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佛-日부부 라이프스타일]한국부부“사랑하긴 하는건가?”
[동아일보 2006-02-10 07:15]    
[동아일보]

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부 김모(38) 씨는 1주일 전 시댁 문제로 남편과 말싸움을 한 뒤 아직 냉전 중이다. 김 씨는 “평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안 하는 남편이 시댁 얘기만 나오면 흥분한다”며 “남편이 정말 나를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직장인 이모(37) 씨는 이른바 권태기를 맞고 있다. 이 씨는 “‘섹스리스’ 부부로 산 지 1년은 된 것 같다”며 “이제는 (부부관계에 대한) 욕구도 별로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부부들은 어떨 때 배우자에게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까.

다국적 제약회사 릴리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프랑스 등 4개국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은 배우자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나라별로 30대, 40대, 50대 남녀 50명씩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사랑이란 감정이 중요”=특히 한국인은 키스나 부부관계보다 ‘사랑한다’는 말에 더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 남성의 48.7%, 여성의 56.7%가 이렇게 답했다.

반면 ‘부부관계를 가질 때’라는 대답은 각각 25.3%, 8.0%에 불과했다. ‘키스를 할 때’란 응답은 더 적어 각각 9.3%, 4.7%에 머물렀다.

이와 같은 반응은 미국 프랑스 등 서구와 확연히 달랐다. 미국의 경우 ‘부부관계를 가질 때’를 선택한 사람은 각각 66.7%, 58.7%로 나타났다. ‘키스를 할 때’란 응답은 각각 74.7%와 74.0%로 더 높게 나타났다.

▽“부부생활에 부부가 없다”=4개국 남녀 모두가 부부생활을 불만스럽게 만드는 요인으로 대화 부족을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대화 부족도 문제지만 대화 내용도 나머지 3개국과 확연히 달랐다. 한국 남성의 39.3%, 여성의 44.7%가 친구나 이웃 등 주로 주변 이야기를 소재로 대화한다고 응답했다.

미국은 남성의 0.7%, 여성의 1.3%만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반면 부부 자신을 주제로 한 대화는 매우 적었다. 한국 여성 중 “부부를 주제로 일상적인 대화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남성의 23.3%, 여성의 18.0%가 일상적인 부부생활을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부부 만족도, 한국이 가장 낮아=이런 요인들이 작용해 4개국 중 한국이 부부생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한국의 경우 만족도는 남성 31.4%, 여성 35.0%였다. 일본은 남녀 모두 50%대였으며 프랑스와 미국은 모두 70%를 넘어섰다. 성별로 보면 프랑스 남성이 78.0%, 미국 여성이 74.0%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지역을 담당한 릴리의 시알리스 마케팅팀 김경숙(金慶淑) 부장은 “애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한국 문화의 특성 때문에 이런 결론이 나온 것 같다”고 원인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權俊壽) 교수는 “결국 서로 관심을 갖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잠자리’ 만족도 한국이 꼴찌▼

“아내는 성관계에 관심이 없고 테크닉이 없어요. 또 저의 성적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지도 못해요.”

“남편은 자신의 욕구만 충족하고 제 기분은 신경 쓰지 않아요. 테크닉도 별로 뛰어나지 않아요.”

이번 조사에서 부부 성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한 원인에 대한 가장 많이 나온 한국인의 대답이었다. 똑같은 현상을 자신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동상이몽(同床異夢)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문제 해결을 위해 배우자와 대화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한국은 4개국 중 낙제점을 받았다.

부부관계가 만족스러운가를 묻는 질문에 한국 남성은 53.3%, 여성은 33.1%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남성은 92.7%, 여성은 80%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미국, 일본 역시 한국보다 높게 나타났다.

미국의 부부들은 일상적으로 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 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남성의 15.3%, 여성의 30.7%만이 “평소 배우자와 성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고 응답했다.

