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알아야 할 과학상식 77
도지마 와코 지음, 최은정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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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팽소 우리가 궁금하게 여기던 것들에 관한 과학적 해명이 들어 있다.

'태풍은 어떻게 발생할까' 라든지 'DNA는 무엇인가' 등의 의문은 우리가 평소에 한번쯤은 궁금하게 여길 만한 것들이고 저자는 그에 대해 지나치게 전문적이지도 않지만 논리적이며 과학적인 근거를 담은 해설로 우리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다만 적지 않은 부분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갈 때 논리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을 느꼈다. 문과를 나오고 고등학교 이후 과학 분야와 담을 쌓고 지내 과학분야에 대해 이해력이 현격히 떨어진 내 무능함과 최신 과학 지식을 2-3페이지로 요약함에 있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때문이기는 하겠지만 조금 더 쉽게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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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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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읽고 나서 한 마디로 느낌을 표현하자면 기발한 상상력이라고나 할까. 이 책은 형식이나 논리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게 머리에 떠오른 영감이나 상상을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쓴 단편들을 모은 글이다.

하지만 단편소설집이라고 하기에는 좀 덜 다듬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조금만 생각하면 논리적인 헛점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한편 한편의 글을 읽고 나서 작가의 문제의식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이 '나무'의 매력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게 되고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참 바람직하겠지만, 적어도 나 개인적으로는 그런 수준의 경험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유명한 화가가 그렸다는 독특한 스타일의 그림은 퍽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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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지배자들 - 제국주의와 세계화가 낳은 참상과 진실에 대한 4편의 다큐멘터리
존 필저 지음, 문현아 옮김 / 책벌레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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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네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장 (세계은행, IMF에 고분고분하다는 의미에서의)모범생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독재자 수하르토가 미국을 위시한 열강들과 그 기업들과의 거래와 그들의 지원을 통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인도네시아 민중들을 학살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반대파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고 그 배후에는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신제국주의적 국가들의 은밀한 지원과 조정이 있었다는 점은 그 정도에 있어서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의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화를 충실히 수행한 '모범생'의 현주소 - 수천억불의 외채, 서구 기업들에의 기반산업 잠식, 살인적인 빈부격차, 일반 국민들의 현격한 삶의 질 저하 - 는 98년 IMF체제를 거친 우리에게도 의미심장한 문제제기가 되는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상충하던 논거와 주장들 때문에 어떤 것이 옳은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던 상황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이라크 전쟁이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마음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그런 전쟁에 대한 정당화의 솔직한 논거가 9.11 테러로 죽은 수천명의 사람들의 목숨이 미국의 폭격과 경제제제로 죽은 수십만명의 목숨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라는 것을 이 책의 지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이라크의 극단적인 테러리스트들의 인질 참수, 폭탄테러 등이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임을 부인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미국이 강요하는 세계화(넓은 의미에서 이라크전 파병요구도 포함된다고 본다.)를 받아들이면 미국의 친구가 되고 다른 길을 택하면 경고를 받게 되고, 미국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지옥행이 된다는 헤루 앗모조의 말은 실감이 나는 동시에 이라크전 파병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그러기에 미국이 세계 제일의 유일 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파병을 거부하는 것은 훨씬 더 많은 국제적 고려를 필요로 할 것이다.

넷째 장에서는 후주에서의 원주민 인권침해 - 인종차별 실태를 낯낯이 밝힌다. 우리가 잘 모르고 관심조차 갖지 않던 호주 원주민의 슬픈 억압과 학살의 역사 그리고 지금의 비참한 생활을 날카롭게 폭로한다.

4개의 다큐 형식의 글을 통해 우리는 지배적 세계 언론에 호도되지 않고 어떤 일들이 평화와 공존, 민주주의라는 구호아래 자행되고 있는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인류의 공존과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고 어떤 무리가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받게 하고 세계평화를 유린하고 있는지 명백하게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설마 그런 일이...설마 미국이 그런 짓을...'라는 생각, 즉 저자의 주장이 음모론이 아닐까 하는 생각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현재 전세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대규모 학살이 현실이라고 믿기가 두렵고 그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배후에서 조정하는 사람들의 뇌 구조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비롯한 수많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래서 눈을 감아버리려고 하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수많은 참담한 사건과 현상들이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임을 반증하고 있다. 책속 어딘가에서 읽은 구절 " 때로는 침묵이 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때가 지금이다."는 말이 귓가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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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전2권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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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명의 남녀 작가가 원고를 서로에게 연애편지 쓰듯이 부치고 그런 과정을 2년 동안이나 거쳐서 사랑을 하는 두 남녀 - 준세이와 아오이 - 각자의 이야기를 제목은 같지만 시각은 전혀 다른 두 권의 소설로 탄생시켰다는 사실 자체가 이 소설의 독특한 매력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는 것 같다.

