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블로그가 되기 위한 SONIC의 법칙.  - 라주미힌님 서재에서 퍼온글

Simplicity:
간단 명료한 글이 읽기 좋음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블로그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의 레이아웃을 고려하여 적절한 양의 글만 쓰는 것이 바쁜 읽는 이를 편하게 합니다. 특히 RSS리더에 노출되는 제목이나 첫 문단은 특히 간결하게 하여 독자가 읽을지 말지 빨리 판단하도록 하면 더 좋습니다.
Originality:
여러분만의 목소리, 여러분만의 감수성을 세상에 보여주세요. 독창적인 컨텐츠를 스스로 만들고, 특히 Cut&Paste는 되도록 하지 맙시다. 요즈음 펌 블로그가 많습니다만, 독자들은 여러분의 블로그에서만 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때 고마워할 것입니다.
News:
뒷북보다는 뉴스가 일반적으로 즐겁기 마련입니다. 사실에 근거한 기사를 쓰는 기자의 심정이 되어 봅시다. 특종을 잡았을 때, 내일 아침 스타 블로거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허풍이나 과장은 안되겠지요.
Impact:
지금 쓰려는 여러분의 의견은 세상에 어떤 충격을 주려 하고 있습니까? 읽는 이에게 남는 주장을 하도록 노력합시다. 단적으로 말해서 왜 스스로의 시간과 자원을 써가며 글을 쓰고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Care:
블로그는 댓글(comment)과 관련글(trackback)이 얽히고설키는 관계를 증식합니다. 마치 인맥이 넓어지듯 글맥이 넓어지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독선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행여 스스로 느끼지 못할 경우도 있으니까, 가까이 있는 동료나 친구에게 "요즈음 내 블로그 어때?"라고 물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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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 대한 <…인식>의 반론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은 냉전 역사인식을 크게 변화시킨 1980년대 인문사회과학의 대표적 베스트셀러였다. 그런데 20여년이 흐른 지금 뒤늦게 이를 비판적으로 겨냥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재인식)이 출간되었다. <인식> 필진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해전사’ 시절의 향수와 함께 식민지사 중에 빠진 부문도 있구나, 이런 각도로 역사를 볼 수도 있구나 하는 사관 다양성의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초창기 선물시장의 생생한 풍경을 잡은 ‘하바꾼…’, 봉건적 가부장제 잔재와 위안부 사태의 다른 내면, 비밀해제된 소련측 문서 등이 인상 깊다. 좌우 역사인식의 격렬한 대립이라는 항간의 소문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인식>의 흔적들은 곳곳에 산재해 있어서 <재인식>은 <인식>을 계승, 보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친일소설 ‘야국초’를 신여성 페미니즘의 함축미로 읽어내려는 친일문학 재론 시도 등, 민족문제에 대한 논리적 비약이 종종 눈에 거슬려 당혹스럽다.

<재인식>은 사회생활사 발굴 등 착취 피착취 관계의 천편일률적 식민지 역사해석을 지양한다. 그중 몇 개의 주제는 <인식> 당시의 시대정신을 기본 배경으로 학술적 다양성을 모색한다. 그러나 그 편집의 본 목적은 소문대로 <인식>의 역사인식을 통째로 바꾸겠다는 공격성이며 이것은 결국 인식과 재인식간의 피할 수 없는 인식차이, 쟁점일 수밖에 없다. <재인식>은 기본적으로 (좌파) 민족주의에 반대하며 이를 기초로 책이 편집되어 있다. 그러나 <재인식> 필진 전체가 반민족주의를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크게 박지향, 김철, 이영훈(서울대) 등 <인식>을 본격 비판하는 ‘주편집진’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구분된다. 그러므로 반민족주의 문제는 주로 전자의 것이다.

친일문학 재론 시도 당혹

쟁점에 들어가기 앞서 먼저 <재인식>의 편집진에 정치적 편가르기 목적의 해방전후사 이용을 자제할 것을 제안한다. 최근 일제 잔재의 청산문제가 정치판에서 거칠게 전개되어서 억울한 측면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현실 정치의 역학관계상의 문제이지 <인식>과는 관계없는 것이다. 80년대 <인식>의 의미는 과거사를 이용해서 반대파를 청산하는 저급한 수준이 아니었다. <인식>은 적어도 그보다 더 큰 목표, 동시대를 지배했던 냉전이데올로기 편향에 도전한다는 역사적 소명에서 진행된 것이다. 분단체제의 발단으로써 해방전후사의 다양한 실제 모습, 예컨대 점령군으로서 미군행태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만 해도, 미국을 절대 ‘선’으로 생각했던 당시 분위기로서는 충격이었다. 아마도 <인식>의 가장 큰 기여는 세계사를 보는 시각교정, 즉 각국의 이해관계가 세계정세의 기초라는 단순한 진리를 비로소 전 사회에 경각시킨 것이 아니었을까. 80년대 <인식>의 판금조처와 수난은 이러한 <인식>의 읽기/쓰기 운동에 대한 탄압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식>의 필진 전체를 북한 동조세력으로 간주하는 <재인식>의 인신공격성 주장은 아무리 대승적 견지로 생각하려 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정도라면 <재인식> 문제제기는 80년대 공안검사 검열과 유사하며, 역사인식을 오히려 크게 후퇴시켰다고 보여진다. 논문의 상당수가 친일과 냉전의식 등 민족갈등 자극의 첨예한 소재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주제들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권두논문의 반민족주의 문명사관, 식민지 경제의 착취성 판정 여부, 식민지 소설 및 친일파(이광수) 재해석, 북한 해석, 냉전과 한국전쟁, 그리고 대담 내용(주편집진) 등이다. 예컨대 한국전쟁 롤백이론(김영호)은 전쟁기원론 중 극단적 전통주의(소련 음모설) 입장에 가까운 것으로서, 수정주의설(미국의 전쟁유인설) 등을 소개한 <인식>을 목적의식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재인식> 편집 경향으로 해방전후사를 조합하면 대략 이렇다. ‘민족주의는 위험하다. 일제는 다민족국가를 지향하고 민족의 말살을 기도하지 않았다. 일제시대는 문명의 진정한 융합과정이며, 우리나라는 프랑스 레지스탕스처럼 쓸 만한 항일 독립운동은 없고, 오히려 민족주의진영는 제국과 길항하고 타협한다. 민족주의 진영은 그들끼리 경쟁하고 견제하는 제국의 파트너였다. 이광수의 친일내셔날리즘처럼 일제에 의존한 성장론을 주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이었는지 모른다. 친일적이고 민족주의적으로 자기를 발견하는 김성수 같은 인간형이 식민지 조선의 중심이며, 더 적절하다. 해방직후사는 소련이 한반도 북쪽에 진주하는 영토적 야욕 때문에 매우 어지러워졌고 그 결과 분단과 전쟁이 일어났다.’

