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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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0
최윤 김금희 박민정 박상영 신주희 최진영 장은진.

전에 읽어본 작가가 넷, 처음 읽는 작가 셋이었다. 읽는 동안 잘 쓴다는 건 뭘까 생각했다. 특별히 끌리거나 이거 재밌다 하는 소설은 못 찾았다. 각자 개성이 달라서 자기 색을 갖는 건 참 좋겠구나 하고도 생각했다.

-소유의 문법-최윤
제법 연세가 있으신 작가인데 그래서 그런가 수상작과 자선작 모두 옛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가 있는 자녀와 단둘이 옛 은사의 집이 있는 산골집에 살며 겪는 마을 사람들 이야기. 집안에서 보는 아름다운 풍경. 그런 풍경이 보이는 집의 소유를 둘러싼 다툼.

-손수건-최윤
이상한 전화와 택배로 흔들리다 심지어 연인이 사라져버리는 상황. 자선작인데 수상작에 비하면 많이 아쉬웠다.

-기괴의 탄생-김금희
내가 좋아하는 김금희인데! 이건 문장도 비유도 표현도 요상해서 제일 안 좋아하는 김금희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은사의 망한 결혼과 연애, 은사를 향한 애정?애증? 리애씨에게 털어놓는 속마음, 은사와 리애의 조우, 고궁에서 열리는 행사...조금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신세이다이 가옥-박민정
여자 아이들이라서 입양보내져버린 사촌을 만나며 떠올리는 옛 후암동 할머나집 살이. 남의 집 살이와 가족 또는 혈연이지만 맞지 않는, 폭력적인 사람들과 사는 일의 고통,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기억들.

-동경 너머 하와이-박상영
아빠가 50억 빚지고 쫓겨다니는 건 조금 과장이 있겠지만...작가가 이전 작품에서 주로 화자와 엄마 관계를 많이 그렸던 것에 비하면 아빠와의 관계에 연인과의 관계를 엮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에세이 읽은 뒤라 그런가, 이상하게 이게 제일 자전적일 것 같다는 기분...야 그냥 소설이야 소설이라고.

-햄의 기원-신주희
닫은 동물원, 예술 타령하다 말의 피를 수혈하고 죽은 햄, 눈이 사라지고 있다는 화 씨, 그림을 그리다 보험 판매원이 된 화자. 조금 오그라들기는 하는데 인상 깊기도 했다.

-유진-최진영
유진과 유진. 베네치아와 유진의 지하방. 외로웠던 대학생활과 아르바이트 경험 회고담. 부고를 듣고서 회상하는 형식은 조금 흔한 것 같다. 죽어야만 떠오르는 옛 사람들이란.

-가벼운 점심-장은진
장은진 작가 소설은 두 번째 읽는데 이승우 소설에서 아버지가 사라진 이야기도 잠시 생각났다. 소설집 내내 밑줄 치고 싶은 건 없었는데 기수상작가 소설에서만 밑줄많이 쳤다 ㅋㅋㅋ사라졌다 돌아온 아버지를 너무 쉽게 용서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 많은 아버지들은 달려라 하고 도망가거나 남아 있으면 술처먹고 애들이나 배우자를 패는 걸까. 착한 아버지도 있긴 있겠지. 나는 갖지 못한 그것.

+밑줄 긋기
-“예전에는 이런 봄꽃들이 밉고 싫었어.”

아버지가 작고 부드러운 꽃잎 한 장을 손끝으로 지그시 매만지며 말했다.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는 꽃들이.”

“왜요?”

“나만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 같았거든.”

“아버지도 나가면 됐잖아요.”

“우울증이 도졌어. 봄만 되면.”

아버지의 말끝에 힘이 없었다.

“식욕도 떨어지고.”

“그래서 좋아해서 좋아하지 않게 된 거예요?”

“봄이 되면, 특히 벚꽃이 필 시기가 되면 비가 오게 해달라고 빌었어.”

-아무도 없고, 아무도 다가갈 수 없는 어두운 곳에 갇혀 혼자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지내는 ‘한 점’ 사람의 외로움. 사람은 시작부터가 외롭구나. 절대 고독과 암흑 속에서 살아가는 거구나. 그러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윤주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래야 만날 수 있어, 라고 말해 주었다. 윤주의 말대로 녀석이 그걸 견디며 자라는 중이란 생각이 들었을 때는 눈물이 웃음으로 바뀌었다. 녀석은 거친 바다와 우주를 제 영역으로 만들어 가며 나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히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고, 그렇게 생겨났던 것이다.
-“난 내 삶을 살고 싶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아무리 비난해도. 사는 것 같거든. 밥도 맛있고 물도 맛있는 삶이면 된 거 아니겠니. 잠을 잘 자면 좋은 인생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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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0-30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혹시 최윤 작가는 ‘하나코는 없다‘ 라는 작품쓰셨던 분 인가요? 장은진 작가님 작품이 기수상인걸로보면 문학상 심사위원들 고인물들 이라서 ㅎㅎ 전에는 수상작들 꼬박은 아니지만 챙겨 읽었는데 요즘은 구성 전개들이 밋밋 순한맛들 ^ㅎ^

반유행열반인 2020-10-30 23:01   좋아요 2 | URL
저는 이효석 문학상은 처음 읽는데 조금 실망스러웠어요 ㅋㅋㅋ순한맛 맞네요 독한 걸 원해...최윤 작가는 유명하신 분 같은데 저만 처음 들어봄 ㅋㅋㅋ엄마가 저기 소리 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 몰라? 이러고 놀라워 함...언제 말은 해 줬나...저의 취향은 아닌 듯한...

2020-10-31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31 12: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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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1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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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1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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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12: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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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1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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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1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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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1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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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14: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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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10-31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로였죠? 아직 다 읽질 못하고 있는데, 실은 별로라서 안 읽는 중....

반유행열반인 2020-10-31 14:43   좋아요 0 | URL
그냥저냥 읽을 만은 한데 신나게 읽히지는 않았어요 ㅎㅎㅎ 뒷부분 모르는 소설가들은 처음이라 궁금한 마음에 그나마 더 잘 읽히고 앞에 아는 작가들은 그저그러네 해서 ㅋㅋㅋ
 
[전자책] 달걀과 닭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소설집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배수아 옮김 / 봄날의책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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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5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접해 본 브라질 문학은 어려서 읽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유일했다. 전자도서관에서 이 책 표지를 보며 궁금했는데 이웃님이 먼저 읽어보고 좋다 하셔서 도전해 보았다.
책 마지막에 옮긴이 배수아 소설가 남긴 후기가 있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삶과 브라질 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상 같은 걸 간단히 소개한다. 나는 이웃님이 소개해준 몇 가지 일화 말고는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읽었는데, 작가에 관해 미리 아는 것이 이 소설집을 접하는 데 도움이 될지 아닐지 잘 모르겠다.
배수아는 브라질 여행 중 처음 알게된 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소설 ‘G.H.에 따른 수난’을 만나고 읽었던 과정을 간단히 소개한다.

‘얼마나 기이한 제목인가.’
“이건 정말 이상한 책이야. 정말 이상한 언어야. 처음 들어보는 작가야. 아니, 아무런 내용도 줄거리도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까지도 아무런 내용도 줄거리도 시작되지 않은 채로 끝나버릴 것만 같으므로, 이 책에 관해서 아무런 설명도 해줄 수 없어. 어쩌면 도중에 읽기를 그만두게 될지도 몰라.”