어디서 그런 충고를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두 소설을 한 장씩 번갈아 가며 읽으면 좋다고 해서 나도 첫 소설을 한 장 읽고 그 후부터는 다른 소설을 두 장씩 읽는 방법으로 두권의 소설을 읽었다. 그런 식으로 책을 읽으니 - 그런 경험 자체가 당연히 이전에는 없었고 - 사랑을 구성하는 두 남녀 각자가 아픈 이별을 뒤로 한 채 8년여간 어떤 생각을 가지고 누구를 만나며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가를 대비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준세이와 아오이는 8년전 과거의 상대방의 모습, 그 시절의 사랑에 얽매여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아오이의 30번째 생일날 만나기로 한 그날까지 온전히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따로 존재하는 듯한 생활을 해 오게 된다. '인생은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성립하고 마음은 그 사람이 있고 싶어하는 장소에 있는 법' 이란 작가 에쿠니의 말과 같이 준세이와 아오이의 인생은 각자가 있는 그 곳에서 성립하여 과거가 되고 마음은 과거속의 상대방에 머물게 된 것이다. 그리고 둘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랑의 힘일 것이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 그리고 지난 8년간 자신들을 부여잡고 있는 과거에 매듭을 짓고자 약속 장소인 피렌체의 두오모에 갔고 둘은 그 곳에서 정말 극적으로 재회한다. 그리고 3일동안 둘은 지난 8년간 세월의 간격을 메꾸려고 노력하는데 사실상 그것은 불가능하였고 둘은 8년간 세월의 흔적으로 상대방에게 각자가 접근해 들어갈 수 ㅇ벗는 공간이 생겼음을 깨닫고 각자의 현실로 돌아간다. -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재회해서 끝나거나 미래를 함께하기로 하는 설정이었다면 이 소설은 또 하나의 드라마에 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아오이를 떠나보내고 난 직후 준세이는 영영 과거가 되어버릴지 모를, 멀어져가는 현실을 그의 몸과 마음이 존재하는 현재로 만들기 위해 결심을 하고 아오이를 만나러 급행 열차를 타고 떠난다. - 이 부분은 사실 멋진 결말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부분을 읽고 냉정과 열정 사이란 제목이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지은 것이란 것도 느꼈다.

사랑이란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이고 고통스런 순간도, 미움과 증오, 원망, 권태, 일탈의 순간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진정으로 행복한 순간보다 그런 고통스런 순간이 시간적으로는 더 길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모든 역경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이를 뛰어넘는 열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준세이와 아오이가 8년의 세월의 냉정을 건너뛰어 재회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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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영광
그레이엄 그린 지음, 이동진 옮김 / 해누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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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맥시코의 군사정권이 천주교를 탄압하는 과정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신부가 죽음의 위협을 피하면서 온갖 고초를 겪고 결국에는 깨달음을 얻으면서 최후를 맞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끊임없이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면서 아무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그렇지만 미신적 이유로 아무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로 전락해버린 신부는 마지못해 자신의 신앙을 지키지만 이미 여러 면에서 세속적으로 타락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위스키 신부라고 불릴 정도로 술을 좋아하고 여인과 정을 통해 딸을 두고 있다. 너무나도 오래 계속되는 도피 생활에 지쳐 차라리 잡혀서 죽었으면 하고 생각도 한다.

하지만 결국 한명의 인간에 불과한 사제에게 술을 마시고 딸을 두었다는 것은 어쩌면 그리 큰 타락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이기에 계속되는 도피생활에 지치고 자신을 잡아 넘겨 현상금을 타내려는 교활한 사내에 대한 의심과 적개심을 품는 것 또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는 경찰에게 잡혀 신분이 탄로날 뻔 하기도 하였으나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죽음의 순간을 잠시 후로 미루게 된다.

그리고 다시 도망치는 길에서 자신의 얼굴을 아는, 자신이 사제인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인 혼혈사내를 만난다.  그리고 그는 그에게 뻔한 미끼를 던진다. 은행강도인 미국인이 배에 총을 맞고 죽어가는데 마지막으로 신부님을 찾고 있다고...신부는 고민한다. 함정일 것이 거의 확실하고 간다면 죽음이 기다린다. 하지만 죽어가는 미국인이 있다는 것도 확실하다.

신부는 함정인 줄 알면서도 목숨에 대한 미련없이 죽음을 향해 다가간다. 영혼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죽어가는 사람을 버려둘 수 없었기에. 결정을 내린 순간 그의 마음이 가벼워지고 온갖 집착이 사라진다. 죽음을 각오한 순간 무엇이 그를 괴롭힐 수 있으랴.

신부는 결국 잡히고 감옥에서 삶의 마지막 밤을 맞는다. 성스러운 결정을 내린 그이지만 아직도 그는 인간이다. 딸을 향한 사랑을 온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확대하려 노력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그는 인간이지만, '성스러운' 인간이다.  그리고 그는 최후를 맞이한다.

솔직히 스토리가 무척 흥미로운 것도 아니고 줄거리 전개가 좀 느린 듯한 느낌도 있지만 결국 작가가 그리고자 했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하나의 꺼져가는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면서 깨달음을 얻는, 그러면서도 인간으로서의 한계는 여전히 지니고 있는, 사제의 모습은 적지 않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진정한 영광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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