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의 이름 - 신비한 주기율표 사전, 118개 원소에는 모두 이야기가 있다
피터 워더스 지음, 이충호 옮김 / 윌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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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피터 워더스.


 나트륨은 Na, 칼륨은 K, 이과돌이 아니었어도 중학 과학 쯤 배운 사람들은 저 원소기호들을 한 번씩 봤을 것이다. 이름과 원소기호가 직관적으로 이어져 기억하기 쉽고, 두 원소를 포함한 화합물은 우리 일상에서도 너무 많이 쓰이니까. 그런데, 혹시 나처럼 가공식품이나 세제, 샴푸의 전성분 구경하는 게 취미인 분들, 특히 샤워할 때 샴푸랑 바디워시 성분 요즘 나온 제품은 아무리 뚫어지게 찾아도 나트륨과 칼륨이란 말 없을 거에요…2016년 대한화학회에서 나트륨은 소듐, 칼륨은 포타슘, 이렇게 바꿔버렸거든요. 라틴어식 명명에서 영어 발음으로 바꾸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티타늄이 타이타늄, 망간은 망가니즈, 뭐 그런 식으로 기존 독일어, 라틴어 이런 걸 죄 영어 발음 비슷하게 옮겼는데, 이번에 읽은 이 책 번역가님은 꿋꿋하게 나트륨과 칼륨을 고수하셨다. 사실 영어로도 맹거니즈, 태이터니움, 뭐 그렇게 써야 맞으니 로마자 표기법 적당히 섞어버린 표기법 개정을 보며 언어 많이 다루는 화학전공자 번역가 입장에서는 일관성 없고 근본 없는 발음 표기에 유감이 있을 법 하다. 이전에 읽은 ‘사라진 스푼’ 역자 후기에서도 그 울분 표출 좀 하셨고 나도 공감한 바 ㅋㅋㅋ 덕분에 소듐 포타슘 이랬으면 더 혼란스러웠을 좀 어려웠던 독서인데 꿋꿋이 나트륨, 칼륨, 해 주신 게 다행이구나 싶다. 


 인간이 세상을 알아가며 자기가 안 걸 남들과 나누기 위해 한 일 중 가장 큰 일은 명명, 이름 붙이기 였을 것이다. 형체가 있는 것에도, 없는 것에도, 물질 아닌 현상이나 상태나 감정이나 사변의 결과물에도, 우리보다 먼저 산 사람들은 신이 나서 견출지 붙이고 이름을 휘갈겨 놓았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만 해도 그렇다. 나는 이렇게 불리우길 원한 적 없어.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외국에 나가 사막 대수로 공사인지 다른 건설공사인지 뭐인지 하고 있던 노가다 십장 친할아버지는 편지로 00이라고 해라, 그렇게 척 이름을 적어 보냈고 그게 내 이름이 되었다. 훔쳐 본 엄마의 육아일기에서, 엄마는 나에게 별샘아, 하고 있었다. 별샘이랑 지금 내 이름이랑 간극이 크다… 그런데 또 별샘이가 내 이름이 되었다면 나는 더욱더 별난 아이가 되었거나, 생리대의 샘방지 테이프, 이런 거 보면서 굉장히 짜증을 냈을 것도 같다. 나는 지어진 본명 그대로 내내 불리웠는데, 내 동생 이름은 나보다 조금 더 흔하고 평범한대도 그렇게 싫었는지, 엄마는 동생 어릴 때 새별아, 하고 불렀고, 삼촌들도 동생을 새별이 새별이 하면서 귀여워했다. 나한테는 울보, 못난이, 하고 사람 안 따른다고 안 예뻐했다. 엄마도 삼촌들도 별을 좋아했나 보다. 하여간에 내 이름자 초성이 주기율표랑 앞에 세 개 겹쳐서 나는 주기율표를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김기덕이었으면 구구단을 좋아했겠지… 죄송합니다...