‘재인식’은 반민족주의에 공감?

▲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온 김구와 이승만. 악수를 하고 있지만 활동무대(워싱턴-상하이)나 즐거입은 옷(양복-한복) 만큼이나 정치노선이 판이했던 두 사람은 해방정국에서 뚜렷이 대비되는 두 세력의 거멀못이었다. 이들의 노선과 행태에 대한 평가는 분단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변화 만큼이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양상을 달리하고 있다.
<재인식>은 중고 교과서의 변경 추진을 다음 과제로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경향의 교과서를 조만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재인식>은 과연 이를 진실로 청소년들에게 읽히려는 것인가. 안타까운 것은 <재인식> 측이 민족문제를 너무 좌우 이데올로기 경향으로 생각해 좋은 발상마저도 사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종종 민족주의 개념혼란, 객관성의 자기합리화 등으로 엉뚱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역사기술의 목적은 객관적 사실을 표명하는 데 있으며, <인식>은 이를 위반했다’ 라고 비판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오히려 친일성을 더 강하게 주장하거나, 친일하고 타협하는 김성수 식 민족주의를 유일한 상으로 제시하고 다른 유형은 확 무시하는 분리주의 행태를 서슴치 않는다.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얻으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재인식>의 반민족주의 스펙트럼은 이영훈이 가장 강한 편인데 그의 문명사관을 요즈음 방식으로 말하면 세계동화주의의 일종이 될 것이다. 그런데 세계동화주의를 무조건 강조한다고 사태가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해방직후 좌우파를 막론하고 조선의 모든 단체는 해방군을 환영했다. 하지만 정작 점령군의 파트너 선택조건은 자국의 이해에 누가 더 적절한가였다. 당시의 이승만은 이 방면의 승부사였다. 남한지역에서는 민족주의보다 반공주의가 우세할 것으로 냉전사태를 냉정하게 읽었고, 현실적으로 단독정부 노선을 채택해서 정치적으로 승리했다. 이런 이승만 노선은 옳은 것인가. <재인식>의 관점에서는 결과적으로 옳다. 그러나 동족상잔과 민족 전체로 보면 이는 실패한 노선이다. 왜냐하면 개별의 이해가 민족 전체의 이해를 침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식>이 김구의 민족주의통일노선을 이승만의 북진통일론보다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민족성이 개별에 우선한다는 원리에 근거한다.

<재인식>의 반민족주의관은 굳이 분류하자면 국수주의(patriotism)로 이해할 수 있다. 필자는 수년전 이영훈의 정신대 비하 발언 파동 시절부터, 그 기묘한 논리를 개인적으로 추적한 바 있는데, 일본 소농론과 극단적 시장주의에서 출발하는 그의 세계동화주의는 지나치게 굴종적이다. 아마도 그의 반민족주의관의 기원은 이 부문 어디일 것이다. 민족문제의 기본은 제국주의(팽창주의적 국수주의)와 민족해방운동이다. 이 두 가지 다른 민족문제는 세계사적으로 동전의 양면이며, 해방전후사의 중심은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전쟁의 비극에서처럼 이 문제는 피한다고, 또는 한쪽으로 편중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세계동화주의처럼 적극 대응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결국 제국주의에 순종하겠다는 것과 같다. 필자가 <재인식>의 반민족주의의 정체성을 심하게 염려하는 것은 원인없는 결과란 없기마련이어서 친일주장의 뒤에는 누군가 있을지 모른다는 순진한 추측 때문이다. 이 단순함이 잘못된 판단이기를 바란다.

