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키만소리 지음 / 첫눈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지극히 평범한 모녀의 평범하지 않은 동남아 배낭 여행을 다룬 유쾌하고 감동의 여운이 있는 여행 에세이이다. 배낭 여행은커녕 해외 여행이 낯설고 일생을 근면하고 성실히 살아온 60대 엄마와 주로 밤늦게까지 생활하며 아직까지 일정한 직업이 없어 불안한 미래가 걱정되지만 틈틈이 해외 배낭 여행을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줄도 아는 딸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현재의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성격도 취향도 인생관도 바이오리듬까지도 달랐던 엄마와 딸이 무사히 여행을 끝마칠 수 있을까?

이들이 여행을 다닌 곳은 말레이시아와 태국으로 31일 동안의 여정 속에 발생한 에피소드들을 다룬다. 여행 동안 여러 가지 사건들을 함께 겪으면서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 동안 미처 몰랐던 엄마의 숨겨진 본래 모습을 딸이 하나 둘씩 발견해나가는 모습과 과정을 딸의 관점에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이 다른 여행 에세이와 차별되는 점들이 있다. 우선, 형식 면에서 웹툰 만화와 글이 함께 혼합되어 있는 형식이라는 것이 새롭다. 만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한 컷 장면의 그림 속에 이야기의 내용을 압축하여 전달한다는 점에서 독자의 상상력을 요구하고 아무래도 만화 문법에 익숙한 작가 또래의 젊은 계층의 독자에게 적합할 수 있다. 이야기 내용을 주로 대화를 통해 기술하는 방식도 현지 상황을 보다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독자로 하여금 몰입 감을 높여준다.

이 책을 어찌 보면 단순한 여행 에세이로 볼 수 있지만, 서로에 대한 소통과 이해가 없었던 모녀에 대한 이야기로서 정상적인 모녀관계로 좋아질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써 여행이라는 소재가 사용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엄마에 대해 고정된 이미지의 겉모습만 알았지 내면의 모습을 알지 못했던 딸이 여행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엄마와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대화법을 알게 되고, 이국 땅 낯선 환경 속에서 드러나는 어른으로서 엄마가 체험한 삶의 지혜와 여자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엄마가 가진 성격과 인격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엄마를 단편적으로 바라보고 부분적으로만 이해하는 딸의 관점은 마치 지금 우리가 우리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를 대변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며, 이런 점은 독자에게 깊이 있는 울림과 반성을 가져다 준다.

여행이 주는 잦은 갈등과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작은 기쁨과 행복들이 늘 여행 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이 책에서도 모녀가 겪는 뜻밖의 사건과 극적인 반전으로 인해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 될 웃음과 감동은 충분히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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