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 사계절 만화가 열전 21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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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이창현, 유희.


집에 큰꼬맹이가 새로 도착한 책을 먼저 보았다. 순식간에 보고는 지난 번보다 좀 얇아지고 흑백되긴 했지만 2권이 더 나은 것 같아, 했다. 1권 두 번 보고 2권 보니까 클럽 회원들하고 너무 친숙해져 버려 가지고 이제 얘들 이상해 이런 기분을 못 느끼니까 그런가 싶었다. 새로 온 사씨 남매(자매?) 사서랑 사스콰치도 그냥 평범하고 원래 있던 애들 같이 자연스레 스미네…
240쪽이 얇은 거 아닌데도 막상 읽으니 아이 아쉬워 왜 벌써 끝나...했다. 거 3권 없니… 2018년에 1권이 나왔으니 독서 모임 5년 지속 중이면 거 어마어마한 거 아니냐… 그때 초등학교 입학한 큰꼬맹이가 벌써 6학년이라구… 그때 태어난 작은꼬맹이가 여섯 살이라구… 그 세월 동안 내가 몇 권을 읽었나 훑어보니 600권 쯤 된다고 하네… 독서모임 같은 거 안 가도 되겠다… 내게 독서클럽은 알라딘 서재마을이죠… 잠시 직업 고민하다 사서되는 법 찾아봤었는데 학교 다시 다니는 것도 일이고 2권의 다크 섹시를 보면 역시 취미가 즐겁지 직업이 되면 불행할 것 같다. 그리고 막 옆에 동료가 어제 집에서 책 썰었어요 하면...아 네가 요즘 스트레스가 많구나… 건드리지 말아야지 절단사 하고 싶진 않아...할 것 같아서…(고라니님 죄송합니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신곡 지옥 8년 전에 읽고 재미없어서 연옥은 안 갔는데 감상평 뒤져보니 ‘고문 당하는 묘사들이 소돔120일이나 뭐가 다른가 싶기도‘ ㅋㅋㅋㅋㅋ나 생각보다 사드에 진심이었나 보다…
어쨌거나 희망적이면서 희망 고문적인 장면이라 좋았다. 야이시바 더 나아지기 위해 104년 기다리려면 너무 오래 살아 남아야 하잖아.


+부록으로 주는 아크릴 키링은 들고 다니면 죄 기스나게 내구도 약하게 생겼다 에잉 알라딘굿즈 요즘 영 떼잉- ㅋㅋㅋ 집에서 문진으로 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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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7-20 2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ㅎㅎ 우리가 직접 만나지 않았을 뿐. 이곳도 독서클럽!

반유행열반인 2023-07-20 21:52   좋아요 3 | URL
안녕, 미미! 안녕, 반유행열반인! 안녕, 사자! 안녕, 예티! 안녕, 다크섹시! ㅋㅋㅋ

Yeagene 2023-07-21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드뎌 샀는데 아직 못 읽고 있어요 아흑 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7-21 20:43   좋아요 1 | URL
마음 먹으시면 진짜 너무 후딱 보실 거여요 기대보다 얇더라구요 한 이천쪽 내줘야지 ㅋㅋㅋㅋ
 
원소의 이름 - 신비한 주기율표 사전, 118개 원소에는 모두 이야기가 있다
피터 워더스 지음, 이충호 옮김 / 윌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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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피터 워더스.


 나트륨은 Na, 칼륨은 K, 이과돌이 아니었어도 중학 과학 쯤 배운 사람들은 저 원소기호들을 한 번씩 봤을 것이다. 이름과 원소기호가 직관적으로 이어져 기억하기 쉽고, 두 원소를 포함한 화합물은 우리 일상에서도 너무 많이 쓰이니까. 그런데, 혹시 나처럼 가공식품이나 세제, 샴푸의 전성분 구경하는 게 취미인 분들, 특히 샤워할 때 샴푸랑 바디워시 성분 요즘 나온 제품은 아무리 뚫어지게 찾아도 나트륨과 칼륨이란 말 없을 거에요…2016년 대한화학회에서 나트륨은 소듐, 칼륨은 포타슘, 이렇게 바꿔버렸거든요. 라틴어식 명명에서 영어 발음으로 바꾸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티타늄이 타이타늄, 망간은 망가니즈, 뭐 그런 식으로 기존 독일어, 라틴어 이런 걸 죄 영어 발음 비슷하게 옮겼는데, 이번에 읽은 이 책 번역가님은 꿋꿋하게 나트륨과 칼륨을 고수하셨다. 사실 영어로도 맹거니즈, 태이터니움, 뭐 그렇게 써야 맞으니 로마자 표기법 적당히 섞어버린 표기법 개정을 보며 언어 많이 다루는 화학전공자 번역가 입장에서는 일관성 없고 근본 없는 발음 표기에 유감이 있을 법 하다. 이전에 읽은 ‘사라진 스푼’ 역자 후기에서도 그 울분 표출 좀 하셨고 나도 공감한 바 ㅋㅋㅋ 덕분에 소듐 포타슘 이랬으면 더 혼란스러웠을 좀 어려웠던 독서인데 꿋꿋이 나트륨, 칼륨, 해 주신 게 다행이구나 싶다. 