이영훈씨 논리 제국주의 순종 뜻

▲ 백일/울산과학대 교수·경제학
<인식>을 특정 정파로 생각하고 그를 공격한다면 학문의 자유가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민족주의에 항상적으로 냉전 이데올로기로 대응하는 <재인식>의 역사인식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분단 모순이 해제되지 않는 한 해방전후사 기본구도는 민족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환경은 변하기 마련이므로 오늘날 <인식>의 필진 중에는 80년대의 문제인식과 생각을 달리하는 인사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인식>이 무엇을 주장하든 <인식>을 직접 겨냥했고, 자료 환경도 많이 바뀐 만큼 <인식>은 다시 한번 정비된 역사인식으로 거듭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인식>은 치열한 시대 쟁점의 산물이다. 새로운 쟁점이 붙은 만큼 냉전해제 이후시대를 맞이한 새로운 <인식> 운동이 곧 탄생할 것이다. 다시 태어날 <인식>의 목표는 아마도 <재인식>과 같은 마지막 남은 냉전이데올로기의 완전한 종식일 것이다.

http://book.hani.co.kr/arti/BOOK/1044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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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입증하려면 성관계 사진 가져와라?
[오마이뉴스 2006-02-15 16:07]    
[오마이뉴스 김덕련 기자]
▲ 35개 인권단체로 이뤄진 인권단체연석회의와 민주노동당 인권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15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규탄과 군 당국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회견을 열었다.
ⓒ2006 오마이뉴스 김덕련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성관계 사진과 성관계 횟수가 필요하다니…, 과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인가."

수십년간 가려져온 군대 내 인권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군 복무 중인 동성애자가 성관계 사진을 제출해 성 정체성 입증을 요구받는 등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부대에서 성 정체성과 억압적인 군 문화의 부조화로 군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한 병사를 보호하기는커녕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 해 당사자가 자살 결심을 할 만큼 심한 고통을 겪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35개 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와 민주노동당 인권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느티나무 카페에서 회견을 열고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문제에 대한 군 전반의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한 사실이 알려져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동성애자 A씨 사례를 공개한 뒤 "A씨를 조속히 전역시키고 성적 소수자들이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인권교육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A씨의 신상정보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성관계 횟수 말하고 사진까지 제출해야 했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동성애자 A씨는 지난해 6월 신병교육대에 입대했다. 그러나 남성중심주의적이고 마초적인 군 문화와 피부를 거의 맞대고 지내야 하는 병사들의 열악한 상황으로 성 정체성이 침해되는 일이 반복되자 A씨는 고민 끝에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담당간부에게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나 A씨는 더 큰 시련과 맞닥뜨려야 했다. 비밀보장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아들이 동성애자이니 잘 부탁드린다'는 A씨 아버지의 의견서마저 군 당국의 관리소홀로 유출되면서 편견에서 비롯된 간부, 동료들의 언행으로 인간적 수치심과 성적 모욕감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동성애자는 에이즈 감염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의무대에서 원치 않는 에이즈 검사는 물론 성관계 횟수 등을 묻는 질문까지 받아야 했다는 것.

고통에 시달리던 A씨에게는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군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이도 선뜻 신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부대에서 심사를 위해 동성애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성관계 사진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자살까지 염두에 두고 고민하던 A씨는 결국 100일 휴가 때,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성관계를 맺고 이를 찍은 사진을 부대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다시 부대원들에게 알려지면서 더 심한 모욕적 언행에 맞닥뜨렸고, A씨는 결국 자살을 결심한 뒤 이달 초 휴가를 나왔다.

이후 A씨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지난 8일 동성애자인권연대에 상담을 요청했다. 이애 동성애자인권연대는 A씨의 동의를 얻어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긴급구제조치를 요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4일 조사단을 꾸려 해당 부대를 방문, 조사를 벌이고 있다.

A씨는 현재 "심한 우울감, 자기비하감, 불안·초조 등 증상을 동반한 주요 우울증 증상을 앓고 있으며 환경적 스트레스가 계속될 경우 증상 악화로 자·타해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입원치료를 통한 약물·상담치료가 병행돼야 하고 향후 복귀 및 군 생활이 불가하다"는 정신과 의사의 진단을 받은 상태로 자택에서 요양 중이다.

해당 사단장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단에 우선 A씨 휴가를 10일 연장하며 그 기간 중에 조기 전역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 "차별 부추기는 군 형법 92조 등 폐지해야"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군 당국의 저급한 인권의식과 무책임한 자세에서 비롯된 심각한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따라서 군 당국은 A씨를 조속히 전역시키는 한편 그간 받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 보상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최대한 비밀을 유지하면서 시급히 보호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묵살한 점 ▲성 정체성을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아니라 '단순한 성적 이상행동'으로 치부한 점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으로 에이즈 검사를 강제한 점 ▲법적 근거도 없는 성관계 사진까지 요구한 점 등에서 군 당국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군대 내에서 성추행·폭력(가벼운 추행부터 항문성교까지) 당한 비율이 15.4%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군대 내 성폭력이 심각하다"며 "성적 소수자에게 성관계 사진 제출을 요구한 것도 명백한 성폭력"이라고 규정했다. 또 그는 "A씨에게 군대로 복귀할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 정체성을 숨긴 채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는 수많은 군대내 동성애자들의 차별과 인권침해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및 대책마련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불어 '계간(동성애 행위)'을 금지한 군 형법 92조(위반시 1년 이하 징역형)와 동성애를 '질병 및 심신장애'로 규정한 징병신체검사 규칙(국방부령 제 556호)이 동성애 혐오, 차별을 제도화하고 있다며 이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에서 "성적소수자의 생존권, 안전권, 노동권, 편견과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군 형법 92조 삭제를 권고한 바 있다.

