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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와 자유의 브로맨스 - J.R.R. 톨킨과 C.S. 루이스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4년 5월
평점 :
이 책은 20세기 영국 환상 소설의 양대 산맥인 톨킨(J.R.R.Tolkien)과 루이스(C.S.Lewis)의 문학적 동지로서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그들의 인생과 작품의 주제들을 고찰한 문학 비평서적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톨킨과 루이스의 인생과 작품 분석으로 총 6개
단원에 걸쳐 다루고 있다.
저자는 저술가로 활동중인 박홍규 법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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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피터 팬,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처럼, 아마도 영화나 소설 중에서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사랑받는 흥행 작품의 장르를 보면, 환상(fantasy)
소설이나 공상과학(SF) 소설 분야가 많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 중에서 특히,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의
경우, 저자들이 공통적이면서도 특이한 점을 많이 공유한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저자들의 생애와 작품 활동, 작품 내용 분석의 측면에서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면, 두 작품의 작가 모두 영국 옥스포드 대학 영문학과의 현직
교수였고, 1차 세계대전의 참전 군인이었고, 실제로 둘 사이의
친분 관계가 깊었고, 작품의 주제와 세계관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무엇이 남다르고 별난 것이 있겠느냐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1940~50년대에 현직 대학 문학과
교수가 순수문학 작품이 아닌 그것도 어린이나 좋아할 법한 동물이나 요정, 마법사가 등장하는 환상 소설을
발표한다는 사실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아마도 작가 본인들도 이런 점을 감안하여 작품의 저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 같아 보인다.
보통 전쟁에 참전하여 전쟁을 경험한 작가들은 대부분 반전과 평화를 확실히 주장하는 전후세대 작가로서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매우 독특한 측면이다: 20세기 초반 이미 기계화를 넘어 산업화가 완성되어 가던
시대에 반발하여 중세 시대의 자연주의와 낭만을 추종하는 모습도 특이한 부분이다.
-[나니아 연대기]에서
루이스가 비판했던 다윈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동물 생체해부와 동물 우생학 실험이 인간에게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경고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찌 독일과 군국주의 일본에 의해 실제로 현실화되어버린 말 그대로 악마와 같은 행위 앞에서, 한낱 순진하고 황당한 아동문학가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갖는다.
-[나니아 연대기]에 대한
비판도 여성 중심과 인종차별이라는 이슈가 존재하지만, 비판을 훨씬 뛰어넘는 압도적인 장점과 지지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대놓고 상징화한 아슬란의 처형과 부활 장면이 매우 직접적이라 거부감마저 느껴졌는데, 오히려 기독교 전통에 일치한다는 칭찬이 많다는 것은 신기한 부분이다.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 [호빗]의 주제는 ‘선과
악’이라는 명확한 주제를 갖는다는 점에서 방대한 분량임에도 대의적인 대립과 충돌 이외에도 같은 진영
내부의 갈등과 해소라는 내용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반지의 제왕]에서 톰
봄바딜을 아나키스트적인 인물이라고 저자는 지적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호빗의 편도 오르크 편도 들지
않고 그저 자신들의 관점에서 이익에 따라 편을 나누는 나무 요정 엔트가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반지의 제왕]의
영화와 소설의 차이점이면서도 가장 비판받는 것이 영화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전투 장면이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수많은 전투 장면 중에 간달프와 함께 등장하는 곤도르의 왕의 귀환의 마지막 전투 씬은 마지막 선과 악의 전쟁의 격돌을 비장하고 웅장하게
묘사한 부분이라서 잔인한 전투 장면의 식상함을 뒤덮을 정도로 백미라고 생각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반지의 제왕과 실마릴리온 소설이 방대한 분량 탓에 인쇄비용을 고려하여 1960~7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대량으로 출판하게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저자가 분석대로 톨킨과 루이스는 당대 사람들이 추구하던 소유와 권력에 대한 욕망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오히려 신화적
주제를 기반으로 스스로 이상적으로 여기던 중세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전달해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전반적으로 톨킨과 루이스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색다른 흥미로운 요소들을 많이 발견하게 해주는 문학 비평서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