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1~22 세트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이이화 지음 / 한길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거의 1년 정도 된 것 같다. 처음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늘리고자 역사책 코너를 뒤적이다가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를 접하고 읽게 된 것이. 역사 또는 역사책에 대한 사전지식이 별로 없었던 나로서는 인지도가 높은 책을 위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인지도에는 어쩔 수 없이 출판사의 광고와 마케팅 활동이 작용하게 마련이다. 내가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를 고르게 된 것은 아마 그 무렵 21권의 전 시리즈가 완성되어서 신문기사 등으로 소개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문의 기사도 대체로 저자의 노력과 연구자세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고,(지금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기사가 어디 있겠는가?) 재야에서 한평생을 우리역사 연구에 받쳤다는 저자의 프로필도 마음에 들었다. 막연히 이제껏 주류 역사학계가 일제시대의 영향을 아직 벗지 못하고 있고(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나의 막연한 추측이라는 말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틀에 박히고 죽어 있는 역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재야’라는 말이 크게 다가왔고, 그렇다고 운동권적인 시각에 크게 사로잡히지도 않은 듯 하면서 역사학자로서의 열정과 소명의식이 있는 듯하여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1년여 지난 지금 결국 나의 독서는 11권에서 끝마치게 되었다. 애당초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우리나라 역사 전체를 한번 훑어보기 위함이었는데 1년 동안 미약하나마 그 의도는 어느정도 달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 제일 큰 이유였다. 두 번째로는, 어쩌면 이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가 될 지도 모르겠으나, 내가 애당초 관심이 갔던 것은 이 책이 주안점을 두었던 민중들의 삶과 문화보다는 역사의 큰 흐름과 그 흐름의 갈림길이 되는 주요사건들에 대한 기본지식과 역사적 의미 등 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읽었으나 7-8권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도 모른 채 멍하게 있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은 11권까지만 읽고 나머지 부분은 한권으로 된 역사서로 재빨리 스캔을 하고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책을 읽자고 마음을 굳힌 것이다.(부수적이지만, 서술이 좀 논리적이지 못하여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는 점도 독서중단 결정에 아주 조금은 기여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21권 전체를 읽지 못하고 임진왜란 직전까지인 11권까지 읽고 나의 독서는 중단되고 말았다.

좀 아쉬움은 남는다. 그렇지만, 얻은 것도 많다. 우선 우리 역사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얻으려는 최초의 목적을 어느정도 달성하게 해주었고, 학창시절 배웠던 역사에서는 알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새로운 관점도 접할 수 있었다. 지금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삼별초 항쟁이 군사정권에 의해 각색된 면이 없지 않다는 점, 묘청의 서경천도 운동의 의미를 강조한 신채호의 주장에 대한 반박, 조선건국의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 조선이 명에 대해 취한 사대주의와 그에 대비되는 고려의 상대적 자주성 정도...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역사 전체를 찬찬히 훑어볼 수 있었다는 점과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관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 추가적인 독서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큰 소득이었던 것 같다. 나의 소박한 우리 역사읽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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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5-09-06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글을 보니, 함부로 22권짜리는 도전하면 안 될 것 같군. 흐흐..

doll0826 2007-03-2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었는데요...님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그래서 지금 16권에서 읽기를 중단하고 있는중...