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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ㅣ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평점 :
-20201030
최윤 김금희 박민정 박상영 신주희 최진영 장은진.
전에 읽어본 작가가 넷, 처음 읽는 작가 셋이었다. 읽는 동안 잘 쓴다는 건 뭘까 생각했다. 특별히 끌리거나 이거 재밌다 하는 소설은 못 찾았다. 각자 개성이 달라서 자기 색을 갖는 건 참 좋겠구나 하고도 생각했다.
-소유의 문법-최윤
제법 연세가 있으신 작가인데 그래서 그런가 수상작과 자선작 모두 옛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가 있는 자녀와 단둘이 옛 은사의 집이 있는 산골집에 살며 겪는 마을 사람들 이야기. 집안에서 보는 아름다운 풍경. 그런 풍경이 보이는 집의 소유를 둘러싼 다툼.
-손수건-최윤
이상한 전화와 택배로 흔들리다 심지어 연인이 사라져버리는 상황. 자선작인데 수상작에 비하면 많이 아쉬웠다.
-기괴의 탄생-김금희
내가 좋아하는 김금희인데! 이건 문장도 비유도 표현도 요상해서 제일 안 좋아하는 김금희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은사의 망한 결혼과 연애, 은사를 향한 애정?애증? 리애씨에게 털어놓는 속마음, 은사와 리애의 조우, 고궁에서 열리는 행사...조금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신세이다이 가옥-박민정
여자 아이들이라서 입양보내져버린 사촌을 만나며 떠올리는 옛 후암동 할머나집 살이. 남의 집 살이와 가족 또는 혈연이지만 맞지 않는, 폭력적인 사람들과 사는 일의 고통,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기억들.
-동경 너머 하와이-박상영
아빠가 50억 빚지고 쫓겨다니는 건 조금 과장이 있겠지만...작가가 이전 작품에서 주로 화자와 엄마 관계를 많이 그렸던 것에 비하면 아빠와의 관계에 연인과의 관계를 엮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에세이 읽은 뒤라 그런가, 이상하게 이게 제일 자전적일 것 같다는 기분...야 그냥 소설이야 소설이라고.
-햄의 기원-신주희
닫은 동물원, 예술 타령하다 말의 피를 수혈하고 죽은 햄, 눈이 사라지고 있다는 화 씨, 그림을 그리다 보험 판매원이 된 화자. 조금 오그라들기는 하는데 인상 깊기도 했다.
-유진-최진영
유진과 유진. 베네치아와 유진의 지하방. 외로웠던 대학생활과 아르바이트 경험 회고담. 부고를 듣고서 회상하는 형식은 조금 흔한 것 같다. 죽어야만 떠오르는 옛 사람들이란.
-가벼운 점심-장은진
장은진 작가 소설은 두 번째 읽는데 이승우 소설에서 아버지가 사라진 이야기도 잠시 생각났다. 소설집 내내 밑줄 치고 싶은 건 없었는데 기수상작가 소설에서만 밑줄많이 쳤다 ㅋㅋㅋ사라졌다 돌아온 아버지를 너무 쉽게 용서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 많은 아버지들은 달려라 하고 도망가거나 남아 있으면 술처먹고 애들이나 배우자를 패는 걸까. 착한 아버지도 있긴 있겠지. 나는 갖지 못한 그것.
+밑줄 긋기
-“예전에는 이런 봄꽃들이 밉고 싫었어.”
아버지가 작고 부드러운 꽃잎 한 장을 손끝으로 지그시 매만지며 말했다.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는 꽃들이.”
“왜요?”
“나만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 같았거든.”
“아버지도 나가면 됐잖아요.”
“우울증이 도졌어. 봄만 되면.”
아버지의 말끝에 힘이 없었다.
“식욕도 떨어지고.”
“그래서 좋아해서 좋아하지 않게 된 거예요?”
“봄이 되면, 특히 벚꽃이 필 시기가 되면 비가 오게 해달라고 빌었어.”
-아무도 없고, 아무도 다가갈 수 없는 어두운 곳에 갇혀 혼자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지내는 ‘한 점’ 사람의 외로움. 사람은 시작부터가 외롭구나. 절대 고독과 암흑 속에서 살아가는 거구나. 그러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윤주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래야 만날 수 있어, 라고 말해 주었다. 윤주의 말대로 녀석이 그걸 견디며 자라는 중이란 생각이 들었을 때는 눈물이 웃음으로 바뀌었다. 녀석은 거친 바다와 우주를 제 영역으로 만들어 가며 나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히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고, 그렇게 생겨났던 것이다.
-“난 내 삶을 살고 싶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아무리 비난해도. 사는 것 같거든. 밥도 맛있고 물도 맛있는 삶이면 된 거 아니겠니. 잠을 잘 자면 좋은 인생 아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