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이 공부다 - 수학천재 이수홍과 엄마가 함께 쓴 성장이야기
이수홍.허종숙 지음 / 다산에듀 / 2010년 12월
절판


동심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길어지는 것에는 두려움을 느끼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그것을 빨리 딛고 건너야 할 단계로만 인식해서인 것 같다.-27쪽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아이에 대한 바람은 어느 부모나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나는 그보다는 아이다운 시간 속에 되도록 실컷 머무는 것을 바랐다.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 소중한 시절이고, 그 시간이 길다고 해서 아이가 자라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28쪽

재능을 비슷하게 가진 아이들끼리 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자라게 하면, 그 집단 자체에 일반화가 이루어져 오히려 서로 비슷하게 동화되어 자기만의 특질이 약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실제로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만 모인 특목고에서 내신경쟁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34쪽

<가르치지 않으면 스스로 터득한다>
어느 아이나 스스로 자기의 학습법을 만들어나가며 앞으로 나아갈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충분히 할 수 있는 아이가 하지 않을 경우, 원인을 가만히 찾아보면 대개는 부모가 개입했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아이가 스스로 알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 부모가 나서서 가르치는 것이다.-41쪽

초등학교 때에는 학업에 대한 부담 없이 자유롭고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자기 안의 잠재력과 가능성의 세계를 넓혀야 한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공부의 자세와 독립적인 삶의 자세가 결정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어린 시절 자신과 세상을 탐색하고 탐구한 경험은 평생을 살아갈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52쪽

<결핍, 욕구와 잠재력을 이끌어낸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교육상품이 아무리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다고 해도 결국 아이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학습의욕을 대신해서 목적을 달성해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학습의욕을 일으키는 가장 큰 힘은 자연스럽고 강하게 일어나는 내적동기라고 생각한다...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를 '결핍감' 내지 '욕구불만'이라고 생각한다. 빈 곳과 부족한 것을 채우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그것을 충족해가는 과정의 즐거움과 성취의 기쁨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에너지야말로 아이를 크게 성장시키는 힘이 아닐까?-72쪽

재능은 고요한 곳에서 발달하고 인격은 인생의 격랑 속에서 형성된다.-105쪽

나는 단계가 구분된 학습 교재들이 오히려 잠재능력을 제한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수업내용을 이해할 때도 교재보다는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이용하려고 노력했다. 여름이면 되풀이되는 장마와 태풍, 쓰나미 같은 주제를 한 가지 정하면 그것이 초등학교 과정이든 중고교 과정이든 구분하지 않고 흥미에 따라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재미있게 배우고 익혀나갔다....어떤 주제든 베움에 경계를 두지 않으려 한 것...-118쪽

"수홍 군의 학습 능력은 어릴 때부터 즐겁게 깨우쳐가는 기쁨을 잘 형성해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홍 군의 어머니는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아이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사고를 유도하여 학습 욕구와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이끌었던 것이다."-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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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2-11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미심장합니다. "재능은 고요한 곳에서 발달하고 인격은 격랑 속에서 형성된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1 14:45   좋아요 0 | URL
앗 저랑 통하셨군요!
저도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한 구절이랍니다.
아이의 인생에 어느 정도의 고통과 어려움은 허락해 주라는 맥락이었어요.
아이가 행복해 지길 바라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부모가 미리 차단해 버리기 때문에 어려움도 모르고 아울러 극복하는 법도 모르고 자란다는 거죠.

마녀고양이 2011-02-11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좋은 글들.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1 14:46   좋아요 0 | URL
항상 좋은 글들에 감동 받지만...
저대로 할 수 있다면 도인이 되야 할 것 같아요.ㅎㅎ

아이리시스 2011-02-1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르치지 않으면 스스로 터득한다>는 정말 그럴까요?
아닌 것도 있을까요?
수학천재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한대요?