군대 내 동성애자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공론화' 필요엔 일치... 전역여부 판정절차 등은 이견

A씨 사례에 대해 인권침해를 구제하고 군대 내 동성애자 문제 공론화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유독 병역문제에 민감한 한국에서 전역여부 판정절차 등 구체적인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석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이날 "군대 내 동성애자 문제가 최근 서구에선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강제 전역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항의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군 상황은 다르다"면서 "군 전체적으로 실태 파악도 안돼 있고 일관된 방침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동성애자라고 해서 모두 곧바로 전역시켜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없다"고 전제한 뒤 "동성애자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전제 아래 인우보증서와 전문가의 심리 진단 등을 검토해 판정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는 "동성애자임을 보증하라는 요구 자체가 인권침해"라며 당사자 고백만으로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 등이 충분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징병제가 바뀌지 않으면 성적 소수자의 인권침해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위계에 의한 성폭력 방지를 위한 병사의 처우개선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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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6-02-15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성애문제...참 어려운 문제다. 외국 친구들, 또는 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사촌들을 보면 동성애자 친구들이 주위에 흔하다. 같이 룸메이트를 하기도 하고 제일 친한 친구인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나는 어떤 동성애자도 직접적으로 알고 있지 못하다.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을 한 지도 얼마 안되고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그런 것을 용인할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되어 있지 않기에 그들이 겪는 고통은 내가 상상이상이겠지만, 부정하고 싶긴 하지만 아직도 내 스스로 약간의 거부감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편협함 때문일까?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출간 | 정치 2006/02/09 08:36
http://blog.naver.com/flatline21/110001604635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출간
‘좌편향 현대史’ 균형 잡는다

1979년 첫 권이 나온 이래 6권까지 발간되며 한국 현대사에 대한 좌파 수정주의 사관을 학계와 일반인에게 확산시킨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해전사’). 이 책의 ‘오류와 편향을 바로잡은’ 새 책이 8일 출간됐다.

서울대 박지향(서양사), 이영훈(경제사), 연세대 김철(국문학), 성균관대 김일영(정치학)교수 4인이 책임편집을 맡고 28명의 학자가 집필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총 2권·책세상·이하 ‘재인식’)이다. 20여 년간 연구성과를 총결집한 이 역사서의 출간으로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현대사의 주요 쟁점들을 둘러싼 좌우 진영 간의 학술논쟁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먼저 ‘해전사’는 민족지상주의와 민중혁명론이라는 70년대 한국 좌파 지식인들의 코드에 맞춘 우리 현대사에 대한 인식을 집대성한 책이다. 80년대 386 운동권들의 필독서였고 80년대 말 사회주의 붕괴 이후에도 대표적인 현대사 교양서로 자리잡았다.

‘재인식’의 1권은 일제시대와 북한 친일파 청산의 실상을 재조명한다. 일제하 조선인들의 삶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면서 독립운동가/친일파라는 이분법으로 도저히 잡아낼 수 없는 다수 민초들의 삶을 보여주는 데 초점이 있다. 한편으로는 자기이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인이라는 숙명에 좌절해야 했던 이중성이 대다수 주민들의 실상이었다는 것이다.

‘재인식’은 현재 몇몇 좌파 진영에서 진행중인 ‘친일 청산’에 대해서도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이영훈 교수는 “현재의 법에 따르면 30~40%가 넘는 고리대에 시달리던 조선 농민들에게 7~8%의 저리대출을 해주는 업무를 했던 식산은행의 근무사실만으로도 친일파로 몰아세운 법이 제대로 시행될 리 없다”고 말한다.


‘북한은 친일 청산을 완벽하게 했다’는 세간의 믿음도 ‘해전사’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재인식’은 그것은 “만들어낸 역사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북한의 경우 친일파라도 사회주의에 동조할 경우 문제삼지 않았고, 더불어 방조의 형식으로 지주 자본가 계급을 대거 남쪽으로 내려보냄으로써 ‘완벽한 친일 청산’이라는 허구를 창조해냈다는 것이다.

‘해전사’에 비해 ‘재인식’이 특징적으로 다른 점은 50년대 이승만 시대에 대한 적극적 해석이다. 편집 책임자인 박지향 교수조차 “나도 이승만 하면 부정선거와 4·19만을 떠올렸으나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그가 정치적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경제적으로 미국의 달러를 끌어들여 수입 대체화 산업을 일으켰으며 사회적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과 국민교육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재인식’은 또 이광수에 대한 새로운 해석, 친일파 청산문제, 분단의 책임문제, 농지개혁의 성공, 좌익노조인 전평(조선노동조합 전국평의회)의 실패 원인, 부산정치파동의 배경 등을 둘러싼 새로운 자료와 해석을 내놓음으로써 다양한 논쟁들을 발화시킬 전망이다.

이번 ‘재인식’은 단순히 좌편향 ‘해전사’에 대한 우파의 반격이라는 의미를 훨씬 넘어선다. 무엇보다 국내외 일류학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카터 에커트(하버드대 한국학), 기무라 미쓰히코(아오야마가쿠인대 국제정치경제학) 등 외국학자들을 비롯해 연세대 유영익 석좌교수(한국사), 이만갑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이정식 미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정치학) 등 국내 원로학자들과 동국대 김낙년, 서울대 전상인, 충남대 차상철 교수 등 중진 학자는 물론이고, ‘해전사’의 필자였던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완범 교수(정치학)와 연세대 신형기 교수(국문학), 그리고 커밍스의 부인인 우정은 교수(미국 미시간대 정치학)가 쓴 글까지 들어 있다.

