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사 3 - 야스쿠니의 악몽에서 간첩의 추억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3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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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허물을 들추기보다 내 자신의 허물을 들추기가 훨씬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이제껏 수십년간 남의 허물을 캐내어 이를 과장하고 나의 허물을 감추고 이를 치장해 왔기 때문에 나의 허물을 들추어 내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의 허물을 캐는 것에만 지나치게 열중하면서 남의 허물에는 한없이 관대한 태도를 보이다보면 그 역시 균형을 잃은 태도가 아닐는지. 특히 지금처럼 남한 전체가 이념(?)적으로 둘로 나뉘어 거의 모든 사회적인 쟁점마다 극한적인 대립을 보이는 이 때, 남의 허물에는 눈을 감은 채 우리 자신의 허물만을 들추어 내는 일은 저자가 일깨우고자 하는 수많은 유동적인 보수층을 저자가 속해있는 진보로부터 멀어지게 하지는 않을는지.

나 개인적으로도 우리 자신의 허물을 캐 내는 일은 이제 겨우 시작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논란이 있더라도 과거사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상대적으로 북한 사회의 부조리에 관대한다고 할지라도, 김일성, 김정일의 권력세습을 두고 ‘탐탁치는 않지만, 정치권력은 부자지간에도 공유할 수 없다는 상식을 깨고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함께 20년가량을 북을 다스린 사실을 상기하자.’(p265)는 식의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자기 아버지와 20년 동안 권력을 공유한 김정일이 갑자기 나타난 유신소녀보다 낫다는 말인가? 그리고 북한사회에서의 지배권력에 의해 학살되고, 굶주려 죽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이승만 시대나 군사정권 하에서 학살당한 사람들보다 가치가 덜하다는 말인지. 일단 통일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남과 북이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비판에 극히 신중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정치인들이 할 일이지, 역사학자인 저자마저 그렇게 조심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개인적으로도 박정희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의 독재시절 저질러진 온갖 만행은 지금에라도 더 까발려지고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박정희 시대에 우리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물론 박정희가 경제개발에 집착한 것이 부족한 민주적 정당성을 감추기 위해서 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박정희 시대의 경제정책으로 인해 지금도 우리 사회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산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박정희의 지도력에 얼마만큼 의존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적어도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질이 북한 주민들보다 낫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각 나라 국민의 삶의 질이 절대적인 비교잣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자주성과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는 것에 집착하여(사실 그런것인지도 약간은 의문이다.) 경제파탄을 초래하여 수많은 국민들을 아사시키고 있는 북한의 현상황이 부끄러운 과거를 가진 대한민국의 현상황보다 낫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북한이 건국당시 대한민국보다 정통성의 측면이나, 당시 민중들의 지지도 측면에서 우월했다는 사실이 그 이후 수십년간의 역사에 면제부를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03권에서도 국가인권위원회의 민주화운동 인정과 관련한 사건에 관한 글을 통해 관점을 전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의 군사정권이 반공주의를 얼마나 악랄하게 악용해 왔는가를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적지않은 소득이었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편향된 태도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대한민국의 어두운 과거를 까발리는 것이 ‘정반합’에서의 ‘정’에 해당한다면 북한의 어두운 과거를 까발리는 것이 ‘반’이 될 것이고, 통일한국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이 ‘합’정도가 될 것이다. ‘정’에 대해서는 저자의 노력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에제 ‘반’과 ‘합’에 대한 연구도 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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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1~22 세트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이이화 지음 / 한길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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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년 정도 된 것 같다. 처음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늘리고자 역사책 코너를 뒤적이다가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를 접하고 읽게 된 것이. 역사 또는 역사책에 대한 사전지식이 별로 없었던 나로서는 인지도가 높은 책을 위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인지도에는 어쩔 수 없이 출판사의 광고와 마케팅 활동이 작용하게 마련이다. 내가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를 고르게 된 것은 아마 그 무렵 21권의 전 시리즈가 완성되어서 신문기사 등으로 소개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문의 기사도 대체로 저자의 노력과 연구자세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고,(지금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기사가 어디 있겠는가?) 재야에서 한평생을 우리역사 연구에 받쳤다는 저자의 프로필도 마음에 들었다. 막연히 이제껏 주류 역사학계가 일제시대의 영향을 아직 벗지 못하고 있고(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나의 막연한 추측이라는 말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틀에 박히고 죽어 있는 역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재야’라는 말이 크게 다가왔고, 그렇다고 운동권적인 시각에 크게 사로잡히지도 않은 듯 하면서 역사학자로서의 열정과 소명의식이 있는 듯하여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1년여 지난 지금 결국 나의 독서는 11권에서 끝마치게 되었다. 애당초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우리나라 역사 전체를 한번 훑어보기 위함이었는데 1년 동안 미약하나마 그 의도는 어느정도 달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 제일 큰 이유였다. 두 번째로는, 어쩌면 이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가 될 지도 모르겠으나, 내가 애당초 관심이 갔던 것은 이 책이 주안점을 두었던 민중들의 삶과 문화보다는 역사의 큰 흐름과 그 흐름의 갈림길이 되는 주요사건들에 대한 기본지식과 역사적 의미 등 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읽었으나 7-8권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도 모른 채 멍하게 있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은 11권까지만 읽고 나머지 부분은 한권으로 된 역사서로 재빨리 스캔을 하고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책을 읽자고 마음을 굳힌 것이다.(부수적이지만, 서술이 좀 논리적이지 못하여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는 점도 독서중단 결정에 아주 조금은 기여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21권 전체를 읽지 못하고 임진왜란 직전까지인 11권까지 읽고 나의 독서는 중단되고 말았다.

