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 디카페인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맨처음 다른 곳에서 디카페인 드립백을 주문해 먹었을 땐, 아 커피는 카페인을 빼면 맛도 같이 빠져 이따위구나...하고 디카페인에 대한 기대를 버렸었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시킨 디카페인 원두가 생각보다 맛과 향이 좋아서 가끔씩 커피는 필요한데 잠도 필요한 날에 한 잔 씩 아껴 내려먹는 용으로 상비한다. 두 달 전에 두 번째 산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원두도 그렇게 잘 먹다가 이제 딱 한 숟가락 남았다. 그래서 이달의 커피는 디카페인을 사자 했다. (일반 원두는 이*트에서 저렴이를 하나 사놔서 그거 다 먹으면 사기로...)
 과테말라는 (역시 이*트에서 저렴이였던) 안티구아 원두를 먹어봤는데, 그게 너무 괜찮았다. 알라딘의 엘 소코로도 과테말라의 동네라고 했는데 그 커피도 상큼하니 좋았다. 다음에 또 사야지 했는데 신제품이 자꾸 나와서 뒤로 밀리네... 검색해 보니 안티구아랑 우에우에테낭고는 많이 다른 동네라고 한다. 해발고도 높고(한라산 만큼 높은 동네) 인구는 8만 명인가 사는 작은 도시라고 한다. 예전에 알던 친구가 몇 년 동안 과테말라로 파견갔었다. 그래서 그 동네는 차 세워놓고 어디 갔다 오면 유리창 다 뿌수고 안에 있는 거 다 가져가는 동네로 각인되어 있다....  
...그래도 커피는 맛있는 동네. 우에우에테낭고 디카페인을 사 봤다. 찾고 있던 (그러나 사더라도 향후 몇 년 간 읽지 않고 처박아 둘 가능성이 높은) 조지프 캠벨의 책 중고알리미가 떠서, 이 참에 이달의 커피도 사야지 하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걸 같이 주문했다. 

 어제밤에 택배로 받았는데 너무 늦어서 오늘 아침에 드립 내려 마셨다. 우에우에테낭고 원두는 디카페인이래도 향이 풍부하고 맛은 달달 고소하니 복잡해서 매력있었다. 그렇지만 왠일인지 절판되어 버린 시다모 디카페인의 깔끔한 맛이 자꾸 그리워졌다. (청포도: 시지 않다. 이 커피는 청포도의 산미라 하니: 신맛 거의 없다.) 알라딘 커피 담당자님들 시다모 디카페인 재입고 고려해보시지요...
 아, 핸드드립용으로 분쇄타입 골라 샀는데 이번에는 너무 곱게 갈려왔다. 물 부으면 갯벌 진흙처럼 녹인 초콜릿처럼 너무 뭉쳐서 물이 안 내려간다...조금만 굵게 갈아주세요...대신 갈아주셔서 감사합니다만...그라인더나 커피메이커나 캡슐머신 사려고 몇 달 고민했는데 그냥 머신 살 돈으로 비싼 원두를 흥청망청 사 먹기로 했다. 

 주중 아침에 출근 전까지 삼십 분쯤 남았고 아기들은 아직 자길래 드립커피나 한 잔 내려 먹고 갈까...하고 물 끓이고 이제 막 원두를 불리는 물 한 주르륵 흘리는데...등교날인 큰 아이가 일어나 배고파!해서 밥을 푸고 소음에 깬 작은 아이가 뒤이어 우엑 하고 물을 줄줄 토하고 쓰러져서 내 처지에 드립 커피는 무슨...하고 또 캡슐머신을 고민하다가 그냥 콜드브루 원액 한 병을 사놨다. 급할 때 응급용 포션으로....오늘도 아침 디카페인 드립으로는 기운 딸려서 방금 콜드브루 라떼 만들어서 원샷 ㅋㅋㅋㅋ카페인 충전 ㅋㅋㅋ역시 아무말잔치에는 카페인이 필수요소다...그러니 주간용으로 카페인 잔뜩 든 원두들 사시고 이 커피는 야간용으로 상비해두시지요... 커피가 무슨 맛인지 적기란 참 어렵다. 그냥 먹고 나면 이런 주절주절을 풀어 놓는 효과만 가시적으로 보여드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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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0-25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헤 저 조셉 캠벨 처돌이 시절이 있었어요. ㅋㅋㅋㅋㅋ <신화의 힘>에서 재능 없는 사람이 글 쓰는 법 흘리듯이 말해줬는데 그 말만 철썩같이 믿고 따라하기도 했고요. ㅋㅋㅋ 한 작가만 딱 정해가지고 그 사람이 쓴 모든 책을 읽고, 그 사람이 읽은 모든 책을 읽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린다길래.. (귀가 얇은 편) 커피 원산지를 따라서 풀어주시는 과테말라 얘기도 재밌네요. (세살 아기 분은 이제 괜찮아지신 걸까요??) 저도 아무말 대찬치하다가 포션 하나 따러 가야겠네요. 남은 주말 잘 보내시고요 :)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09   좋아요 1 | URL
저는 신화와 인생 샀는데 이거 표지가 왜 흐물흐물 약해...애기는 아침에만 물 토하고 힘이 없더니 다음날부터는 쌩쌩해서 지금은 퍼즐을 열심히 맞춰요 ㅋㅋ우리 동네 없는 열매 나는 신기한 동네들은 파도파도 끝이 없네요. 왠지 커피 원산지들 파고드는 책 있을 듯 갑자기 그런 책 있으면 보고 싶어지네요 ㅋㅋ