이한우기자 hwlee@chosun.com
입력 : 2006.02.08 18:33 51' / 수정 : 2006.02.09 01:32 53'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출간… ‘편향된 역사접근’ 바로잡기



한국 사회, 특히 현 집권세력과 이른바 386세대의 현대사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친 ‘해방전후사의 인식’(약칭 해전사)으로 상징되는 ‘좌파적 역사인식’의 편향성을 극복하고 현대사 해석의 균형추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의 책이 우여곡절 끝에 8일 출간됐다.

‘해전사’식 역사인식의 좌편향성과 이분법적 접근을 비판하며 한국현대사 이해의 중층성과 복합성, 역동성을 강조하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약칭 재인식·책세상)이다.

서울대 박지향(朴枝香·서양사학), 이영훈(李榮薰·경제사), 연세대 김철(金哲·국문학), 성균관대 김일영(金一榮·정치외교학) 교수가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재인식’은 ‘해전사’가 민족지상주의와 민중혁명 필연론에 사로잡혀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국내외 논문 28편과 편집위원의 대담을 정리했다.

박지향 교수는 서문에서 “‘해전사’를 읽고 피가 거꾸로 흘렀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노 대통령이 2004년 8월 25일 독립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반민특위의 역사를 읽는 많은 젊은 사람이 가슴 속에 불이 나고 피가 거꾸로 도는 경험을 다 한 번씩 한다’고 발언한 것을 지칭한 것으로 보임)을 보도를 통해 접하고, 우리 사회의 역사인식을 이대로 두고 본다는 것은 역사학자의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재인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왜곡된 역사인식을 조금이라도 교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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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식’은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선의 삶과 광복 후 친일 청산 문제를 다룬 1권(15편의 논문·780쪽), 광복 이후 분단과 6·25전쟁의 책임 및 이승만 정권에 대한 평가를 다룬 2권(13편의 논문과 편집위원 대담·696쪽)으로 이뤄져 있다.

필자 중에는 ‘해전사’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수정주의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명예교수의 부인인 우정은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 ‘해전사’의 필자였던 이완범(李完範·정치학)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신형기(辛炯基·국문학) 연세대 교수도 있다.

‘재인식’은 그 책의 내용 못지않게 기획과 출간과정에서 우리 지식인 사회가 이념과 비지성적인 편견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함을 확인시켜줬다.

이 책의 편집위원들은 처음부터 “‘해전사’의 역사인식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정치색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는 글들만 엄선한다”는 원칙을 앞세웠다.

그러나 필자 섭외 과정에서 많은 학자들이 기고를 회피했다.

박지향 교수는 “준비 과정에서 외국에서 발표된 훌륭한 연구물을 실으려 했는데 거절당한 경우가 있었다. 연구자가 국내 반응과 분위기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라며 “사실을 사실대로 탐구하는 연구조차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대담에서 밝혔다.

최근엔 한 언론이 ‘역사 연구가 특정 이념이나 정책적 목표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는 재인식 출간 취지를 무시한 채 ‘뉴라이트판 해전사’라고 보도해 필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책이 인쇄돼 나올 때까지 언론과의 접촉을 거부하기도 했다.

현대사에 관한 한 좌파적 역사관이 득세하며 성역처럼 군림하고 있는 지식인 사회의 굴절된 단면은 책 출판 과정에서도 엿보인다. 이 책은 2004년 11월 본보가 그 출간 기획 소식을 처음 보도한 뒤 학계와 출판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당초 책을 내기로 했던 출판사로부터 두 번이나 보이콧을 당했다.

지난해 초 출판의사를 밝혔던 한 출판사는 기획과정에서 “정치색이 너무 뚜렷해지는 바람에 진보적 시각을 유지해온 우리 출판사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며 출판을 거부했다. 또 다른 출판사는 출판계약까지 해놓고는 책이 발행되기 보름 전에 돌연 이를 덮어버렸다. 일부 편집위원들의 반대로 책 출간을 포기한 또 다른 한 대형 출판사 관계자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일부 위원들이 역사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고 전했다. 출판계에서는 이들 출판사가 민족주의와 통일지상주의 성향이 강한 역사학 필진을 의식해 이를 거부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이완범 교수“재인식 출간 정치적악용 말아야”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재인식)을 꼭 ‘해방전후사의 인식’(해전사)에 대한 공격과 비판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전사’가 열어젖힌 지성사적 사건의 연장선에서 한 차원 높은 학문적 논의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해전사’와 ‘재인식’에 모두 필자로 참여한 이완범(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두 책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 교수는 ‘해전사’에 3편의 글을 기고해 임헌영(任軒永·국문학) 중앙대 교수와 함께 가장 많은 글을 기고한 학자다. 그는 ‘해전사’의 마지막 책인 6권 기획에도 참여했다.