아...이건 제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읽은 배수아님의 ‘뱀과 물’을 접했을 때 느낀 감정과 매우 비슷하군요… ‘모종의 큐비즘을 연상시키는 듯한 언어와 문장’ 이라는 것도… 본인 소설 말씀하시는 거 아닌가요…ㅋ

‘G.H.에 따른 수난’은 아직 도전하지 않았지만 이 단편집 또한 만만치 않게 어려웠다. 배수아 소설가는 소설집과 동명인 단편 ‘달걀과 닭’을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세계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작품으로 칭한다. 그리고 이 소설집의 맨 처음에 배치해 놓았다. 첫 작품부터 허들이 높다. 으악 이게 뭐야 무서워 뭔말이야...하고 내려 놓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 것이다...나만 그런가…
그래도 참고 읽으면 중간중간 서사가 파악 가능한 작품들도 있긴 했다. 갑자기 지축이 흔들리는 세계,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의 인식이나 감각이 어떤 계기로 전도되면서 완전 다른 삶을 살 것이라 예상되는 순간 같은 걸 무시무시하게 잘 그려 놓았다. 그런 쪽으로는 ‘사랑’, ‘장미를 본받아’같은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는 달걀과, 병아리와, 닭이 모두 나온다. 달걀은 특히 자주 나온다. ‘달걀과 닭’은 첫 번째는 어찌어찌 읽었는데 두 번째 시도할 때는 결국 다 읽지 못했다. 비슷하게 읽기 힘들었던 글이 마지막에 실린 ‘브라질리아’였다. 소설인가? 되물을 만큼 그동안 익숙했던 쓰기나 읽기와는 달랐다. 진짜 나는 브라질에 관해 하나도 모르는구나. 브라질산 커피만 열심히 퍼먹었구나. 포르투갈어가 이렇게 생겼구나. 작품마다 원제가 병기되어 있는 점은 좋았다. 다른 번역 소설도 이랬으면 좋겠다.
힘겹게 읽었고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도 맞는데 다시 읽을 엄두는 안 난다. 이쯤되면 ‘G.H.에 따른 수난’은 또 얼마나 어마어마할지 호기심이 생겨 시도해 볼 것 같기는 한데 조금 쉬었다가, 나아아아아아아중에 읽어볼 생각이다.


+밑줄 긋기
-사랑은, 좀 더 많은 관련이 허락되는 일이다. 사랑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사랑은 나머지 모든 것에 대한 거대한 환멸이기 때문이다. 환상의 상실을 견뎌낼 사람은 거의 없다. 반면에 사랑이 삶을 풍요롭게 해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자발적으로 사랑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이다. 사랑은 궁극의 가난이다. 사랑은 갖지 못함이다. 게다가 사랑은, 사랑이라고 여겨오던 것에 대한 환멸이다. 사랑은 상이 아니다. 그래서 사랑은 자만하게 만들지 않는다. 사랑은 상이 아니다. 사랑은, 그것이 없다면 개인적 고통으로 달걀을 상하게 만들어버릴 자들에게만 허용되는 하나의 조건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영예로운 예외는 아니다. 사랑은 바로 형편없는 첩보원들에게, 모호한 예감이 허용되지 않으면 모든 걸 엉망으로 휘저어버릴 자들에게만 보장된다. (‘달걀과 닭’ 중)

-원래 아나는 사물의 단단한 뿌리를 느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것은 당황스럽게도 가정이 그녀에게 준 감정이다. 구불구불한 길 위에서 그녀는 여자의 운명으로 떨어졌고, 마치 스스로 만든 운명인 듯 자신에게 잘 맞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녀가 결혼한 남자는 진짜 남자였고, 그녀가 낳은 아이들은 진짜 아이들이었다. 지나간 그녀의 어린 시절은 이제 마치 생사를 가르는 질병처럼 낯설어졌다. 점차 그녀는 어린 시절에서 빠져나와 외부로 모습을 드러냈고, 사람은 큰 행복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행복의 철폐와 동시에 그녀는,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던 무수한 사람들, 일하듯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인내심, 변함없는 지속성, 그리고 기쁨을 가진 자들. 가정을 갖기 이전에 아나에게 생긴 일들은, 이제 그녀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영역으로 물러났다. 그것은 견딜 수 없는 행복이라고 자주 혼동했던 어지러운 도취 상태였다. 그 대신 아나는 최소한 납득할 만한 일을 창조해냈다. 어른의 삶 말이다. 그것을 원했고, 그것을 선택했다.
그녀가 신경을 쓰는 것은 단 한 가지, 위험한 오후의 시간, 집이 텅 비고 그 무엇도 그녀를 요구하지 않는 시간, 태양이 높이 떠오르고 가족 모두가 저마다 각자의 생활로 바쁜 시간을 조심하는 일이다. 가구에 쌓인 먼지를 보면, 그녀의 심장은 놀라서 살짝 오그라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삶에는 스스로의 놀라움을 상냥하게 돌볼 만한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살림을 통해 익힌 능숙한 솜씨로 그것을 억눌렀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 장을 보러 가거나 뭔가를 수선하러 갔으며, 가사를 돌보았고, 가족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가족들을 돌보았다. 그녀가 돌아올 즈음이면 오후는 지나갔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그녀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면 곧, 평화로운 진동과 함께 저녁이 왔다. 아침이면 그녀는 고요한 의무의 후광에 둘러싸여 잠에서 깨어났다. 가구들은 후회 속에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 또다시 먼지가 쌓였고 지저분했다. 그녀 자신, 그녀는 어둡고 으슥하게, 이 세상의 검고 유연한 뿌리의 일부를 이루었다. 그녀는 이름도 없이 삶을 먹였다. 그것을 원했고 그것을 선택했다. (‘사랑’ 중)