현맘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1 14:49   좋아요 0 | URL
이 책에 보면요, 이 아이가 초등 3학년때 수학문제 같은거 푼 노트가 나와요.
가르쳐서도, 혹은 뭘 배워서도 될 수 있는 사례가 아니더라구요.
그냥...천재 같아요..ㅋㅋㅋㅋ

요새는 영재원 같은거 들어가려 해도 사교육을 엄청나게 시키는데,
(그래서 만들어진 영재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죠)
이 아이가 특별한 건, 영재학교나 특목고를 보내지 않고 일반 고등학교를 다녔고, 엄마의 교육 철학이 위의 문구들에서 보듯이 자연스럽게 욕구를 충족하도록 도왔다는 거예요.
물론, 이 아이 같은 경우는 워낙 수학 같은 것에 뛰어난 관심과 집중력을 가졌던 아이지만, 그런 아이를 재능이 있다고 엄마가 미리 앞서나가서 많은 것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는 것.
아이가 관심 보일 때까지 기다리고, 관심 보일 때 집중적으로 함께 관심 가져주고...그게 말이 쉬운데 참 어려운 거더라구요.

아이리시스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 계시죠?^^

cyrus 2011-02-11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재능력을 인정해주고 그것을 끄집어낼 수 있는 교육환경은 아이 교육에
꼭 알아야하는 진리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인용문장처럼 스스로 배움의 방법을
알아가는 것도 좋구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3 15:26   좋아요 0 | URL
참 어렵지만, 정말 꼭 알아야 할 기본이네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말 부모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많이 느끼게 되요.
용감하게 자신있게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참 대단해요!

꿈꾸는섬 2011-02-1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글들인데, 전 한숨을 푹 내쉬었어요.ㅜㅜ
아이를 키우는 일이 너무 어려워요.ㅜㅜ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3 15:2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꿈섬님. 공감해요.
아이 키우는 일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그치만 꿈섬님 잘 하고 계시잖아요.

세실 2011-02-1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6학년 올라가는 아들이 해리포터에 빠져 살아도 내버려 둡니다. 해리포터는 소설의 묘미 상상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요. 요즘 자기안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젠 구체적인 꿈을 가져야 할것 같아서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3 15:28   좋아요 0 | URL
와..저희 큰 아이랑 나이가 같군요.
'자기 안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으라'고 조언할 수 있는 사이라니...
제 문제는 아이가 커가는데 너무 어린 아이 취급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거예요. 아이와의 대화도 좀 더 심도 깊어야 하는데요.
많이 배웁니다.^^
 
엄청나게 큰 라라 푸른숲 어린이 문학 17
댄디 데일리 맥콜 지음, 김경미 옮김, 정승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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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꽉 찬 뚱뚱한 소녀의 놀란 얼굴과 그 밑에 옹기종기 붙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만 봐도 이 책이 어떤 내용일지 금새 짐작이 갔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길지 않은 이 동화책의 내용이 훤히 보일만큼!

그래서 이 책으로 독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내심 걱정이 되었다.
<뚱뚱한 아이>, <왕따>,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로 화해하는 친구들>...뭐 이런 흐름을 예상할 수 있기에 과연 아이들이 흥미로와할 것인가. 동화책은 교훈도 중요하지만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이미 우리 아이들에게 왕따 문제와 친구 간의 소외 문제는 여러 책들을 통해 ,학교에서의 교육을 통해 알 만큼 알고 있고, 느낄 만큼 느끼고 있고, 해결책과 행동 방향까지도 정답처럼 알고 있는터라...

사실 내용면에서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파리 초등학교 4학년에 새로 전학 오게 된 라라. 맞는 책걸상이 없을 정도로 몸집이 큰 아이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이 힘겨워 보이는 듯 느린 아이, 몸무게가 족히 150kg은 넘을 것 같은 거구의 소녀. 그녀의 출현은 반 아이들의 모든 이목을 집중시켰고, 심지어는 다른 학년, 다른 학교의 아이들에게까지 회자될 만큼 큰 이슈였다. 당연히 그런 이벤트를 놓칠리 없는, 어떤 동화책에나 등장하는 악동 같은 녀석들 몇 명이 라라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또, 예상대로 라라는 그녀석들의 장난과 폭언, 과한 놀림에도 전혀 굴함 없는 착한 아이이다. 
(그런데 왜! 뚱뚱한 주인공들은 다들 착할까? 만약 정말 날씬하고 예쁜 주인공이 라라처럼 착하기까지 하다면 그건 ’백치미’가 되는걸까? 여하튼 ’착한 주인공’은 너무 맹목적이다.) 

