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랑해` 한국계 워드 슈퍼볼 MVP

모친 지극한 사랑으로 불우환경 극복
``난 절반이 한국인`` 4월 함께 모국 방문

김식 기자 | [2006-02-06 22:24 입력]

터치다운을 하고도 달음질을 멈추지 못했다. 어머니가 있는 관중석까지 뛰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경기 종료 8분 56초 전.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는 앤트완 랜들 엘의 패스를 잡아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21-10. 사실상 우승을 결정지은 순간이었다. 제4회 슈퍼볼 MVP에 오른 그는 약속대로 4월 슈퍼볼 반지를 자랑스럽게 끼고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오른팔뚝에 `하인스 워드`라는 한글 문신을 새긴 채 "난 절반이 한국인이다. 미국내 한인 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말을 당당히 밝힌 한국계 미국인 하인스 워드는 6일 1억4000만명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디트로이트 포드필드에서 열린 시애틀 시호크스와의 미식축구(NFL) 슈퍼볼에서 4쿼터 터치다운 등 두차례 결정적 리시브를 기록하는 등 피츠버그가 21-10으로 승리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팀에게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슈퍼볼 우승트로피)를 안긴 워드는 슈퍼볼 MVP(최우수선수)에 오르는 영광을 아울러 누렸다.



미국식 이름에서도, 까무잡잡한 피부에서도, 키 183㎝ 몸무게 97㎏의 당당한 체격에서도 그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없다. 다만 오른팔에 `하인스 워드`라고 새겨진 한글 문신만이 그의 뿌리를 짐작케 할 뿐이다.

한국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고, 한국말도 할 줄 모르는 워드이지만 "난 절반이 한국인"이라고 자랑스레 말한다. 미국사회에서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를 하는 선수로서 한국인의 피를 부정하고 싶겠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 그의 인생 절반은 어머니이고, 어머니는 곧 한국이기 때문이다.

워드는 언제 어느 순간이나 어머니 김영희 씨(55)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미국 언론도 워드를 소개할 때 어머니 이야기를 반드시 곁들였다. 워드는 "어머니는 대단했다. 시간당 4달러25센트를 받으며 접시닦이, 호텔 청소부, 식료품 점원 등 하루 3가지 일을 했다. 매일 새벽 2시까지 일하면서도 꼬박꼬박 끼니를 차려줬고, 늘 깨끗한 유니폼을 입히는 등 갖은 정성을 쏟았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어머니는 아직도 고교 카페테리아에서 일하신다. 내가 무엇을 해도 어머니 사랑에 보답할 수 없다"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김영희씨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모두 바친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이다. 워드에게 사랑과 희생, 헌신은 곧 어머니였고 한국이었다.

김영희 씨는 1976년 서울에서 미군이었던 하인스 워드 시니어 사이에서 워드를 낳았다. 흑인과 결혼해 혼혈아까지 낳은 그녀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비난과 눈총이 쏟아졌다. 결국 김영희 씨는 1살난 워드와 함께 미국으로 왔지만 이내 남편과 이혼했다. `영어를 못 하고,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양육권마저 빼앗겼다.

김영희 씨는 온갖 고생을 해가며 아들을 찾아오려 노력했고, 시어머니를 설득해 9살이 된 워드를 데려올 수 있었다. 이후 김영희 씨는 한국식 교육으로 워드를 엄하게 키웠다. 운동을 하면서도 공부도 열심히 시켰고, 항상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했다.

워드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으로 불우한 가정환경을 이겨냈고 조지아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1998년 피츠버그에 입단, NFL 정상급 와일드 리시버로 성장했다. 워드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리시브 전진 1000야드 이상을 기록했고, 이 기간 동안 계속 프로볼(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올해는 975야드 전진에 그쳐 올스타전 출전이 좌절됐지만 대신 우승을 낚았다. 개인통산 127경기에서 574리시브(52터치다운), 7,030야드 전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존 스톨워스(1974~87년·357개)를 제치고 피츠버그 개인통산 최다 리시브 기록을 세웠다.

워드는 이미 피츠버그의 프랜차이즈 간판스타를 넘어서 미국 최고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 뒤에는 더 훌륭한 어머니 김영희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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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6-02-0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의 이혼, 가난, 혼혈아라는 설움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 미국의 영웅이 된 하인스 워드.
하지만 단지 그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영웅이라는 사실 하나로
그를 한국의 아들로 감싸안기란 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는 인터넷의 글이 가슴에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