-그녀는 삶을 능숙하게 달래왔고, 삶이 폭발하지 않도록 잘 다독여왔다. 만사를 밝게 받아들였고, 한 사람 한 사람을 각자 떨어뜨려놓았으며, 옷이란 분명 입기 위한 사물이고, 다가올 저녁 시간을 위한 영화도 신문에서 한 편 골라놓을 수 있었다. -—하루가 지나면 다음 날이 오도록, 만사는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런데 껌을 씹고 있던 눈먼 남자가 이 모두를 망가뜨려버렸다. 스스로의 연민을 통해서 아나는, 달콤한 역겨움이 입까지 가득 차오르는 삶을 보았다.(‘사랑’중)
-나무에 매달린 열매는 검고, 꿀처럼 달콤했다. 땅바닥에는 바싹 마른 씨앗이, 부패한 작은 뇌처럼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는 모습으로 떨어져 있었다. 벤치는 붉은 과즙으로 온통 얼룩졌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정한 물의 소곤거림이 들려왔다. 반짝이는 거미의 다리가 나무줄기에 달라붙어 있었다. 세계의 잔인함은 고요하고 평온했다. 살인은 깊었다. 죽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이 아니었다.
그 상상의 순간은, 깊이 빠져들어간 또 하나의 세계, 풍성하게 흐드러진 달리아와 튤립의 세계였다. 나무줄기는 잎이 무성한 기생식물에 뒤덮였고, 그들의 포옹은 유연하고도 끈적거렸다. 굴복에 앞서 찾아오는 혐오감처럼—-매혹적이었고, 여자는 구역질을 느꼈다. 매혹적이었다.
나무들은 짐을 지고 있으며, 세계는 너무도 부유한 나머지 썩어갔다. 굶주리는 아이와 어른들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아나의 목구멍에 실제로 구토가 치밀어 올랐다. 마치 임신하고 버려진 여자처럼. (‘사랑’ 중)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눈먼 남자에 대한 연민은 너무도 격렬하여 마치 죽음의 고통 같았으나, 세계는 그녀에게 속한 듯했다. 더럽고 허망한, 그녀의 세계. 그녀는 아파트의 문을 열었다. 거실은 넓고 사각형이며, 문 손잡이는 깨끗하게 닦여 맨들맨들했고, 유리창은 광채가 났으며, 램프의 불빛은 환하게 빛났다. —-이곳은 또 어떤 새로운 땅인가? 지금껏 그녀가 누리던 건강한 생활이, 일순간 윤리적으로 미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서 달려오는 아이는 그녀를 닮은 얼굴과 긴 다리를 가진 생물인데, 펄쩍 뛰어오르며 그녀를 안았다. 그녀도 아이를 힘껏 껴안았다. 깜짝 놀란 채로. 그녀는 몸을 떨면서 스스로를 보호했다. 왜냐하면 삶은 위험하므로. 그녀는 세계를 사랑했고, 창조된 것들을 사랑했다. —-그것들을 역겨움으로 사랑했다. 생굴에 매혹당하는 것과 흡사한, 바로 그런 역겨움, 진실의 언저리에 접근할 때마다 그녀 안에서 솟구치는 희미한 경고의 역겨움. 그녀는 아들을 포옹하면서, 으스러뜨리기 바로 직전까지 힘껏 껴안았다. 마치 악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처럼—-눈먼 남자 때문인지, 아니면 보타닉 가든 때문인지?—-세상의 그 무엇보다 더욱 사랑하는 아들의 몸에 힘껏 매달렸다. 그녀에게 믿음의 악령이 씌었다. 삶은 끔찍하단다, 그녀는 작은 소리로, 허기에 시달리며 아들에게 속삭였다. 눈먼 남자의 부름을 따른다면 어떻게 될까? 그녀는 홀로 떠나갈 것이다…...그녀의 존재가 필요한 가난한 장소, 부유한 장소들이 있다. 그녀도 그런 장소들이 필요했다…...나는 두려워, 하고 그녀가 말했다. 팔에 안긴 아이의 가냘픈 갈비뼈가 느껴졌고, 깜짝 놀란 아이의 흐느낌이 들렸다. 엄마, 하고 아이가 불렀다. 그녀는 아이를 밀쳐내고 얼굴을 보았다. 심장이 움츠러들었다. 엄마가 널 잊게 하지 마. 그녀는 아이에게 말했다. 그녀의 포옹이 느슨해지는 걸 느끼자마자 아이는 몸을 빼내고 침실문으로 달려가더니, 더욱 안전한 장소인 그곳에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최악의 눈빛이었다. 피가 그녀의 얼굴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얼굴이 타는 듯 뜨거워졌다.
그녀는 의자에 쓰러지듯 털썩 주저앉았다. 아직도 손가락은 장바구니를 움켜쥔 채였다. 도대체 무엇이 부끄러운가?
달아날 곳은 없었다. 그녀가 빚어놓은 날들의 껍데기에 금이 갔고, 물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생굴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시선을 돌릴 방법이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부끄러운가? 이제는 더 이상 연민도 없으며, 또 그것은 단지 연민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가슴은 살고자 하는 최악의 욕망으로 터질 것 같았다.
자신이 눈먼 남자의 편에 있는지, 아니면 빽빽이 우거진 식물들의 편에 있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 남자는 점차 배경으로 스며들어갔고, 고통 속에서 그녀는 남자의 눈을 상하게 한 사람들의 편으로 넘어가는 것 같았다. 고요하고 키 큰 보타닉 가든이, 이 사실을 알렸다. 그녀는 자신이 세계의 더 강한 편에 속해 있음을, 충격으로 깨달았다. (‘사랑’중)

-이 세상에 오직 홀로,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이, 숨 가쁘게, 한마디 말도 없이, 온 정신을 집중하여, 암탉은 달렸다. 때때로, 숨을 헐떡이며 달아나는 중간에, 남자가 지붕을 넘어오다가 비틀거리는 바람에 힘들게 균형을 잡는 사이, 건녀편 지붕의 끄트머리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암탉은 잠시나마 숨을 고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때 암탉은 자유로워 보였다.
어리석고, 수줍고, 그리고 자유로웠다. 하지만 도주하는 수탉처럼 의기양양한 기색은 없었다. 암탉의 내장 안에 그 무엇이 있길래, 암탉을 하나의 존재로 만드는 것일까? 암탉은 존재다. 사람들이 암탉을 별로 중시하지 않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암탉 스스로도, 벼슬을 이고 으스대는 수탉과 같은 자부심은 없었다. 암탉이 가진 유일한 장점은, 충분히 많은 수의 암탉이 있기 때문에 하나가 죽는 즉시 그와 완전히 흡사하여 구별할 수 없는 다른 하나가 나타나 빈자리를 채워준다는 것이다. (‘닭’ 중)

-...시신으로 인형놀이를 했다. 목욕을 시키고, 음식을 먹이고, 오직 다시 데려와 입맞추고 쓰다듬으며 위로하기 위해, 벌로 구석에 세워두는 것이다. 이것이 어머니가 그 순간 욕실에서 떠올린 기억이었다. 어머니는 머리핀을 가득 쥔 손을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사랑의 잔인한 필연성을 생각하면서. 행복하려는 우리들 욕망의 사악함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 그 흉폭함을 생각하면서. 얼마나 자주 우리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죽임을 행했을까. 그리고 어머니는, 마치 위험한 이방인을 바라보듯, 자신의 머리 좋은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삶과 행복의 능력을 갖춘 저 존재를 낳은 자신의 육신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이 소름 끼쳤다. 그녀는 불편한 뿌듯함을 느끼며, 주의 깊게, 이미 앞니가 두 개나 빠진 소년을 바라보았다. 진화, 작동하는 진화, 더 잘 씹을 수 있는 다른 이빨을 위하여 스스로 자리를 내어주는 이빨. “새 셔츠를 사줘야겠어.”그녀는 아들을 보면서 마음속 깊이 결심했다. 그녀는 앞니가 빠진 아들을 항상 말끔하게 챙겨 입히려고 집요한 열성을 부렸을 뿐 아니라, 마치 청결이 안정감의 표피를 더욱 강화한다는 듯이, 언제나 아들을 집요할 정도로 청결하게 유지시키고 싶어했다. 그런 식으로 그녀는, 아름다움의 예의범절을 집요하게 완성시켰다. 집요하게 그녀 자신과 아들을, 검은 사물로부터 떼어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여자’중)

-‘사랑’이란 말에는 오랜 오해가 있다. 많은 아이들이 이 오해의 산물로 세상에 태어나는 반면, 또 다른 수많은 아이들은 오직 한 가지, 내 돈이 아닌 나를, 나만을 사랑하라는 예민한 요구 때문에 태어날 유일한 순간을 놓쳐버린다. 그러나 숨 막히는 밀림의 습기 속에는 그런 잔인한 세련됨이 없고, 사랑은 잡아먹히지 않는 것, 사랑은 장화를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 사랑은 그 남자의 검지 않은 특이한 피부색을 좋아하는 것, 사랑은 반짝이는 반지에 대한 사랑으로 웃는 것이었다. 작은 꽃은 사랑으로 눈을 깜빡였고, 부드럽고, 작고, 임신한, 작은 웃음을 웃었다.
탐험가는 그녀에게 웃음으로 화답하려 했다. 정확히 어떤 심연을 향해서 화답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그리고 그는 당황에 빠졌다. 위대한 남자만이 빠질 수 있는 그런 당황스러움이었다. 그는 탐험가용 모자를 깊이 눌러쓰는 척하며 불안을 감추려 했지만,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그의 얼굴은 아름답게도 초록빛이 어린 핑크색으로 변했다. 아침의 붉은 햇살을 받은 레몬처럼. 맛이 시큼할 것이 분명한 레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여자’중)