좀 아쉬움은 남는다. 그렇지만, 얻은 것도 많다. 우선 우리 역사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얻으려는 최초의 목적을 어느정도 달성하게 해주었고, 학창시절 배웠던 역사에서는 알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새로운 관점도 접할 수 있었다. 지금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삼별초 항쟁이 군사정권에 의해 각색된 면이 없지 않다는 점, 묘청의 서경천도 운동의 의미를 강조한 신채호의 주장에 대한 반박, 조선건국의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 조선이 명에 대해 취한 사대주의와 그에 대비되는 고려의 상대적 자주성 정도...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역사 전체를 찬찬히 훑어볼 수 있었다는 점과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관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 추가적인 독서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큰 소득이었던 것 같다. 나의 소박한 우리 역사읽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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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5-09-06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글을 보니, 함부로 22권짜리는 도전하면 안 될 것 같군. 흐흐..

doll0826 2007-03-2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었는데요...님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그래서 지금 16권에서 읽기를 중단하고 있는중...
 
대한민국사 2 - 아리랑 김산에서 월남 김상사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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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이 주로 친일파들이 반공이데올로기를 통해 사회 지배세력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해 온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2권에서는 주로 박정희 정권을 비롯한 군사정권의 치부와 김일성의 항일운동에 관한 진실에 대해 다루고 있다.

박정희를 제외하고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고 그가 드리우고 있는 그림자는 무척 크다. 그리고 박정희에 대해서는 지금도 극단적으로 평가가 갈리고 있다. 근대화의 초석을 세운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라는 주장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고문하고 공산주의자로 몰아 사회적으로 암매장한 악독한 독재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주장까지 그에 대한 평가는 정말로 극과 극이다. 어쩌면 모든 평가가 그의 일면을 반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세상사가 한면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 그러나 적어도 그가 우리 현대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인물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그의 등장이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역사적 발전에 기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 또는 부정의 평가가 내려져야 할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그런 일이 가능할 지는 모르나, 대한민국 史 02를 읽으면 적어도 박정희의 어두운 면은 확실히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어두운 면은 박정희의 功을 아무리 고려하더라도 덮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박정희의 치부를 들출 때처럼 그의 업적을 찬양하는 주장에 대한 반론은 구체적인 논거가 좀 빈약하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박정희가 아니고 다른 독재자가 집권했어도 그 정도의 경제성장은 충분히 이룰 수 있었다는 식의 무책임한 반론은(저자가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아니다.) 논지를 약화시킬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박정희에 대해서도 평가해줄 면은 평가하여 그의 功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런다고 그의 어두운 면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김일성의 항일운동에 대한 글도 내게는 꽤 새로웠다. 어린 시절 어디서 배운 지식인지는 몰라도 과거 우리나라에서 널리 퍼져있던 가짜 김일성설을 어렴풋이 믿고 있지 않았나 싶다. 지금 기억도 못할 어린시절의 나에게까지 그런 인식을 심어주었다면 정말 교육의 힘(특히 왜곡된 교육)이 엄청남을 실감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일성의 항일운동은 실제 있었고 그 성과도 상당했던 것 같다. 다만 김일성의 항일운동에 관해 과장된 부분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운 저자의 태도가 조금 불만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예비군에 대한 저자의 지적도 발상의 전환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과연 지금과 같은 예비군 시스템이 꼭 있어야 하나. 국가가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분명 인력과 물자의 동원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지만, 지금의 예비군 체계는 누가 봐도 좀 아닌 것 같다. 예비군 관련직종에 종사하는 이익집단이 너무 커져 제도에 손을 대기 힘들어졌다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상아탑의 비리. 구체적인 사건을 들어보면 정말 말도 안되고 기도 차지 않는 일들이 사립대, 사립고교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다만 당사자가 아니라 관심이 없을 뿐. 그래도 이 책에 나온 정도의 지식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립학교법과 관련된 서로 다른 주장의 당부를 판단할 수 있으려면.

개인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정책 중 지지하지 않는 것이 꽤 있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방향이나, 그런 정책을 추진하는 밑바탕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생각이 노무현 정부의 정책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출판사가 한겨레신문사라는 무척 시사적인 점 말고도 크게 보아 저자의 생각과 현정부의 정책방향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고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한순간에 완전히 전환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상당부분은 적어도 그 방향만은 올바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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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사 - 단군에서 김두한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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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 교수의 대한민국사를 읽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이다. 처음에 읽었을 때도 나름대로 상당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최근 역사서에 관심을 약간 갖게 된 이후에 다시 읽었을 때도 그 충격은 그대로, 아니 더 커졌다. 그리고 그 충격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렇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번 읽고도 쉽게 잊어버린 내 자신이였던 것 같다.