“저는 ‘해전사’가 처음 출간된 1979년에 대학에 들어갔으니 영락없는 ‘해전사’ 세대라고 해야겠지요. ‘해전사’를 대학 1학년 시절 처음 읽었을 때 감동은 아직도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그동안 흐른 세월을 감안한다면 ‘해전사’는 이제 박물관에나 가야 할 책이 되지 않았느냐”며 ‘재인식’의 출간을 비판이 아니라 창조적 극복으로 바라봤다.

이 교수는 “‘재인식’의 출간이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이를 이용하려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면서 “이 책의 출간을 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을 잡아 가려는 노력으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출간]‘해방전후사의 인식’과 다른점


《8일 출간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약칭 재인식)에 실린 논문들은 ‘탈(脫)민중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은 실증을 바탕으로 한 역사관’을 공통의 기조로 내세운다. 1979년부터 발간된 ‘해방전후사의 인식’(약칭 해전사)의 역사해석이 민족·민중주의적 관점의 지향성이 뚜렷한 반면 ‘재인식’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해전사’와 ‘재인식’이 대비되는 주요 주제는 농지개혁, 분단과 6·25전쟁의 원인, 이승만 정권 평가 등이다. ‘해전사’가 한국사의 질곡으로 지적해 온 대상들에 대해 ‘재인식’은 오히려 근대화를 이루게 한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까닭에 ‘해전사’와 ‘재인식’은 상호 보완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때 제대로 된 독법(讀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일과 일제 잔재 청산=‘해전사’는 친일 군상의 실태를 고발하면서 일제 잔재의 미청산을 역사 왜곡의 가장 큰 원인으로 주목했었다. 반면 ‘재인식’은 일제강점기의 사회상이 친일-반일의 도식적인 구도로 쉽게 이분화되지 않을 만큼 복합적이었다고 주장한다.

한 예가 조선어학회를 중심으로 펼쳐진 한글운동에 대한 평가다. 이 운동이 민족주의 운동의 최후의 보루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지만 ‘재인식’에서 이혜령(국문학) 성균관대 강사는 조선어학회가 추진하는 철자법 개정, 교과서 개정 등 조선어문 통일을 조선총독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해방 이후 남한에서는 미군정이 형식적 민주주의를 도입했을 뿐 일제 잔재를 남겨 놓았지만 북한에서는 일제 잔재 청산이 철저히 이뤄졌다는 진보학계의 시각에 대해 ‘재인식’에서 기무라 하쓰히코(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국제정치경제학부) 교수는 “농업 부문의 생산책임제 강제수매제 등 일제가 구축한 전시 통제경제 체제가 해방 후 북한에서 거의 모습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계승됐다”고 지적했다.

신형기(국문학) 연세대 교수는 “해방 후 북한에서는 모든 사람이 ‘혁명적 신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했지만 그것은 결국 일제가 전시에 내걸었던 ‘혁신적 국민’과 다를 바 없었다”며 “일제로부터의 해방이 동원체제로부터의 해방을 뜻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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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개혁=‘해전사’는 미군정의 토지정책이 반봉건적 지주제를 온존시켰으며 이를 원형으로 한 정부 수립 이후의 농지개혁은 지주의 이익을 대변한 타협적 해소책에 불과했고 영세소농경영체제의 고착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인식’에서 김일영(정치외교학) 성균관대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은 지주를 대변한 것이 아니라 지주가 산업자본가로 전신(轉身)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했다”며 “이 대통령의 농지개혁은 봉건적인 지주-소작인 관계의 해체를 꾀한다는 점에서 분명 개혁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6·25전쟁 때 점령정책으로 토지개혁을 통해 농민들의 호응을 유도하려 했지만 이미 1950년 3∼5월에 농지를 분배받은 남한의 농민들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분단과 6·25전쟁=‘해전사’는 분단의 원인에 대해 북한이나 소련보다는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한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에 더 비중을 두었다. 6·25전쟁의 원인에 대해서도 ‘북한의 남침’보다 북한을 오판하여 남침하도록 만들었다는 ‘함정설’ 또는 ‘제한전쟁설’ 등이 더욱 중요하게 다뤄졌다.

그러나 ‘재인식’에서 이정식(정치학)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는 1945년 9월 20일 ‘소련이 점령한 북한지역에 단독정부를 수립할 것’을 지시한 스탈린의 지령 등 새로 공개된 소련문서를 통해 6·25전쟁이 미소(美蘇) 냉전에서 결정적인 승기를 잡기 위한 스탈린의 세계 전략에 기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스탈린은 중소(中蘇)방위조약을 체결한 다음, 미국의 봉쇄선인 38선을 돌파하여 남한을 소련의 영향권으로 편입함으로써 미국의 국제 위신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고자 했다”며 “스탈린의 이러한 세계 전략을 부추긴 것은 김일성의 무력통일 의지였고, 여기에 중국의 참전 의지가 전달됨으로써 6·25전쟁이 실천에 옮겨졌다”고 말했다.

▽이승만 정권 평가=‘해전사’는 이승만 대통령이 민족 분열과 분단에 앞장서고 남한의 미국 종속화를 낳은 친미주의자이며, 개인적 탐욕과 장기집권으로 민중의 심판을 받은 지도자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재인식’은 이 대통령이 확고한 반공, 반일주의자였고 북진통일과 한미방위조약, 수입대체 산업화라는 목적을 위해 기회와 자원을 최대한 활용했던 마키아벨리스트였다고 평가했다. 흔히 이승만의 독재정치가 시작되는 계기로 알려진, 6·25전쟁 중 임시수도 부산에서 벌어졌던 ‘정치파동’과 ‘발췌개헌’에 대해 김일영 교수는 “북진통일을 목표로 한 이승만이 미국의 전쟁 수행과 동아시아 정책을 놓고 미국의 영향하에 있는 의회 및 야당의 지도자와 정치적 헤게모니를 다툰 사건”으로 정치사적 의미를 해석했다.