발기부전 등 성기능에 이상이 생겼을 때 미국과 프랑스 남성의 70% 정도는 배우자와 먼저 상의를 한다. 그러나 한국 남성들은 48.7%만이 배우자와 상의를 하고 있었다. 4개국 모두 40∼50%가 남성의 성기능 이상이 부부의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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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랑해` 한국계 워드 슈퍼볼 MVP

모친 지극한 사랑으로 불우환경 극복
``난 절반이 한국인`` 4월 함께 모국 방문

김식 기자 | [2006-02-06 22:24 입력]

터치다운을 하고도 달음질을 멈추지 못했다. 어머니가 있는 관중석까지 뛰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경기 종료 8분 56초 전.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는 앤트완 랜들 엘의 패스를 잡아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21-10. 사실상 우승을 결정지은 순간이었다. 제4회 슈퍼볼 MVP에 오른 그는 약속대로 4월 슈퍼볼 반지를 자랑스럽게 끼고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오른팔뚝에 `하인스 워드`라는 한글 문신을 새긴 채 "난 절반이 한국인이다. 미국내 한인 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말을 당당히 밝힌 한국계 미국인 하인스 워드는 6일 1억4000만명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디트로이트 포드필드에서 열린 시애틀 시호크스와의 미식축구(NFL) 슈퍼볼에서 4쿼터 터치다운 등 두차례 결정적 리시브를 기록하는 등 피츠버그가 21-10으로 승리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팀에게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슈퍼볼 우승트로피)를 안긴 워드는 슈퍼볼 MVP(최우수선수)에 오르는 영광을 아울러 누렸다.



미국식 이름에서도, 까무잡잡한 피부에서도, 키 183㎝ 몸무게 97㎏의 당당한 체격에서도 그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없다. 다만 오른팔에 `하인스 워드`라고 새겨진 한글 문신만이 그의 뿌리를 짐작케 할 뿐이다.

한국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고, 한국말도 할 줄 모르는 워드이지만 "난 절반이 한국인"이라고 자랑스레 말한다. 미국사회에서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를 하는 선수로서 한국인의 피를 부정하고 싶겠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 그의 인생 절반은 어머니이고, 어머니는 곧 한국이기 때문이다.

워드는 언제 어느 순간이나 어머니 김영희 씨(55)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미국 언론도 워드를 소개할 때 어머니 이야기를 반드시 곁들였다. 워드는 "어머니는 대단했다. 시간당 4달러25센트를 받으며 접시닦이, 호텔 청소부, 식료품 점원 등 하루 3가지 일을 했다. 매일 새벽 2시까지 일하면서도 꼬박꼬박 끼니를 차려줬고, 늘 깨끗한 유니폼을 입히는 등 갖은 정성을 쏟았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어머니는 아직도 고교 카페테리아에서 일하신다. 내가 무엇을 해도 어머니 사랑에 보답할 수 없다"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김영희씨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모두 바친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이다. 워드에게 사랑과 희생, 헌신은 곧 어머니였고 한국이었다.

김영희 씨는 1976년 서울에서 미군이었던 하인스 워드 시니어 사이에서 워드를 낳았다. 흑인과 결혼해 혼혈아까지 낳은 그녀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비난과 눈총이 쏟아졌다. 결국 김영희 씨는 1살난 워드와 함께 미국으로 왔지만 이내 남편과 이혼했다. `영어를 못 하고,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양육권마저 빼앗겼다.

김영희 씨는 온갖 고생을 해가며 아들을 찾아오려 노력했고, 시어머니를 설득해 9살이 된 워드를 데려올 수 있었다. 이후 김영희 씨는 한국식 교육으로 워드를 엄하게 키웠다. 운동을 하면서도 공부도 열심히 시켰고, 항상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했다.

워드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으로 불우한 가정환경을 이겨냈고 조지아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1998년 피츠버그에 입단, NFL 정상급 와일드 리시버로 성장했다. 워드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리시브 전진 1000야드 이상을 기록했고, 이 기간 동안 계속 프로볼(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올해는 975야드 전진에 그쳐 올스타전 출전이 좌절됐지만 대신 우승을 낚았다. 개인통산 127경기에서 574리시브(52터치다운), 7,030야드 전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존 스톨워스(1974~87년·357개)를 제치고 피츠버그 개인통산 최다 리시브 기록을 세웠다.