어쨌든, 악동 무리들의 방해공작과 온갖 장난에도 불구하고 라라는 그들 각자의 마음을 읽어주고, 그들의 장점을 격려해 주며 결국 떠나는 그 순간에 그들의 마음을 얻게 된다. 전학을 가게 되었기에 해피엔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들 각자의 마음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게 되었다는 면에서는 해피 엔딩이겠지.

이렇게 줄거리만 보면, 이 동화는 너무 구태의연하다.
하지만 이 구태의연함을 의외로 신선하게 바꾸는 장치가 있다. 또 한 명의 주인공.
라라의 이야기를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하며 글을 써 내려가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인 래니.
이 동화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니라 이 래니의 시점으로, 일인칭 시점으로 -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 주변 인물의 시점으로- 써 내려간다. 그러니 구태의연한 줄거리라도 관점에 따라 읽는 재미가 생긴다.

게다가 래니는 스미스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글 쓰기 연습을 하는 과정으로 라라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데, 이 구성은 아이들에게 글쓰기의 요소들을 가르쳐 주기에 적절하다. <등장인물> <발단> <각인> <악역> <배경> <대화> <대립> <주변인물> <갈등> <긴장> <위기> <반전> <세부내용> <전환> <상승> <절정> <초절정> <대단원> - 각 챕터의 제목 부터가 소설의 전개 요소들을 그대로 옮겨 놓고 있기 때문에.

형식적인 신선함.
구태의연한 이야기를 형식적인 신선함으로 풀어냈고, 그 형식은 그저 꼬아대고 순간의 재미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글쓰기의 재미와 전개 방식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는 효과까지도 줄 수 있는, 의도된 형식이다.

이야기의 전개와 줄거리 따라가며 읽기에 바빴던 아이들은, 극의 전개라는 것이, 이야기의 흐름이라는 것이 이런 구성과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 같다. 챕터 제목에 부여된 형식적 전개는 라라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각 사건들과 연관지어져서 자연스럽게 체득되어진다고 할까.

물론 독서수업을 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흐름과, 형식적인 흐름 두 가지를 아우르는 관점을 가지도록 요구하기엔 아직 좀 무리였다. 이야기의 내용과 사건의 전개를 정리하기에도 바빴던 우리 아이들. 하지만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래니처럼 평범한 생활 속 이야기를 나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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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1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신선한대요?
현맘님의 페이퍼를 따라가면서, 래니의 관점에서 본 라라 라고 생각하니..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타인의 관점을 알려주기도 좋은 책이군요.
초등학교 때는 그 부분이 아무래도 약하잖아요, 저 역시
그런 것들을 잘 몰라서, 인간 관계 대처에 굉장히 약했던 기억이 있네요. ^^

현맘님, 즐거운 하루 되세요.
참...... 탁구대는 생각보다 작아요~ 고려해보세염.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0 12:0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서로에 대한 각자의 선입견을 벗어내고 소통하는 과정이 잔잔하니 감동을 주기도 해요^^
독서수업을 하면서 요새 아이들이 어떤지 더 많이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막 사춘기에 들어가면서도 정작 학업과 학교 생활에 치여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아..탁구대!ㅋㅋㅋ
이렇게 유혹하시니 당장 검색들어갑니다. 위시리스트에 등재!

아이리시스 2011-02-11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이거.
독서수업은 어떤 식으로?
현맘님이 질문하면 애들이 대답하나요, 아님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나요.
다 읽고 오는 거예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1 14:52   좋아요 0 | URL
독서수업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책을 다 읽고 와야 해요.
기특하게도 책들은 잘 읽어와요..ㅎㅎㅎ
전 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책마다 핵심 주제를 잡고
내용 파악하고 주제 정리해 보고, 토의 토론할 논제가 있다면 토의 토론도 해보고, 그리고 항상 마지막엔 글쓰기를 해요.
책 감상도 할 때가 있고, 아니면 토의 토론한 내용에 대해서
논리적 글쓰기를 할 때도 있구요.

질문하고 대답할 때도 있고,
보통은 초등학생들이라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게 유도해요.