 인간이 세상을 알아가며 자기가 안 걸 남들과 나누기 위해 한 일 중 가장 큰 일은 명명, 이름 붙이기 였을 것이다. 형체가 있는 것에도, 없는 것에도, 물질 아닌 현상이나 상태나 감정이나 사변의 결과물에도, 우리보다 먼저 산 사람들은 신이 나서 견출지 붙이고 이름을 휘갈겨 놓았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만 해도 그렇다. 나는 이렇게 불리우길 원한 적 없어.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외국에 나가 사막 대수로 공사인지 다른 건설공사인지 뭐인지 하고 있던 노가다 십장 친할아버지는 편지로 00이라고 해라, 그렇게 척 이름을 적어 보냈고 그게 내 이름이 되었다. 훔쳐 본 엄마의 육아일기에서, 엄마는 나에게 별샘아, 하고 있었다. 별샘이랑 지금 내 이름이랑 간극이 크다… 그런데 또 별샘이가 내 이름이 되었다면 나는 더욱더 별난 아이가 되었거나, 생리대의 샘방지 테이프, 이런 거 보면서 굉장히 짜증을 냈을 것도 같다. 나는 지어진 본명 그대로 내내 불리웠는데, 내 동생 이름은 나보다 조금 더 흔하고 평범한대도 그렇게 싫었는지, 엄마는 동생 어릴 때 새별아, 하고 불렀고, 삼촌들도 동생을 새별이 새별이 하면서 귀여워했다. 나한테는 울보, 못난이, 하고 사람 안 따른다고 안 예뻐했다. 엄마도 삼촌들도 별을 좋아했나 보다. 하여간에 내 이름자 초성이 주기율표랑 앞에 세 개 겹쳐서 나는 주기율표를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김기덕이었으면 구구단을 좋아했겠지… 죄송합니다...


 지구과학 공부 1년 하다보니, 별의 일생을 배웠다. 우리 태양 같은 별은 작고 가벼워서 늙으면 그냥 좀 뻘개지다가 하얗게 식는다고 했다. 핵융합반응도 탄소랑 산소 정도 만들다가 멈춘다고… 그런데 우리보다 더 큰 별들은 덩치가 크고 온도도 더 높이 올라가가지고 중심부 핵융합반응 최종 산출물로 무거운 철까지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럼 그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은? 수축에너지가 좁은 곳으로 뭉치고 뭉치다가 빵! 터지면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고, 그때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 금도 은도 이런 저런 무거운 뭐시기도 생긴다고… 그러니 우리 모두는 별에서 왔어. 우리는 별가루가 재료야. 그러면 과학공부도 은근 낭만적이지 않나? 그렇지만 수능 문제는 야만적이지… 못 푼 놈들에게 멍충이, 라고 새 이름 붙게 해주지. ㅋㅋㅋㅋ


 같은 번역가가 옮긴 ‘사라진 스푼’ 또한 원소와 주기율표에 관한 이야기였고, 조금 더 서사가 있고 에피소드도 많고 재미있었다. 화학 전공한 번역자의 이점은 감수 역할도 번역자가 다 하시고 저자 오류도 인용된 원전 검토 꼼꼼히 해서 바로잡아 주고 주석도 잘 달아주고 뭐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은 부제가 ‘신기한 주기율표 사전’이거든… 예전에 읽은 ‘만화로 읽는 주기율표’가 딱, 주기율표 속 원소들 이름 어떻게 붙여졌는지 짤막하게 휙휙 던져줬는데, 그 책의 주석책 쯤 될 만하게 상세하게 어원학적 기원, 화학자들의 연구들, 화학 발전의 역사, 그러모아 적어 놓은 책이었다. 그러니까 어학 사전 느낌… 애기 때는 전화번호부 펼치고 특이한 이름 읽는 것도 좋아했고 백과사전 펼치고 필요한 것만 찾는 게 아니라 책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거도 재밌어 했지만...그땐 놀 거리도 읽을 만한 것도 그렇게 없었잖아? 이름표랑 사전이랑 족보 읽는 게 누구에게나 재미있기는 어렵겠다. (그러니까 책 뒤에 곽재식이 당연히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한 추천사는 뻥이다. 뻥 치지 마ㅋㅋㅋ) 혹시라도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과학 교육 좀 시키겠다고 이 책 읽히실 부모님과 선생님은 재고하셨으면… 충분히 가치있고 섬세하고 꼼꼼한 책이지만, 아이들이 읽기에는 너무 과하고 오히려 과학에 대한, 과학 도서 읽기에 대한 흥미 반감시킬 수도 있는 읽기 다소 어려운 책이다. 뭐 지가 읽겠다고 나서면 말릴 건 없지만 막 권장 도서 이러고 디밀기는 무리라구요…

 그럼 이 책 누가 재미있을까? 화학 전공자들은 읽으면 아, 그래서 이 이름이군, 그렇지 이런 성질이 있지, 이게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발견되고 명명되었군, 하고 즐길래나? 아님 그분들도 토하려나… 나는 화학을 배우지 않아서 알 수가 없다. ㅋㅋㅋ하여간에 청소년 수준인 민간인 내가 읽기에는 많이 힘들고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다오...그렇다오… 애들 읽히려면 차라리 ‘사라진 스푼’ 쪽이 더 흥미롭다오...

 화학자들이 잘못 생각했던 것들, 오늘 날 다르게 밝혀진 사실들도 많이 열거되어 있고, 지금 보면 황당한 연금술의 기록 같은 것도 인용되어 있어서 아...당장 저 물질이 지금 어디 활용되는지는 안 알려주면서 (그거 궁금한 사람은 엘지에서 운영하는 화학 정보 블로그가 있답니다!!! 짜잔 <원소로 보는 화학사> https://blog.lgchem.com/2017/05/원소로-보는-화학사/ ) 이름 붙인다고 갈팡질팡하던 오래 전 이야기를 왜 듣나...싶은데, 사실 과학이라는 게 그렇다. 틀린 것들을 틀리다고 밝혀내고 고치고 또 다른 증거와 실험과 관찰 결과가 등장하면 기존에 맞던 것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하는 게 과학… 문돌이들 자기가 옳다고 디질 때까지 빽뺵, 사실 누가 옳고 그른지 파악하기도 어려운 거로 싸우다 뒤질 때 이과돌이들은 차분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같은 실험, 같은 문제 풀이 벅벅 무수히 많이 반복하면서 그러고 나서 얻는 결론이 시발 틀렸네… 처음부터 다시.. 이런 거니까… 사실 도 닦기는 철학 종교 이런 거 아니고 수학 과학이 더 적합한 종목이 아닐지… 