 지구과학 공부 1년 하다보니, 별의 일생을 배웠다. 우리 태양 같은 별은 작고 가벼워서 늙으면 그냥 좀 뻘개지다가 하얗게 식는다고 했다. 핵융합반응도 탄소랑 산소 정도 만들다가 멈춘다고… 그런데 우리보다 더 큰 별들은 덩치가 크고 온도도 더 높이 올라가가지고 중심부 핵융합반응 최종 산출물로 무거운 철까지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럼 그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은? 수축에너지가 좁은 곳으로 뭉치고 뭉치다가 빵! 터지면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고, 그때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 금도 은도 이런 저런 무거운 뭐시기도 생긴다고… 그러니 우리 모두는 별에서 왔어. 우리는 별가루가 재료야. 그러면 과학공부도 은근 낭만적이지 않나? 그렇지만 수능 문제는 야만적이지… 못 푼 놈들에게 멍충이, 라고 새 이름 붙게 해주지. ㅋㅋㅋㅋ


 같은 번역가가 옮긴 ‘사라진 스푼’ 또한 원소와 주기율표에 관한 이야기였고, 조금 더 서사가 있고 에피소드도 많고 재미있었다. 화학 전공한 번역자의 이점은 감수 역할도 번역자가 다 하시고 저자 오류도 인용된 원전 검토 꼼꼼히 해서 바로잡아 주고 주석도 잘 달아주고 뭐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은 부제가 ‘신기한 주기율표 사전’이거든… 예전에 읽은 ‘만화로 읽는 주기율표’가 딱, 주기율표 속 원소들 이름 어떻게 붙여졌는지 짤막하게 휙휙 던져줬는데, 그 책의 주석책 쯤 될 만하게 상세하게 어원학적 기원, 화학자들의 연구들, 화학 발전의 역사, 그러모아 적어 놓은 책이었다. 그러니까 어학 사전 느낌… 애기 때는 전화번호부 펼치고 특이한 이름 읽는 것도 좋아했고 백과사전 펼치고 필요한 것만 찾는 게 아니라 책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거도 재밌어 했지만...그땐 놀 거리도 읽을 만한 것도 그렇게 없었잖아? 이름표랑 사전이랑 족보 읽는 게 누구에게나 재미있기는 어렵겠다. (그러니까 책 뒤에 곽재식이 당연히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한 추천사는 뻥이다. 뻥 치지 마ㅋㅋㅋ) 혹시라도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과학 교육 좀 시키겠다고 이 책 읽히실 부모님과 선생님은 재고하셨으면… 충분히 가치있고 섬세하고 꼼꼼한 책이지만, 아이들이 읽기에는 너무 과하고 오히려 과학에 대한, 과학 도서 읽기에 대한 흥미 반감시킬 수도 있는 읽기 다소 어려운 책이다. 뭐 지가 읽겠다고 나서면 말릴 건 없지만 막 권장 도서 이러고 디밀기는 무리라구요…

 그럼 이 책 누가 재미있을까? 화학 전공자들은 읽으면 아, 그래서 이 이름이군, 그렇지 이런 성질이 있지, 이게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발견되고 명명되었군, 하고 즐길래나? 아님 그분들도 토하려나… 나는 화학을 배우지 않아서 알 수가 없다. ㅋㅋㅋ하여간에 청소년 수준인 민간인 내가 읽기에는 많이 힘들고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다오...그렇다오… 애들 읽히려면 차라리 ‘사라진 스푼’ 쪽이 더 흥미롭다오...

 화학자들이 잘못 생각했던 것들, 오늘 날 다르게 밝혀진 사실들도 많이 열거되어 있고, 지금 보면 황당한 연금술의 기록 같은 것도 인용되어 있어서 아...당장 저 물질이 지금 어디 활용되는지는 안 알려주면서 (그거 궁금한 사람은 엘지에서 운영하는 화학 정보 블로그가 있답니다!!! 짜잔 <원소로 보는 화학사> https://blog.lgchem.com/2017/05/원소로-보는-화학사/ ) 이름 붙인다고 갈팡질팡하던 오래 전 이야기를 왜 듣나...싶은데, 사실 과학이라는 게 그렇다. 틀린 것들을 틀리다고 밝혀내고 고치고 또 다른 증거와 실험과 관찰 결과가 등장하면 기존에 맞던 것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하는 게 과학… 문돌이들 자기가 옳다고 디질 때까지 빽뺵, 사실 누가 옳고 그른지 파악하기도 어려운 거로 싸우다 뒤질 때 이과돌이들은 차분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같은 실험, 같은 문제 풀이 벅벅 무수히 많이 반복하면서 그러고 나서 얻는 결론이 시발 틀렸네… 처음부터 다시.. 이런 거니까… 사실 도 닦기는 철학 종교 이런 거 아니고 수학 과학이 더 적합한 종목이 아닐지… 