워드는 이미 피츠버그의 프랜차이즈 간판스타를 넘어서 미국 최고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 뒤에는 더 훌륭한 어머니 김영희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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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6-02-0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의 이혼, 가난, 혼혈아라는 설움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 미국의 영웅이 된 하인스 워드.
하지만 단지 그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영웅이라는 사실 하나로
그를 한국의 아들로 감싸안기란 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는 인터넷의 글이 가슴에 와닿는다.
 

황우석 지지자들 왜 ‘황’에 집착하나?…허탈감 따른 후유증
[쿠키뉴스 2006-02-05 17:35]

[쿠키 사회]○…황우석 교수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의 극단적인 행동이 계속되고 있다.

4일 오전 5시51분쯤 서울 세종로 이순신동상 앞에서 정모(59·부산·화물차 운전사)씨가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연구재개’를 요구하며 유인물 30여장을 뿌린 뒤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질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씨는 유인물에서 “황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중단사태,진실조작 및 음모세력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자살 직전인 오전 5시28분쯤 인터넷에 “황 박사 줄기세포연구 중단사태 진실규명과 연구재개를 위해 광화문에 가자”는 글을 올렸다.

인터넷 카페 ‘아이러브 황우석’은 정씨를 추모하는 사이버 분향소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추모글 1800여개가 올라왔으며,조의금도 답지했다. 4일 저녁 서울 광화문사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모인 ‘황우석 박사 연구재개 지원을 위한 범국민연합’ 회원 3000여명은 “정씨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9일에는 대구시 범어동 대구 MBC 사옥에서 한 지방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이모(30·경북 경산)씨가 황 교수 관련 보도에 항의하며 독극물을 마셨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에게는 황 교수 지지자들의 격려성금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황 교수 지지자들이 보이고 있는 극단적인 행동은 강하게 믿고 추앙하고 있던 사실이 거짓으로 판명된 후 나타나는 허탈감이나 충격에 따른 후유증으로 보고 있다. 심리적 상실감으로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앙대 심리학과 현명호 교수는 “충격에 빠진 사람들은 사실에 무게를 둬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사실보다 정서에 무게를 둬 전면 부인하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며 “정서적 측면에 기대는 사람들은 사건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노용택 기자 jhhan@kmib.co.kr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 국민일보 쿠키뉴스(www.kuk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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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6-02-0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라는데...고발당하면 어쩌지?

외로운 발바닥 2006-02-05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황우석으로 실망감과 허탈감을 경험하고, 논문조작이 밝혀진 후에 보여준 그의 놀라운 침착함을 보고 그를 인간적으로 탐구해보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었다. 물론 개인적인 반응은 사람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황우석을 지지하며 자살까지 하는 것은...설득의 심리학에서 보았던 극단적인 사이비종교의 집단자살사건을 떠올리게 하여 한편으로는 섬뜩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슬하기도 하다.
 

‘꿈의 고속철 KTX’엔 꿈보다 ‘악몽’만이 가득했다

“꿈의 고속철을 이끌 땅 위의 스튜어디스”
“시베리아로 뻗어나갈 유라시아 고속철의 주인공, 여승무원들”

KTX 개통을 3달 앞둔 지난 2004년 1월.

13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KTX 여승무원의 자리에 오른 350명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생활혁명을 이룰 ‘꿈의 고속철’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이 고속철을 타고 머지않아 시베리아대륙을 누빌 수 있다는 꿈에, 그들의 포부는 누구와도 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당찼다.