 지금 우리가 쉽게 이름 부르고 이런 저런 제품 제조, 산업 활동에 활용하는 물질들이 그렇게 접근이 수월해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죽고 다치고 하면서 파악한 덕분이라는 걸 이름 붙이기 역사를 통해 집요하게 정리한 저자가 놀랍긴 하다. 작은 꼭지 넘어갈 때 마무리마다 다음 단락의 단서가 될 다음 물질 예고도 꼬박꼬박 하면서 유기적인 글쓰기를 했고, 뭔 이런 책을 누가 봐 싶을 4-500년 전 (왠지 먼지다듬이 잔뜩 붙고 거의 먼지가 되었을 것 같은) 고서들 뒤져가며 인용도 많이 했다. 역시 과학 연구든 과학 연구에 대한 연구든 다 도닦이, 극한의 덕질 같다...인류 사회 기여하는 점 생각하면 리스펙트...


 나는 이과돌이가 되면 화학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대입에서 목표로 한 과도 화학 공부가 주가 되는 곳이었고...그래서 수능 처음 준비할 때도 화학을 해보려고 했으나… 이과였던 친구의 간곡한 권유로 결국 화학 접고 생명과학으로 넘어갔다. (거기도 헬인 것은 마찬가지) 

시작은 아무래도 주기율표였을 것이다. 주기율표 관련 애들 보는 교양서 몇 개 봤는데 흥미로웠다. 세상을 이루는 모든 작은 입자들 이름을 표 하나에 다 담다니!!! 게다가 사은품으로 알라딘이 준 주기율표 담요가 너무 예뻤다. 주기율표 램프도 예뻤다. 애들 보라고 사 준 주기율표 플랩북도 너무 귀엽고… 그치만 막연한 교양서 따위로 화학 공부 따위 해결되지 않아… 심지어 이번에 본 이 책은 진짜 더 어렵고 뭐야...이런 거도 알아야 해… 나 화학 잘 못할 듯...맨날 씨 맞을 듯… 물질은 결국 특성에 따라 이름 붙은 무언가 일텐데. 결국 암기해야 하지. 이름들, 숫자들. 전기적 특성들. 질량 밀도 원자번호 양성자수?? 뭐 그런 거… 분자식 분자구조 등등… 하 나 갑자기 급 식음… 주기율표 나빴네… 한 장으로 될 리가 없잖아… 

내 사랑 주기율표 담요, 주기율표 북램프 


 책 읽는 동안 주기율표 확인하고 싶은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주기율표 담요는 여름내 선풍기나 에어컨 틀어놓으면 배앓이가 심해서 내내 배에 휘감고 있었다. 원소 확인하자고 매번 담요 펼치긴 좀 그래… 그래서 요렇게 아이패드로 옆에 엄청 예쁜 주기율표 (아래 첨부, 출처: https://s-ink.org/periodic-table-of-elements ) 띄워 놓으면 개간지이긴 한데 그래도 화면 내내 켜놓긴 싫고... 

이 주기율표 너무 예쁨…


 주기율표 램프는 원소기호만 있고 원소 풀네임은 없어...뭐 주기율표 데스크매트나 괜찮은 굿즈 없나???하고 뒤적거리다 예스24 과학 도서 사면 주는 엄청 영롱한 주기율표 데스크매트 발견했지만! 이미 품절된 모양이었다...흑흑

예스24의 사라진 주기율표 사은품 이거도 너무 예쁨... 이런 예쁜 주기율표 굿즈를 내놔라 알라딘!!


 아쉬운대로 알라딘을 뒤지니 오오- 4800원짜리 대형 안경닦는 수건? 뭐 그런 걸 팔고 있었다. 노트북 덮개라고 하지만 노트북 사이즈엔 택도 없게 작다 하고, 그려, 이거 사서 키보드 덮개 해야지, 하고 주문했다. 

 정작 배송이 느려서 책 거의 다 읽은 무렵 도착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 디자인은 주기율표 덕후에겐 흐뭇…하나 작은 글씨인 원소이름 인쇄 상태는 좀 많이 흐린데다 원자량도 미표기라 퀄리티 실망...그래도 이런 거 하나 있으면 이과 갬성 돋고 좋잖아...하는 건 문돌이를 못 벗어난 갬성이과 허풍이과...ㅋㅋㅋㅋ


 

+밑줄 긋기

-히브리어 neter가 ‘거품을 일으키다’라는 뜻의 ‘나타르natar'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 반응이 언급된 구절은 ’잠언‘25장 20절에 나온다. “마음이 상한 사람 앞에서 즐거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추운 날에 옷을 벗기는 것과 같고, 소다 위에 식초를 붓는 것과 같다.” 소다 위에 식초(아세트산)를 부으면, 거품이 부글부글 끓듯이 일어난다.

나이터는 ’예레미야서‘2장 22절에도 등장하는데, 몸을 씻는 용도가 언급돼 있다. “네가 잿물로 몸을 씻고, 비누로 아무리 몸을 닦아도, 너의 더러운 죄악은 여전히 내 앞에 남아 있다. 나 주 하느님의 말이다.” (232-233, 성경 속 화학. 왜 이런 데 꽂히냐 ㅋㅋㅋ )


-화학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 족의 다른 원소들이 발견되자, 결국에는 데이비가 제안한 이름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데이비의 주요 경쟁자였던 베르셀리우스의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 안나가 유리 제품을 씻다가 ‘산화무리아트산’ 냄새가 난다고 불평하자, 베르셀리우스가 “안나, 이제 산화무리아트산이란 단어는 더 이상 쓰면 안 돼, 이제 chlorine(염소)이라고 불러야 해.”라고 말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온다.