 지금 우리가 쉽게 이름 부르고 이런 저런 제품 제조, 산업 활동에 활용하는 물질들이 그렇게 접근이 수월해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죽고 다치고 하면서 파악한 덕분이라는 걸 이름 붙이기 역사를 통해 집요하게 정리한 저자가 놀랍긴 하다. 작은 꼭지 넘어갈 때 마무리마다 다음 단락의 단서가 될 다음 물질 예고도 꼬박꼬박 하면서 유기적인 글쓰기를 했고, 뭔 이런 책을 누가 봐 싶을 4-500년 전 (왠지 먼지다듬이 잔뜩 붙고 거의 먼지가 되었을 것 같은) 고서들 뒤져가며 인용도 많이 했다. 역시 과학 연구든 과학 연구에 대한 연구든 다 도닦이, 극한의 덕질 같다...인류 사회 기여하는 점 생각하면 리스펙트...


 나는 이과돌이가 되면 화학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대입에서 목표로 한 과도 화학 공부가 주가 되는 곳이었고...그래서 수능 처음 준비할 때도 화학을 해보려고 했으나… 이과였던 친구의 간곡한 권유로 결국 화학 접고 생명과학으로 넘어갔다. (거기도 헬인 것은 마찬가지) 

시작은 아무래도 주기율표였을 것이다. 주기율표 관련 애들 보는 교양서 몇 개 봤는데 흥미로웠다. 세상을 이루는 모든 작은 입자들 이름을 표 하나에 다 담다니!!! 게다가 사은품으로 알라딘이 준 주기율표 담요가 너무 예뻤다. 주기율표 램프도 예뻤다. 애들 보라고 사 준 주기율표 플랩북도 너무 귀엽고… 그치만 막연한 교양서 따위로 화학 공부 따위 해결되지 않아… 심지어 이번에 본 이 책은 진짜 더 어렵고 뭐야...이런 거도 알아야 해… 나 화학 잘 못할 듯...맨날 씨 맞을 듯… 물질은 결국 특성에 따라 이름 붙은 무언가 일텐데. 결국 암기해야 하지. 이름들, 숫자들. 전기적 특성들. 질량 밀도 원자번호 양성자수?? 뭐 그런 거… 분자식 분자구조 등등… 하 나 갑자기 급 식음… 주기율표 나빴네… 한 장으로 될 리가 없잖아… 

내 사랑 주기율표 담요, 주기율표 북램프 


 책 읽는 동안 주기율표 확인하고 싶은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주기율표 담요는 여름내 선풍기나 에어컨 틀어놓으면 배앓이가 심해서 내내 배에 휘감고 있었다. 원소 확인하자고 매번 담요 펼치긴 좀 그래… 그래서 요렇게 아이패드로 옆에 엄청 예쁜 주기율표 (아래 첨부, 출처: https://s-ink.org/periodic-table-of-elements ) 띄워 놓으면 개간지이긴 한데 그래도 화면 내내 켜놓긴 싫고... 

이 주기율표 너무 예쁨…


 주기율표 램프는 원소기호만 있고 원소 풀네임은 없어...뭐 주기율표 데스크매트나 괜찮은 굿즈 없나???하고 뒤적거리다 예스24 과학 도서 사면 주는 엄청 영롱한 주기율표 데스크매트 발견했지만! 이미 품절된 모양이었다...흑흑

예스24의 사라진 주기율표 사은품 이거도 너무 예쁨... 이런 예쁜 주기율표 굿즈를 내놔라 알라딘!!


 아쉬운대로 알라딘을 뒤지니 오오- 4800원짜리 대형 안경닦는 수건? 뭐 그런 걸 팔고 있었다. 노트북 덮개라고 하지만 노트북 사이즈엔 택도 없게 작다 하고, 그려, 이거 사서 키보드 덮개 해야지, 하고 주문했다. 