-그녀는 여전히 침대에 있었다. 즉흥적으로, 평화롭게. 그녀는 사랑했다…...언젠가 사랑하게 될 남자를 미리 사랑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양쪽 모두에게 아무런 죄책감이나 피해를 끼치는 법 없이. 침대에 누워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황당한 소문을 들은 것처럼, 웃음이 터지려는 얼굴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무엇을? 그게 뭔지 그녀가 어떻게 아는가? 이것이 그녀의 방식인 것을.(‘어느 젊은 여인의 몽상과 취기’ 중)

-병아리가 겁먹지 않도록 달래줄 말은 없었다. 태어난 것이 곧 두려움인 존재를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세상에 익숙해질 거라고, 우리가 어떻게 약속해줄 수 있겠는가? 부모인 우리는 병아리의 삶이 얼마나 순식간일지 잘 알고 있었다. 병아리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다름 아닌 바로 섬뜩한 공포를 통해서. 그사이, 병아리는 은총으로 충만한, 찰나의 노란 사물이 되었다. 나는 우리들이 그렇게 요구당하는 것처럼, 병아리도 자기 생명의 은총을 느끼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병아리는 자신의 기쁨이 아니라 타인의 기쁨을 위해 태어난 생명이므로. 병아리는 느껴야 했다. 병아리는 불필요하며, 조금도 필연적이지 않다는 것을—-한 마리 병아리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임이 분명했다—-그리고, 오직 신의 영광을 위해서 태어났고, 따라서 인간의 즐거움이 되는 존재였다. 하지만 우리는 병아리가 행복하기를 소망했으니, 그 이유는 단지, 병아리가 우리의 사랑을 사랑하는 것을 사랑했으므로. 오직 어머니만이 생명을 결정할 수 있고, 나도 그것을 알았다. 우리의 생명은 사랑함으로써 기뻐한 자들의 사랑이었다. 나는 허락받은 사랑의 은총에 몸을 맡겼고 숭배를 바칠 줄 알았으므로, 종소리,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병아리는 몸을 떨었다. 공포의 전율이지, 아름다움의 전율은 아니었다. (‘외인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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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10-26 1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존경심이 느껴지는 이름이네요.
....이번에도 모가지 짜르러 오는 거 아냐? 과테말라에서는 출발했대요??

반유행열반인 2020-10-26 18:38   좋아요 1 | URL
아직 모를 거에요 과테말라 조상님들 편히 쉬세요...리스펙트...

반유행열반인 2020-11-08 21:00   좋아요 0 | URL
리스펙토르의 앞글자가 L이었다는 반전 아닌 반전...

파이버 2020-10-26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수아 작가님 문체와 번역 전 소설이 찰떡궁합인가보네요! 대학생 때는 배수아님 소설 이해 못하겠어도 분위기 때문에 읽었는데 요즘은 단순한 동화책이 끌리네요ㅎㅎ 어려운 책은 반유행열반인님 서재에서 구경만 하는걸로~

반유행열반인 2020-10-26 20:26   좋아요 1 | URL
에 저보다 더 잘 읽으시는 분들이 읽고 제대로 평가해주셔야 옳습니다!!!!

하나 2020-10-26 2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삶이 폭발하지 않도록 잘 다독거려서 살고 있는데, 그 건강한 삶이 윤리적으로 미쳐있는 건 아니냐고 물어보는 무시무시한 소설이 또 나타났네요. ㅎㅎ 저 예전에 요오꼬라는 소설 읽고 내가 내 광기를 성실한 생활로 다독거리면서 더 미쳐가고 있는 건 아닐까 돌아봤어요. “삶이 진실을 드러내는 순간”이라고 신형철이 그러던데 진짜 그런 작가들 진절머리나고 “존경”해요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26 20:26   좋아요 1 | URL
저는 저렇게 살지 않는 게 목표입니다만...폭발하지 마라...존경만 할래... ㅋㅋㅋ

2020-10-26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자책] 쓸 만한 인간 (개정증보판)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20201025 박정민.

박정민 배우를 처음 본 건 영화 ‘동주’에서였다. 영화는 솔직히 말하면 재미가 없었고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그런데 여기에서 동주 역의 강하늘보다 몽규 역의 박정민이 훨씬 인상깊었다. 그리고 나중에 영화 ‘박열’에서 가네다후미코로 다시 만난 최희서 배우도 강렬했다.
박정민 배우를 다시 본 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이었다. 이병헌이랑 윤여정이 나온다길래 봤는데, 우와 박정민을 새로 발견했다. 박정민은 발달장애를 가졌지만 피아노에 재능 있는 이병헌 이부동생 역할이었는데 피아노 치는 연기가 너무 좋아서 찾아보니 영화를 위해 짧게 배운 게 다라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의 존재를 알고 한참 궁금해하다가 빌렸다. 직전에 장기하 에세이를 더디 읽었는데 이 책도 더디게 읽었다. 앞으로는 가수나 배우의 에세이는 읽지 않을 예정...ㅋㅋㅋ
그래도 면역이 되서 그럭저럭 읽혔다. 비교하면 미안하지만...일단 자신이 살고 있지만 남들은 잘 모르는 배우의 경험을 보여줘서, 가족이나 친구나 같이 일하는 동료 같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말투(글투)가 쌈마이고 장난스럽지만 그건 그거대로 맛깔이 살아서(너무 조심스럽게 예의갖춰 쓰면 오히려 읽는 재미가 반감된다...가드 내려...아니다 싶은 건 편집인들이 알아서 짤라주겠지…) 큰 재미는 아니래도 작은 재미가 종종 있었다. 살던 시기도 나보다 째끔 어리긴 하지만 겹쳐서 대중가요라든가 밴드 뮤즈!!!라든가 (먹진 않았지만 익히 들은) 피카츄돈가스라든가 하여간에 세대 차이 많이 안 났다.(그건 니 생각이고….) 내가 분당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이 사람은 그 동네 중학교를 다녔구나..그래서 공간도 째끔 겹치는 느낌이 들어 친숙했다.(나혼자만 친숙…)
영화 ‘파수꾼’이랑 ‘변산’이 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글은 자기 사는 이야기 쓰는 게 제일 자연스럽고 읽는 사람도 흥미가지고 읽게 되는 게 아닐지. 다 잘 될 거라고 말해주는 건 정말 말 뿐일지도 모르지만 그걸로 위안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거대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상처가 될 말을 돌아보고 덜어낸 뒤 개정판을 냈다는 점도 좋았다. 과오를 인정하고 고치는 일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어쨌거나 우리는 어려운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또 어쨌거나 에세이 읽는 건 쉬어야겠어. (하면서 에세이 한 권 더 빌린 나새끼야...나새끼야...소설을 읽으렴….)
아 그리고 소설 합평 수업 마지막 과제 내면서 남자 등장인물 이름 정민이로 지었다. ㅋㅋㅋ별 생각 없었는데 이 책 읽는 중이라 그냥 가져다 붙임…이름 하나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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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 2020-10-25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에세이 경계령 ^^ 저도 에세이 안읽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5:15   좋아요 2 | URL
읽다보면 만날 에잇 다른 거 볼 걸 하다가도 자꾸 빌려요....