(347, ㅋㅋㅋ학계의 합의를 중시하는 우아하고 위대한 화학자 베르셀리우스...이 분이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나트륨과 칼륨이란 이름을 소듐과 포타슘으로 후려친 대한화학회는 좀… 열에 아홉 잡고 나트륨 하면 아, 하고 소듐 하면 소돔? 고모라? 할 걸...포타슘하면 게슈타포?...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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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7-20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 이를 외우던 때가 생각나게 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3-07-20 18:45   좋아요 0 | URL
저는 외웠던 기억이 없더라구요...문돌이긴 했는데 과학 공부 안 했냐...

dollC 2023-07-20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밀라아제가 입에 붙어서 다른 건 입력이 안돼요ㅎㅎ 예전에 조카한테 설명하다가 혼란만 더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3-07-20 19:1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선생님 제 입에도 그 물질이 줄줄 붙어 있사옵니다... 정작 그 효소가 무슨 원소들로는 이루어져 있는지도 몰랐네요...요즘은 아밀레이스 라고 한다고 합니다...

미미 2023-07-20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주기율표 진정 사랑하시는군요ㅎㅎ
검정바탕이 저는 마음에 들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7-20 21:17   좋아요 1 | URL
저 이미지 파일이 투명이라 하얀 바탕엔 하양 검정 바탕엔 검정 어디든 멋지더라구요!!! 서체도 독특하구 가독성도 좋구 ㅋㅋㅋ그래서 저걸로 찾아보다 알라딘 수건 받구 에잉 떼잉 쯔쯔 맘에 안 들어 했습니다 ㅋㅋㅋㅋㅋ

2023-07-21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1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3-07-21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관데도 주기율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화학전공하신분이 주기율표만 봐도 상상의 나래에 빠져드신다는데 저는 별로;;;;

반유행열반인 2023-07-21 20:42   좋아요 1 | URL
공부를 제대로 하면 안 좋아하는 게 정상일 것도 같아요 막 외국말 뜻도 모르고 이쁘다고 티셔츠 입고 다니는 거랑 비슷할지도 ㅋㅋㅋ패션이과 ㅋㅋㅋㅋ상상의 나래 그 분은 난 분이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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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사천팔백원짜리 안경 닦는 수건 산 셈인데... 주기율표 인쇄가 많이 흐리고 원자량 표기 없고 안경 수건도 고품질은 아니고 가장자리 마무리도 그냥 톱니 커팅이고 좀 많이 그렇습니다??
우왕 화학책 볼 때 옆에 놓고 봐야지 하는 기대는 와장창... 아쉽구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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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먹는고란 2023-07-20 17: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진짜 예쁜데...........아쉽네요 ㅠㅠ 저도 화학책을... 그래도 좋아하는 편이라... 가끔 진짜가끔 읽거든요 ㅋㅋㅋ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도 너무 멋짐

반유행열반인 2023-07-20 17:32   좋아요 1 | URL
제가 2019년 받은 알라딘 주기율표 담요를 지금 복 더위에도 꼭 끌어안고 있는데(라이너스냐) 이거 만한 굿즈를 이후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좀 이따가 화학책 리뷰에서 자랑 올리겠습니다 ㅎㅎㅎ

Falstaff 2023-07-20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유쾌한 열반인 님.
칼슘 다음에 주기율 표를 누가 외웁니까. 치매 예방 목적의 노인 빼고 말입죠. ㅎㅎㅎ 같은 이유로 미당은 세계에서 젤 높은 산 이름 탑 100을 외웠듯이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20 17:34   좋아요 1 | URL
연세에 따라 원자번호로 노는 거도 재미있어요. 저는 예전 한국 나이면 지르코늄이었을 건데 만 나이로다 어려져가지고 다시 스트론튬이 되었습니다 ㅎㅎㅎ 골백작님 연세는...고칼슘!!! 원자번호 20번?!?!

반유행열반인 2023-07-20 17:39   좋아요 0 | URL
아니 그리고 담요고 안경닦이고 전부 드미트리(제게 드미트리는 멘델레예프 말곤 몰라유) 써 있어서 제가 품에 맨날 꼭 끼고 있네유 ㅋㅋㅋㅋ

유수 2023-07-21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봤을 때 알라딘은 굿즈장인보단 상세사진장인..

반유행열반인 2023-07-21 11:04   좋아요 1 | URL
한 두 번 낚인 거 아니면서 물욕 못 참은 내 잘못!!! ㅋㅋㅋ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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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7 앤드루 포터. 재독.


