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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인문학 - 커피는 세상을 어떻게 유혹했는가?
박영순 지음, 유사랑 그림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9월
평점 :
이 책은 커피에 관한 유래와 전파 역사,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다양한 커피 문화, 유명 커피
산지와 특색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커피 기원에 관한 4가지 기원설(‘칼디’설, ‘셰이크 오마르’설, ‘마호메트’ 전설, 이디오피아 기원설)을
여러 가지 참고 문헌을 통해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커피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이슬람 문화권을 거쳐 유럽과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전파 경로를 따라 역사적인 흐름대로 기술하고 있다. 특히, 커피가 한국땅에 전파되는 과정을 혼란스런 근대 역사 속의 숨막히는 사건들의 전개와 함께 그려내며, 일제 강점기의 영욕의 도입기를 거쳐 6.25 전쟁 이후부터 시작되는
인스턴트 커피의 대중화와 커피 문화의 변천 과정을 기술한 점은 주목할 만 부분이다. 동시에 저자의 충실한
문헌 자료 조사 작업의 결과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커피의 서구 유럽에 전파되는 과정에서 커피가 인간에게 작용하는
여러 가지 기능도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흥미롭다: 저자가 밝힌 여러 가지 기록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커피가 가진 각성제 성분으로 인해, 군대의 군인에게 보급품으로 지급되기 시작했으며 이디오피아에서는 남녀
사이의 애정관계를 높일 수 있는 촉매제로 사용되기도 하고 남성의 활기 치료제로서의 기능도 담당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커피가 전파되는 나라마다 수용하는 문화가 공통적인 모습과 독특한 모습을 담고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오스만 제국(터키)의
이슬람 신비교인 수피교의 세마의식과 남편의 커피 제공 능력의 중요성, 중매 결혼의 성사 여부 등이 커피를
매개로 이루어지며, 이디오피아의 오로모족의 전통 의식(‘부나칼라’)와 결혼식에 커피가 중요하게 사용된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이 밖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몇 가지 더 있었다: 현재 전세계 커피 생산 3대 국가인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는 모두 유럽 열강들에 의한 식민지배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는 점,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커피는 일본이 크게 관여하여 만들어낸 일종의 작품이라는 점, 커피 재배지 2곳(쿠바, 콜롬비아)이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점, 커피 나무의 재배가 테루아(자연환경)과 인간의 재배 기술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 등이다.
전반적으로는 커피의 역사를 알 수 있어서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키워드로 표현하자면, ‘정리’와 ‘불균형’.
저자는 커피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다루면서 소위 ‘커피 인문학’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문학(humanities)는 인간의 근본적이고 보편적 가치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문학, 역사, 철학, 고고학, 예술사학이 포함된다고 한다([네이버 백과 사전] 참조).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커피와 관련된 ‘문학’과 ‘철학’에 대한 내용이 많지 않다. 특히
커피의 ‘역사’ 부분과 비교하면 매우 부족하다. 커피와 관련된 문헌들이 다루는 장르는, 저자가 부르는 ‘커피 인문학’이라는 용어보다는 ‘커피
문화(coffee culture)’라는 분야가 정립되어 있다: 커피가
일종의 사회적 윤활유로 작용하여 사회 분위기나 사회적 운동을 조성하거나 유지하는 과정과 이런 사회적 문화 활동에 의해 대중에게 널리 소비되는 커피의
확산 과정을 가리킨다([위키 백과 사전] 참조).
저자가 4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는데, 역사, 문화, 커피 품종의 특성들이 함께 뒤섞여서 기술되어 각 장마다 일부 내용들이 겹쳐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역사적 사건이나 연구 결과의 인용 부분을 각 항목마다 참고
문헌을 정확히 표현하지 않고 뒷부분에 목록으로 나열한 것, 그나마 중복되는 참고 문헌을 나열한 것은
전혀 전문적이지 못한 점으로 비판의 소지가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기획 의도와 내용은 좋았지만, 글의 구성과 제목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점은 향후 보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