하나 2020-10-25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파수꾼에서 정민 배우 처음 봤었는데 그 영화에서 좋았어요. 파수꾼 보러 갔었던 상상마당 시네마 없어진대서 어제는 좀 쓸쓸했고요. 분당에서 고등학교 다니셨구나. 이모네 동네고 언젠가 시나리오 배우러 다녔어서 괜히 친숙한 동네인데요.(나 혼자만 친숙..ㅋㅋㅋ) 뮤즈!! 저는 피카츄 돈까스도 먹어봤고요. 저 요즘 서른 언저리 친구들이 좀 생겼는데 그 친구들까지는 말이 좀 통하는 거 같은데(그건 니 생각이고..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12   좋아요 2 | URL
저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은 어렵고 으른들한텐 잘 개기는 편이고 더 편해요 ㅋㅋㅋ저보다 스무살 이상 어린애들한테 요즘은 쩔쩔 매는 중...직업 바꾸고 싶다...

하나 2020-10-25 16:33   좋아요 1 | URL
저도요 ㅋㅋㅋ 저도요 222 ㅋㅋㅋㅋ 아.. 은근슬쩍 개기면서 농담하구 그럴 때가 좋았는데 이제 제가 당할 차례인가봐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36   좋아요 1 | URL
이제 우리가 라떼다...ㅇㅒ도라 열심히 휘저어쥬렴...

바다그리기 2020-10-25 1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심한 저는 혹시라도 내가 막 재밌다고 해서 읽으신 건 아니겠지, 아닐거야.. 하면서 혼자 괜히 찔려하고 있는 중이예요.
영화를 보는것도 제 일에 필요한 부분이라(솔직히 그건 핑계고 그냥 영화광이라서지만^^) 그간 딱히 애정하는 배우는 아니었는데도 책 속의 출연작들을 다 봤더라구요.
그래서였는지 이야기들이
공감되고 이해도 되고 재밌었어요.
소소하게 중간중간 또라이^^같은 얘기들에 웃음도 터졌구요. 무엇보다 젠 체하지 않는 솔직하고 투박한 문장들이 좋았어요. (쓰다보니 재미 없었다셔서 괜히 변명하는 중인가 나? 이런 자각이 불현듯.. ㅜㅜ)
어쨌거나 모두의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이 특히 고마웠고 좋았다는 얘기^^
파수꾼도 변산도 강추하고 싶지만
취향 아니실까봐 조용히 속으로만 생각하렵니다. ㅎㅎ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시길요~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9:15   좋아요 1 | URL
저 바다그리기님이 오디오북 얘기하셔서 읽은 거 맞는데 ㅋㅋㅋ그리고 (작은) 재미가 종종 있다고 썼는데요!!!ㅋㅋㅋ 저도 영화를 좋아하지만 요즘은 많이 못 봐서 부럽습니다. 많이 보시고 엑기스만 골라 추천 부탁드립니다. 미리 감사합니다!!ㅋㅋㅋ

scott 2020-10-25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민배우 최고작은 ‘파수꾼‘ !꼭 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0-10-25 20:57   좋아요 1 | URL
진짜 꼭 봐야겠어요. 마침 집에서 쓰는 웨이브? 거기에도 무료로 있더라구요. 파수꾼은 무료 변산은 개별구매 ㅋㅋㅋㅋㅋ

- 2020-10-26 08:08   좋아요 1 | URL
배키 ㅋㅋㅋㅋㅋㅋ 꼭 보세요 ㅋㅋㅋㅋ 반님 보고 후기 올려줘요 ㅋㅋㅋ

- 2020-10-26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후 몽규파.. 전 동주파. 하늘하늘 강하늘!!!!!!! 제 친구가 박정민 되게 좋아하는 데요, 저도 요책 읽었는 데요,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속닥속닥) 저 박정민이랑 비슷하게 생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2020-10-26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6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6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 디카페인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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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처음 다른 곳에서 디카페인 드립백을 주문해 먹었을 땐, 아 커피는 카페인을 빼면 맛도 같이 빠져 이따위구나...하고 디카페인에 대한 기대를 버렸었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시킨 디카페인 원두가 생각보다 맛과 향이 좋아서 가끔씩 커피는 필요한데 잠도 필요한 날에 한 잔 씩 아껴 내려먹는 용으로 상비한다. 두 달 전에 두 번째 산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원두도 그렇게 잘 먹다가 이제 딱 한 숟가락 남았다. 그래서 이달의 커피는 디카페인을 사자 했다. (일반 원두는 이*트에서 저렴이를 하나 사놔서 그거 다 먹으면 사기로...)
 과테말라는 (역시 이*트에서 저렴이였던) 안티구아 원두를 먹어봤는데, 그게 너무 괜찮았다. 알라딘의 엘 소코로도 과테말라의 동네라고 했는데 그 커피도 상큼하니 좋았다. 다음에 또 사야지 했는데 신제품이 자꾸 나와서 뒤로 밀리네... 검색해 보니 안티구아랑 우에우에테낭고는 많이 다른 동네라고 한다. 해발고도 높고(한라산 만큼 높은 동네) 인구는 8만 명인가 사는 작은 도시라고 한다. 예전에 알던 친구가 몇 년 동안 과테말라로 파견갔었다. 그래서 그 동네는 차 세워놓고 어디 갔다 오면 유리창 다 뿌수고 안에 있는 거 다 가져가는 동네로 각인되어 있다....  
...그래도 커피는 맛있는 동네. 우에우에테낭고 디카페인을 사 봤다. 찾고 있던 (그러나 사더라도 향후 몇 년 간 읽지 않고 처박아 둘 가능성이 높은) 조지프 캠벨의 책 중고알리미가 떠서, 이 참에 이달의 커피도 사야지 하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걸 같이 주문했다. 

 어제밤에 택배로 받았는데 너무 늦어서 오늘 아침에 드립 내려 마셨다. 우에우에테낭고 원두는 디카페인이래도 향이 풍부하고 맛은 달달 고소하니 복잡해서 매력있었다. 그렇지만 왠일인지 절판되어 버린 시다모 디카페인의 깔끔한 맛이 자꾸 그리워졌다. (청포도: 시지 않다. 이 커피는 청포도의 산미라 하니: 신맛 거의 없다.) 알라딘 커피 담당자님들 시다모 디카페인 재입고 고려해보시지요...
 아, 핸드드립용으로 분쇄타입 골라 샀는데 이번에는 너무 곱게 갈려왔다. 물 부으면 갯벌 진흙처럼 녹인 초콜릿처럼 너무 뭉쳐서 물이 안 내려간다...조금만 굵게 갈아주세요...대신 갈아주셔서 감사합니다만...그라인더나 커피메이커나 캡슐머신 사려고 몇 달 고민했는데 그냥 머신 살 돈으로 비싼 원두를 흥청망청 사 먹기로 했다. 