담임 선생님이 그렇게 오열하는 모습은 그 전에도, 후에도 본 적이 없다. 내가 휴직하기 전 마지막 학기에는 한 번 그랬다. 담임반은 아니던 아이들에게 욕을 하고, 화를 내다가, 교탁 앞에 서서 한참 미친놈처럼 줄줄 흐느껴 울었다. 나는 그렇게 내 첫 직업과 이별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도망 망해서 아무래도 다시 끌려갈 듯… 

아무튼, 담임은 어느 날의 받아쓰기 10번 문제에 자기 이름을 불러주고, 담임의 이름을 발음할 수는 있었지만 미처 써 보지는 않았던 나는 례와 레 사이에서 엄청 갈등하다가, 역시나 리에-하는 발음은 내가 내본 적 없다 결론을 내리고 지우개를 들어 획 하나를 지우면서 레몬의 레를 선택하고 만다. 담임 선생님은 기다란 몽둥이로 그어진 개수만큼 손바닥을 쳤고, 겨우 한 대를 잘못 맞은 내 손바닥 맨아랫부분은 한동안 부어 있었다. 짝꿍은 뼈맞았네, 하고 자기가 맞춘 문제를 틀린 내 시험지를 넘겨다 보며 실실 웃었다.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단어로 기습한 담임이 부조리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십 몇년 뒤 자연지리학 중간고사 시험지의 교수님 성함 적는 란에, 끝자를 욱이 아닌 석으로 쓰고 비마이너스를 맞고 보니, 국민학교 1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은 스승의 존함을 틀리면 어디서든 아주 주옥된다는 교훈을 일찍이 심어주시려 했던 것 같다. 미천한 나는 미처 깨닫지 못해 먼훗날 그 미진함의 대가를 낮은 학점으로 치러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가르침에도 매질에도 열심이던 선생님이 손수건을 부여잡고 쓰러질 듯 흐느적이며 흐느끼며 교실에 들어섰을 때, 아이들은 떠들기를 멈추고 선생님의 울음 사이에 섞인 이름을 가만가만 감별해내고 있었다. 흐어헝 석순이가 죽었대애 허어어으어응- 아이들의 눈은 교실의 빈 자리로 쏠렸을 것이고, 그 자리의 주인이 다시는 학교에 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막연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향년 8세.

석순이는 내 바로 뒤에 앉은 민희의 짝꿍이었고, 선생님이 교과서를 읽어 보라고 하면 어버버 했던 걸 보면 그렇게 똑똑하지는 않았지만 거칠지도 않았다. 옆 짝꿍 성식이 새끼가 제가 가져온 채변봉투 겉냄새를 맡다 내게 디밀기도 하고, 책상에 금을 그어두고 넘어간 지우개를 빼앗거나 여차하면 주먹질을 했던 것에 비하면, 석순이는 애들한테 못되게 굴지 않았다. 오히려, 연필 낙서를 해도 지우개로 잘 지워지고 노트 뒤에 받치면 글씨가 매끈하게 잘 써지는 책받침 하나를 내게 주기도 했다. 딱히 친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상호작용이 있던 아이를 다시 볼 수 없다니, 많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학예회에서 독창을 맡게 되어서 음악 전공한 옆옆반 선생님이 나를 방과후에 남겨두고 노래 연습을 시키곤 했다. 그렇게 남던 날 중 하루는 선생님들의 휴식 시간이었는지 교사 휴게실에 사과를 까놓고 장판 위에 둘러 앉은 자리에 나도 끼어 앉아 사과를 먹었다. 다니던 교회 버스에 치었대요. 동생 하나 있다던데. 고개를 수그리고 사과를 꼭꼭 씹어 먹는 척하면서도 귀를 세우고 선생님들이 나누는 그 이야기가 석순이에 대한 것임을 알아 듣고 있었다. 아이 장례가 끝난 무렵 담임 선생님은 석순이 어머니가 주시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공책 한 권 씩을 돌렸다. 석순이는 더는 함께 있지 못하게 되었지만 너희들이 그 몫까지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는 교훈 한 마디도 잊지 않고 전하셨다. 


‘구멍’이라는 소설에서 화자의 어린 날 친구였던 탈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이상하게도 30년도 더 전에 죽은 반 아이가 생각났다. 나는 여섯 살 때 유아원에 다녀오다 갈림길에서 헤어진 친구가 가방 옆구리에 허술하게 꽂아둔 유치원에서 나눠준 안내문을 바닥에 휘날리고 가는 걸 보았다. 그걸 주워주겠다고 달려가다 바닥에 철푸덕 넘어졌다. 넘어져 있는 위로 자동차가 달려와서 나는 그대로 차 밑에 깔렸다. 웬일인지 차는 나를 밑에 놓은 채 멈췄고, 나는 차 밑에서 나가보려고 발버둥이를 쳤는데, 펼쳐진 옷자락이 바퀴에 깔려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마침 그 앞에 있던 아주머니 상회(청과물 가게)주인이 운전자에게 신호를 줘서 차는 천천히 뒤로 후진을 했고, 이제 운신이 된다 싶은 나는 벌떡 일어나서 까맣게 멀어지는 친구 뒤를 쫓아가며 떨어진 안내문을 줍고, 다시 그 친구를 따라잡아 손에다가 안내문을 쥐어주고, 그러고는 돌아서서 터덜터덜 집에 갔다. 겉옷에 온통 바퀴자국을 찍고 온 나를 본 엄마가 몸 이곳저곳을 살피고는 혼비백산해서 아주머니 상회에 달려가 목격담을 듣고 왔다. 내 기억의 많은 부분은 그러니까 엄마의 2차 가공물일 수도 있다. 내 몸집이 차 밑에 다 차지 않을 만큼 작지 않았다면, 차 바퀴가 경로를 조금 더 옆으로 잡아 나를 밟고 지나갔다면, 그날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굳이 기억해 낼 사람도, 기억해서 여기에 적어 둘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석순이는 나보다 운이 나빴다. 그렇지만 내 머리에 그런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다. 그게 조금은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써 놓았다. 


그리고 나는 이 소설집 다시 읽을 거라고, 사고 싶어하는 이웃에게 일단 홀드, 했었다. 워…한 편 두 편 읽을 수록 아니야, 당장 사, 내가 이 소설집을 얼마나 좋게 읽었었는지 금세 알았다. 벌써 4년이나 지났다니. 다른 이웃도 이 소설 기억 하나도 안 나는데 하여간에 좋았다고 했던 그런 기억만 남고, 나도 이야기 흔적은 어렴풋한데 막상 다시 읽으니 진짜 좋다. 진짜 잘 썼다.