어떤 때는 저 혼자 신나 할 때도 있다는..ㅎㅎㅎ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2주

다음 한 주 내내 집에 아들 녀석과 둘이 있게 된다. 심지어 봄 방학 기간이다. 그러니 아침부터 밤까지 내내 붙어 있어야 한다는 말씀! 아들이 이제 10살인데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을 지도...어쨌거나, 이번 주 토요일 아침부터 다음주 일요일 저녁까지 오로지 아들 녀석과 단 둘이 보내게 된 시간. 

혼자 있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실 딸 아이와 함께 남겨지는 것이 더 좋다. 혼자 놀기의 달인인 큰 딸은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심심해 하지 않는, 그러니까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나를 방해하거나 귀찮게 하지 않는, 간혹 내가 오히려 궁금해서 그녀의 시간을 방해하게 되는 아주 독립적인 녀석이다. 그러니 나와 딸 둘이 집에 있는 시간은 아주 고요하다.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 우린 서로 각자의 일에 몰입하며 행복해 할 뿐... 

말해봤자 입 아프겠지만, 아들 녀석은 정말 그와는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딱 맞다. 단 한 시도 혼자 있기를 두려워 하는 녀석이다. TV도 같이 보자고 조르고, 책도 읽어 달라고 하고, 축구 연습하러 운동장 나갈 때도 친구 아니면 누나 아니면 엄마. 누나 없을 때 혼자 맛있는걸 사주면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별 맛이 없다는 녀석이다. 심지어 샤워 할 때도 화장실 문 앞에 있으라는 녀석. 하루에 '엄마! 누나! 아빠!'를 부르는게 정말 천 번도 넘을 것 같다.

자...이러니 다음 주는 나에게 기대 반 걱정 반의 시간이다. 나머지 두 식구가 없으니 단촐해서 심플할 테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욱 심심해진 아들 녀석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는 좀 고민이다. 그래서 아들 녀석과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중 아들 녀석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영화관 가기. 영화 보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데 항상 모든 식구가 같이 움직이기를 원하는 남편 때문에 사실 자주 가지는 못했다. (남편의 이런 성격은 아들 녀석과 똑같다ㅎㅎ)
볼링 치러 가기. 운동장에서 운동하기. 영화관 가기. 박물관 구경하기. 외할머니 댁 놀러가기. 이모 집 놀러가기 등등등 중에서 가장 기다리고 있기에 예매를 위해 미리 둘러보았다. 사실 아들과 같이 보기에 적당한 영화들이 다음 주까지 상영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무슨 영화가 가장 보고 싶냐고 했더니 <글러브>란다. 어디서 광고를 봤단다. 의외였다. 축구 교실을 다니고 있고 늘 축구에 열광해 있던 녀석이라. 야구는 해 볼 일이 많지 않았지만 이 영화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나름의 기대평과 함께. 

<메가마인드>는 어떠냐 했더니 이제 그런건(!!) 유치해서 안 본단다. 10년이나 살았다 이거지. 사실 그동안 디즈니, 픽사 등등등. 수도 없이 많은 애니메이션을 봐왔으니 이제 녀석도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졌고 딱히 특별한 기대도 들지 않으리란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메가마인드 3D> 

 

 

그런데 이것이 과연 다음 주까지 상영할 것인가...3D로는 한 번쯤 볼 만하지 않을까 싶은데. 평점도 좋고 추천했던 사람도 있어서 봐볼까 했었는데 기회를 놓쳤었다. 다음 주까지 상영한다면 꼭 봐야 할 후보작. 관람 기회를 놓친다면 DVD 구입할 기세. 

 

걸리버 여행기는 재미있을 것 같아 내심 기대했었는데 여러 관람평들이 좋질 않아 패스! 소재나 제목으로만 보면 딱 아들 녀석과 보기 좋은데. 아쉽다. 

 

 

 

12세 이상 관람가지만 우리 아들 녀석도 2011년을 맞아 10대의 반열에 들어섰으니 봐도 무방하겠지? 애니메이션은 유치하다고 하는 녀석. 코믹하고 유쾌하다는 소문이 무성하니 봐줘야 겠다.
김명민이란 배우가 이번엔 어떤지 궁금한 나와, 웃기고 재밌는 건 뭐든 좋아하는 아들 녀석이니 만족스럽지 않을까! 

    

혹시 <평양성>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은 없다. <황산벌>도 그저 그랬던 기억이 있고 왠지 아들 녀석이 사투리를 못 알아 들을 것 같은 생각도.. 

