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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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양 철학의 핵심 용어이자 개념인 이성(Vernunft)의 의미의 변천 역사를 서술한 교양 철학서적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현대 철학까지 서양 철학의 시대 순서에 따라 철학 사조가 달라지면서 이성의 개념이 변해 가는 과정을 당시 시대적 상황과 철학자들의 사유 방식을 함께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독일의 석학 철학자 헤르베르트 슈네델바흐 전 베를린 훔볼트대학교 철학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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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성(Vernunft, reason)이란 개념은 서양 철학과 동양 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용어가 아닌가 싶다: 서양에서는 인간이 가진 사유 능력을 의미하지만 동양에서 특히 유교 성리학에서는 인간이 가진 원리나 법칙적인 성질을 나타내기 때문에 동일한 대상인 인간의 본질을 전혀 다른 측면에서 묘사하는 개념이다. , 서양에서는 신에게서 부여 받은 인간만이 가진 선천적인 능력으로 개인마다의 소유와 사용이 자유로운 일종의 개인 장착 아이템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동양에서는 자연만물 중에 인간이 가진 본래의 성질이지만 인간 사회 속에서 살아가려면 개인이 일정 수준으로 개발해서 갖추어야 하나의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적 요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서양 철학 관점에서 이성의 개념의 변천을 다루고 있다: 철학적 사유는 당시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조건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끼치기도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예를 들면, 그리스 신화 속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과 인간 세계로 사유가 전환되는 데에는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의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도입으로 비롯되었다 거나, 소피스트가 활약하는 당시에는 민회와 배심원 재판제도 때문에 수사학이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 근세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에서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기하학을 관념이나 개념의 증명과 인식을 위해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처럼 사용했다는 점이다: 플라톤의 아카데미아 현관에 새겨진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근거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개인적으로 특이하게 느낀 점은 르네상스 계몽주의 철학자들의 비중을 스콜라 철학의 비판에서 시작되어 독일 관념 철학으로 넘어가는 중간 역할 정도로 소개한다는 점이다: 형이상학적 관념의 인식은 경험적인 실천과 체험이 요구되는데, 고대 그리스 철학 전통의 스콜라 철학의 회의주의에서 하나 더 나아간 개인의 자유 의지가 필수적 요소라고 지적한 점이 부각되지 않아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독일 출신 저자 답게 독일 관념 철학자들(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포이어바흐, 마르크스)의 개념들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19세기 이후 등장하는 역사성과 정신과학에 경제학적 영향을 받아 합리성에 이르게 되는 다양한 학문적 교섭과 영향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서양 철학사 속에서 이성개념의 변천 과정을 통해 철학 사조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교양철학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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