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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평점 :
-20230628 다이앤 애커먼.
Charles Dodge - Earth's Magnetic Field
https://youtu.be/j5MHsnc67yw
-미국의 작곡가 찰스 다지도 이 태국 승려들과 비슷한 작업을 한다. 그는 1970년 6월에서 9월까지, 1961년의 자기 데이터를 특수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와 신시사이저에 입력하여 <지구의 자기장을 연주하는 태양>을 녹음했다. 이 연주의 부제는 ‘컴퓨터에 의한 전자 사운드의 깨달음’이고, 앨범 재킷에는 녹음에 기여한 ‘과학계 동료’ 3명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다. (332)
이 책에서 청각에 관한 부분이 가장 잘 안 읽어졌는데, 내가 음악에 관해 둔감해진 탓도 있겠다.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흥미로울 부분도 있겠다. 그런데 그나마 기억 남고 재미있는 부분이 청각 파트에서 많이 나왔다. 찰스 다지의 지구 자기장 음악은 궁금해서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보았다. 저자는 십대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고 하는데, 다른 악기 놔두고 굳이 바이올린인 이유 대는 게 조금 웃겼다. 다른 악기 막 다 까버림…ㅋㅋㅋ
-나는 몇 번 뿡뿡거리다 마는 튜바 연주자들을 동정했다. 튜바 연주자 중에는 남학생도 있었지만, 체격이 좋은 편은 아니었던 터라, 자리에서 일어서면 번쩍거리는 무거운 금관악기 뒤로 반쯤 가려져버렸다. 나는 신경에 거슬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타악기 주자들을 케틀드럼 속에 잡아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깔짝거리는 새 같은 오보에도 내 관심을 전혀 끌지 못했다. 항상 코를 흘리는 여자 애들이 연주하는 플루트는 꼭 작은 불꽃을 불어서 끄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클라리넷은 너무 쥐새끼 같은 소리를 냈다. 첼로, 비올라, 베이스처럼 보조 악기로 생각되는 것들에는 마음이 가지 않았다. 나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게 음악은 선율이었고, 영혼을 다해 노래하는 바이올린이었다.(302-303 다른 악기 연주자들이 단체로 때리러 몰려오는 소리가 들린다….ㅋㅋㅋㅋㅋㅋ)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를 앞머리 읽다가 포기했었다. 그러고나서 ‘감각의 박물학’을 읽는데, 두 책에서 동물의 감각을 다루는 부분이 은근 겹치는 게 있었다. 그래도 거의 30년 전에 나온 뒤에 읽은 책이 과학에 대해 다루긴 해도 조금 더 문돌이 특화(?)된 느낌으로 잘 읽혔다. 개정판은 어쩐가 몰라도 번역본이 2004년 초판에다 2011년 10쇄로 나온 내 책은 왠일인지 저자 소개와 역자 소개가 모조리 생략되어 있었다. 그래서 책을 조금 읽다 말고 아니 저자 뭐하는 사람임…하고 알라딘 저자 소개를 찾아 보았다. 오, 보니까 이 책 말고도 번역된 책들 많아서 전자도서관에 있는 책들 위시리스트에 적어놓고… (’휴먼 에이지‘, ’주키퍼스 와이프‘ 이런 것들) 박물학자, 라고 해서 그럼 박물학은 또 뭘까…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는 박물관학(다른 전공임)은 있는데 박물학은 없고…자연사, 라는 말이 비슷한 말이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박물학예사로 뽑는 전공은 주로 생물학, 천문학, 지질학이라고 했다. 이 책에서도 뭐 그런거 다 다룬다. 생물학은 동물학, 식물학, 이렇게 분류도 되는 것 같고… 박물관이랑 크게 관계 없어보이지만 또 책 내용 자체는 진짜 박물관 마냥 잡다하게 이거저거 잔뜩 모아놓고 정리해놓은 느낌이었다. 약간 중구난방으로 특정 주제에 대해 인터뷰한 것, 자기 경험, 학계 연구, 실험 사례, 마구 왔다갔다 하는데 그런데 왠일인지 그렇게 뒤죽박죽인 느낌은 아니고 또 그냥저냥 읽혀서 신기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지적으로 이해하지 말고 감각하란 의도셨을까요 ㅋㅋㅋㅋ
나는 티끌과 오류를 잘 골라내는 눈을 가졌고, 바깥과 이웃집의 소음에 민감하고, 냄새도 잘 맡고 싫어하는 냄새도 많다. 예민한 감각이 삶을 풍요하게 만들기 보다는 주로 지나친 자극으로 힘이 드는 편이다. 그래서 코로나19 걸렸을 때 후각이 사라지자 오히려 편한데? 냄새 쯤은 내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른 건 몰라도 위층 안마의자? 제습기? 새벽의 청소기? 그런 것들이 내는 저주파 진동소음은 정말 견딜 수가 없어서 반쯤 미칠 뻔 했는데 이제는 견딜 수 있는 약을 발견했다.