그때 내가 읽은 건 전자책이었고, 뒤에 편집인 중에 김봉곤 있다고 좋아했던 기억도 난다. 빌려 읽고 좋아서 바로 중고책으로 하나 샀는데, 문학동네에서 나온 새 책이 아니라 그보다 10년은 더 먼저 21세기북스에서 나온 판을 구했다. 번역자도 같은데 책이 더 싸서?ㅋㅋㅋ 막상 받으니 책 상태는 세월 탄 흔적이 남아 추레해 보여서 조금 실망했었다. 결국 사 놓고 4년은 더 묵혀 더 추레해질 것이었지만...ㅋㅋㅋ


와 표지...겉커버 디자인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 가득...우산쓰고 걸어가는 하이힐 신은 종아리에 초점 맞춰 있다. 이 사진 불법촬영 아닌지 걱정도 되고, 그런데 비 오는 날...개를 산책 시키러 나온 것인가...개는 비 맞고 가로등에 오줌 누고 있다. 그런데 책등에는 개랑 개목줄은 생략하고 우산 쓴 여자만 누끼 따서 척 얹어놨어…


겉커버 매우 귀찮아 하는 편이라 휙 벗기니, 의외의 민트색...이거 색은 안 나쁜데 이 책이랑 어울리냐 하면 글쎄…

단단한 하드커버 휙 펼치면 또 의외의 베이비 핑크 ㅋㅋㅋㅋㅋ 아… 아아…. 


그런데 겉표지에 소개된 북커버 디자이너는 검색해보니 의외로 네임드였다. 모방범 표지도 28 표지도 이분 작품… 죽 둘러보니 디자이너 분 문학동네에서 오래 일하시고 나름 히트친 책들 표지 디자인 많이 하신 것 같은데 나랑 미감은 아주 많이 맞지 않다는 것을 모든 책 표지에서 느꼈다… ㅋㅋㅋㅋ

21세기북스는 이렇게 오묘한 책 디자인으로 별로 많이 팔지 못하고 절판 했나 본데, (나는 출판사가 망한 줄 알았음 아직도 있음 마법천자문으로 떼돈 범) 몇 년 후에 판권을 문학동네가 사서 내가 읽을 무렵 다시 출판한 모양이었다. 

뭐 그런저런 것도 이번에 다시 읽으며 알게 된 사실...그래서 지난 번에 읽으면서 비문 있다고 투덜댔던 ‘코네티컷’의 문장도 궁금해서 구판에서 다시 찾아보니, 조사만 조금 다른데, 바꾸기 전 문장이 조금 더 나은 것 같지만 그거나 개정판이나 역시 이상했다… 그거 하나 빼곤 그냥 문장도 다 좋음…했지만 한 군데 좀 더 읽기 까끄러운 페이지 나옴…(자세한 건 아래 발췌 참고 ㅋㅋㅋ)


4년 만에 읽은 소설집은 내 멱살을 잡고 자기 무릎에 나를 앉혀 놓고 자꾸만 자꾸만 물었다. ‘좋지? 소설 좋지? 근데 왜 자꾸 도망가?‘ 나는 특히나 이 소설이 좋네, 이 책 다 좋네, 하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 목덜미에 소름 돋고 가슴 쥐어뜯듯 떨리듯 좋은데 그렇게 소설 좋아하는 놈이 자꾸 소설 피하면서 ‘원소의 이름’ 이런 걸 먼저 읽고 있었다. ㅋㅋㅋㅋ

이 책을 읽기 전에 한낮의 우울을 우울의 우물로 맘대로 고치며 우물우물 거리는데, 옮긴 이의 말에 고통의 우물은 깊어진다, 이런 문장이 나왔다. 뭐 그렇다고...그렇게 하나도 안 비슷해 보여도 책들은 어찌어찌 이어진다. 


장마철이라 머리가 너무 말리고 뻗쳐서 초사이어인이나 피구왕 통키가 자꾸 생각났다. 커트한 지 한 달 만에(예전엔 미용실 일년에 한 두 번 감…) 미용실 가서 옆머리 팍 쳐 달라 했더니 미용사님 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너무 과감했다. 순식간이었다. 거울보니까 아 저 머리 나 아는 머린데...진, 진중권!!!! 안경 쓴 거 보니까 진중권이잖아… 나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나보다 이십살은 더 많은 진중권이 되었다… 집에 미학오디세이 내가 안 샀는데 있긴 있는데 안 봤다...근데 내가 진중권 본 게 한 권 있긴 한데 그것은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나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열심히 독후감에 남기고 있잖어...길다 오늘 잡소리가 너무 길다.



+밑줄 긋기

-콜린은 그즈음 이미 본과 입학이 확정되어 있었고, 나는 5월이면 그와 함께 볼티모어로 간다는 데 이미 동의를 한 터였다. 곧이어 여름이면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될 터였다...콜린은 총명했고 야심찼으며, 나는 그가 훌륭한 의사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게는 무슨일이든지 내가 선택한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 생길 터였다. 나는 일을 해도 됐고 하지 않아도 됐다. 나는 분자물리학 관련 서적을 읽고 아무도 알지 못할 이론들을 만들면서 나의 나날들을 보낼 수도 있었다. 나는 그때에도 콜린이 내게 거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러다 보니 나도 나 자신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120, 특별히 좋아서 그은 게 아니라, 한 페이지 안에 ‘-터였다.’ 3개나 나와서 ㅋㅋㅋㅋㅋ 은오님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이 페이지 읽으면서 몹시 거슬려할 것이 걱정된 터였다.ㅋㅋㅋㅋㅋㅋ)