 정작 배송이 느려서 책 거의 다 읽은 무렵 도착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 디자인은 주기율표 덕후에겐 흐뭇…하나 작은 글씨인 원소이름 인쇄 상태는 좀 많이 흐린데다 원자량도 미표기라 퀄리티 실망...그래도 이런 거 하나 있으면 이과 갬성 돋고 좋잖아...하는 건 문돌이를 못 벗어난 갬성이과 허풍이과...ㅋㅋㅋㅋ


 

+밑줄 긋기

-히브리어 neter가 ‘거품을 일으키다’라는 뜻의 ‘나타르natar'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 반응이 언급된 구절은 ’잠언‘25장 20절에 나온다. “마음이 상한 사람 앞에서 즐거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추운 날에 옷을 벗기는 것과 같고, 소다 위에 식초를 붓는 것과 같다.” 소다 위에 식초(아세트산)를 부으면, 거품이 부글부글 끓듯이 일어난다.

나이터는 ’예레미야서‘2장 22절에도 등장하는데, 몸을 씻는 용도가 언급돼 있다. “네가 잿물로 몸을 씻고, 비누로 아무리 몸을 닦아도, 너의 더러운 죄악은 여전히 내 앞에 남아 있다. 나 주 하느님의 말이다.” (232-233, 성경 속 화학. 왜 이런 데 꽂히냐 ㅋㅋㅋ )


-화학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 족의 다른 원소들이 발견되자, 결국에는 데이비가 제안한 이름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데이비의 주요 경쟁자였던 베르셀리우스의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 안나가 유리 제품을 씻다가 ‘산화무리아트산’ 냄새가 난다고 불평하자, 베르셀리우스가 “안나, 이제 산화무리아트산이란 단어는 더 이상 쓰면 안 돼, 이제 chlorine(염소)이라고 불러야 해.”라고 말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온다.

(347, ㅋㅋㅋ학계의 합의를 중시하는 우아하고 위대한 화학자 베르셀리우스...이 분이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나트륨과 칼륨이란 이름을 소듐과 포타슘으로 후려친 대한화학회는 좀… 열에 아홉 잡고 나트륨 하면 아, 하고 소듐 하면 소돔? 고모라? 할 걸...포타슘하면 게슈타포?...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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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7-20 18: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 이를 외우던 때가 생각나게 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3-07-20 18:45   좋아요 1 | URL
저는 외웠던 기억이 없더라구요...문돌이긴 했는데 과학 공부 안 했냐...

dollC 2023-07-20 1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밀라아제가 입에 붙어서 다른 건 입력이 안돼요ㅎㅎ 예전에 조카한테 설명하다가 혼란만 더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3-07-20 19:1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선생님 제 입에도 그 물질이 줄줄 붙어 있사옵니다... 정작 그 효소가 무슨 원소들로는 이루어져 있는지도 몰랐네요...요즘은 아밀레이스 라고 한다고 합니다...

청아 2023-07-20 2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주기율표 진정 사랑하시는군요ㅎㅎ
검정바탕이 저는 마음에 들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7-20 21:17   좋아요 2 | URL
저 이미지 파일이 투명이라 하얀 바탕엔 하양 검정 바탕엔 검정 어디든 멋지더라구요!!! 서체도 독특하구 가독성도 좋구 ㅋㅋㅋ그래서 저걸로 찾아보다 알라딘 수건 받구 에잉 떼잉 쯔쯔 맘에 안 들어 했습니다 ㅋㅋㅋㅋㅋ

2023-07-21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1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3-07-21 18: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관데도 주기율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화학전공하신분이 주기율표만 봐도 상상의 나래에 빠져드신다는데 저는 별로;;;;

반유행열반인 2023-07-21 20:42   좋아요 2 | URL
공부를 제대로 하면 안 좋아하는 게 정상일 것도 같아요 막 외국말 뜻도 모르고 이쁘다고 티셔츠 입고 다니는 거랑 비슷할지도 ㅋㅋㅋ패션이과 ㅋㅋㅋㅋ상상의 나래 그 분은 난 분이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