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최전선
허동현·박노자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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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근대 100년의 역사에 대해 개인주의적 진보주의자 박노자 교수와 건강한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허동현 교수가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 100년전 개화기와 현재의 국제정세가 놀랄 만큼 유사하고, 과거의 뼈아픈 경험으로부터 역사점 교훈 내지 시사점을 얻고자 하는 점은 두 교수 모두 공통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지난 100년의 사건들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틀은 두 교수가 크게 다르다.

박노자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결코 자생적으로는 탄생하기 힘든 배경을 지닌 한국인이다. 외모만으로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가진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애정은 어느 토종 한국인 못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한국 사회와 역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신선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사회와 역사를 제3자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무척 진보적이다. 그의 지적은 기존 이론과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을 까뒤집는다. 적어도 그에 비하면 상당히 보수적인 기존 교육을 받은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에 반해 박노자 교수의 공격적인 지적에 대해 주로 반박글을 쓴 허동현 교수의 글을 읽으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이론이나 상식들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고, 어떤 점에서는 문제가 있지만 박노자 교수의 지적에도 이런 문제점이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왠지 모를 안도감 같은 느낌이랄까.

두 교수의 논쟁을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근대화에 끼친 일본의 영향력을 논함에 있어서도 박노자 교수는 일본이 만든 ‘국민’이라는 개념에 주목하여 개개인에 앞서 사회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현상이 지금도 잔존하고 있음을 지적함에 반해 허동현 교수는 일본을 통해 번역된 근대라는 논점을 중심으로 아직도 우리 사회가 그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구한말 위정척사파 최익현의 평가에 관해서는 박노자 교수는 최익현을 빈라덴에 비유하면서 그의 자주성을 높이 평가하며 후기 자본주의 사회 지식인의 비애를 부각시킴에 반해 허동현 교수는 최익현은 몽상가에 불과하며 일부 긍정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는 있으나 결국 시대 흐름에 역행하였다고 주장한다. 박노자 교수는 자주성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여 미군의 한국 주둔에 반대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미국의 패권에 대항하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제시한다. 그에 반해 허동현 교수는 현실적인 상황을 중시하여 세계적 패권국가인 미국의 존재와 영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는 우리의 근대사의 여러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 두 교수의 논쟁의 핵심적인 사항의 하나는 근대화를 보는 관점의 차이에 있는 것 같다. 역사 발전의 보편적 과정 내지 단계로서 근대화를 인정할 수 있느냐가 여러 논쟁의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흥선대원군에 대한 평가에서 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에 관해서 개인적으로는 허동현 교수의 관점에 더 많이 공감이 간다. 우리의 근대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는 박노자 교수의 지적이 시사하는 바가 많지만, 근대화 되는 것이 반드시 개개인의 삶의 관점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어도 근대화가 전 세계적인 역사의 흐름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런 근대화의 개념을 도외시 한 채 역사적 평가를 하는 것은 국제적인 현실을 배제한 이상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두 교수의 논쟁을 읽으면서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우리의 근대 100년 역사에 대해 나는 어떠한 견해를 가졌는지 돌이켜 보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고, 교과서로만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우리의 근대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 최익현과 빈라덴의 비교라든지 김일성과 박정희의 비교 등 - 무척 유익한 독서였다.

ps. 부록에 있는 ‘빈라덴의 편지’에서 빈라덴의 주장이 무척 논리적이고 그다지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도 빈라덴이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인 미국의 공적 1호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로 모순적이고도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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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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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아파서 병원에 한번 가게 되면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건강에 대한 감사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병원이 직장인, 그 중에서도 가장 극적이고 처참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곳에서 근무하는 일반 외과 의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어떠할까?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위치에 있는 저자가 - 물론 엄청나게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는 점에서 평균적이지는 않지만 - 자신이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며 의사로서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그러나 가슴뭉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이 내 몫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지금 우리가 우리의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웃에게 내민 그 손이 나에게 되돌아올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양심이라는 데에 공감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을 통해 희노애락의 극단이 교차하는 병원에서의 인간사... 의사로서의 고뇌, 의료와 관련된 여러가지 사회 문제,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솔직히 받아들이면서도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따뜻한 마음(아마도 저자가 말하는 양심 아닐까)으로 끊임없이 이를 극복하려는 저자의 고분분투...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일반인이 경험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외과 의사의 경험을 통해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가 분통이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나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음을 감사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거의가 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할 것이다. 다만 그러한 간접경험을 얼마나 오랫동안 간직하고, 생활에서의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일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고 한 가지 내 자신에게 한가지 물음을 묻게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그동안 너는 무엇을 하고 있었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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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5-07-20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동감~
 
동서 미스터리 북스 6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지음, 오형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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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번째 부분은 런던의 해운회사 부두로 배달된 '통'안에 여인의 사체가 발견되어 신고가 되고 이후 사라진 '통'의 행방을 쫓는 내용이다.