-다른 사람이 당신을 채워줄 수 있다거나 당신을 구원해줄 수 있다고-이 두 가지가 사실상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추정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나는 콜린과의 관계에서 그런 식의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는 다만 그가 나의 일부, 나의 중요한 일부를 채워주고 있고, 로버트 역시 똑같이 중요한 나의 또 다른 일부를 채워주었다고 믿을 뿐이다. 로버트가 채워준 나의 일부는, 내가 생각하기론, 지금도 콜린은 그 존재를 모르는 부분이다. 그것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만큼 쉽게 파괴도 할 수 있는 나의 일부다. 그것은 닫힌 문 뒤에 있을 때, 어두운 침실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고 제일 편안하게 느끼는, 유일한 진실은 우리가 서로 숨기는 비밀에 있다고 믿는 나의 일부다. 로버트는 거의 10년 동안 내가 콜린에게 숨긴 비밀이다. 가끔은 그에게 말을 할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러기를 10년이 되었고, 그동안 우리는 유산, 파산지경, 그리고 시부모님의 죽음을 지나왔다. 이제 나는 우리가 함께 헤쳐나갈 수 없는 일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 그러나 내가 두려운 것은 그의 반응이 아니다. 나는 그를 잘 알고 있다. 내가 아는 그는 그 사실을 내면화하여 속으로만 삭일 것이다. 그 때문에 나를 미워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내색은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도 그는 아마도 내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을테고, 내게서 로버트에 대한 감정을 듣는다고 해도 내게 상처주지 않을 방법만 생각할 사람이다. 나는 그것을 안다. 죄의식은 우리가 우리의 연인들에게 이런 비밀들을, 이런 진실들을 말하는 이유다. 이것은 결국 이기적인 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든 일말의 죄의식을 덜어줄 수 있으리라는 추정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다. 죄의식은 자초하여 입는 모든 상처들이 그러하듯 언제까지나 영원하며, 행동 그 자체만큼 생생해진다. 그것을 밝히는 행위로 인해, 그것은 다만 모든 이들의 상처가 될 뿐이다. 하여 나는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내게 그러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127-129)


+4년 전 독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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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7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7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끼 2023-07-17 20: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세상에.. 너무 아름다워요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7-17 20:58   좋아요 2 | URL
다정한 우끼님 늘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진중권에게서 어떤 미감을 느끼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

2023-07-17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7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9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9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7-18 1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교훈에서 시작해서 감동과 감상까지 아니 이런 완벽한 리뷰라니! 처어어언천히 읽으신다면서 벌써 올라왔네요 당장 사! 하시면서 ㅋㅋㅋㅋ 빠른 시일 내에 땡투하겠어요 ㅋㅋㅋ 저 도촬같은 표지와 저 민트 베이비핑크 조합에 대한 말씀 공감하는 바입니다.. 최선이니.... 지금 바뀐 표지는 여자 등이 보이는데 이건 좀 책이랑 어울리나요?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터였다 ㅋㅋㅋㅋㅋㅋㅋ 유열님덕에 미리 예방주사 맞아서 읽을땐 괜찮을듯 ㅋㅋㅋㅋㅌ

반유행열반인 2023-07-18 10:28   좋아요 2 | URL
지금 이 판은 안 팔고 사신다면 문학동네판 사실 ‘터’인데 그래서 땡투는 의미 없을 수도요 아닌가 개정판에도 예전 독후감 있음 ㅋㅋㅋ(깨알같이 땡투 털어먹기) 개정판 책은 제가 전자책 빌려봐서 전자책 보면 표지나 부제나 겉표지 추천사를 좀 신경 안 쓰게 되더라구요. 중고도 많네요 하여간에... 근데 동성애 코드랑 노교수랑 학생 썸 타는 거 소재 자체를 역겨워하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안 역겹게 신경써서 잘 써놨는데 혐과 호는 어쩔 수 없는 영역이지...
은오님 덕에 읽게 되어서(아니 어쩌다가 앤드루 솔로몬이 이 책이 되었나) 이 리뷰를 은오님께 바칩니다...

2023-07-18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8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3-07-18 19:07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어떻게 자다가 그렇게 눌렀는지 진짜 깜놀했네요;;;;

페크pek0501 2023-07-20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제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특히 표제작은 너무 좋았어요. 슬프기도 했고요.
세 사람 다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 줬던 게 인상적이었고, 나중에 그 교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여주인공이
울었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 교수가 어찌나 안 됐던지 마음이 아팠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랑도 있구나, 그랬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7-21 07:11   좋아요 1 | URL
페크님도 좋게 보신 책이군요. 죽은 교수 가엾어 하는 독자는 처음 봐서 참신합니다 ㅎㅎㅎ 통속적이고 질투로 펄펄 끓고 그렇게 뻔하게도 쓰일 소재인데 읽는 마음에 안타깝고 아름답게 읽히게 쓰는 것도 큰 재주다 싶은 소설들이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3-07-21 20:06   좋아요 1 | URL
그 교수는 나이가 들어 프로포즈도 못하고 여성을 짝사랑만 하다가 고독하게 혼자 죽어갔잖아요.
끝까지 그 여성의 사랑을 지켜 주기 위해 죽는 순간까지 연락도 하지 않고요. 그게 진정한 사랑이죠.
어찌 가엾지가 않나요? 그 젊은 부부는 둘이 함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홀로 있는 그 늙은 교수가 가여웠어요.
혼자니까요. 늙으면 안 그래도 고독해지는데...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21 20:41   좋아요 1 | URL
아니 근데 여주인공도 같이 있어 덜 외롭다 뿐이지 오히려 같이 있어 노교수를 볼 수 없다 생각하면 슬프지 않나요 ㅠㅠ 교수님은 극진한 사랑이라 연락 안 했을 수도 있지만 여자 만큼 상대를 별로 안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싶기도...ㅋㅋㅋ낭만파괴범
 