이런 그들에게 언론들은 너나할 것 없이 ‘고속철의 꽃’, ‘꿈의 서비스를 실현할 선로위의 프로’ 라는 별칭을 붙여주며 그 화려함을 부각시켰다. 때문에 KTX 여승무원은, 가뜩이나 취업하기 힘든 시기에 20대 젊은 여성들이 도전할 수 있는 선망 받는 직업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20일 서울역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KTX 여승무원들 ⓒ철도노조


국회가 정상화 되어 비정규직 법안이 처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KTX 여승무원들이 부당해고에 반발하며 정규직으로 전환해줄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옆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예쁜 여 승무원들의 구호 외침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원기 기자


민세원 KTX 승무지부장 ⓒEBS


하지만 ‘꿈의 고속철’ 이면에는 ‘악몽’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비정규·파견직’이라는 설움의 굴레가 서서히 그들의 목을 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희망찬 꿈은 ‘꿈의 고속철’이 내달리기도 전에 짓밟혀나갔다.

기자는 지난 1일 민세원 KTX 여승무원지부장을 만났다. KTX 여승무원의 정규직화와 철도공사의 여승무원 직접고용을 주장하며 거대한 철도공사와 한국철도유통(구 홍익회)에 맞서 지난 해 9월 30일부터 힘겨운 투쟁을 이끌어온 이가 바로 민세원 지부장이다.

지난 2년 간 겪었던 ‘악몽’을 차근차근 기자에게 설명해주는 그에게, 인터뷰 내내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기자로서 그간의 사정을 ‘모르고 살아온’데 대한 부끄러움이 마구 가슴을 찔렀기 때문이다.

KTX와 아무런 관계없는 KTX 여승무원들

KTX에서 근무하는 여승무원들은 모두 철도공사가 아닌 ‘한국철도유통’ 소속의 계약직 노동자다. 철도유통의 1년 단위의 비정규직이자 동시에 철도공사의 KTX에 파견돼 근무하는 파견직 신분이 바로 ‘고속철 꽃’들의 진짜 현실이었다.

한마디로 철도공사의 KTX와 여승무원들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이다.

KTX 승무원들이 소속돼있는 한국철도유통은 승강장의 매점과 열차 안의 식당, 판매카트를 운영해온 예전의 ‘홍익회’다. 철도공사는 KTX 개통을 앞두고 ‘여승무원’직제를 만들어 철도유통에 망설임 없이 ‘위탁’해버렸다. 민세원 지부장은 “철도유통은 승무원들을 교육하거나 관리, 운영조차 해본 경험이 없는 곳”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변변한 사전 검증도 없이 한국철도유통에게 위탁을 맡긴 철도공사의 무책임성에 대해서도 민세원 지부장은 비판의 날을 세웠다.

“어떻게 철도라는 공공업무를 하고 있는 공사가 ‘승무’업무에 대한 기본 마인드조차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항공사에서 왜 높은 연봉을 줘가면서 승무원들을 고용하고, 많은 비용을 들여 철저히 교육시키겠나. 그 만큼 승무업무가 고객의 편의와 안전, 나아가 회사의 이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KTX에 고객을 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승무원들은 꼭 필요하다”

항공사와 달리 ‘경쟁사’가 없는 KTX를 운영하는 철도공사의 입장에선 고객의 편의나 안전보다는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절감이 더 우선인 것 같다고 민 지부장은 덧붙였다. 철도의 공공성을 배제하고, 진정한 효율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무조건 ‘외주만 줘버리면 되는 줄 아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능력, 무경험 위탁회사 한국철도유통

이 덕분(?)에 민 지부장과 함께 2004년 처음으로 KTX를 타게 된 350명의 승무원들은 교육받을 곳도, 교육을 해줄 사람도 없어 결국 철도공사의 연수시설에서 철도공사 쪽 전문가들로부터 교육·연수를 받아야만 했다. 그것도 350명이나 되는 인원이 5개 그룹으로 나뉘어 ‘릴레이’형식으로 1월부터 3월말 까지 연수를 받았을 뿐이다.

항공사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자사 스튜어디스에 대한 교육을 철저하게 진행하는 것과 달리 땅 위의 스튜어디스들에겐 정말 ‘성의 없는’ 교육이 진행된 셈이다.

게다가 민 지부장에 따르면, 교육장에 나타난 철도유통 사장과 승무본부장은 승무원들에게 “무늬만 계약직이지 앞으로 시베리아대륙까지 뻗어나갈 KTX의 승무원으로서 정년이 보장될 것”이라며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던지기도 했다. 때문에 이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비정규직’이란 굴레에 갇혀 설움을 받아야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단다.