두번째 부분은 '통'이 프랑스 파리에서 왔다는 사실을 기초로 수사가 파리까지 확대되고 파리의 경찰관이 통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면서 수사망을 좁혀가고 런던에서도 범행의 단서를 잡게 되는 내용이고

세번째 부분은 용의자의 변호사가 변호를 하기 위해 또다른 잠재적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 조사를 하는 내용이다. 조사 결과는? 책을 읽고 확인하자.

'통'은 일반 추리소설과는 구조면에서 차이가 있고 범인이 누구인지에 모든 초점이 모아지는 그런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리얼리즘 미스터리의 최고봉'이라는 역자의 말처럼 '통'은 추리소설의 색다른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독자는 '통'을 읽으면서 마치 자신이 경찰관의 관점을 통해 실제로 수사를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 정도로 작가는 독자가 의문점을 가질 수 있는 사소한 부분까지 목격자의 진술이나 다른 정황증거을 제시하여 빈틈이 거의 없는 추리구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통'에서는 추리소설에서 흔히 접하는 논리 비약적인 사고의 건너뛰기 - 이 부분에서 어떻게 주인공이 그것을 알아냈지?라는 반응이 나오게 되는 것 - 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추리의 핵심적 구조 중의 하나인 통의 이동경로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지역 명칭의 생소함이 더해져 일정 시점 이후에는 이해를 포기하게 만든다는 점이 좀 아쉽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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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셜록 홈즈 추리 걸작선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지현 옮김 / 꿈과희망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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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홈즈 추리소설 몇 개를 모아 놓은 단편집이다.

전에 홈즈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을 몇 편 읽어 보았는데 이 단편집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소재나 상황, 의뢰내용 등에서 무척 다양하고 흥미도도 높았다. 스파이잡기, 사기결혼 저지하기, 실종자 수색 등등...

뭐 '걸작선'이니 당연히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읽으면서 이런 내용으로도 추리의 소재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선했다.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코넌 도일의 소설이 옛날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홈즈의 추리 전개 부분에 있어서는 좀 아쉬운 점이 많았다. 단편의 한계 때문이기는 하겠으나 홈즈가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단서나 그로 인한 추론에 독자가 공감할 만한 연결고리가 부족하다고나 할까?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독자에게 거의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홈즈가 서건을 해결하고 추리과정을 설명할 때 비로서 단서가 되는 조사 결과들이 제시되는 식이니 나만 그랬을 지는 모르겠으나

 '아, 그래서 그 넘이 범인이구나..'라는 느낌보다는 '그런 단서를 내가 어떻게 아냐? 그래, 너 잘났다!'라는 느낌을 받은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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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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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인간의 역사에서 50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50여년전 세상은 지금과 참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적어도 이 소설의 주인공과 나의 어린 시절을 비교하면 - 물론 작가의 어린시절의 형상화라고 볼 수 있는 주인공이 찢어지게 가난했다는 점과 내가 비교적 유복한 집에서 자라났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 정말로 어린 시절에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참 다르고 그로 인해 어른이 되어 갖는 생각도 참 많이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옛 이야기라면 옛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그리 오래전도 아닌 그 시절, 아버지 없이 품앗이로 생계를 꾸려가는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소년은 항상 굶주리다. 소년은 때묻지 않았지만, 눈치로 어른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동생을 챙길 줄도 안다.  그러나 그도 조금씩 세월이 지나면서, 또한 삶을 구성하던 주위 사람들과 하나씩 이별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간다...는 것이 이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내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작가는 헐벗고 굶주리며 순박하지만 자기나름대로 삶의 지혜(?)를 터득해가고 있는 소년의 눈을 통해 그 시대의 모습을 맛깔난 우리말로 그려냈다. 또한 지독한 배고픔, 가난한 집의 어린 장남으로서의 자존심과 수치심, 그런 상황에서의 어머니와의 미묘한 감정 대립 등에 대한 묘사는 책을 읽으면서 '아, 정말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 이런 감정이 느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쳤다. 나와는 정말로 다른 어린 시절을 경험한 주인공 - 또는 작가자신 -  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것이 정말로 간접경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 덕분에 부모님 세대의 가난함을 안고 자라난 소년의 어린시절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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