예스24 단독 연재 이래가지고 시무룩 했었는데 책 나왔다
자기파괴만이 해답이다
전단지 키링 선착순 증정 -미친 키링 갖고 싶어서 바로 살 듯...
+++아니 잠시만 사은품 제안!!! 키링 말고 저기 저 비누를 달라!!!! 비누 비누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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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7-17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키링 별로 안 땡겼지만...? 열반인님이 올려주시면 찬찬히 보고 고민해보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17 15:54   좋아요 2 | URL
아오 수하님 저도 키링은 열쇠가 없어서 필요가 없는데 전단지가 글쎄 세 장이 겹쳐져 있는 디테일에 그만...손 미끄러짐 ㅋㅋㅋㅋㅋㅋ

우끼 2023-07-17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소린가 하고 들어와서 봤네요 열반님 ㅋㅋㅋㅋ 자기파괴만이 해답 ㅋㅋㅋㅋㅋㅋㅋ 독서는 자기파괴인가요 자기개발인가요 저는 헷갈리네요
저는 키링 싫으니 선착순 끝나면 주문해야지 싶으면서도 ㅋㅋㅋㅋㅋ 괴랄해서 갖고싶기도 하고요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7 15:54   좋아요 1 | URL
책 사실 거면 키링 받아서 저 주시면 제가 셀프 커플템으로 두 개 가질게요 미리 감사합니다 독서는 고죠 저처럼 하면 자기파괴 취급 하더라구요 쯔쯔 셀프고문 이러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끼 2023-07-17 15:5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저도 독서클럽 모집할때 참고하고픈 디자인과 문구..(???)

반유행열반인 2023-07-17 15:56   좋아요 3 | URL
우끼님 되게 사회성 좋으시다 독서클럽 계획도 있으시구... 저는 제가 들어간 모임은 다 파괴되고 싸우고 그럴 것 같아서 인류 평화 위해 혼자 읽고 있습니다....

우끼 2023-07-17 15:57   좋아요 2 | URL
저 문구로 모집하면 독서클럽 다 싸우고 와해되지 않을지 걱정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자기파괴를 위해 독서클럽부터 파괴하자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7 15:58   좋아요 2 | URL
아니...저런 걸 뿌리면 누가 와...우끼님 독서클럽 시작도 전에 붕괴 안 생겨요...

우끼 2023-07-17 15:5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는 말씀이라 할 말이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시작도 못해 ㅋㅋㅋㅋㅋㅋ

유수 2023-07-17 16: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그렇게 재밌어요. 페이퍼 읽었을 텐데 찾아보러..뒤적뒤적

반유행열반인 2023-07-17 16:50   좋아요 3 | URL
내가 두 번 읽는 책 흔하지 않은데 두 번 보고 첫번째 봤을 땐 웃었고 둘째는 안 웃었다고 합니다... 하필 키링이 두 번째 읽었을 때 퍼놓은 이미지라서 아 이사람들 진짜 나보고 사라고 이런 짓들을...하고 사 버렸어요... 그런데 알라딘 보면 사실 저 놈들보다 더 한 분들 더 많다는... 책으로 목숨 팔아 번 돈 탕진하고 그 책 썰고 책 가지고 싸우고 울고 웃고 자책하고 길티플레저 하다 에라 모르겠다 포기하고 술 먹고 책 보고 난 술은 끊어도 책은 못 끊고 근데 책 끊고 공부하는 독한 놈도 보이고... 오늘 말이 길다 길어 ㅋㅋㅋㅋ

Yeagene 2023-07-17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런 키링이 나왔군요ㅎㅎ 책 나온 것도 방금 알았는데 열반인님 역시 빠르시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7-17 19:26   좋아요 1 | URL
저두 알라딘이 알림으로 신간 홍보해주고 키링으로 꼬셔가지고 알았어요 ㅋㅋㅋ지르고야 말았습니다 흐헝헝

유부만두 2023-07-18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즈로 비누 괜찮겠는데요? 안에 책 결말 문장 넣어도 재미있겠다 생각도 들… 지만 뭐 사탕 깨물어 먹는 사람이 이런 말 하니까 우습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7-18 07:43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저 어린이책 사면서 하얀 비누 굿즈 받았는데 아직 안 쓰고 있네요 ㅎㅎ
이 만화는 다른 거 말구 저 전단지 안에 단 네 글자 ‘독서클럽’ 써진 분홍 비누요 ㅋㅋㅋ사실 좀 속되게 표현한 장면인데 (뭔 나이트클럽이나 게이클럽 느낌) 비누 말고 거기 출연진이 쓴 사차원 소설 별책부록으로 주는 것도 ㅋㅋㅋ(점점 산으로 가네요)

유부만두 2023-07-18 07:52   좋아요 1 | URL
아 그거 좋네요! 책 속의 “그 책”! 전에 정세랑 소설 시선으로부터 읽으면서 그 안에 언급된 소설이 더 궁금했더랬어요.
그런데 속된 분홍 비누라… 흐음? 제 비누는 주로 하얀 비누인데 말이죠. 저도 산으로 가는 중입니다.

새파랑 2023-07-19 2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거 같은데 왠지 구매해서 보기는 좀 망설여지네요 ㅋ 키링 사은품이 좋아보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19 22:47   좋아요 1 | URL
1권 보셨으면 2권은 추억 빨로 ㅎㅎ 키링은 저게 좋아보이신다굽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