철도유통의 ‘무능력’ ‘무경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민세원 지부장에 따르면, 4월 1일 첫 개통을 앞두고 당일 새벽까지 근무 스케줄이 나오지 않아 여승무원 전원이 밤새 ‘비상대기’를 해야 했다. 승무업무의 기본 중의 기본인 근무 스케줄을 짜는 일 조차 철도유통에겐 버거운 일이었던 거다.

‘요일’별로 휴무가 돌아오게 근무 스케줄을 나온 적도 있단다. 평일보다 주말에 열차이용객이 많은 만큼 주말근무는 승무원들에겐 평일근무보다 더 힘들다. 그럼에도 어떤 승무원은 주말마다 휴무고, 어떤 승무원은 평일이 휴무인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고 승무원 사이에 근무 형평성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제대로 된 급여를 받기도 어려웠다. 철도유통은 철도공사로부터 위탁도급계약비로 승무원 1인당 248만5000원을 받는데. 이중 30%가 관리비 명목으로 빠지고 70%인 174만원이 승무원들의 인건비로 지급된다.

하지만 174만원을 다 받는 것은 연월차와 같은 휴일을 하루도 쓰지 않았을 때만 가능하다. 업무수당과 직무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기본급만으로 한정시켰기 때문이다.

민 지부장이 “많이 받는 승무원의 경우도 14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힌 까닭이 여기 있었다.

따라서 연차를 쓰거나 휴일근무를 하지 않으면 급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5일근무’는 승무원들에겐 별나라 얘길 수밖에 없다.


경력인정 명목으로 다음 기수 임금을 삭감하는 게 ‘운용의 묘’ ?

더 어이없는 일도 있다. 1기 다음 기수 승무원들은 ‘1기의 경력을 인정 해줘야한다’는 명분으로 급여에서 13만원이 빠진단다. 늘어난 경력만큼 1기의 임금을 올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음 기수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다.

민 지부장이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철도유통 측으로부터 들은 대답은 “이게 바로 ‘운용의 묘’다”라는 말 뿐이었다.

이와 함께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은 지난 1월부터 KTX 호남선에 대해 2인 승무제를 실시했다. 최소승무인원이 3명인 데 반해 경부선에 비해 탑승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승무인원을 감축한 것이다. 3명이서 해야 할 일을 2명이서 하게 된 만큼 승무원들의 부담이 커진 것도 당연했다.

민세원 지부장은 “이전에도 경부선 승무인원이 부족할 경우 호남선 인원을 줄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만만한 게 호남선이다”며 “호남선 이용고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예비율이 현재 8.5%밖에 되지 않는다. 여전히 인력이 부족함에도 철도공사나 철도유통은 손을 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KTX 여승무원들은 노조를 만들어 지난 해 9월 30일 단체행동에 나서게 됐다. 유니폼에 표찰과 리본을 달고 철도유통과 철도공사의 부당횡포를 알리는 전단지 배포를 시작한 것이다.

KTX 여승무원들이 철도업무 외주의 첫 마루타!

그러나 철도 유통은 이 같은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해 사장과 승무본부장이 직접 나서 게시문과 이메일을 통해 승무원들에게 ‘선별재계약’을 하겠다며 ‘해고’위협을 가했다. 또한 감사실에 승무원들을 불러 조사해 징계조치를 내려 계약해지의 빌미를 만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승무원이 지쳐 쓰러지기도 했단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그간 ‘나 몰라라’ 했던 철도공사가 간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승무원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척했던 철도공사 역시 KTX 승무원들의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요구에는 절대 그럴 수 없다며 ‘본심’을 드러냈다.

민 지부장은 철도공사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을 울분을 삭이며 이렇게 전했다.

“앞으로 철도운영에 있어 모든 직종을 외주를 줄 거다. 그 첫 케이스가 여승무원들 당신들인데 ‘마루타’가 됐다고 기분 나빠 하지마라”

이런 가운데 철도유통은 지난 달 12일 KTX 승무원들에 대한 ‘노무관리가 어렵다. 승무원의 단체행동으로 영업손실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홍보자료를 내고 위탁운영 사업을 포기했다.