한홍구 교수의 대한민국사는 그렇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것이 충격이였던 까닭은 지금 돌이켜보면, 한홍구 교수의 날카로운 지적이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고, 그러한 치부가 이제껏 권력에 의해 감쪽같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치부에 대한 흔적들이 너무나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제도화된 교육의 힘에 의해, 때로는 하루하루 사는 것이 바쁘기에, 우리는 우리사회의 치부를 애써 외면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책속의 내용들은 우리가 평소에 별 생각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것들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낸다. 우리 사회가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어떻게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같은 민족의 피를 빨아먹고 기생한 친일파들이 사회적 제거를 면하고 지배세력으로 둔갑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런 역사적 배경에 반공주의가 어떻게 작용했는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맥아더 장군 동상에 관한 글도 신선했다. 단순히 맥아더 장군이라고 하면,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반공교육의 탓인지는 몰라도 내게는 친근하고 우리 나라의 존립에 큰 기여를 한 사람의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한발자국 물러서서 보면 결국 맥아더의 동상은 자기 나라에 제3국 군인의 동상을 세운 것이고, 임진왜란 때 조선에 온 명나라 장수 이여송의 사당을 짓고 그를 숭배하는 것과 맥아더에 대한 나의 감정이 본질상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아더의 동상은 큰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반면 명나라 장수의 사당에는 사대주의의 굴욕감이 느껴지는 것은 아직도 내 자신이 반공교육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태극기의 슬픈역사도 참으로 놀랍고도 안타까웠다.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 서울 시청 광장과 월드컵 경기장을 수놓았던 태극기가 중국인의 기본 도안에 일본에 사죄하러 가는 일본 국적의 배 안에서 영국인 선장을 산파로 하여 조선사람들에게 선보이기도 전에 일본에 나부꼈다는 사실(p53)은 국사책에서 배울 수 없었던 우리민족의 고난사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론 한홍구 교수의 모든 주장에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여중생 사망사건을 다룬 ‘반미감정 좀 가지면 어때?’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꽤 있었다. 나도 미국의 신제국주의적 정책과 거만한 일방주의에 반감을 가지고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서해교전 사건과의 극단적으로 대조되었던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저자만큼의 큰 역사적 의의를 발견하기는 솔직히 쉽지 않았고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반미냐 아니냐를 놓고 사회전체가 극단적 대립을 보이는 우리 사회에서 신세대적인 방식으로 반미를 외칠 수 있게 된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겠지만 사건의 본질에 비해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지 않나 싶다.

이처럼 대한민국史에는 암울했지만 치열했던 독재정권 시대를 직접 겪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충격적이지만, 역사적 진실에 한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 진실에 다가갈수록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당성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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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는 우리역사 - 전면개정판
한영우 지음 / 경세원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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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를 너무 몰라서 사극을 보아도 흥미를 느낄 수 없었던 점이 아쉽고 부끄러워서, 우리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갖추자는 의도에서 서점 역사 코너를 뒤적이다가 찾은 책이 ‘다시 찾는 우리역사’였다. 일단 역사적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한권으로 우리 역사를 훑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저자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라는 점도 믿음이 갔다.

그리고 이 책을 산지 약 1년이 흘렀다. 그때 이 책을 사면서 읽기 시작한 ‘이이화의 한국사이야기’를 병행해서 읽다보니 시간도 걸리고 중간중간 다른 책을 읽다보니 이 책은 고려시대까지 읽고 손을 놓아버렸던 것이다. 그동안 약간의 역사책을 읽다 보니 애당초 우리나라 전체의 역사를 한권의 책에 집어 넣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조금은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후 이 책을 재빨리 마저 읽고 난 뒤에 여러 가지 실망도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권이라는 말도 안되는 분량상의 제약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나 비평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래도 결코 짧지 않고 무수한 사건이 있었던 우리 역사를 크게 빠지는 부분없이 한권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은 저자덕이 아닌가. 어차피 한권으로 된 우리역사 전반에 관한 책은 앞으로 있을 심도있는 독서나 공부에 대한 개론서 역할을 하는 것이니 애당초 나의 불만이 지나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는 이 책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내용면에 대해 간단한 분석을 하자면, 저자는 고대, 중세사에서는 비교적 전통적인 학설에 충실하며 새로운 학설을 간단히 소개하고 그에 대한 가벼운 반박을 달고 있으며 조선에 대해서는 사대주의적이라는 비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호의적인 시선을 보인다. 사대주의를 두둔하는 듯한 서술에는 공감할 수 없었으나 조선시대의 유교문화에서 나름대로의 긍정적 기능을 발견하려고 한 것은 참신했고, 민족적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저자의 열의가 느껴졌다. 조선말과 대한제국으로 이어지는 일제를 포함한 외세의 침략기에 대한 서술은 문체가 지나치게 담담하여 좀 거북하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우리가 기존에 너무 그 시대의 역사를 주관적으로 바라본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근현대사 부분은 남북한 각자의 정치, 경제, 사회적 발전과정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게 잘 서술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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