 주중 아침에 출근 전까지 삼십 분쯤 남았고 아기들은 아직 자길래 드립커피나 한 잔 내려 먹고 갈까...하고 물 끓이고 이제 막 원두를 불리는 물 한 주르륵 흘리는데...등교날인 큰 아이가 일어나 배고파!해서 밥을 푸고 소음에 깬 작은 아이가 뒤이어 우엑 하고 물을 줄줄 토하고 쓰러져서 내 처지에 드립 커피는 무슨...하고 또 캡슐머신을 고민하다가 그냥 콜드브루 원액 한 병을 사놨다. 급할 때 응급용 포션으로....오늘도 아침 디카페인 드립으로는 기운 딸려서 방금 콜드브루 라떼 만들어서 원샷 ㅋㅋㅋㅋ카페인 충전 ㅋㅋㅋ역시 아무말잔치에는 카페인이 필수요소다...그러니 주간용으로 카페인 잔뜩 든 원두들 사시고 이 커피는 야간용으로 상비해두시지요... 커피가 무슨 맛인지 적기란 참 어렵다. 그냥 먹고 나면 이런 주절주절을 풀어 놓는 효과만 가시적으로 보여드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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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0-25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헤 저 조셉 캠벨 처돌이 시절이 있었어요. ㅋㅋㅋㅋㅋ <신화의 힘>에서 재능 없는 사람이 글 쓰는 법 흘리듯이 말해줬는데 그 말만 철썩같이 믿고 따라하기도 했고요. ㅋㅋㅋ 한 작가만 딱 정해가지고 그 사람이 쓴 모든 책을 읽고, 그 사람이 읽은 모든 책을 읽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린다길래.. (귀가 얇은 편) 커피 원산지를 따라서 풀어주시는 과테말라 얘기도 재밌네요. (세살 아기 분은 이제 괜찮아지신 걸까요??) 저도 아무말 대찬치하다가 포션 하나 따러 가야겠네요. 남은 주말 잘 보내시고요 :)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09   좋아요 1 | URL
저는 신화와 인생 샀는데 이거 표지가 왜 흐물흐물 약해...애기는 아침에만 물 토하고 힘이 없더니 다음날부터는 쌩쌩해서 지금은 퍼즐을 열심히 맞춰요 ㅋㅋ우리 동네 없는 열매 나는 신기한 동네들은 파도파도 끝이 없네요. 왠지 커피 원산지들 파고드는 책 있을 듯 갑자기 그런 책 있으면 보고 싶어지네요 ㅋㅋ

하나 2020-10-25 16:36   좋아요 1 | URL
아기분 쌩쌩해졌다니 다행이네요! 갑자기 추워져서 아기들도 건강 잘 챙겨야겠어요. 신화와 인생도 괜찮게 봤는데 사실 캠벨형 책 내용 다 똑같은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 저도 커피 원산지들 파고드는 책을 따라서 열반인님이 이야기 풀어놓으시는 거 보고 싶네요 ㅋㅋㅋ 진짜 그런 책 없나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57   좋아요 1 | URL
커피 산지 여행 에세이는 있는데 의외로 없는 듯 ㅋㅋㅋ커핑로드 책 아님? 했는데 음료수 이름이고 ㅋㅋㅋ 오지고 지리는 커피 지리학 이런 책 써주세요 ㅋㅋㅋㅋ

하나 2020-10-25 17:03   좋아요 1 | URL
그런 제목의 책이라면 열반인님께서 쓰셔야죠 ㅋㅋㅋㅋㅋ 아 진짜 글쓰기의 판을 뒤집어 놓는 글쓰기인데.. (정민님 글 맛깔난다고 하실 때 누가 누구더러.. 라고 생각한 1인)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09   좋아요 1 | URL
하나님의 취향이 지나치게 마이너하신 거에요,,,마치 흙 퍼먹는 이식가 같은...죄송합니다 ㅋㅋㅋ엄마 쟤 흙먹어!

하나 2020-10-25 17:12   좋아요 1 | URL
아 좋아요 안 누르고 싶은데 이것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자주 고백해서 자제 중이니까 조심해주시고요. 저 흙 먹는 애 맞는데 진짜 세상이 바뀌고 있다니까요! 21세기가 원하는 열반인형. 그래도 아무 흙이나 안 먹어욧!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18   좋아요 1 | URL
본인이 스스로 21세기를 대표하고 있어...흙도 진짜로 먹어...솔직하기까지...제 취향이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우리지금만나 당장만나 ㅋㅋㅋㅋ

하나 2020-10-25 17:2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논리왕이네요. 저도 모르게 21세기 대표한 거 찾아내시다니 ㅋㅋㅋㅋㅋ 그르니까여. 진짜 저는 열반인님이 지치시지 않게 계속 물 주면서 내 흙 맛집이 잘 되는 꼴 보고 말 거예여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24   좋아요 1 | URL
아아...진짜 과분한 사랑(너무 훅 들어가지만 이 말 밖에는 적절한 어휘가 딱히 ㅋㅋㅋ) 감사드리며 무럭무럭 자라 맛있는 흙(?)이 되겠습니다. 장래희망은 먼지(a.k.a흙)인데 어찌 아시고...

syo 2020-10-25 16: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에우에테낭고‘ 무슨 뜻일까요? 장난 같은 이름인데.
알고보니 과테말라에서 되게 신성하고 모독하면 그 즉시 모가지 날라가는 이름인 거 아냐....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10   좋아요 0 | URL
우에우에 ㅋㅋㅋㅋ 과테말라 안 가고 여기서 까불기로 합니다 ㅋㅋㅋ 내 모가지는 소중하니까요...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41   좋아요 2 | URL
‘Huehuetenango‘ means place of the ancients
진짜 모가지 날라갈 뻔...우리나라 종묘 같은 덴가 봐요...조상의 터전 같은 곳인데...

파이버 2020-10-25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다모 디카페인 저도 그리워요 제발 재판매 해줬으면ㅜㅜ
커피는 왜 항상 밤에 마시고 싶은걸까요....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04   좋아요 1 | URL
밤은 짧고 할 일은 많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커피 마시고 짧은 밤을 늘이려는 마음...할 일은 책읽기라든가 책읽기나 책읽기... ㅋㅋㅋ 시다모 디카페인 방금 마지막 숟갈이랑 우에우에테낭고랑 블렌딩해서 마셨어요. 끝잔이라 더 좋았어요! 시우다우모에 디카페인 블렌드를 출시해라 알라딘!!!

파이버 2020-10-25 17:16   좋아요 1 | URL
˝짧은 밤을 늘이려는 마음˝ 정확해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이 마음.... 남은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20   좋아요 1 | URL
오늘밤은 조금 더 길어서 할 일 다 하시고도 더 편안하게 쉬시길 빕니다 ㅋㅋ

scott 2020-10-25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맛 말로 글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으로 순간 읽었어요. 열반인님ㅎㅎ 디카페인 넘 자주 마시면 몸에 좋지 않은데 절친이 이쪽에 있는데 일반 원두를 염화메틸, 아세트산 에틸 등의 화학약품으로 처리해서 카페인을 녹여내면 디카페인 커피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가급적 드시지 마시고 카페인 함량이 걱정 대신면 차라리 두유나 우유로 희석해서 드세요 아가들 나중에 크면 열반인님 커피 타주는 효자들로 ^.~

반유행열반인 2020-10-25 20:58   좋아요 1 | URL
알라딘이가 자기들 디카페는 빙하수! 추출한다는데 구라였던 것인가요!!! scott님 마음과 눈에는 아름다움이 있고 제게는 어려움이 있나 봅니다 ㅎㅎㅎㅎ

jas0 2021-01-12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디카페인 원두 살까 하고 리뷰를 읽다가 글에 빠져들어, 막판에 ˝작은 아이가 뒤이어 우엑 하고 물을 줄줄 토하고 쓰러져서 내 처지에 드립 커피는 무슨..˝에서 공감 백배 빵터졌습니다ㅋㅋㅋ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 정말 소중하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1-12 11:35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알라딘이 이 글을 읽었는지 그 사이 디카페인 콜드브루도 팔기 시작했더라구요...날카로운 마케팅 감각...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 함께 하는 하루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그새 꼬맹이가 좀 자라서 오늘 아침은 무사히 드립 한 잔 잘 내려 마셨숩니다 ㅎㅎㅎ)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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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8 이창현 글, 유희 그림.