  


 개봉 예정작 중에서 눈에 가는 몇 개의 영화. 

<아마존의 눈물>이나 <아프리카의 눈물>을 진지하게 봤던 녀석이라 아마 좋아할 것 같다. BBC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필름들을 무척 애지중지하고 북극과 남극이라면 귀를 쫑긋 세우는 녀석과 꼭 함께 볼 영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너무 예쁘다. 

 

 

 

 

 

사실 이건 딸과 함께 봐야 할 영화 같다. <라푼젤> 보자고 하면 아들 녀석은 제목만 듣고도 손사래를 칠 것이 분명한데...
내가 보고 싶은 영화. <그림형제 동화> 중 가장 마지막으로 알게 된 동화였지 아마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처음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라푼젤의 머리가 어디까지 늘어뜨려지는지 보고야 말테다. 

 

 

 

  

 

일단, 리스트를 만들고 아들 녀석과 협의를 거쳐 결정해야겠다.^^ 아마 매일 영화관에 가지 않을까 싶다. 날도 추운데 둘이 팝콘 먹어가며 단촐하게 하는 영화 관람.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낭만이 있지 않을까! 나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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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09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메가 마인드는 유치해서 안 본대여?
울 코알라는 제발 글러브 보자 해두, 슬플거 같아서 싫대요. 그냥 버티던걸요.
우리도 라푼젤 보러 가야 하는뎅. 잼나겠더라구요.. 머리가 12미터라던가? 큭큭.

그나저나 제 목감기나 낫아야 모든게 가능하다눈... ㅠㅠ
즐거운 데이트 되세요, 아들은 특히, 조금만 커도 엄마랑 안 놀아준대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09 09:11   좋아요 0 | URL
네..아주 웃겨요.
그렇게 좋아하던 파워레인저, 토이스토리 등등의 캐릭터들이 그려진
새 노트를 사주려고 했더니, 아주 기겁을 하네요.
자기는 이제 10살이니까 심플한 형아들 걸로 사달라고...ㅋㅋ

정말 지금이야 엄마 옆에서 안 떨어지지만, 아들의 변화는 엄마들 마음에 피멍을 들인다는 소문이..ㅎㅎㅎ 있을 때 잘 해야겠지요?

울보 2011-02-09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노상 올해 열살되는딸아이랑 붙어있어요,
음 그런데 그 아이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엄마 게임도 같이 하자,공부도 같이 하자,,혼자잠시 장보러갈때 떨어진것도 얼마 안되었다니까요,
너무 귀여운 막내인걸요,
아드님이랑 즐거운 하루하루 보내세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09 20:41   좋아요 0 | URL
게임도 하셔야 겠네요..ㅎㅎㅎㅎ
아이마다 가진 성향인 것 같네요.
이런거 고민하던 엄마도 아이가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 더 이상 엄마랑 다니지 않을 때 후회한다고 하던걸요..
울보님도 즐거운 동행 되시길...^^

아이리시스 2011-02-0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귀엽다.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래요?
어딜가나 같이 가고 싶어하는 아빠는 울아빠를 좀 닮았고, 아하하.
그래서 저 엄마아빠 데이트 따라다니는 딸이랍니다.
커서는 횟수가 좀 줄었지만 최근 좋았던 건 작년 봉하마을에서 생신기념음악회 갔던 거예요.
풀밭에 돗자리 깔고 엄마아빠 사이에 앉아서 어린애마냥,ㅋㅋㅋ
올해도 기대하고 있어요. 또 할진 모르겠지만.

제가 하면 뭐든 따라하고 갖고싶어하던 제 동생 어릴 때 생각나네요.
이제는 누나라고 안부를려고 하고 있어요,ㅋㅋ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09 20:43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아버지도 그러시군요..ㅎㅎ
아니..직장 다니는 사람의 여가 시간에 맞추라고 하니
저희 가족들은 모두 남편의 귀가만을 늘 기다린다는..ㅋㅋㅋ

봉하마을 생신기념음악회...우와. 멋진걸요!
엄마 아빠 가운데 앉아 있는 아이리시스님...그게 최대의 효도라구요!
얼마나 뿌듯하고 좋으셨을까~

남동생들은 어느정도 크면 더 이상 누나 호칭을 안 쓰더라구요.ㅋㅋ
보통 누나보다 키가 커지기 시작하면 그렇다던데.
저희도 얼마 안남았네요.