특히 대표적 수정주의 이론가인 브루스 커밍스 미 시카고대 교수의 부인인 우정은(정치학) 미시간대 교수는 ‘재인식’에서 “이승만이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담보로 초강대국인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지대(rent)’를 우려냈고 그렇게 얻어낸 자본을 강한 국가 유지를 위해 재투자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1979년 제1권이 출간된 뒤 10년간 6권이 발간된 ‘해방전후사의 인식(해전사)’은 1970년대까지 학계에서 외면해 온 1945∼53년의 광복과 대한민국 건국 과정을 본격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현대사를 외세에 의한 분단, 친일파 청산의 좌절, 민족 통일의 염원을 외면한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 등 오욕이 점철된 역사로 각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해전사’는 1980년대 대학가에서 ‘의식화 교육’의 필독 교재로 쓰이면서 386세대에게 큰 충격과 함께 현실 변혁의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이 됐다. 학술논문을 편집한 책이었지만 1권이 40만 부 이상 팔렸다. 1권은 초판 출판 직후 판매금지 조치를 당해 원고 일부를 삭제한 뒤 1980년 신군부의 검열을 통과했다. ‘해전사’ 기획을 주도한 학자들 가운데는 강만길(姜萬吉)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2권), 최장집(崔章集) 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4권),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 내정자(5권) 등이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뉴라이트판 '해전사' 나왔다

"해전사 읽고 피가 거꾸로 흘렀다는
노무현 대통령 발언 접하고
사회의 역사인식 두고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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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초가을,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읽고 '피가 거꾸로 흘렀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을 지면을 통해 접하고, 우리 사회의 역사인식을 이대로 두고 본다는 것은 역사학자의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해방전후사의 재인식' 머리말에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책세상.이하 '재인식')이 8일 출간됐다. '재인식'은 '해방전후사의 인식'(한길사.이하 '해전사')을 비판할 필요성에 공감한 국내외 학자 28명이 1년 넘게 준비해 내놓은 책이다. 그들이 비판하고자 한 '해전사'는 1979년 발간된 진보.좌파적 시각의 역사 논문집이다. '해전사'는 진보적 성향의 386세대들이 역사교과서처럼 중시했던 책이다.



'재인식' 발간에 앞장선 학자는 보수.우파 지식인 모임인 뉴라이트 네트워크 소속 이영훈(서울대).김일영(성균관대) 교수와 탈민족주의 이론가인 박지향(서울대) 교수 등이다. 이영훈 교수는 총론 격인 첫번째 논문 '왜 다시 해방전후사인가'에서 '해전사'식 역사인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해전사'를 80년대 좌파 운동권과 주사파 탄생의 배경이라고 진단했다.'해전사'를 읽은 80년대 진보세력들이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수립된 남한 정권을 '반혁명 세력'으로 규정하고, 반대로 김일성이 소련의 사주를 받아 만든 북한 정권을 민족통일을 위한 '민주기지'로 여겼다는 지적이다. 진보세력이 '해전사'식 역사인식에 따라 민주기지(북한)와 연대해 반혁명세력(남한)을 몰아내는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꾀했다는 결론이다.

머리말을 쓴 박지향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학계의 부단한 연구로 '해전사'에서 제기된 주장들의 잘못이 지적되고 수정돼 왔는데도 그런 사실이 일반 대중에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재인식' 출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재인식'은 '해전사'의 민족지상주의와 민중혁명 필연론이 우리 역사 해석에 끼친 폐해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창립된 뉴레프트(신진보) 싱크탱크인 '좋은정책포럼'의 김형기(경북대 교수.노동경제학) 공동대표는 "과거 '해전사'에 어떤 편향이 있었다면 본격 논쟁을 통해 편향을 해소하며 보다 발전된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재인식'도 특정 이념에 집착해 비판하는 것이라면 또 하나의 편향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배영대 기자<balance@joongang.co.kr>  

 

 

 

해방전후사의 '인식' 뒤집는 '재인식' 출간

현대사 해석 놓고 논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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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말한다. 과거를 보는 눈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현대사를 보는 눈도 마찬가지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해전사)은 한국인의 역사 보는 눈을 진보.좌파 쪽으로 바뀌게 한 중요한 역사논문집이다. 해전사 이전 우리 현대사는 주로 반공 이데올로기 중심의 우편향적 시각에서 쓰여졌다. 1979년 반독재 민주화투쟁의 연장선에서 등장한 해전사는 이전의 냉전 반공 이데올로기로서의 역사관을 뒤흔들었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은 27년간 번창해 온 진보적 역사관을 다시 진단하고 해체하려는 시도로 풀이될 수 있다. 해전사의 좌파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한다는 점에선 보수.우파 성향으로의 선회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탈민족주의를 주요 논리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전의 보수 논리와 차별화된다. 해전사가 우파 반공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며 좌파 민족주의를 일으켰다면, 재인식은 다시 이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우파 탈민족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양상이다. 탈민족주의를 전파해온 박지향(서울대 서양사) 교수는 "최근 발표된 한국 근현대사 연구물 가운데 대표적인 28편을 엄선했고, 각 필자들이 대폭 가필해 실었다"고 밝혔다.