알약 아님…이거 다 귀마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보다도 효과가 좋은 3M에서 나온 굿나잇 이어 플러그! 이어플러그는 원래 쓰긴 했는데 내 귓구멍이 심하게 작은 편이라 (특히 왼쪽 구멍이 짝귀…그래서 플러그가 안 들어가고 바깥에 삐죽 솟음 ㅋㅋ) 그전 것들로는 완전 밀폐가 안 됐었는데, 보라색 벌크로 병 안에 약처럼 100알 들어있는 이 귀마개는 진짜…나의 구원자… 텔레비전 소리든 층간소음이든 이걸로 틀어막으면 인성 마저 좋아지는 느낌이다. 다 견딜 수 있어…
감각이라는 게 직접 느껴보지 않고서는 이걸 뭐 어찌 전달할까, 싶은데 저자는 온갖 감각을 자신의 경험과 다른 저술과 남들 이야기 최대한 모아가지고 글로 전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이전에 읽은 책들이 이 책을 언급한 경우도 많았고, 이미 감각(시각 미각 후각 촉각)이나 뇌과학에 대한 책들을 제법 본 후라서 아주 새롭구나, 하는 건 없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쉬운 말들로 잔뜩 이런저런 정보나 묘사를 전해줘서 읽을 만 했다. 아, fMRI나 PET 이용되면서 뇌과학 많이 발달했다던데 이미 1990년대 이전에 많이들 썼구나 싶고 ㅋㅋㅋㅋ(아니 이건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쎼 해서 책 처음부터 훑어봐도 fMRI고 PET고 하나도 안 나와서 황당했는데 왠지 같이 읽고 있던 사랑과 과학에 대한 책에 나온 연구들이랑 깊이 혼동했지 싶습니다…오류 죄송)
감각적 표현이나 묘사가 많은데, 너무 많다보니 오히려 밑줄을 많이 긋지 못했다.
-그러나 구름이 낮게 드리운 날 숲 속에 있으면, 밤은 검은 쇠망치처럼 내려앉고 눈으로 반사되는 광선이 하나도 없으므로 우리는 전혀 보지 못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종교에 관한 수필에서 “모든 색채는 어둠 속에서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367)
독서 생활, 인터넷으로 이어지는 관계 대부분이 시각에 의존한다. 운이 닿아 오프라인까지 인연이 이어지면 글자보다 구체적인 이미지, 몸짓, 상대가 내는 목소리 등으로 느낌의 여지가 확장될 수는 있겠다. 알라딘에서는 딱 세 명의 이웃들을 실제로 잠깐이나마 만나봤는데, 그 중 2/3는 아직 내 전화번호부에 있지만 더는 교류가 없다. 뭐 그렇게 되는 것이지… 왜 다들 왔다가 사라지는 걸까? 부재를 너무 커다랗게 느끼지 않으려면 조금만 알고 조금만 느끼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자극에 민감한 사람들이라면 희고 검고 각지고 둥글린 글자들만으로 닿는 것도 오히려 오래오래 이어지는 방법일수 있겠다. 맛볼 것 느낄 것 볼 것 들을 것 많은 세상에서 작은 손길에도 쭈그러지는 미모사 같은 나야…
(그리고 유수님…나보고 이거 읽으래 놓고 어디갔어…이 책 가져가요 가져 가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