토요일엔 오랜만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다녀왔다. 같은 곳을 마지막으로 다녀온 게 작년 12월...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읽던 무렵이군. (이런 거 왜 기억해…)
혼자 책을 팔고 오려고 했는데 가족들이 줄줄이 따라나섰다. 가족 나들이는 몇 달만이다. 세 살 꼬맹이는 서점 구경이 처음이었다. 이기호와 장기하의 신간을 팔았다. 나한테 온 책은 선물 아니면 좀체 집 밖으로 반출 안 하는데 기대에 비해 큰 실망을 준 경우 징벌적 판매라는 예외 처분이 (내 맘대로) 있다. 지난 달에는 모 작가의 읽지 않은 책 두 권을 각 990원에 회원 간 거래로 눈 앞에서 없애버렸다. 하여간 신간이라고 무려 55퍼센트!라는 획기적인 가격에 매입을 해 주고 그 자리에서 뒷면에 상품 가격 라벨지를 붙이시길래 슬쩍 훔쳐보려고 했는데 빛의 속도로 엄지를 얹어 가려버리는 노련한 직원분…(알라딘님들아 상주세요. ㅅ점 주말 매입 담당 매니저님이요…) 적어도 ‘슈퍼’바이백에 슈퍼 붙이려면 매입가 70퍼센트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후 30개월인 친구가 제일 먼저 망설임 없이 랩핑된 책 한 권을 뽑아들고는 놓지 않았다. 다른 책을 보여주려고 하자 “아냐 싫어!” 하길래 그래 너해라 했다. 직접 들고 다니라고 했더니 무거운지 가끔 질질 바닥에 끌다시피 하면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나중에 집에 가서 펼쳐보니 놀랍게도 딱 제 수준에 맞는 색깔, 사물, 한글 단어와 영어 단어가 섞여 나오는 플립북이었다. 랩핑되어 내용조차 보지 못하는데도 책등만 보고 적절한 책을 고르는 안목. 역시 내 자식 답다.

생후 9년 3개월인 친구는 이미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쥐돌이 모험 시리즈(남자 아이 여자 아이 타겟 별로 시리즈가 따로 나오는)를 다시 읽고 싶다며 하나씩 고르고, 드래곤 나오는 게임 만화책을 하나 더 집었다.

내가 찾는 책들은(주로 소설) 재고가 없어서 만화책 코너를 둘러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이웃들에게 이거 재미없으면 독서가가 아니라는 명성을 들은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꽤 오랫동안 눈독 들이며 이걸 사 말아 했는데 표지가 너무 구려보여서 매번 구매를 단념했었다. 기껏 나와서 애들 책만 사주면 빡치니까 내 것도, 하고 샀다. 40여 분 책 구경을 마치고 다섯 권을 결제하니 이달 적립금 받은 거랑 아까 책 판 예치금이 사르르...커피 사려고 했는데...안녕 적립금…

상쾌한 일요일 아침, 새로 산 만화책을 펼쳤다...아, 스무 페이지도 안 봤는데 이거 너무나 내 취향이었다. 얼마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개그만화보기좋은날에 크로마티고교를 버무려 거기에다 내가 한 번도 읽지 않은 벽돌 같은 고전 구절들을 막 양념 쳐놨어...분명 결말은 혼돈의 카오스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끝날 거야… 끅끅 낄낄 깔깔 대느라 가족들의 아침밥 시간은 열한시 반으로 늦춰지고 말았다…(나는 아까 일찍 일어나서 커피랑 베이글 먹었거든...미안)
대충 밥을 먹고 먹이고 설거지하고 만화책을 마저 보았다. 엄청 두꺼워 보였는데 진짜 미친놈처럼 웃으면서 순식간에 다 봤다. 예상대로 앞부분에서 너무 웃어서 마무리를 볼 때는 하나도 안 웃었다. 이거 설정이 문목하 돌이킬 수 없는 이랑 비슷했는데 그런 소재라면 웃겨줘야지. 암암.

책에 미친 사람, 책변태, 책읽는 사람에 대한 소설을 썼다가 세상에 그렇게 서평에 집착하는 공동체가 어딨냐고 적립금 얼마나 준다고 매번 책을 읽을 때마다 독후감을 써 올리냐고 합평 멤버들한테 비현실적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차마 제가 노는 곳이 그런 곳입니다요...할 수 없어서 입 닫고 있었다. ㅋㅋㅋㅋ 독서 모임이라는 걸 해 본 적은 없지만 독서가에 대한 자조와 편견을 버무려 판타지 반 르포 반 삐끕 감성으로 그려 놓으니 진짜 사무치게 웃겼다. 올해 책을 읽으며 이렇게 웃은 건 처음인 것 같다. 알라딘에 상주하는 책변태들에게 추천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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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10-18 14: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근처에 도서관 없는.. ㅠㅠㅠㅠ
이사를 가야 하나 ㅜ

반유행열반인 2020-10-18 14:07   좋아요 2 | URL
저는 단지 내 도서관이 있어도 5년 동안 한 번도 안 가봤어요 ㅋㅋㅋㅋㅋ 쟤들이 정상이 아니니 새겨듣지 마옵시고... 무조건 사봐야지vs빌려도봐야지 두 파가 갈리던데 저도 사본다파에서 전자도서관 접하면서 빌려보고 사기도 한다 파로 변하는 중입니다....역시 (저처럼) 게으른 인간은 도서관이 있어도 나가지를 않고 알라딘 택배 쪽을 택하나 봐요 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10-18 14:09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저도 사실 사봐야지 파이긴 한데.. 그래도 근처에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 매번 생각해요. 아니 동네에 도서관도 없어? 뭐 이런 생각도 들고요.

반유행열반인 2020-10-18 14:16   좋아요 1 | URL
도서관 이용해보자! 하고 회원증 만들 때마다 그 도서관이 코로나 여파로 문을 닫는 걸 보며... 전자책 이용이랑 책 판매량이 올해는 꽤 늘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아요. 책 사이를 거닐며 책광욕만 해도 행복한데 그런 소소한 행복이 어려운 시대인 거 같네요 ㅠㅠ 비연님 동네에 작은 도서관이라도 만들라! 지방자치단체는 각성하라!

비연 2020-10-18 14:23   좋아요 1 | URL
각성하라, 각성하라!!!!

하나 2020-10-18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도서관이 없으면요? 이사를 가. 인간이 살 곳이 아니야! 궁금하네요 ㅋㅋㅋ 그런 인간들이 어디 있어? - 여기. 그와중에 자녀분들 큰일났네여 ㅋㅋㅋㅋ 세살은 이것이 나의 책이니라~ 고 열살은 읽은 책 또 읽어~ 그런 가족이 어디 있어? 여기 ㅋㅋ 열반인님 심은 데서 열반인님 난다!

반유행열반인 2020-10-18 14:21   좋아요 3 | URL
엄마가 밥을 안 주고 자꾸 책만 봐...엄마가 밥 대신 자꾸 책만 줘...놀아달래면 책이나 스티커북을 던져주고 지 책만 봐....ㅋㅋㅋㅋㅋ독후감 써야 된다면서 애들한테는 유튜브 무한재생 시켜줘 ㅋㅋㅋㅋ 미안 ㅇㅒ들아 니들 인생은 니들이 챙겨야 겠다....