철도공사는 이에 대해 “다른 자회사에게 KTX여승무원 운영 사업을 위탁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애초에 승무원 관리 운영을 할 수 있는 곳은 철도공사뿐인데도 또 다시 지난 2년의 시행착오와 고통을 반복하겠다는 생각이나 다름없다.

민세원 지부장은 “설 연휴에도 호남선은 2인승무를 했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럼에도 철도공사가 충원을 미루고 있는 것은 지금 충원했을 경우 공사 측이 직접 고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며 공기업인 철도공사가 철도운영에 있어 꼭 필요한 ‘승무’분야를 하찮은 업무로 여기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게다가 정부가 내놓은 공사 경영혁신 방안도 그 업무의 공공성과 필요성에 대한 깊은 성찰없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정규직 티오 제한에 몰려있다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민세원 지부장이 활동 중인 KTX열차승무지부는 최근 철도노조에 가입했다. 그리고 최근 철도공사로부터 힘겹게 ‘실무교섭’테이블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끌어냈다. 그간 노조활동을 하면서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KTX승무원들은 고통 끝에 작은 성과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민 지부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앞으로 새마을호 여승무원들과도 연대해 우리의 목소리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비정규직이 아니고는 모르는 그 설움, 우리와 똑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새마을호 여승무원들과 함께 해나가겠다”


KTX 여승무원 베이스가 부산·서울 2군데인 까닭은?


민세원 지부장에 따르면, 한국철도유통은 KTX 여승무원 첫 공개채용 당시 광주, 목포, 부산, 서울 이렇게 4군데로 나눠 지원자를 모집했다. 승무원 베이스를 이 네 지역으로 나눠 운영하기로 한 때문이다. 따라서 지원자들 또한 연고에 따라 지원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개통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3월. 교육을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개통을 기다리던 승무원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광주와 목포에 문제가 생겨 부산과 서울 2군데에서만 베이스를 운영하겠다”고 사측이 밝힌 것이다.

부산과 서울이 연고인 승무원들은 문제가 없었지만 광주와 목포 출신 승무원들은 졸지에 ‘객지생활’을 해야 했다. 처음부터 부산과 서울 베이스만 운영한다는 방침이었다면 미리 객지생활 준비라도 했을 거다.

‘베이스를 잃어버린’ 이들 승무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로 올라오거나 부산으로 내려갔다”며 당시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개통을 앞두고 하루아침에 베이스를 취소해버린 사측은 이들에게 기숙사 제공은커녕, 월세 보조금 한 푼 지원해주지 않았다. 결국 광주나 목포에 비해 높은 집값 부담은 고스란히 승무원들에게 돌아갔다.

돈벌이 위한 KTX 입석 판매 대신 열차 수를 늘려라!

지난 설 연휴 당시 철도공사는 KTX와 새마을호에 대해 ‘입석’판매를 실시해 파문을 일으켰다.

철도공사는 지난 해 연말 설 연휴 기차표를 판매할 당시만 해도 ‘입석판매’에 대한 아무런 언급조차 없었다. 그러다 설 연휴를 며칠 앞둔 어느 날 갑자기 ‘입석판매’를 실시했다.

물론 고향 갈 차편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에겐 입석판매가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지만 입석판매로 많은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그 만큼 승객안전 문제도 커졌다.

민세원 지부장은 이에 대해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에 입석승객들이 객실통로나 열차 간 통로에 서 있을 경우 위험 가능성이 크다”며 “가뜩이나 좁은 객실통로에 승무원들마저 지나다니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철도공사의 이번 입석판매는 “경쟁사 하나없는 철도공사가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완전히 결여됐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입석판매를 할 것이 아니라 열차 대수를 늘려 더 많은 승객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수송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미 (99mok@dailyseop.com)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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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6-02-05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 광고 배너 어떻게 지우지? -0-;;
 

21일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열린 '황우석 박사 진실 규명 및 연구 재개를 위한 촛불문화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지지 문구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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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하나만 매장시키면 된다는 그 무리와 끝까지 싸워 이길 것입니다."