꿈꾸는섬 2011-02-10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맘님 글러브 추천이요.^^
아들과 함께 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볼만한 영화가 꽤 있네요. 근데 왜 이리 나가기가 싫을까요? ㅜㅜ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0 10:01   좋아요 0 | URL
꿈섬님이 추천해 주시니 꼭 봐야겠어요!
상영 내리기 전에 이번 주말에 보려구요. 녀석이 좋아하겠어요^^

날이 좀 따뜻해져서 나갈 만 했었는데 오늘 다시 추워진다네요. 이구..
그래도 가뿐하게 행복한 하루 하루 보내세요^^
 
올드 파리를 걷다
진동선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파리의 첫 인상은 <올드> 그 자체였다. 온갖 네온 싸인과 쭉쭉 뻗은 대로 가득히 질주하는 차들로 가득찬 서울 사람의 눈에 파리의 첫 느낌은 <오래된 신비함>이었다. 사진들로만 봐 왔던 파리의 도시 곳곳은 정성들여 연출한 사진보다 훨씬 더 아름다왔다. 

<올드 파리를 걷다> 제목을 보는 순간, 그때의 그 느낌들이 강렬하게 다가와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또 어떻게 변했을 지 모르지만, 내가 보았던 십 수년 전의 파리의 거리가 그대로 펼쳐지는 것만 같은 기대감으로. 

그저 멋진 풍경과 감초 같이 곁들인 에세이 정도로 생각했던 이 책은 인상보다 훨씬 더 묵직하다. 2010년 파리를 방문한 사진작가 진동선은 1890년대를 기점으로 온갖 만국 박람회가 열렸던 파리가 어떻게 변해 버렸는지, 각종 산업과 기계 문명으로 인해 파괴되고 버려진 <올드 파리>를 끈질긴 시선으로 찾아 다닌다. 그가 찾아다니는 <올드 파리>의 실마리는 일종의 도큐먼트 사진작가라고 할 수 있는 <외젠 앗제>의 시선이다. 

 

   
 

외젠 앗제 

1857년 2월 12일에 태어나 1927년 8월 4일에 세상을 떠난 파리 사진가다. 1868년에는 어린 선원이었고, 1876년에는 유랑 극단 배우였다. 1896년 파리에서 사진을 시작한 후 프랑스 문학과 미술에 초현실주의 영감을 제공했고, 수많은 예술가에게 사진을 제공했다. 파리 현대화와 대도시화를 목도하고 그 모든 대도시적 시간과 사건과 역사를 카메라에 담았으나 정작 본인은 1927년 사진 1만 7천여 점만 남기고 쓸쓸하게 삶과 이별한 카메라의 서정시인이었다. p.32

 
   

  

   
  올드 파리의 몰락 - 낡은 도시, 오래된 건물, 비좁은 뒷골목이 붕괴된다...앗제는 올드 파리의 길을 걷고, 사진을 찍었다. 외상과 내상을 입은 옛 궁전, 교회, 건물, 어느덧 잊히고 몰락해가는 지난 삶의 풍경과 풍속을 카메라에 담았다.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 비루한 삶의 거처, 직업, 사람들이었다.
앗제의 사진에 거대한 용광로와 목재 연료의 가마가 나란히 공존하는 사진이 있다. 증기기관과 나란히 수차가 내달리고, 휘황찬란한 백화점 옆에 낡은 구멍가게가 있다. 멋진 턱시도를 입은 신사 옆에 초라한 넝마주이가 공존하는 사진이 있다. 또 나자빠진 지난 시간의 잔해 뒤로 한껏 솟아오르는 철골, 유리로 된 현대식 건물, 새로운 상품으로 채워진 상가, 만지지 말고 오로지 눈으로만 보아야 하는 쇼윈도 사진이 있다. 모두 옛 파리의 마지막 숨결을 암시한다. 사라진 시간을 누설한다. p.65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변해가는 파리의 마지막 모습들을 끊임없이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던 앗제의 시선을 따라 저자도 골목 골목을 누비고 있다. 올드 파리의 찬란했던 영광과 혁명의 기치 아래 뿌려진 수많은 피의 울부짖음, 전 세계의 유행과 개방의 중심지가 된 파리의 빛과 어두움으로 가득찬 그 골목 골목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그 곳에 서려있는 역사와 인문학적 예술적 사실들을 풀어내고 있다. 