하나 2020-10-25 16:36   좋아요 1 | URL
아기분 쌩쌩해졌다니 다행이네요! 갑자기 추워져서 아기들도 건강 잘 챙겨야겠어요. 신화와 인생도 괜찮게 봤는데 사실 캠벨형 책 내용 다 똑같은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 저도 커피 원산지들 파고드는 책을 따라서 열반인님이 이야기 풀어놓으시는 거 보고 싶네요 ㅋㅋㅋ 진짜 그런 책 없나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57   좋아요 1 | URL
커피 산지 여행 에세이는 있는데 의외로 없는 듯 ㅋㅋㅋ커핑로드 책 아님? 했는데 음료수 이름이고 ㅋㅋㅋ 오지고 지리는 커피 지리학 이런 책 써주세요 ㅋㅋㅋㅋ

하나 2020-10-25 17:03   좋아요 1 | URL
그런 제목의 책이라면 열반인님께서 쓰셔야죠 ㅋㅋㅋㅋㅋ 아 진짜 글쓰기의 판을 뒤집어 놓는 글쓰기인데.. (정민님 글 맛깔난다고 하실 때 누가 누구더러.. 라고 생각한 1인)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09   좋아요 1 | URL
하나님의 취향이 지나치게 마이너하신 거에요,,,마치 흙 퍼먹는 이식가 같은...죄송합니다 ㅋㅋㅋ엄마 쟤 흙먹어!

하나 2020-10-25 17:12   좋아요 1 | URL
아 좋아요 안 누르고 싶은데 이것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자주 고백해서 자제 중이니까 조심해주시고요. 저 흙 먹는 애 맞는데 진짜 세상이 바뀌고 있다니까요! 21세기가 원하는 열반인형. 그래도 아무 흙이나 안 먹어욧!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18   좋아요 1 | URL
본인이 스스로 21세기를 대표하고 있어...흙도 진짜로 먹어...솔직하기까지...제 취향이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우리지금만나 당장만나 ㅋㅋㅋㅋ

하나 2020-10-25 17:2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논리왕이네요. 저도 모르게 21세기 대표한 거 찾아내시다니 ㅋㅋㅋㅋㅋ 그르니까여. 진짜 저는 열반인님이 지치시지 않게 계속 물 주면서 내 흙 맛집이 잘 되는 꼴 보고 말 거예여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24   좋아요 1 | URL
아아...진짜 과분한 사랑(너무 훅 들어가지만 이 말 밖에는 적절한 어휘가 딱히 ㅋㅋㅋ) 감사드리며 무럭무럭 자라 맛있는 흙(?)이 되겠습니다. 장래희망은 먼지(a.k.a흙)인데 어찌 아시고...

syo 2020-10-25 16: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에우에테낭고‘ 무슨 뜻일까요? 장난 같은 이름인데.
알고보니 과테말라에서 되게 신성하고 모독하면 그 즉시 모가지 날라가는 이름인 거 아냐....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10   좋아요 0 | URL
우에우에 ㅋㅋㅋㅋ 과테말라 안 가고 여기서 까불기로 합니다 ㅋㅋㅋ 내 모가지는 소중하니까요...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41   좋아요 2 | URL
‘Huehuetenango‘ means place of the ancients
진짜 모가지 날라갈 뻔...우리나라 종묘 같은 덴가 봐요...조상의 터전 같은 곳인데...

파이버 2020-10-25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다모 디카페인 저도 그리워요 제발 재판매 해줬으면ㅜㅜ
커피는 왜 항상 밤에 마시고 싶은걸까요....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04   좋아요 1 | URL
밤은 짧고 할 일은 많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커피 마시고 짧은 밤을 늘이려는 마음...할 일은 책읽기라든가 책읽기나 책읽기... ㅋㅋㅋ 시다모 디카페인 방금 마지막 숟갈이랑 우에우에테낭고랑 블렌딩해서 마셨어요. 끝잔이라 더 좋았어요! 시우다우모에 디카페인 블렌드를 출시해라 알라딘!!!

파이버 2020-10-25 17:16   좋아요 1 | URL
˝짧은 밤을 늘이려는 마음˝ 정확해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이 마음.... 남은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20   좋아요 1 | URL
오늘밤은 조금 더 길어서 할 일 다 하시고도 더 편안하게 쉬시길 빕니다 ㅋㅋ

scott 2020-10-25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맛 말로 글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으로 순간 읽었어요. 열반인님ㅎㅎ 디카페인 넘 자주 마시면 몸에 좋지 않은데 절친이 이쪽에 있는데 일반 원두를 염화메틸, 아세트산 에틸 등의 화학약품으로 처리해서 카페인을 녹여내면 디카페인 커피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가급적 드시지 마시고 카페인 함량이 걱정 대신면 차라리 두유나 우유로 희석해서 드세요 아가들 나중에 크면 열반인님 커피 타주는 효자들로 ^.~

반유행열반인 2020-10-25 20:58   좋아요 1 | URL
알라딘이가 자기들 디카페는 빙하수! 추출한다는데 구라였던 것인가요!!! scott님 마음과 눈에는 아름다움이 있고 제게는 어려움이 있나 봅니다 ㅎㅎㅎㅎ

jas0 2021-01-12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디카페인 원두 살까 하고 리뷰를 읽다가 글에 빠져들어, 막판에 ˝작은 아이가 뒤이어 우엑 하고 물을 줄줄 토하고 쓰러져서 내 처지에 드립 커피는 무슨..˝에서 공감 백배 빵터졌습니다ㅋㅋㅋ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 정말 소중하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1-12 11:35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알라딘이 이 글을 읽었는지 그 사이 디카페인 콜드브루도 팔기 시작했더라구요...날카로운 마케팅 감각...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 함께 하는 하루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그새 꼬맹이가 좀 자라서 오늘 아침은 무사히 드립 한 잔 잘 내려 마셨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