하나 2020-10-18 14:24   좋아요 1 | URL
애들은 그렇게 키우는 게 맞는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그럼 위기감에 지가 학원보내달라 그러고 알아서 공부하고 그래요 ㅋㅋㅋㅋ (저희집) 엄마가 저 고3 때 목공 배우러 다니셔서 제 인생 제가 챙긴 딸 올림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18 14:29   좋아요 1 | URL
아 저 작년 이맘쯤 진지하게 목공 배우고 싶다 했었는데 ㅋㅋㅋ나무의 모험 읽고 ㅋㅋㅋㅋㅋ 오늘은 너무 귀찮아서 구년산 친구에게 손톱 깎는 기술을 강제 습득시켰습니다. 이재 안 깎아줘도 됨....감격...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18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이만화책에 기타들고 스웨이드 트래시 나와서 감격 ㅋㅋㅋ(그런데 작가가 오타로 메가데스의 트러스트 해 버림 ㅋㅋㅋㅋㅋ)

바다그리기 2020-10-18 15: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출한 책으로 얻은 지식은 반납과 동시에 사라진다‘ 게을러서 도서관보다 온라인 구매로 책을 읽는 제게 멋진 핑계를 만들어준 책이었어요. ㅎㅎ
네살 아이의 랩핑된 책을 고르는 안목이라니.. 역시 콩심은 데는 콩이 나는거죠.^^
웃을 일이 없는 요즘, 저도 이 책 읽으며 많이 웃었어요.
(근데 처음에 비해 뒷부분은 약간 좀 김빠진 듯한 느낌도..)
바빠도 감상을 쓰고싶었던 책 중 한권이어서 반가움에 댓글 남기고 갑니다.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0-10-18 16:06   좋아요 2 | URL
같은 책에 비슷한 소감까지 반갑습니다 ㅎㅎㅎ 반납하고서 곰곰 생각하다 구매해버리면 사라진 그 지식 다시 돌아온다 ㅎㅎㅎ이런 중독자(?)들이 알라딘을 먹여살리는 거죠...그런 거죠...
바다그리기님도 남은 주말 편안히 보내시길 빕니다!

바람돌이 2020-10-18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우리동네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만화는 안사준다고..... 학습만화는 잘 사주더니만요. ㅠ.ㅠ
이미 방 2개의 양쪽 벽이 책으로 꽉 차서, 책을 더 사보면 집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에 저는 요즘 도서관파입니다. ㅠ.ㅠ 제가 세금 내는 보람을 팍팍 느낄 때가 도서관 이용할 때입니다. 신간 신청해도 잘 사주고(물론 이 책은 안사줘서 약간 삐짐요) 도서관 문닫았을 때도 온라인 대출 신청제도가 있었어요. 홈페이지에서 하루 전에 신청하면 내 책을 예쁜 봉투에 싸서 두었다가 주더라구요. 어쨌든 저 도서관이 없는 곳 ˝인간이 살 곳이 아니야˝에 동감합니다.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10-18 19:47   좋아요 1 | URL
많이 이용해보지는 않았지만 도서관은 정말 좋은 곳 같습니다. ㅎㅎㅎ소비에서 도파민 뿜어지게 길들여진 뇌 덕에 책지름 또한 못 버리고 집안을 폐지하치장 꼴로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ㅎㅎㅎ 요즘 같이 도서관이 자주 열다 닫다 하는 시절에는 전자도서관이랑 중고책도 도서관만큼 유용하고 가계절약에 보탬이 된다 싶습니다. 만화책 중고서점 구입해서 보고 되파시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아요 ㅎㅎ

레삭매냐 2020-10-18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징벌적 판매가
쉽지 않네요... 사실 그런 책들이 넘쳐
흐르는데 말이죠.

독서중독자는 처음에는 신났는데 후반
으로 갈수록 산으로 가버리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반유행열반인 2020-10-19 07:06   좋아요 1 | URL
후반이 아쉽죠? 그래도 80프로 가까이는 웃기다가 결말 엉망진창인 것마저 비급 만화의 전통? 문법? 클리셰? 따르는 것 같아서 저는 후하게 봐줬어요ㅎㅎ하이킥의 카페베네 같은 결말 ㅋㅋㅋㅋ

- 2020-10-21 1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연재할때 웹툰으로 봤어요ㅋㅋㅋ 막 판으로 갈수록 작붕인거 같긴 했지만, 웹툰 잘 안보는 데 이친구랑 마스크걸(은 갈수록 더 잼썼엌ㅋㅋ)은 챙겨본 기억!!

반유행열반인 2020-10-21 19:47   좋아요 0 | URL
연재로 보셨군요!!! 저는 언제부턴가 연재만화를 볼 수 없게 된 몸 ㅋㅋㅋ답답해서 완결되고 책 나오면 사보는 게 속편하네요 드라마도 만화도 다 그래요 ㅋㅋㅋ

link123q34 2020-10-22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해숴요.. 뭐좋은책없나 찾으러 온거 아니고 그냥 놀러와본건데..ㅋㅋ 당연히 일본거인가보다 했는데 한국거라서 충격받고 비교적 신간이라서 충격받고 동네도서관에 없어서 충격받았어요. 궁금한데 사보기도 애매하고 근데 역시 이런책 한권쯤은 가지고 있어야하나 싶은 그런 책이네요.ㅋㅋㅋ 저도 콩심었으니 콩이나죠? 할려했는데 다들 같은 너낌이라서 생략할까 했지만 역시 저도 한스푼얹곸ㅋㅋ 아 오늘도 재미지게 잘 읽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0-22 12:32   좋아요 1 | URL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도서관들 뭐하나 이 재밌는 도서와 독서에 관한 책을 입고 안 하고....저도 중고로 사 봤어요 ㅋㅋㅋ

noomy 2020-10-27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잼있게 읽은 책이에요~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카페베네 ㅋㅋㅋㅋ 공감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0-27 10:09   좋아요 0 | URL
카페베네 다 망했는지 요즘 안 보여요...뭔가 지나치게 리얼리티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인생의 이야기란 원래 그렇게 슉 황망히 끝나버린다...

link123q34 2020-12-22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네 대표로 제가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 총대 멨는데 사줬어요!ㅋㅋㅋㅋㅋㅋ 요즘 도서관이 연장근무를 안해서 가기가 어려운데 지난주에 운좋게 문닫기직전에 도착해서 데려왔다는!!! 이제 저희동네 분들은 맘편히 빌려다보실듯..ㅋㅋ 결말은 혼란할 거라는 예고를 봤는데도 은혜로운 뇌가 잊어서 즐거웠어요ㅋㅋ 저는 노마드류도 우리가 품어야지 우리 아님 대체 누가?주의자라 끝까지 가입못한 노마드가 불쌍하고..ㅋㅋㅋㅋㅋ 예티가 위스키 한입에 영광의동토 던지는 장면이 최애였어요ㅋㅋㅋㅋ 곤란하게.. 꼭 도서관에서 빌려서 다보고나면 갖고싶은 책 있더라고요. 곤난하다곤난.. 허망한 엔딩까지 완벽한 해피타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2-22 13:59   좋아요 1 | URL
중고 구입을 강추합니다 ㅋㅋㅋ 심도 있는 감상을 여기에 남겨주셨네요. 노마드...나도 그렇게 누군가 품어주어ㅜ이만큼 사람 구실 하는 거겠죠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