<사진 에세이를 넘어서 인문학적 에세이를 꿈꾸었다. 또 기행문을 넘어서 소설을 꿈꾸었다...p.388> 

저자의 에필로그에 나와 있는 대로 이 책은 사진집의 첫 인상을 무색케 하는 인문학적 에세이라고 정의해야 할 듯하다. 사라져 가는 올드 파리에 대한 감상에서 시작하는가 했더니, 사라져 가게 된 역사적 배경과 시대적 상황, 그 시대의 문인과 예술가들의 감성을 서정적인 사진과 객관적인 자료들을 잘 버무려 놓고 있다. 

앗제가 활동하던 시기의 파리, 1890년대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의 파리는 그야말로 예술가들의 무대였다. 인상파 화가들, 초현실주의 작가와 예술가들은 파리의 거리로 까페로 골목으로 모여들어 그 시대의 현재를 담아내고 미래를 그려내기에 분주했다. 그 시작은 <마네>였다. 

 

   
 

그에게 <인상<은 현대적 삶의 단상이다. 새로운 문화의 출현을 알리는 환각적 풍경에 대한 인상이다. "마네의 그림은 그림을 통한 신구 간의 날선 싸움 혹은 과거와 미래를 두고 벌이는 시대 인식의 투쟁"과도 같다. 
인상은 순간의 이미지다. 순간에 관찰된 감각적 인식이며 관찰자의 감각기관에 수용되는 짧은 잔영이다. 그러나 내면을 응시하는 힘, 보이지 않는 순간적인 것까지 삶의 본질로 끌어안은 현대성의 인식이다. 바로 마네의 그림이다.
모네, 세잔, 피사로 같은 새로운 회화의 선구자들도 마네가 뿌리였다. 실제로 마네와 함께 파리 교외에서 작업했으며 햇빛에 반사되는 것처럼 현대 파리 사람들이 여흥을 생생히 목격했다. 파편적인 삶, 덧없는 삶, 떠밀리듯 휩쓸려가는 부초 같은 삶에 대한 현대성의 감각을 공유했다. 모두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한 새로운 이성의 출현이었고, 파편적인 파리의 시간, 덧없는 파리의 삶에 대한 인상이었다. p.120

 
   

 

책 곳곳에서 예술가들을 만난다. 마네, 시인 보들레르, 모네, 세잔, 르느와르, 피카소, 샤갈, 마티스, 만 레이, 장 콕토, 키키, 키슬링.......
책에서만 화보에서만 사진에서만 보던 그들이 파리의 골목 골목을 어울려 다니며 파리의 로통드 까페에 앉아 예술을 논하며, 어느 골목 어귀의 작업실에서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그림들을 그리고 있는 것. 사라져 가는 올드 파리의 어느 구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그 현장 속으로 어느새 나도 들어가 있었다.
개개의 예술가들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금 내가 <인상파>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미래파> 등으로 규정지어 있는 '사조'로 배우고 알고 있는 그 시대 그 생각의 흐름이 파리라는 도시에 온전히 녹아져 있는 듯한 감동.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경험이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 그저 활자로만 경험하기에 너무 아쉬운 풍경이다. 

 

   
 

그 중 까페 로통드가 전위 예술가들의 본거지였다. 아방가르드 예술 정신의 발신지였고, 다다에서 초현실주의까지 세계 미술의 전진기지였으며 현대미술을 오늘의 모습으로 있게 한 역사적 장소였다. 1900년에 문을 연 로통드는 전화기까지 갖추고 있었다. 피카소, 모딜리아니는 매일 이곳으로 출근했다. 바야흐로 몽파르나스 시대였다. p.207

 
   

  

사라져 가는 것들 - 시간을 포함한-에 대한 외젠 앗제의 집요하고 꼼꼼한 시선은 그것이 <올드 파리>의 기록이었음에도 어느 덧 현실을 초월한 <초현실주의 파리>로 규정된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에 의한 정의였겠지만, 20세기 초의 파리가 얼마나 빨리 급격하게 옛것을 벗어버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불과 몇 년 전의 것이 <올드>가 되었다가 <초현실>까지 되어 버리는 문명의 어두운 뒷면. 