◆ 좌파 민족주의 비판=박 교수는 해전사를 '민족 지상주의와 민중혁명 필연론'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총론 격인 첫 번째 논문 '왜 다시 해방 전후사인가'를 쓴 이영훈 교수는 해전사의 역사인식을 "민족과 혁명의 이중주"라고 단정했다. 해전사류의 인식은 과거의 역사를 이분법적으로 재단하고, 현재의 잣대로 과거의 시행착오를 비난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비판이다.

해전사가 민족 지상주의로 도배돼 있다면 재인식은 탈민족 혹은 민족 해체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민족이란 말 자체가 20세기에 만들어진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민족과 탈민족의 시각은 식민지시대와 친일잔재 청산, 한국전쟁과 이승만 평가 등에서 모두 대립각을 세운다.

친일잔재 청산의 경우, 해전사는 북한에 비해 남한의 청산이 미비해 부끄러운 역사를 이어왔다고 한 반면, 재인식은 남북 모두 단절보다는 식민지시대와의 연속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총독부 산하 각급 관료기구와 학교 등에서 복무한 테크노크라트적 협력자들은 해방 후 국가 건설에 크게 기여했다"며 "박정희 같은 인물들이 성장한 사실에서도 식민지 유산을 찾아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20세기 문명사관 제시=이 교수는 문명사관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일제 식민지시기를 "조선의 전통문명과 일본을 통해 들어온 서유럽 기원의 근대문명이 상호 융합하는 시대"로 보고 있다. 그리고 해방.분단.건국.전쟁.복구.한미동맹, 그리고 4.19로 이어지는 해방 전후사의 후반을 "나라 세우기 과정으로 이해하고 평가하자"고 제안했다.

문명사관은 결국 식민지 근대화론과 연결된다. 식민지 시절의 자본주의와 경제 발전을 인정하는 논리다. 박 교수는 "1910~40년 세계 자본주의가 침체와 위기를 겪는 동안 조선은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고 산업 구조도 근대화했다"고 했다. 그는 또 "식민지 시절 대중의 일상적 삶은 협력과 저항, 친일과 반일의 잣대로 구분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다층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영훈 교수, 진보학자 실명 비판=이영훈 교수는 해전사의 주요 필자인 강만길(전 고려대 교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장과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실명을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강.최 두 교수는 진보 성향의 역사.정치학계의 간판으로 꼽히는 학자다.

이 교수는 강 위원장의 '해방전후사 인식의 방향'(해전사 2권)과 최 교수의 '해방 8년사의 총체적 인식'(해전사 4권)을 비판했다. 각각 '민족 지상주의'와 '혁명의 이념'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 교수는 최 교수의 글에 대해 "진정한 의미의 실증에 바탕을 둔 근대적인 역사학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의 민족주의 강조에 대해서는 "모든 역사를 제쳐 놓고 민족만이 역사 쓰기의 유일무이한 단위가 되어야 한다는 법이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 학계는 신중한 반응=해전사 필자인 한 진보학계 중진 교수는 "우선 책을 구해 충분히 검토한 다음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아보겠다.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밝히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 역사학계의 중진 서중석 교수(역사문제연구소장) 역시 "책을 본 학자들 간에 평가 논의가 있을 것이다.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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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6-02-1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전사를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해전사와 '재인식'을 사서 비교하며 읽어보고 싶다. 퍼온글도 상당히 길군...그런데 집필진만 보면 해전사에 무게감이 실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진중권의 SBS 전망대> 

슈퍼볼 영웅



 

한국을 방문하는 하인즈 워드 선수에게 국가적 차원의 예우를 해주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군요. 명예시민증을 수여하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런가 하면 국내 항공사들은 이 선수를 모시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있네요.


 

그와 그의 어머니가 살면서 겪어야 했던 일에 비하면 사실 그 이상의 대접도 아깝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를 예우하는 방식은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네요. 진정으로 그를 예우하는 것은 혼혈인에 대한 사회의 차별을 철폐하는 데에 있다는 겁니다.


 

남들에게 삶이 백 미터 달리기라면, 혼혈인들의 삶은 여러 가지 제도적, 문화적 차별을 뛰어넘는 장애물 경주라고 할 수 있지요. 아니, 때로는 그 수준을 넘어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맹렬한 태클을 뿌리치며 달려야 하는 미식축구인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워드 열풍이 낯간지럽지 않냐는 반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혼혈이라 해서 실컷 무시할 때는 언제고, 무슨 낯으로 이제 와서 그가 “한국인 피”라고 하느냐는 겁니다.


 

한국 국적이 있어도 피부색이 다르다 한국인 취급도 안 해주던 인종주의적 옹졸함이 갑자기 미국시민까지 한국인 예우를 해주자는 국제주의의 통 큰 마음으로 돌변한 것은, 아마도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독특한 한국식 인생철학의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출세 안 해도 억울하지 않은 세상은 없을까요? 아무쪼록 워드 선수의 방문이 이 땅의 순혈주의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가축입니까? 순종 따지게. 세계화의 시대입니다. 검은 피부, 노란 피부, 하얀 피부의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가진 한국인으로 불리는 시대를 열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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