21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앞 열린시민마당. 전국에서 모여든 황우석 교수 지지자 2500여 명이 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며 '연구 재개' '특허 수호' 등의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아침이슬'을 배경음악으로 등장한 한 여성은 "나라 위해 일하신 당신의 손/사랑스럽습니다/당신의 손 외면하는 자/거짓을 말하는 자/죽을 것입니다"라며 헌정시를 낭독했다.

참석자들이 '아, 대한민국'을 합창한 뒤 재미 과학자로 소개된 조모씨가 단상에 올라 "난자 공여 등 소모적인 윤리논쟁을 중단하고 우리의 생존권을 사수하자"고 소리쳤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촛불집회는 '아이러브 황우석'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황우석연구재개국민연합'이 주최한 행사다. 황 교수와 아무 관련 없이 자발적으로 참석한 일반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서울대 조사위가 황 교수의 논문 조작 사실을 발표했지만 황 교수에 대한 이들의 사랑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이번 주 중 서울대 정명희 조사위원장을 황 교수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일단 서울대 조사위를 못 믿겠다고 한다. 이영실 국민연합 대외협력국장은 "서울대 조사위는 기본적으로 검증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저명한 해외 학자들도 평가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일반 교수들이 평가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일본 도쿄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그는 "조사위 최종 발표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서울로 왔다"고 했다.

논문 조작도 지엽적 문제로 본다. 척수장애인협회 정하균 회장은 "도공이 훌륭한 작품을 만든 뒤 이 사람 저 사람 보다가 깨져버린 상황인데 도공의 기술은 인정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가 주변의 조직적인 음모에 의해 희생된 것이라는 강한 심증도 갖고 있다. 5살.3살 두 아이를 데리고 집회에 나온 주부 장미숙(42)씨는 "서울대 의대 측의 기득권 수호 책략이나 미국과의 특허관계에 얽힌 음모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치열한 국가 간 경쟁 속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황 교수 연구를 재개시켜야 한다는 애국주의.민족주의적 시각도 짙다. 회사원 이화룡(49)씨는 "최소한 황 교수의 특허만이라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 소리마당에서 한 네티즌은 이 같은 상황을 인질과 납치범이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사회심리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 장덕진(사회학) 교수는 "지지자들이 서울대 조사위의 조사가 충분치 않았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며 "황 교수가 국가적인 영웅이었기 때문에 독도 문제처럼 국운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대 곽금주(심리학) 교수는 "많은 사람이 황 교수에 대해 너무 많은 희망을 가져왔다"며 "종말론자들이 종말이 온다고 했다가 안 오면 낙담을 하기보다 '이번이 아니라 10년 후에 온다더라'하고 또 다른 희망을 갖게 되는데 이번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고 진단했다. 또 곤경에 처한 사람이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득하려는 인지부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성우.김호정 기자 <blast@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스톡홀름 증후군이란=인질극 상황에서 인질들이 그들을 풀어주려는 군이나 경찰보다 인질범에게 동조하는 심리상태다.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벌어진 은행 강도사건을 계기로 생겨난 용어다. 사건 초반 강도들을 두려워하던 인질들은 인질극이 진행될수록 강도들에게 호감을 갖게 됐다. 6일간의 인질극이 끝난 뒤 실시된 경찰 조사에서 인질들은 강도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여성 인질은 강도 한 명에게 애정을 느껴 이미 약혼한 남성과 파혼하기도 했다.

*** 바로잡습니다

1월 23일자 14면 '논문 조작 발표에도 변치 않는 황교수 지지자들'기사와 관련해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나는 황 교수 지지자들의 심리를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해석한 적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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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6-01-2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문조작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지지자들의 열기를 스톡홀롬 증후군 - 다시 생각해보면 약간의 논리적 비약이 있긴 하다 - 으로 해석한 것이 기억에 남았는데 당사자가 그렇게 해석한 적이 없다니...-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