그러니까, 내가 보고 왔던 파리는 내 기준으로 <올드>였던 것. 난 그때 파리가 <올드>와 <뉴>를 참 조화롭고 아름답게도 잘 지켜왔다고만 생각했었다. 과거의 시간을 모두 싹 쓸어버린 서울과 비교하면서...하지만 그들의 뒷면도 그리 조화롭지만은 못했음을 알게 된다. 모든 시간은 사라져버린 것들의 현재다. 

 

   
 

20세기 초반의 파리는 모든 면에서 초현실이었다. 급격한 발전과 속도로 아우성이었고 혼란이었고 아노미였다.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과 동물이 차에 치였다. 인공조명에 밤이 낮이 되었고 새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시민들은 사라진 산책길에 망연자실했고 붕괴된 파사주에 길을 잃었다.
초현실주의는 이 같은 정황에서 꽃을 피웠다. 현실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부터 감각상실을 막고, 무의식의 흐름을 차단하고, 속도의 시공간이 어떻게 우리를 이끌어가는지 깨어나게 했다. 그리하여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꿈과 환상으로 채색된 초현실의 모습이라는 것을 자각시켰다. p.222
 

 
   

 

   
 

유행이 올드 파리의 몰락에 한몫했다. 지겨움을 느끼는 속도, 새로움을 요구하는 유행의 속도가 작용했다. 유행은 태생적으로 시간의 산물이다.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때, 시간의 죽음을 조롱할 때 태어나는 시간의 얼굴이다. 치명적이지 않은 유행은 없다. 어떤 유행도 치명적이다. 죽음을 전제하지 않는 유행은 없다. 죽이고 밀어내지 않는 유행은 없다. p352 

 
   

 

현재 파리의 화려함과 멋스러움에 감탄하지만 끊임없는 <올드 파리>에 대한 향수와 집착. 그건 사라져 가는 과거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리라. 앗제의 묘를 찾는 것도 사라져 가버린 <올드 파리>의 뒷 모습에라도 경의를 표하려는 작가의 마지막 예의 같기도 하다.  

현재,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과연 어떤 것들의 초현실일까. 내가 발디딛고 있는 현실이란 것은 또 어떤 것들을 죽이고 밀어내고 만들어진 인상일까. 저자가 본 20세기 초의 파리는 무자비하게 그 족적을 없앤 주범으로 나오지만, 21세기 초의 대한민국에서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그래도 파리는 훨씬 <올드>에 대해 예의바르다는 것이다. 그게 선진국이어서, 파리여서, 프랑스여서라기 보다는 앗제처럼, 이 책의 저자 처럼 사라진 <올드>에 대한 경외와 존경으로 끝없이 뒤쫏는 사람들이 존재하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아닐까. 

파리에 가고 싶다. <올드 파리>의 흔적들을 간직하고 오늘도 초현실의 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는 <뉴 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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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09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서울만 하겠습니까... ㅠㅠ

아, 여행가고 싶다. 여행가고 싶다. 여행가고 싶다. 여행가고 싶다. 여행가고 싶다. 여행가고 싶다. 여행가고 싶다. 여행가고 싶다. 여행가고 싶다. --- 끙.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09 09:0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사라져가는 파리라니...
파리를 그렇게 평가하면 서울은 뭐...우리의 사라진 수천년 역사는 어디서 보상받아야 되는거죠?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정말 미친 듯이 유럽엘 가고 싶더라구요.
우리 둘이 갈까요? ㅋㅋㅋ

아이리시스 2011-02-09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올드 파리.
두 분 또 벌써 파리 가셨다, 큭큭.
파리. 두 자가 들어간 책은 그것만으로도 선물이예요, 그죠?^^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09 20: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아이리시스님도 콜? ㅋㅋㅋ
여자들끼리 가는 여행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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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환 지음 / 글담출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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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1-2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수학공부까지 해야하는 이런 책.ㅋㅋㅋ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1-20 16:02   좋아요 0 | URL
저 큰 딸 옆에서 수학 문제도 푸는 여자예요..ㅠ.ㅠ
요새 엄마 노릇하기 힘들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